김형사는 피로 난장인 병실을 둘러 한바퀴 둘러 보았다. 며 칠 동안 잠도 자지 못하고 뒤쫓던 사건의 결말이었지만 가 슴이 답답했다. 동료인 서형사의 주검이 눈에 계속해서 거 슬렸다. 서형사는 이제 초등학교 갓 입학한 딸과 세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몇번 서형사집에도 가본 적이 있는 김형사 로서는 서형사의 부인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제길!! 이봐! 어서 감식반 연락하고 기자들 출입하지 못하 게 어서 통제해.."
김형사는 강력계로 발령받은지 얼마되지 않아 어리벙한 모 습으로 병실문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신참 형사에게 고함 쳤다.
"아. 예.."
신참 형사인 최철영은 최고참격인 김형사의 고함소리에 정 신을 차리고 빠르게 복도로 뛰어 나갔다.
"김형사님.. 이걸로서 이번 사건도 끝이군요.."
박형사는 씁쓸한 얼굴로 김형사에게 말했다.
"말세야. 말세..."
김형사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서형사의 주검을 한번 힐끗 쳐 다본 후 병실밖으로 나갔다.
[20분후]
본서에서 나온 감식반이 도착했다. 김형사는 그들을 기다리 는 동안 무척이나 저돌적인 기자와 한번 실랑이를 했다. 그 기자는 자기를 막아서는 경찰을 뚫고 병실의 사진을 두장이 나 찍었다. 김형사가 그 큼직막한 손으로 카메라를 빼앗으 려고 하지 않았다면 몇장을 찍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김형사는 널부러져 있는 자신의 동료인 최형사의 주검이 신 문에 나오는 것이 싫었다. 그것을 그의 가족들이 보게 될지 도 모르다는 생각에 홧김에 사진기를 바닥에 내동이쳐 부셔 버리고 기자와 몇분이나 실랑이를 해댔다.
감식반원 3명이 병실로 들어서 감식을 시작했다. 김형사는 계속 병실 앞에서 그 모습을 살폈다. 어느새 몰러든 취재진 으로 복도는 시끌시끌했다.
제복을 입고 기자들을 막아서고 있는 경찰들사이로 최형사 의 모습이 보였다.
"이 봐 어떡게 됐어?"
김형사는 자신에게 헐레벌떡 다가온 최형사에게 물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총알이 몸에 박힌게 아니라 아예 몸을 관 통했다더군요. 다행히도 폐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 상태여서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군요."
"그래.."
"신화석은?"
"아 예.. 지금도 제 정신이 아니에요. 계속 헛소리를 해대 고 있어요. 하기사.. 그럴만도 하지요.. 10년을 같이 지낸 가장 친한 친구한테 친구들이 모두 죽었고 또 자신도 죽을 뻔 했으니깐.. 아마 저 같았어도 그렇게 되었을 거에요.."
김형사는 신참형사의 넋두리에 얼굴을 한번 찌그린후 다시 말을 이었다.
"기자들 접근하지 못하게 해 놓았지?"
"그럼요.. 오지혁이랑 신화석에게 2명씩 붙여 놓았어요.. 그리고 병원측에서도 이미지때문인지 조용히 처리하려고 하 니깐 기자들은 아마 사진 한장 못 찍을겁니다.."
"음..."
김형사는 최형사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감식반원들을 계 속 살폈다. 최형사는 계속해서 떠벌였다.
"아무리 미쳤다고 하지만 오지혁이란 놈 대단하군요. 어떡 게 여기로 올 생각을 했을까요? 정말로 미치지 않고서야 생 각조차 할수 없는 일 아닙니까?"
김형사는 최형사의 말은 흘려 버리고 상부에 어떡게 보고를 해야될지 걱정하고 있었다. 이미 자신 밑에 있는 형사가 한 명이 죽은 상황에다가 또 잘 보호하고 있어야 할 사건의 증 인에게 다시 살인용의자가 접근한 사실, 그리고 결국 다시 경찰의 총에 오지혁이 맞은 사실. 어느것하나 김형사의 마 음을 편하게 하지 못했다.
"그래도 차라리 잘된거 아닙니까? 신화석이 오지혁을 쏘지 않았다면 그 상황에서 어쩔 방법이 없었잖아요.. 만약에 오지혁이 신화석을 쏘았다면 정말로 끝장이었는데... 그런 데 김형사님!! 김형사님!!"
"왜?"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왜 오지혁이 총을 쏘지 않았을까요?"
최형사의 질문은 김형사도 품고 있던 의문이었다. 완전히 미쳐버린 살인마인 오지혁이 왜 신화석을 쏘지 않았을까? 신화석을 죽이기 위해 이곳에까지 온 오지혁이 왜? 쏠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오지혁은 쏘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한 신화석이 오지혁을 쏘고 말았다.
오지혁이 자신의 친구인 신화석을 쏘는 것을 망설인 것일 까? 하지만 그것은 전혀 지금까지 상황과는 맞지 않았다. 오지혁은 자신의 친구들인 김은식과 김주완을 잔인하게 죽 인 싸이코인데 망설였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글쎄.. 그거야.."
김형사는 뭐라고 대답할수 없었다.
"엇. 그건.."
김형사는 감식반원이 죽은 서형사의 윗 점퍼 속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는 것을 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건 뭔가?"
"휴대용 녹음기인데요.."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는 하얀 면장갑을 끼고 있는 감식반 원이 들고 있는 것은 제보자의 진술을 받을 때 자주 쓰는 작은 휴대용 녹음기였다.
"아직 녹음이 되고 있군요.."
감식반원은 이렇게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녹음기를 김형사에 게 넘겼다. 죽은 서형사가 이 병실에서 신화석을 지키기 전 에 오지혁의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오지혁에 대한 정보를 묻 고 다닐때 사용했던 것이 분명했다.
"언제 부터 녹음이 되고 있었던 걸까?"
테잎은 여전히 이 공간안에 있는 모든 소리를 담아내고 있 었다. 김형사는 조심스럽게 정지버튼을 눌렀다. 녹음기를 건낸 감식반원은 증거물을 담는 비닐봉지를 집어든채 일을 멈추고 김형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형사는 조심스럽게 조그만 녹음기의 되감기버튼을 눌렀 다. 이 녹음기의 테잎은 작지만 최대 6시간까지 녹음이 가 능했다. 되감기버튼을 누르자 모터가 진동하는 느낌이 손에 느껴졌다. 다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재생버튼을 눌렀다.
[기자들은 접근 하지 못하게 해 놓았지? 그럼요. 오지혁이랑 신화석에게 2명씩 붙여 놓았어요. 그리고 병원측에서도 이미지때문인지 조용히 처리하려고 하 니깐 기자들은 아마 사진 한장 못 찍을겁니다..]
녹음기에 붙어 있는 소형 스피커에서 작지만 뚜렷하게 사람 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김형사는 금방 자신과 최형사가 방금 전에 대화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언제부터 녹음이 된거지?"
이 녹음기에는 이 병실의 모든 상황이 녹음이 되어 있는 것 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도데체 언제부터 녹음이 된 것일까? 김형사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다시 정지 버튼을 누른후 되감 기버튼을 눌렀다.
"김형사님 뭐하세요?"
병실 앞에 서 있던 최형사는 궁금한지 병실안으로 들어와 김형사옆에 섰다.
"녹음기잖아요.."
"조용히해봐..."
"아. 예..."
한참을 되감았다고 생각한 김형사는 다시 재생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형사님.. 정말 한가지 말하고 싶은건요.. 오지혁이 그 자식이 조금 무식하게 터프하긴 하지만 절대 누구를 죽 일만한 인물은 못 되요.. 그 자식이랑 한창 같이 놀았을때 그 녀석 벌레 한마리 죽이는 것 본적이 없었으니깐요...
딸칵-치이익
XX일 13시 27분 지금까지 오지혁과 함께 고등학교때 폭주족 이었던 이영범과의 대화 내용이었음. 별다른 내용 없음.]
김형사의 생각대로 앞에 녹음된 내용은 피의자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내용이었다.
[딸칵~~]
서형사의 목소리가 사그러든 후 다시 딸칵 소리와 함께 잠 시 침묵이 이어지는 듯 했다.
"그거 서형사님 거에요?"
"쉿~~ 조용히 해봐!!"
[딸칵~~~]
약간의 공백이후 다시 녹음이 된 것이 분명했다. 김형사는 이부분부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녹음기에 귀를 기울였다. 녹음기에서는 계속해서 누군가의 신음소리와 엎치락뒷치락 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게 뭐죠?"
최형사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김형사에게 녹음기에서 나 오고 있는 내용에 대해 물었다.
[너 도데체 뭐야?]
죽은 서형사의 목소리였다. 안간힘을 쓰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병실에 침입한 오지혁을 붙들고 실 랑이를 벌이는 동안 점퍼 안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녹음기의 녹음버튼이 눌린 모양이었다. 물론 서형사도 오지혁도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어.. 서형사님 목소리잖아요..."
"조용히하라니깐.."
그렇지않아도 잘 들리지 않는데 최형사가 계속해서 옆에서 떠들어대 김형사는 짜증이 나 얼굴을 찌그리고 주의를 주었 다. 그제서야 최형사도 녹음된 내용에 대해 알아차리고 입 을 다물었다.
녹음기에서는 계속해서 신음소리와 힘을 쓰느라 입에서 내 뱉는 거친 숨소리와 서형사의 욕지거리가 튀어 나왔다. 그 러기를 30초쯤 하는 듯 하더니 우당탕 소리가 나면서 무엇 인가 상황이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넌 오지혁?]
서형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붙들고 있는 오 지혁은 서형사가 놓친 모양이었다.
[너가 어떡게 여기에?]
서형사 또한 병실에 오지혁이 나타난 사실이 무척이나 놀라 운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무엇을 집어든 소리가 났다. 덜그럭거리는 쇠소리가 났다. 김형사 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쪽편에 찌그러진 채 나뒹굴고 있 는 철제의자가 바로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쇠소리의 정체라 고 생각되었다. 김형사는 최대한 모든 신경을 청력에 집중 시켰다. 호흡까지 천천히 내쉬면서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소 리에 집중했다.
[퍼어억~~~ 꽈아앙~~~]
다시 녹음기에서는 꽤나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는 분명히 서형사의 것이었다.
[에라이~~~~]
서형사의 목소리와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지혁의 목 소리였다. 그리고 연이어 무엇인가를 힘껏 내리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한번 더 들려온후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김형사는 듣고 있는 내용을 머리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아 마도 오지혁이 의자를 집어들고 권총을 꺼내 자신을 쏘려고 하는 서형사를 후려쳐 쓰러트린 것 같았다. 더이상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서형사는 이미 쓰러진 모양 이었다.
그 다음은.. 김형사는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 다 음은 오지혁이 서형사가 꺼낸 권총을 집어들고 서형사의 머 리에 가져가고 있는 장면 일것 같았다. 아마 곧 총소리가 울려 퍼지겠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지만 김형사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 르고 계속 녹음기에 집중했다.
아마도 서형사에게 목이 졸린 듯한 오지혁은 무척이나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침을 뺏어내고 있었다.
<펌> 시체싸이트 31
죄송 죄송 깜빡 잠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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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사는 피로 난장인 병실을 둘러 한바퀴 둘러 보았다. 며
칠 동안 잠도 자지 못하고 뒤쫓던 사건의 결말이었지만 가
슴이 답답했다. 동료인 서형사의 주검이 눈에 계속해서 거
슬렸다. 서형사는 이제 초등학교 갓 입학한 딸과 세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몇번 서형사집에도 가본 적이 있는 김형사
로서는 서형사의 부인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제길!! 이봐! 어서 감식반 연락하고 기자들 출입하지 못하
게 어서 통제해.."
김형사는 강력계로 발령받은지 얼마되지 않아 어리벙한 모
습으로 병실문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신참 형사에게 고함
쳤다.
"아. 예.."
신참 형사인 최철영은 최고참격인 김형사의 고함소리에 정
신을 차리고 빠르게 복도로 뛰어 나갔다.
"김형사님.. 이걸로서 이번 사건도 끝이군요.."
박형사는 씁쓸한 얼굴로 김형사에게 말했다.
"말세야. 말세..."
김형사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서형사의 주검을 한번 힐끗 쳐
다본 후 병실밖으로 나갔다.
[20분후]
본서에서 나온 감식반이 도착했다. 김형사는 그들을 기다리
는 동안 무척이나 저돌적인 기자와 한번 실랑이를 했다. 그
기자는 자기를 막아서는 경찰을 뚫고 병실의 사진을 두장이
나 찍었다. 김형사가 그 큼직막한 손으로 카메라를 빼앗으
려고 하지 않았다면 몇장을 찍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김형사는 널부러져 있는 자신의 동료인 최형사의 주검이 신
문에 나오는 것이 싫었다. 그것을 그의 가족들이 보게 될지
도 모르다는 생각에 홧김에 사진기를 바닥에 내동이쳐 부셔
버리고 기자와 몇분이나 실랑이를 해댔다.
감식반원 3명이 병실로 들어서 감식을 시작했다. 김형사는
계속 병실 앞에서 그 모습을 살폈다. 어느새 몰러든 취재진
으로 복도는 시끌시끌했다.
제복을 입고 기자들을 막아서고 있는 경찰들사이로 최형사
의 모습이 보였다.
"이 봐 어떡게 됐어?"
김형사는 자신에게 헐레벌떡 다가온 최형사에게 물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총알이 몸에 박힌게 아니라 아예 몸을 관
통했다더군요. 다행히도 폐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 상태여서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군요."
"그래.."
"신화석은?"
"아 예.. 지금도 제 정신이 아니에요. 계속 헛소리를 해대
고 있어요. 하기사.. 그럴만도 하지요.. 10년을 같이 지낸
가장 친한 친구한테 친구들이 모두 죽었고 또 자신도 죽을
뻔 했으니깐.. 아마 저 같았어도 그렇게 되었을 거에요.."
김형사는 신참형사의 넋두리에 얼굴을 한번 찌그린후 다시
말을 이었다.
"기자들 접근하지 못하게 해 놓았지?"
"그럼요.. 오지혁이랑 신화석에게 2명씩 붙여 놓았어요..
그리고 병원측에서도 이미지때문인지 조용히 처리하려고 하
니깐 기자들은 아마 사진 한장 못 찍을겁니다.."
"음..."
김형사는 최형사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감식반원들을 계
속 살폈다. 최형사는 계속해서 떠벌였다.
"아무리 미쳤다고 하지만 오지혁이란 놈 대단하군요. 어떡
게 여기로 올 생각을 했을까요? 정말로 미치지 않고서야 생
각조차 할수 없는 일 아닙니까?"
김형사는 최형사의 말은 흘려 버리고 상부에 어떡게 보고를
해야될지 걱정하고 있었다. 이미 자신 밑에 있는 형사가 한
명이 죽은 상황에다가 또 잘 보호하고 있어야 할 사건의 증
인에게 다시 살인용의자가 접근한 사실, 그리고 결국 다시
경찰의 총에 오지혁이 맞은 사실. 어느것하나 김형사의 마
음을 편하게 하지 못했다.
"그래도 차라리 잘된거 아닙니까? 신화석이 오지혁을 쏘지
않았다면 그 상황에서 어쩔 방법이 없었잖아요.. 만약에
오지혁이 신화석을 쏘았다면 정말로 끝장이었는데... 그런
데 김형사님!! 김형사님!!"
"왜?"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왜 오지혁이 총을 쏘지 않았을까요?"
최형사의 질문은 김형사도 품고 있던 의문이었다. 완전히
미쳐버린 살인마인 오지혁이 왜 신화석을 쏘지 않았을까?
신화석을 죽이기 위해 이곳에까지 온 오지혁이 왜?
쏠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오지혁은 쏘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한 신화석이 오지혁을 쏘고 말았다.
오지혁이 자신의 친구인 신화석을 쏘는 것을 망설인 것일
까? 하지만 그것은 전혀 지금까지 상황과는 맞지 않았다.
오지혁은 자신의 친구들인 김은식과 김주완을 잔인하게 죽
인 싸이코인데 망설였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글쎄.. 그거야.."
김형사는 뭐라고 대답할수 없었다.
"엇. 그건.."
김형사는 감식반원이 죽은 서형사의 윗 점퍼 속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는 것을 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건 뭔가?"
"휴대용 녹음기인데요.."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는 하얀 면장갑을 끼고 있는 감식반
원이 들고 있는 것은 제보자의 진술을 받을 때 자주 쓰는
작은 휴대용 녹음기였다.
"아직 녹음이 되고 있군요.."
감식반원은 이렇게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녹음기를 김형사에
게 넘겼다. 죽은 서형사가 이 병실에서 신화석을 지키기 전
에 오지혁의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오지혁에 대한 정보를 묻
고 다닐때 사용했던 것이 분명했다.
"언제 부터 녹음이 되고 있었던 걸까?"
테잎은 여전히 이 공간안에 있는 모든 소리를 담아내고 있
었다. 김형사는 조심스럽게 정지버튼을 눌렀다. 녹음기를
건낸 감식반원은 증거물을 담는 비닐봉지를 집어든채 일을
멈추고 김형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형사는 조심스럽게 조그만 녹음기의 되감기버튼을 눌렀
다. 이 녹음기의 테잎은 작지만 최대 6시간까지 녹음이 가
능했다. 되감기버튼을 누르자 모터가 진동하는 느낌이 손에
느껴졌다. 다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재생버튼을 눌렀다.
[기자들은 접근 하지 못하게 해 놓았지?
그럼요. 오지혁이랑 신화석에게 2명씩 붙여 놓았어요.
그리고 병원측에서도 이미지때문인지 조용히 처리하려고 하
니깐 기자들은 아마 사진 한장 못 찍을겁니다..]
녹음기에 붙어 있는 소형 스피커에서 작지만 뚜렷하게 사람
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김형사는 금방 자신과 최형사가
방금 전에 대화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언제부터 녹음이 된거지?"
이 녹음기에는 이 병실의 모든 상황이 녹음이 되어 있는 것
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도데체 언제부터 녹음이 된 것일까?
김형사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다시 정지 버튼을 누른후 되감
기버튼을 눌렀다.
"김형사님 뭐하세요?"
병실 앞에 서 있던 최형사는 궁금한지 병실안으로 들어와
김형사옆에 섰다.
"녹음기잖아요.."
"조용히해봐..."
"아. 예..."
한참을 되감았다고 생각한 김형사는 다시 재생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형사님.. 정말 한가지 말하고 싶은건요.. 오지혁이
그 자식이 조금 무식하게 터프하긴 하지만 절대 누구를 죽
일만한 인물은 못 되요.. 그 자식이랑 한창 같이 놀았을때
그 녀석 벌레 한마리 죽이는 것 본적이 없었으니깐요...
딸칵-치이익
XX일 13시 27분 지금까지 오지혁과 함께 고등학교때 폭주족
이었던 이영범과의 대화 내용이었음. 별다른 내용 없음.]
김형사의 생각대로 앞에 녹음된 내용은 피의자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내용이었다.
[딸칵~~]
서형사의 목소리가 사그러든 후 다시 딸칵 소리와 함께 잠
시 침묵이 이어지는 듯 했다.
"그거 서형사님 거에요?"
"쉿~~ 조용히 해봐!!"
[딸칵~~~]
약간의 공백이후 다시 녹음이 된 것이 분명했다. 김형사는
이부분부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녹음기에 귀를 기울였다.
녹음기에서는 계속해서 누군가의 신음소리와 엎치락뒷치락
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이게 뭐죠?"
최형사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김형사에게 녹음기에서 나
오고 있는 내용에 대해 물었다.
[너 도데체 뭐야?]
죽은 서형사의 목소리였다. 안간힘을 쓰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병실에 침입한 오지혁을 붙들고 실
랑이를 벌이는 동안 점퍼 안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녹음기의
녹음버튼이 눌린 모양이었다. 물론 서형사도 오지혁도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어.. 서형사님 목소리잖아요..."
"조용히하라니깐.."
그렇지않아도 잘 들리지 않는데 최형사가 계속해서 옆에서
떠들어대 김형사는 짜증이 나 얼굴을 찌그리고 주의를 주었
다. 그제서야 최형사도 녹음된 내용에 대해 알아차리고 입
을 다물었다.
녹음기에서는 계속해서 신음소리와 힘을 쓰느라 입에서 내
뱉는 거친 숨소리와 서형사의 욕지거리가 튀어 나왔다. 그
러기를 30초쯤 하는 듯 하더니 우당탕 소리가 나면서 무엇
인가 상황이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넌 오지혁?]
서형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붙들고 있는 오
지혁은 서형사가 놓친 모양이었다.
[너가 어떡게 여기에?]
서형사 또한 병실에 오지혁이 나타난 사실이 무척이나 놀라
운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무엇을
집어든 소리가 났다. 덜그럭거리는 쇠소리가 났다. 김형사
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쪽편에 찌그러진 채 나뒹굴고 있
는 철제의자가 바로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쇠소리의 정체라
고 생각되었다. 김형사는 최대한 모든 신경을 청력에 집중
시켰다. 호흡까지 천천히 내쉬면서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소
리에 집중했다.
[퍼어억~~~ 꽈아앙~~~]
다시 녹음기에서는 꽤나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는 분명히 서형사의 것이었다.
[에라이~~~~]
서형사의 목소리와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지혁의 목
소리였다. 그리고 연이어 무엇인가를 힘껏 내리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한번 더 들려온후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김형사는 듣고 있는 내용을 머리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아
마도 오지혁이 의자를 집어들고 권총을 꺼내 자신을 쏘려고
하는 서형사를 후려쳐 쓰러트린 것 같았다. 더이상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서형사는 이미 쓰러진 모양
이었다.
그 다음은.. 김형사는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 다
음은 오지혁이 서형사가 꺼낸 권총을 집어들고 서형사의 머
리에 가져가고 있는 장면 일것 같았다. 아마 곧 총소리가
울려 퍼지겠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지만 김형사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
르고 계속 녹음기에 집중했다.
아마도 서형사에게 목이 졸린 듯한 오지혁은 무척이나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침을 뺏어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김형사와의 예상과는 다르게 새로운 목소리
가 들려왔다.
[꼼짝마~~~]
신화석의 목소리였다.
"엇. 이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