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사는 닫힌 문을 벌컥 열고 병실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뒤를 따라 최형사 역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병실로 뛰어 들 어왔다.
"엇.. 윤형사.."
김형사와 최형사는 거의 동시에 병실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윤형사를 발견했다. 쓰러져 있는 윤형사에게 먼저 다가간 것은 나중에 들어온 최형사였다.
"윤형사.. 윤미진... 정신차려..."
김형사는 멍하게 서서 쓰러진 윤형사와 텅빈 침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제길..."
최형사는 윤형사의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대고 숨을 쉬고 있 는지 확인을 했다. 다행히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기절한 모 양이었다.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정신차려!!!"
최형사는 윤형사의 어깨를 붙들고 세차게 흔들었다.
"야. 최철영.. 오지혁은 어디에 있어?"
"예? 예?"
기절한 윤미진의 어깨를 흔들다가 뒤에서 들려온 김형사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야.. 오지혁 말이야.. 오지혁.. 병원 어디에 있냐구?"
김형사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최형사는 그제서야 김형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이 병실에서 도 망친 신화석이 갈곳은 한 곳 뿐인 것 같았다. 오지혁.. 바 로 오지혁에게 갈것같았다. 아니 틀림없었다.
녹음된 내용대로라면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사건들은 오지 혁이 아닌 신화석에 의해 계획된 사건이었다. 아직도 믿기 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십명이 동원되어 증거 자료를 모으고 수백명이 동원되어 오지혁을 잡으러 일주일 을 넘게 밤을 세운 것은 도데체 무엇이었는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었다. 아직 검증이 된 것은 아니지만 녹음된 내용대로라면 신화석이 모든 것을 꾸민것이 틀림없었다. 모든 메스컴뿐만아니라 경찰 전체가 뒤집어 엎어질만한 내용임에 틀림없었다.
"A병동인데.. 7층 수술실...."
김형사는 최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에서 뛰쳐 나갔다.
"잠깐만요.. 김형사님.. 김형사님.. "
최형사의 애탄 부름에도 김형사는 대꾸도 하지 않고 A병동 으로 향했다.
[으으~~~~]
기절한 윤형사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배어나왔다. 기절 한 상태에서 깨어나는 모양이었다.
"엇.. 윤미진. 아니 윤형사 괜찮아?"
"윽.. 여기가?"
윤형사는 몸을 곧추 세우면서 얼굴을 심하게 찌그러트렸다. 최형사는 그 고통이 마치 자기의 고통처럼 같이 얼굴을 찡 그렸다. 몸을 곧추 세운 윤형사는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얼 굴을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으.. 철영... 큰일났어.. 신화석이.."
"어떡게 된거야?"
"조금 전에 우리의 통화 내용을 눈치챈 모양이야.."
"제길.."
"소름끼쳐.. 그 얼굴.. 완전히 악마같은 얼굴이었어.. 사람 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시나리오가 완전히 틀어져 버렀다고 소리를 질러대며 덤벼 들었어.."
완전히 제정신이 돌아온 윤형사였지만 그녀의 얼굴은 전에 없는 공포가 드리워져 있었다.
"시나리오?"
최형사는 시나리오라는 말에 반문했다.
"응.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이왕 모든게 틀려버린 이상 끝장을 봐야 한다고. 그 다음은 기억이 안나..."
"그그래..."
"야.. 나 좀 일으켜줘..."
"어.. 응.."
최형사는 윤형사를 부축해 일으켰다. 윤형사는 일어서다 말 고 권총집으로 오른손을 찔러넣었다.
"이이런.. 총이.."
"왜그래?"
"총이 없어..."
"그래?"
최형사의 얼굴도 윤형사만큼 사색이 되었다. 녹음된 내용대 로라면 신화석은 서형사를 아무꺼리낌없이 총으로 쏘아 죽였다.
"안돼겠어.. 너는 어서 머리나 치료해..."
최형사는 윤형사를 침대까지 부축한 뒤 돌아 병실문으로 뛰 어 나갔다. 불길한 생각이 온 몸을 휘감았다.
"철영 아니 최형사.. 조심해.. 그 자식 완전히 미친 싸이코 야.. 악마라구.."
"응.. 걱정마.."
최형사는 힘겹게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미친 싸이코, 악마.
최형사는 악마쪽으로 자신의 생각이 기우는 것을 느꼈다. 악마 그런 시덥지 않는 것이 현실에 존재할리가 없는 것을 최형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였다. 그 런 것은 공포영화나 소설속에서나 등장하는 것일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였다.
하지만 신화석이 정말로 자신의 친구들을 차례로 살해하고 그것을 오지혁에게 뒤집어 씌우는 계획을 세웠다면.. 그것 을 한편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면..
신화석은 정말로 악마일지도 모른다. 녹음된 내용에서 신화석은 서형사를 아무 꺼리낌없이 총으 로 쏘아 죽였다. 그리고 그 악마같은 녀석이 또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상태로 변화해버렸다.
"제길.. 비켜.. 비켜.."
최형사는 앞에서 절룩거리며 걸어가는 환자를 밀치고 복도 를 매우 빠른 속도로 질주해 나갔다.
[A병동 7층]
[찡~~~~~]
김형사는 엘리베이터가 멈춤과 동시에 점퍼안에 있는 권총 을 손에 쥐었다.
[끼아아악~~~]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얼굴에 피를 난자한 간호사 한명이 소리를 지르며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봐~~ 무슨 일이야?"
"사람이... 사람이..."
간호사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김형사는 무슨 일 이 벌어지고 있는지 머리속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생각하 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김형사 는 간호사가 벌벌떨며 가리키는 방향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복도는 기억자로 꼬불아져 있었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김형 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모퉁이를 돌면 복도 양옆으로 기다란 의자들이 나란히 있고 그 앞에는 수 술실이었다.
"이런 제길..."
우뚝 멈춰선 김형사는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얼떨결에 권 총집에서 권총을 빼들었다. 눈 앞에 있는 상황이 본능적으 로 그를 그렇게 하게 만들었다.
복도는 피로 난자했다. 경찰복을 입고 있는 남자는 의자에 앉아 있다가 정확하게 이마에 총을 맞았는지 여전히 의자에 걸터앉아 눈이 뒤집혀 있었고 그 앞에는 가슴을 총에 여러 발 맞아 완전히 내장이 너덜너덜해진 시체가 있었다. 김형 사는 그 시체의 얼굴을 보고 이마를 찌그렸다.
이번 사건때문에 마약반에서 지원나온 형사중에 덩치가 커 다란 녀석이었다.
"벌써 셋이군.."
서형사와 이 덩치와 의경으로 보이는 녀석이랑 자신들의 아 둔함때문에 하루에 세명이나 죽은 것을 생각하니 김형사는 울분이 터졌다. 다시 갑자기 서형사와 그의 가족들의 얼굴 이 떠오르자 김형사는 권총을 쥐고 있는 손에 힘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타아아앙~~~~]
수술실안에서 요란한 총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김형사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움추렸다. 널부러져 있는 덩치 큰 형 사의 시체를 조심스럽게 건너 뛰고 수술실 문 앞으로 다가 갔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제길...'
어제 뒤숭숭했던 꿈이 떠올랐다. 그리고 몸 조심하라던 아 내의 전화통화도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 목소리가 아내의 마지막목소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바쁘다고 매 정하게 끊어버린 것이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후회해 봤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7층 수술실]
권총을 쥐고 있는 손은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쥐고 있는 창백한 얼굴에 싸늘한 미소를 짓 고 있는 남자를 보자 항상 주의 동료 의사들이나 간호사들 에게 냉혈동물같다는 소리를 듣는 닥터김도 심장이 멎는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옆에서 막 오지혁의 가슴의 총상 의 수술을 준비중인 닥터최와 간호사 두명도 마찬가지였다.
"다당신은 뭐요?"
먼저 입을 연 것은 닥터최였다. 닥터최는 의욕적인 30대의 젊은 의사로서 이 병원 간호사들에게 무척이나 인기가 있는 그런 남자였다. 하지만 다부진 체격의 그도 떨고 있었다. 수술실 밖에서 들려온 커다란 총성과 비명소리가 자신의 앞 에서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는 남자가 들고 있 는 것이 장난감 권총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려준 상태였다.
"당신이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엄연히 병 원이고 지금은 급한 수술중이요.. 어서 나가시오.."
"훗.. 엑스트라 주제에 주저리 주저리 잘도 떠드는군.. 꼭 이런 놈들은 먼저 죽게 되어 있지.."
닥터최는 이 말의 뜻도 채 이해하지 못하고 바닥에 널부러 졌다. 물론 커다란 총성이 병실에 울려퍼진 것과 거의 동시 였다. 총구를 빠져나온 총알은 닥터최의 얼굴로 날아들었고 닥터최는 눈도 감지 못하고 얼굴이 날아간 채 뒤로 풀썩 쓰 러졌다.
[끼아아악~~~~]
두명의 간호사는 총성보다도 큰 비명소리를 질러대며 병실 바닥에 주저 앉아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고 살려달라고 소리 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워원하는게 뭐뭐요?"
닥터김은 머리회전이 무척이나 빠른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멍청한 닥터최같은 애송이처럼 빨리 세상을 죽고 싶지는 않 았다. 지끔껏 쌓아온 부와 명예를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 웠다.
"이 사람이요?"
"지혁이군... 그래. 오지혁.. 살아있는거야?"
"아직 살아있오.. 기절한 상태지만.. 이 남자를 죽이고 싶 은거라면 나는 상관하지 않겠소.. 당신 원하는대로 마음껏 하라는 말이오.."
"후후..."
오지혁은 수술실 문 앞에서 3여미터 떨어진 수술대로 다가 갔다. 수술대위에는 마치 죽은듯 오지혁이 누워있었다. 가 슴은 피로 난자했지만 숨을 쉬고 있는 듯 배가 위아래로 움 직이고 있었다.
"후후.. 현명한 늙은영감이군요.."
신화석은 다가오다 말고 연신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간호사 를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먼저 이 간호사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게 좋을겁니다. 난 이렇게 징징대는 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니깐..."
"이봐 이간호사, 정간호사 입을 다물고 조용히해요.. 이분 은 우리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을거니깐. 입을 다물어 요..."
하지만 두 간호사의 울음과 중얼거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이간호사, 정간호사 입 다물란 말야..."
이번에는 약간 단호한 어조로 닥터김이 명령했다. 하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타아아앙~~~]
신화석은 바닥에 엎드려 울먹이는 간호사의 등을 향해 총알 한발을 발사했다. 기괴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에서 나 뒹굴었다. 푸른색 수술가운은 금새 검붉은 피가 배어나왔 다. 닥터김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버렸다. 너무나도 끔찍한 장면이었다. 의사경력 20년이 넘은 그는 수없이 많 은 환자들을 수술했다. 그의 환자들은 대부분 중상이었고 그리고 그 환자들의 많은 수가 그 앞에서 죽었지만 그것과 는 매우 다른 장면이었다.
[까아아악~~~]
수술대 맞은편에서 울부짖던 다른 간호사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함과 동시에 더욱 큰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수술실문쪽으로 내달렸 다.
다시 총성이 울려퍼졌지만 총알은 벽에 맞고 튕겼을뿐이었 다. 간호사는 수술실의 무거운 문을 거의 박차듯 밀고 수술 실밖으로 뛰쳐나가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사라져 버렸 다.
"훗.. 저런 엑스트라도 필요하긴 하지..."
신화석은 다시 한발의 총알이 수술실의 문에 쳐박히는 것을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도 다시 빠르게 총구를 자신의 앞에 있는 늙은 의사에게로 돌렸다.
"진정하시오.. 난 당신에게 어떠한 피해도 줄 생각이 없소..."
"훗..."
신화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 녀석을 깨워.. 어서.. 이런 상태는 아무의미도 없어.. 빨리 깨워..."
"그게.. 무슨.."
닥터김은 잠시 생각하는 듯 했지만 이내 그만 두었다. 신화 석의 싸늘한 눈빛에 온 몸이 굳어버리기 전에 그가 시킨 일 을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펌> 시체싸이트 33
[4분 23초후 c병동 1007호]
김형사는 닫힌 문을 벌컥 열고 병실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뒤를 따라 최형사 역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병실로 뛰어 들
어왔다.
"엇.. 윤형사.."
김형사와 최형사는 거의 동시에 병실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윤형사를 발견했다. 쓰러져 있는 윤형사에게 먼저 다가간
것은 나중에 들어온 최형사였다.
"윤형사.. 윤미진... 정신차려..."
김형사는 멍하게 서서 쓰러진 윤형사와 텅빈 침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제길..."
최형사는 윤형사의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대고 숨을 쉬고 있
는지 확인을 했다. 다행히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기절한 모
양이었다.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정신차려!!!"
최형사는 윤형사의 어깨를 붙들고 세차게 흔들었다.
"야. 최철영.. 오지혁은 어디에 있어?"
"예? 예?"
기절한 윤미진의 어깨를 흔들다가 뒤에서 들려온 김형사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야.. 오지혁 말이야.. 오지혁.. 병원 어디에 있냐구?"
김형사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최형사는 그제서야 김형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이 병실에서 도
망친 신화석이 갈곳은 한 곳 뿐인 것 같았다. 오지혁.. 바
로 오지혁에게 갈것같았다. 아니 틀림없었다.
녹음된 내용대로라면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사건들은 오지
혁이 아닌 신화석에 의해 계획된 사건이었다. 아직도 믿기
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십명이 동원되어 증거
자료를 모으고 수백명이 동원되어 오지혁을 잡으러 일주일
을 넘게 밤을 세운 것은 도데체 무엇이었는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었다. 아직 검증이
된 것은 아니지만 녹음된 내용대로라면 신화석이 모든 것을
꾸민것이 틀림없었다. 모든 메스컴뿐만아니라 경찰 전체가
뒤집어 엎어질만한 내용임에 틀림없었다.
"A병동인데.. 7층 수술실...."
김형사는 최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에서 뛰쳐 나갔다.
"잠깐만요.. 김형사님.. 김형사님.. "
최형사의 애탄 부름에도 김형사는 대꾸도 하지 않고 A병동
으로 향했다.
[으으~~~~]
기절한 윤형사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배어나왔다. 기절
한 상태에서 깨어나는 모양이었다.
"엇.. 윤미진. 아니 윤형사 괜찮아?"
"윽.. 여기가?"
윤형사는 몸을 곧추 세우면서 얼굴을 심하게 찌그러트렸다.
최형사는 그 고통이 마치 자기의 고통처럼 같이 얼굴을 찡
그렸다. 몸을 곧추 세운 윤형사는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얼
굴을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으.. 철영... 큰일났어.. 신화석이.."
"어떡게 된거야?"
"조금 전에 우리의 통화 내용을 눈치챈 모양이야.."
"제길.."
"소름끼쳐.. 그 얼굴.. 완전히 악마같은 얼굴이었어.. 사람
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시나리오가 완전히 틀어져 버렀다고
소리를 질러대며 덤벼 들었어.."
완전히 제정신이 돌아온 윤형사였지만 그녀의 얼굴은 전에
없는 공포가 드리워져 있었다.
"시나리오?"
최형사는 시나리오라는 말에 반문했다.
"응.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이왕 모든게 틀려버린 이상
끝장을 봐야 한다고. 그 다음은 기억이 안나..."
"그그래..."
"야.. 나 좀 일으켜줘..."
"어.. 응.."
최형사는 윤형사를 부축해 일으켰다. 윤형사는 일어서다 말
고 권총집으로 오른손을 찔러넣었다.
"이이런.. 총이.."
"왜그래?"
"총이 없어..."
"그래?"
최형사의 얼굴도 윤형사만큼 사색이 되었다. 녹음된 내용대
로라면 신화석은 서형사를 아무꺼리낌없이 총으로 쏘아 죽였다.
"안돼겠어.. 너는 어서 머리나 치료해..."
최형사는 윤형사를 침대까지 부축한 뒤 돌아 병실문으로 뛰
어 나갔다. 불길한 생각이 온 몸을 휘감았다.
"철영 아니 최형사.. 조심해.. 그 자식 완전히 미친 싸이코
야.. 악마라구.."
"응.. 걱정마.."
최형사는 힘겹게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미친 싸이코, 악마.
최형사는 악마쪽으로 자신의 생각이 기우는 것을 느꼈다.
악마 그런 시덥지 않는 것이 현실에 존재할리가 없는 것을
최형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였다. 그
런 것은 공포영화나 소설속에서나 등장하는 것일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였다.
하지만 신화석이 정말로 자신의 친구들을 차례로 살해하고
그것을 오지혁에게 뒤집어 씌우는 계획을 세웠다면.. 그것
을 한편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면..
신화석은 정말로 악마일지도 모른다.
녹음된 내용에서 신화석은 서형사를 아무 꺼리낌없이 총으
로 쏘아 죽였다. 그리고 그 악마같은 녀석이 또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상태로 변화해버렸다.
"제길.. 비켜.. 비켜.."
최형사는 앞에서 절룩거리며 걸어가는 환자를 밀치고 복도
를 매우 빠른 속도로 질주해 나갔다.
[A병동 7층]
[찡~~~~~]
김형사는 엘리베이터가 멈춤과 동시에 점퍼안에 있는 권총
을 손에 쥐었다.
[끼아아악~~~]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얼굴에 피를 난자한 간호사 한명이
소리를 지르며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봐~~ 무슨 일이야?"
"사람이... 사람이..."
간호사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김형사는 무슨 일
이 벌어지고 있는지 머리속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생각하
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김형사
는 간호사가 벌벌떨며 가리키는 방향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복도는 기억자로 꼬불아져 있었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김형
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모퉁이를 돌면
복도 양옆으로 기다란 의자들이 나란히 있고 그 앞에는 수
술실이었다.
"이런 제길..."
우뚝 멈춰선 김형사는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얼떨결에 권
총집에서 권총을 빼들었다. 눈 앞에 있는 상황이 본능적으
로 그를 그렇게 하게 만들었다.
복도는 피로 난자했다. 경찰복을 입고 있는 남자는 의자에
앉아 있다가 정확하게 이마에 총을 맞았는지 여전히 의자에
걸터앉아 눈이 뒤집혀 있었고 그 앞에는 가슴을 총에 여러
발 맞아 완전히 내장이 너덜너덜해진 시체가 있었다. 김형
사는 그 시체의 얼굴을 보고 이마를 찌그렸다.
이번 사건때문에 마약반에서 지원나온 형사중에 덩치가 커
다란 녀석이었다.
"벌써 셋이군.."
서형사와 이 덩치와 의경으로 보이는 녀석이랑 자신들의 아
둔함때문에 하루에 세명이나 죽은 것을 생각하니 김형사는
울분이 터졌다. 다시 갑자기 서형사와 그의 가족들의 얼굴
이 떠오르자 김형사는 권총을 쥐고 있는 손에 힘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타아아앙~~~~]
수술실안에서 요란한 총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김형사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움추렸다. 널부러져 있는 덩치 큰 형
사의 시체를 조심스럽게 건너 뛰고 수술실 문 앞으로 다가
갔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제길...'
어제 뒤숭숭했던 꿈이 떠올랐다. 그리고 몸 조심하라던 아
내의 전화통화도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 목소리가 아내의
마지막목소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바쁘다고 매
정하게 끊어버린 것이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후회해
봤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7층 수술실]
권총을 쥐고 있는 손은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쥐고 있는 창백한 얼굴에 싸늘한 미소를 짓
고 있는 남자를 보자 항상 주의 동료 의사들이나 간호사들
에게 냉혈동물같다는 소리를 듣는 닥터김도 심장이 멎는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옆에서 막 오지혁의 가슴의 총상
의 수술을 준비중인 닥터최와 간호사 두명도 마찬가지였다.
"다당신은 뭐요?"
먼저 입을 연 것은 닥터최였다. 닥터최는 의욕적인 30대의
젊은 의사로서 이 병원 간호사들에게 무척이나 인기가 있는
그런 남자였다. 하지만 다부진 체격의 그도 떨고 있었다.
수술실 밖에서 들려온 커다란 총성과 비명소리가 자신의 앞
에서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는 남자가 들고 있
는 것이 장난감 권총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려준 상태였다.
"당신이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엄연히 병
원이고 지금은 급한 수술중이요.. 어서 나가시오.."
"훗.. 엑스트라 주제에 주저리 주저리 잘도 떠드는군.. 꼭
이런 놈들은 먼저 죽게 되어 있지.."
닥터최는 이 말의 뜻도 채 이해하지 못하고 바닥에 널부러
졌다. 물론 커다란 총성이 병실에 울려퍼진 것과 거의 동시
였다. 총구를 빠져나온 총알은 닥터최의 얼굴로 날아들었고
닥터최는 눈도 감지 못하고 얼굴이 날아간 채 뒤로 풀썩 쓰
러졌다.
[끼아아악~~~~]
두명의 간호사는 총성보다도 큰 비명소리를 질러대며 병실
바닥에 주저 앉아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고 살려달라고 소리
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워원하는게 뭐뭐요?"
닥터김은 머리회전이 무척이나 빠른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멍청한 닥터최같은 애송이처럼 빨리 세상을 죽고 싶지는 않
았다. 지끔껏 쌓아온 부와 명예를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
웠다.
"이 사람이요?"
"지혁이군... 그래. 오지혁.. 살아있는거야?"
"아직 살아있오.. 기절한 상태지만.. 이 남자를 죽이고 싶
은거라면 나는 상관하지 않겠소.. 당신 원하는대로 마음껏
하라는 말이오.."
"후후..."
오지혁은 수술실 문 앞에서 3여미터 떨어진 수술대로 다가
갔다. 수술대위에는 마치 죽은듯 오지혁이 누워있었다. 가
슴은 피로 난자했지만 숨을 쉬고 있는 듯 배가 위아래로 움
직이고 있었다.
"후후.. 현명한 늙은영감이군요.."
신화석은 다가오다 말고 연신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간호사
를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먼저 이 간호사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게 좋을겁니다. 난
이렇게 징징대는 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니깐..."
"이봐 이간호사, 정간호사 입을 다물고 조용히해요.. 이분
은 우리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을거니깐. 입을 다물어
요..."
하지만 두 간호사의 울음과 중얼거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이간호사, 정간호사 입 다물란 말야..."
이번에는 약간 단호한 어조로 닥터김이 명령했다. 하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타아아앙~~~]
신화석은 바닥에 엎드려 울먹이는 간호사의 등을 향해 총알
한발을 발사했다. 기괴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에서 나
뒹굴었다. 푸른색 수술가운은 금새 검붉은 피가 배어나왔
다. 닥터김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버렸다. 너무나도
끔찍한 장면이었다. 의사경력 20년이 넘은 그는 수없이 많
은 환자들을 수술했다. 그의 환자들은 대부분 중상이었고
그리고 그 환자들의 많은 수가 그 앞에서 죽었지만 그것과
는 매우 다른 장면이었다.
[까아아악~~~]
수술대 맞은편에서 울부짖던 다른 간호사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함과 동시에 더욱 큰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수술실문쪽으로 내달렸
다.
다시 총성이 울려퍼졌지만 총알은 벽에 맞고 튕겼을뿐이었
다. 간호사는 수술실의 무거운 문을 거의 박차듯 밀고 수술
실밖으로 뛰쳐나가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사라져 버렸
다.
"훗.. 저런 엑스트라도 필요하긴 하지..."
신화석은 다시 한발의 총알이 수술실의 문에 쳐박히는 것을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도 다시 빠르게 총구를 자신의
앞에 있는 늙은 의사에게로 돌렸다.
"진정하시오.. 난 당신에게 어떠한 피해도 줄 생각이 없소..."
"훗..."
신화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 녀석을 깨워.. 어서.. 이런 상태는 아무의미도
없어.. 빨리 깨워..."
"그게.. 무슨.."
닥터김은 잠시 생각하는 듯 했지만 이내 그만 두었다. 신화
석의 싸늘한 눈빛에 온 몸이 굳어버리기 전에 그가 시킨 일
을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