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랜만이네요^-^이번 소설은 아마 제목을 보시면 어느 정도 감이 오실 겁니다.. 참.. 점점 문란해 져 가는 세상 같아요. 청소년의 낙태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군요.. 나도 고등학생인지라.. 그런 걸 절실히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낙태를 합법화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걸 보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Part 1. 똑 똑, 두 번의 짧고 다급한 노크 소리가 상담실에 울린다. “누구지? 학교 수업은 끝났을 텐데…” 빗줄기가 마른 흙을 질게 만드는 후덥지근한 장마철, 게다가 마침 피로가 쏟아지던 터라 은근히 짜증이 났다. 상담실의 문은 벌써 약간 열려 있어서 어느 정도 힘을 들여 밀면 혼자서 열 수 있을 터인데 굳이 노크까지 해서 나를 움직이게 만드려는 것은 무 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문 쪽으로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꼭 컨디션이 나쁠 때만 상담이 들어온다니.... ” 내가 문을 열려고 다가갔을 때, 나는 상담실 문이 내 코에 살짝 스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비에 흠뻑 젖어 사시나무 떨 듯 떨 고 있는 남자 아이가 내 눈 앞에 서 있었다. 나는 고개를 낮추어 그 녀석 의 이름표를 보았다. -3학년 11반 정현일- '이 녀석이 문을 열어 젖힌 건가? 하마터면 맞을 뻔 했네.' 내가 들어오란 소리를 하기 전까지 그 녀석은 문 앞에서 겁에 질린 토끼 마냥 커다랗게 눈을 뜨며 상담실을 둘러 보았다. 교복 전체에 머리까지 흠뻑 젖어 있는 녀석을 보자 측은한 생각이 들어서 옷걸이에 걸려 있는 외투를 걸쳐 주었다. “오리털은 아니지만 그래도 포근할 거다.” “…” 현일이는 고맙다는 말 대신 고개를 꾸벅였다. 첫인상이 별로 곱지는 않 은 놈이다. 나는 그 녀석의 얼굴이 내 얼굴 정면에 마주치게, 내 앞 쪽 의자에 앉혔 다. 그 녀석은 숨을 고루 가다듬으면서 소매로 앞머리에 남아 있는 물기 를 닦았다. “그래, 상담을 온 이유가 뭐지?” 내가 상담 온 목적을 묻자 그 녀석은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 런데.. 그 때였다. 터벅. 터벅. 약한 발자국 소리.. 그 소리를 듣자마자 그 녀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났다. “갑자기 왜 일어..” “닥쳐요!” 그 녀석은 말을 끊으며 나에게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 를 보냈다. 그러더니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귀를 벽 쪽에 귀울였다. 터벅. 터벅. 아까보다는 아주 약간 뚜렷한.. 하지만 여전히 들릴락 말락 한 발자국 소리.. “이런 **할!” 그 녀석은 욕지거리와 함께 상담실에서 뛰쳐 나갔다. 그러더니 복도를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새끼!!” 나는 그 녀석을 잡으려고 밖으로 나갔지만 그 놈은 벌써 2층 계단을 튀 어 오른 후였다. “빌어먹을!!!” 새파란 중삼 놈한테 이렇게 기가 막힌 일을 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나 는 내가 할 수 있는 제일 심한 욕들을 내뱉은 채 문을 쾅 닫아 버렸다. 나는 화를 식히기 위해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켰다. 갑자기 난데 없이 비오는 날 저녁 흠뻑 젖어서 상담실에 들어오지를 않 나. 욕지거리를 하고 나가지를 않나. 상담을 여러 번 해봤지만 이번처럼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담배를 물고 조용히 앉아 있으니 복도에서 그 녀석이 달리는 소리가 들렸 다. 탁탁탁탁탁탁!!!!! “엄청 빨리 달리나 본데.. 육상 선수나 하면 딱 좋겠네.” 나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조용히 혼잣말을 내 뱉었다.. 정현일이라… 내일 넌 진짜 체벌이 뭔지 한 번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미친 개 한테는 매가 약이다. 한 사십 분이 지났을까? 나는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똑똑똑. 지금 다른 선생들도 다 퇴근하고 학생들도 다 집에 간 후였다. 지금 학 교에 남은 사람은 나, 아니면 아마도 아까 나한테 상담 온 정현일이라는 미친 놈일 것이다. 아마도 용서를 빌러 온 모양인데… 벌써 엎질러진 물이다. 끼익. 끼익. 그 녀석은 인기척이 없자 문고리를 돌려 보았다. 하지만.. 이미 닫힌 문이 문고리를 돌린다고 열릴 리가 없었다. 나는 애써 모른 체 하며 창 밖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구경했다. 그 녀석은 한참을 문을 열려고 시도한 끝에 돌아간 듯 했다. 노크하는 소리도,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 녀석이 얼마나 안절부절하고 있을 지를 상상해 보니 살며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한 이십 여분 지났을까? 나는 창 밖을 통해서, 아주 먼 발치에서 그 녀 석이 흠뻑 젖은 교복 옷차림으로 터벅터벅 학교를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위를 살피면서 천천히 저벅저벅 걷는 모습이 어쩐지 안쓰러워 보였다. “그냥 문을 열어 줄 걸 그랬나? 그러면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그 녀석이 간 지 한 20분 지났을까?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혀 지자 갑자 기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궁금증을 저버릴 수 없었다. 정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미친 짓을 했을까? 나는 그 녀석을 맨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을 떠올렸다. 공포에 질린 듯한 눈… 사시나무 떨 듯 떠는 녀석..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정말 녀석이 걱정이 되었다. 3학년 11반이라.. 그 반 담임이 아마 김진호 선생이지? Part 2. 굵은 장대비가 주룩주룩 오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 날씨는 유난히도 화창 했다. 나는 밖에서 진땀을 빼며 운동장을 도는 아이들을 창문을 통해 살 펴 보았다. 마침 점심 시간도 끝난 후라 아이들은 더욱 기운이 나는지 그 넓은 학교 운동장 몇 바퀴를 단숨에 뛰는 듯 했다. 5교시 체육 시 간… 체육 담당 김진호 선생.. 레슨이 끝나기 까지 약 20분 정도가 남았 군.. 나는 수업이 끝나는 동안 미리 준비해 놓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 다. 설탕을 상당히 넣은 커피였지만 어제 일 때문인지.. 커피 맛이 오늘 따라 유난히 쓴 듯 했다. 체육 시간이 끝난 후, 나는 복도를 서성거리다가 레슨을 마치고 돌아오 는 김진호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김진호 선생님.” “네?” 갑작스런 나의 출현에 김진호 선생은 깜짝 놀란 듯 했다. 잠깐동안 이었 지만 동그랗게 눈을 뜬 김 선생의 표정이 어제 그 겁에 질렸던 정현일이 란 녀석의 얼굴을 상기시켰다. "아.. 도덕 선생님이 셨군요.." "놀랐다면 죄송합니다.. 혹시 6교시 수업이 있으십니까? 뭐.. 급한 질문은 아닙니다.” “아닙니다. 오늘은 5교시 수업이 마지막입니다. 뭐 여쭈어 보실 게 있 나 보지요?” “혹시 3학년 11반에 정현일이라는 학생이 있습니까?” “네. 그런데요.” 나는 김진호 선생한테 어제 일어났던 일을 상세히 말했다. 김진호 선생 은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는 다는 듯 황당한 표정으로 반응을 했지만, 내 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되풀이 하자 어느 정도 내가 한 말을 사실같이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 정현일이라는 학생.. 혹시 무슨 정신 장애 같은 게 있습니까?” “아닙니다. 좀 짓궂은 면이 있지만, 그런 일을 할 만큼 버릇없고 이상 한 녀석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한 이야기는 사실입니다.” “저도 믿습니다.. 이번 일은 현일이랑 직접 상의해보시는 게 좋겠군 요.” “정현일 학생 아직도 학교에 있습니까?” “아니오, 오늘 결석했습니다. 저도 그렇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석을 자주 하나 보지요?” “아닙니다. 출석은 꼬박꼬박 하는 녀석인데… 그러고 보니 오늘 책가 방이 그 녀석 자리에 그대로 있더군요..” “저.. 혹시 그 학생 전화 번호를 아십니까?” 나는 김진호 선생에게 물어서 그 정현일이라는 녀석의 전화번호를 알아 낼 수 있었다. 어제의 그 녀석에 대한 분노는 난데 없이 가 버렸다. 나 는 상담실에 돌아오자마자 녀석 집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대 여섯 번 울렸을까? 드디어 신호가 왔다. “여보세요.” “현일이니?” 내가 수화기에 말하기도 전에 긴장한 듯한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전화기 를 통해 내 귀를 울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거기 현일이 학생 집입니까?” 나는 여자가 말을 끊지 못하도록 또박또박하게 큰 소리로 말을 되풀이했 다. “…예.. 맞는데요.” “아, 오늘 현일이 학생이 결석을 해서 그러는 데요. 혹시 현일이한테 무 슨 일이 있나요?” “현일이는… 어제 나갔다가 안 들어왔는데요...” “예?” “혹시 현일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지요?” “아닙니다. 전 그냥..” “….” 조용히 침묵이 흘렀다. 나도 자식을 가진 같은 부모 입장에서 그 근심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걱정마세요. 별 일 없을 겁니다. 혹시 학교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위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전화기를 끊는 내 마음이 천근 만근 같았다. 이 무슨 황당한 대답이란 말 인가? 선생이어서 생기는 직업병일까? 그 현일이라는 아이의 실종에 대 해 내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어제 나갔다가 안 들 어 왔다면.. 갑자기 문을 열어 주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하지 만 난 분명히 먼 발치에서 그 녀석이 학교에서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렇 다면.. 학교에서 나간 후에 실종되었다는 소리인가? 동네 깡패한테 당 한 건가? 아니다.. 적어도 그랬다면 맞더라도 집에는 돌아왔을 거다. 이런 저런 생각 도중, 갑자기 어제 상담실에 들어올 때의 그 녀석 표정 이 생각났다. 겁에 잔뜩 질려 있는 그 녀석의 얼굴이.. 도대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Part 3. 학교에 아무도 없는 밤 6시.. 퇴근을 하는 발걸음은 여간 무겁기 짝이 없었다. 떨쳐버리고 싶지만, 떨쳐버릴 수가 없는... 궁금증.. 그리고 약간의 죄책감.. 아까 전화를 받았던 현일이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 귀를 윙윙 거린다.. 도대체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지.. 그러고 보니까.. 그 녀석이 나가기 전에 무슨 이상한 발자국 소리가 들린 듯 하다.. 약한 발자국 소리.. 그렇다면 그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과 그 녀석의 실종이 관련이 있다는 가능성을 배재할 수가 없다. 조용히 발자국 소리를 연상시켜 봤다. 터벅터벅 거리는 발자국 소리.. 독특하다고나 할까? 잊혀질 수가 없는 이상한 소리였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 속을 휘감는다...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인상을 확 쓰며 학교를 나오려는 차였다.. 야외 화장실... 전구가 고장 나서 2년째 아무도 쓰지 않고 있는 그 야외 화장실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탁! 탁!"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그런 소리가 연이어서 흘러나왔다. "탁! 탁! 탁! 탁!" 나는 화장실 문에 조용히 다가가 귀를 기울여 보았다. "이 정도면 됬어." "응"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목소리.. 나는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살며시 문을 열어보았다. '끼이익' 그 때였다. "어떤 새끼야!"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다. 상당히 신경질적인.. 변성기를 막 지난 듯한 남자 아이의 소리.. "어떻게 해.. 누가 있는 거 아냐?" 곧이어 흘러나오는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황당해 하며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반 정도 묻혀 있는 현일이의 시신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보면 안 되는 걸 봤어.."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오는 나를 남학생이 불량스러운 표정으로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뭐라고?" "보면 안 될 걸 봤다고.. 신발!!" 그 자식은 한 번 크게 외치더니 화장실 바닥을 파고 있던 삽을 빼서 나에게 가지고 왔다. 터벅. 터벅. 똑같은 발자국 소리.. 그렇다면 설마 이 자식이.. 그 녀석은 벌써 가까이 다가와서 삽을 내 머리에 내려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설마.. 그러면 네가 저 녀석을 죽인거야?" "..."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줄 알아? 이건 살인이라고.. 살인.." "보면 안 될 걸 봤으니까.." "뭐?" "퍼억!!!" 그 녀석은 대답 대신 삽의 모서리를 내 관자놀이에 찍었다. . . . . . . . . . . . . . . . . 어제 오후 "젠장.. 가방을 깜빡했네.." 재수없는 날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나는 학교에 오자마자 가방을 가지러 학교로 달려갔다. 비오는 날.. 교복 차림에..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 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학교에 도착할 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뒷문 벽에 기대서 거친 숨을 고루 가다듬었다. 신에게 3학년 11반 문이 열려 있기를 빌면서.. "헉헉... 죽겠네.. 헉.." "하아.. 하아.." "?!" 숨소리.. 거친 숨소리.. 내 숨소리가 아니었다.. 그건.. 여자의 숨소리었다.. 나는 궁금증이 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야외 화장실.. 소리는 분명히 그 쪽에서 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문을 열어 보았을 때는 전라의 남녀가 서로 껴안고 있었다. 그 둘이 나를 발견했을 때.. 남자는 여자를 떠밀고 교복 주머니에서 잭나이프 칼을 꺼내들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 . . . . . . . . . . . . "으윽.." 마치 긴 악몽을 꾼 듯 했다. 눈을 떠보니 새하얀 천장과 내가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김진호 선생님?"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어떤 녀석한테 삽으로 얻어맞은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예.. 그렇지요. 그런데 마침 그 날 제가 숙직이었거든요." "아니었으면 제가 죽을 뻔 했군요.."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약 김진호 선생이 학교에 남아 있지 않았었다면.. 그리고 내 비명 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난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요? 그 현일이란 아이는.." "선생님을 삽으로 친 놈. 기억 나십니까?.." "예?" "그 놈한테 살해 당한 것 같습니다." "왜지요?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 녀석이 여자 친구하고 한 성관계를 목격한 것 같아요." 김진호 선생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자애는 벌써 임신 1개월 째더군요.." "그러면...... 둘 다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글쎄.. 일단 그 남자 아이는 소년원에 가게 되겠지요." "..그렇군요." "현일이를 죽인 놈이 그러더라구요.. 현일이를 죽이려고 5층 끝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고... 야외 화장실에 묻기 전까지 5층 창고에 시체를 내팽겨 쳐 놨더고 하더라구요.." "5층에서.. 죽었다고요?" "예. 그런데요."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중간에 와서 문고리를 흔든 것은 현일이가 아니라.. 그 자식이었단 말인가? 왠지 모르게 소름이 쫙 끼쳤다.. 그 때 문을 열어 줬더라면.. "5층 창고를 미리 폐쇄를 했어야 될 걸 그랬습니다.. 어차피 5층은 쓰지도 않는데.. 괜히 돈 들이는 작업이라고 하루 이틀 미루다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이기적인지 모르겠어요.." 김진호 선생이 설교를 늘어놓는 동안 난 묵상에 잠겨 있었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세상.. 행동 하나가 삶을 바꿔 놓는 세상.. 창 밖을 내다 보았더니 뉴스 기자들이 판을 치고 앉아 있었다. 중학생 엽기 살인.. 나는 내가 가르치는 도덕이란 과목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과연 아이들에게 도덕적인 가치관을 매일마다 심어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날마다 필기 시험에 출제될 지식들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인지.. 중학생 성 관계, 살인.. 이 두 가지 역겨운 코드가 섞인 이 사건은 아무래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생애 최악의 이벤트가 될 것 같다. 4
<펌> A.D.I.D.A.S
아 오랜만이네요^-^
이번 소설은 아마 제목을 보시면 어느 정도 감이 오실 겁니다..
참.. 점점 문란해 져 가는 세상 같아요.
청소년의 낙태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군요..
나도 고등학생인지라.. 그런 걸 절실히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낙태를 합법화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걸 보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Part 1.
똑 똑,
두 번의 짧고 다급한 노크 소리가 상담실에 울린다.
“누구지? 학교 수업은 끝났을 텐데…”
빗줄기가 마른 흙을 질게 만드는 후덥지근한 장마철,
게다가 마침 피로가 쏟아지던 터라 은근히 짜증이 났다.
상담실의 문은 벌써 약간 열려 있어서 어느 정도 힘을 들여 밀면 혼자서
열 수 있을 터인데 굳이 노크까지 해서 나를 움직이게 만드려는 것은 무
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문 쪽으로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꼭 컨디션이 나쁠 때만 상담이 들어온다니.... ”
내가 문을 열려고 다가갔을 때, 나는 상담실 문이 내 코에 살짝 스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비에 흠뻑 젖어 사시나무 떨 듯 떨
고 있는 남자 아이가 내 눈 앞에 서 있었다. 나는 고개를 낮추어 그 녀석
의 이름표를 보았다.
-3학년 11반 정현일-
'이 녀석이 문을 열어 젖힌 건가? 하마터면 맞을 뻔 했네.'
내가 들어오란 소리를 하기 전까지 그 녀석은 문 앞에서 겁에 질린 토끼
마냥 커다랗게 눈을 뜨며 상담실을 둘러 보았다. 교복 전체에 머리까지
흠뻑 젖어 있는 녀석을 보자 측은한 생각이 들어서 옷걸이에 걸려 있는
외투를 걸쳐 주었다.
“오리털은 아니지만 그래도 포근할 거다.”
“…”
현일이는 고맙다는 말 대신 고개를 꾸벅였다. 첫인상이 별로 곱지는 않
은 놈이다.
나는 그 녀석의 얼굴이 내 얼굴 정면에 마주치게, 내 앞 쪽 의자에 앉혔
다. 그 녀석은 숨을 고루 가다듬으면서 소매로 앞머리에 남아 있는 물기
를 닦았다.
“그래, 상담을 온 이유가 뭐지?”
내가 상담 온 목적을 묻자 그 녀석은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
런데.. 그 때였다.
터벅. 터벅.
약한 발자국 소리.. 그 소리를 듣자마자 그 녀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났다.
“갑자기 왜 일어..”
“닥쳐요!”
그 녀석은 말을 끊으며 나에게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
를 보냈다. 그러더니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귀를 벽 쪽에 귀울였다.
터벅. 터벅.
아까보다는 아주 약간 뚜렷한.. 하지만 여전히 들릴락 말락 한 발자국
소리..
“이런 **할!”
그 녀석은 욕지거리와 함께 상담실에서 뛰쳐 나갔다. 그러더니 복도를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새끼!!”
나는 그 녀석을 잡으려고 밖으로 나갔지만 그 놈은 벌써 2층 계단을 튀
어 오른 후였다.
“빌어먹을!!!”
새파란 중삼 놈한테 이렇게 기가 막힌 일을 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나
는 내가 할 수 있는 제일 심한 욕들을 내뱉은 채 문을 쾅 닫아 버렸다.
나는 화를 식히기 위해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켰다.
갑자기 난데 없이 비오는 날 저녁 흠뻑 젖어서 상담실에 들어오지를 않
나. 욕지거리를 하고 나가지를 않나. 상담을 여러 번 해봤지만 이번처럼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담배를 물고 조용히 앉아 있으니 복도에서 그 녀석이 달리는 소리가 들렸
다.
탁탁탁탁탁탁!!!!!
“엄청 빨리 달리나 본데.. 육상 선수나 하면 딱 좋겠네.”
나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조용히 혼잣말을 내 뱉었다.. 정현일이라…
내일 넌 진짜 체벌이 뭔지 한 번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미친 개
한테는 매가 약이다.
한 사십 분이 지났을까? 나는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똑똑똑.
지금 다른 선생들도 다 퇴근하고 학생들도 다 집에 간 후였다. 지금 학
교에 남은 사람은 나, 아니면 아마도 아까 나한테 상담 온 정현일이라는
미친 놈일 것이다. 아마도 용서를 빌러 온 모양인데… 벌써 엎질러진
물이다.
끼익. 끼익.
그 녀석은 인기척이 없자 문고리를 돌려 보았다. 하지만.. 이미 닫힌
문이 문고리를 돌린다고 열릴 리가 없었다. 나는 애써 모른 체 하며 창
밖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구경했다.
그 녀석은 한참을 문을 열려고 시도한 끝에 돌아간 듯 했다. 노크하는
소리도,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 녀석이
얼마나 안절부절하고 있을 지를 상상해 보니 살며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한 이십 여분 지났을까? 나는 창 밖을 통해서, 아주 먼 발치에서 그 녀
석이 흠뻑 젖은 교복 옷차림으로 터벅터벅 학교를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위를 살피면서 천천히 저벅저벅 걷는 모습이 어쩐지 안쓰러워
보였다.
“그냥 문을 열어 줄 걸 그랬나? 그러면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그 녀석이 간 지 한 20분 지났을까?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혀 지자 갑자
기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궁금증을 저버릴 수 없었다. 정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미친 짓을 했을까? 나는 그 녀석을 맨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을 떠올렸다. 공포에 질린 듯한 눈… 사시나무 떨 듯 떠는 녀석..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정말 녀석이 걱정이 되었다. 3학년 11반이라.. 그 반
담임이 아마 김진호 선생이지?
Part 2.
굵은 장대비가 주룩주룩 오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 날씨는 유난히도 화창
했다. 나는 밖에서 진땀을 빼며 운동장을 도는 아이들을 창문을 통해 살
펴 보았다. 마침 점심 시간도 끝난 후라 아이들은 더욱 기운이 나는지
그 넓은 학교 운동장 몇 바퀴를 단숨에 뛰는 듯 했다. 5교시 체육 시
간… 체육 담당 김진호 선생.. 레슨이 끝나기 까지 약 20분 정도가 남았
군.. 나는 수업이 끝나는 동안 미리 준비해 놓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
다. 설탕을 상당히 넣은 커피였지만 어제 일 때문인지.. 커피 맛이 오늘
따라 유난히 쓴 듯 했다.
체육 시간이 끝난 후, 나는 복도를 서성거리다가 레슨을 마치고 돌아오
는 김진호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김진호 선생님.”
“네?”
갑작스런 나의 출현에 김진호 선생은 깜짝 놀란 듯 했다. 잠깐동안 이었
지만 동그랗게 눈을 뜬 김 선생의 표정이 어제 그 겁에 질렸던 정현일이
란 녀석의 얼굴을 상기시켰다.
"아.. 도덕 선생님이 셨군요.."
"놀랐다면 죄송합니다.. 혹시 6교시 수업이 있으십니까? 뭐.. 급한
질문은 아닙니다.”
“아닙니다. 오늘은 5교시 수업이 마지막입니다. 뭐 여쭈어 보실 게 있
나 보지요?”
“혹시 3학년 11반에 정현일이라는 학생이 있습니까?”
“네. 그런데요.”
나는 김진호 선생한테 어제 일어났던 일을 상세히 말했다. 김진호 선생
은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는 다는 듯 황당한 표정으로 반응을 했지만, 내
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되풀이 하자 어느 정도 내가 한 말을 사실같이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 정현일이라는 학생.. 혹시 무슨 정신 장애 같은 게 있습니까?”
“아닙니다. 좀 짓궂은 면이 있지만, 그런 일을 할 만큼 버릇없고 이상
한 녀석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한 이야기는 사실입니다.”
“저도 믿습니다.. 이번 일은 현일이랑 직접 상의해보시는 게 좋겠군
요.”
“정현일 학생 아직도 학교에 있습니까?”
“아니오, 오늘 결석했습니다. 저도 그렇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석을 자주 하나 보지요?”
“아닙니다. 출석은 꼬박꼬박 하는 녀석인데… 그러고 보니 오늘 책가
방이 그 녀석 자리에 그대로 있더군요..”
“저.. 혹시 그 학생 전화 번호를 아십니까?”
나는 김진호 선생에게 물어서 그 정현일이라는 녀석의 전화번호를 알아
낼 수 있었다. 어제의 그 녀석에 대한 분노는 난데 없이 가 버렸다. 나
는 상담실에 돌아오자마자 녀석 집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대 여섯
번 울렸을까? 드디어 신호가 왔다.
“여보세요.”
“현일이니?”
내가 수화기에 말하기도 전에 긴장한 듯한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전화기
를 통해 내 귀를 울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거기 현일이 학생 집입니까?”
나는 여자가 말을 끊지 못하도록 또박또박하게 큰 소리로 말을 되풀이했
다.
“…예.. 맞는데요.”
“아, 오늘 현일이 학생이 결석을 해서 그러는 데요. 혹시 현일이한테 무
슨 일이 있나요?”
“현일이는… 어제 나갔다가 안 들어왔는데요...”
“예?”
“혹시 현일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지요?”
“아닙니다. 전 그냥..”
“….”
조용히 침묵이 흘렀다. 나도 자식을 가진 같은 부모 입장에서 그 근심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걱정마세요. 별 일 없을 겁니다. 혹시 학교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위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전화기를 끊는 내 마음이 천근 만근 같았다. 이 무슨 황당한 대답이란 말
인가? 선생이어서 생기는 직업병일까? 그 현일이라는 아이의 실종에 대
해 내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어제 나갔다가 안 들
어 왔다면.. 갑자기 문을 열어 주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하지
만 난 분명히 먼 발치에서 그 녀석이 학교에서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렇
다면.. 학교에서 나간 후에 실종되었다는 소리인가? 동네 깡패한테 당
한 건가? 아니다.. 적어도 그랬다면 맞더라도 집에는 돌아왔을 거다.
이런 저런 생각 도중, 갑자기 어제 상담실에 들어올 때의 그 녀석 표정
이 생각났다. 겁에 잔뜩 질려 있는 그 녀석의 얼굴이.. 도대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Part 3.
학교에 아무도 없는 밤 6시..
퇴근을 하는 발걸음은 여간 무겁기 짝이 없었다. 떨쳐버리고 싶지만,
떨쳐버릴 수가 없는... 궁금증.. 그리고 약간의 죄책감..
아까 전화를 받았던 현일이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 귀를
윙윙 거린다.. 도대체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지..
그러고 보니까.. 그 녀석이 나가기 전에 무슨 이상한 발자국 소리가
들린 듯 하다.. 약한 발자국 소리.. 그렇다면 그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과 그 녀석의 실종이 관련이 있다는 가능성을 배재할 수가 없다.
조용히 발자국 소리를 연상시켜 봤다. 터벅터벅 거리는 발자국 소리..
독특하다고나 할까? 잊혀질 수가 없는 이상한 소리였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 속을 휘감는다...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인상을 확 쓰며 학교를 나오려는 차였다..
야외 화장실... 전구가 고장 나서 2년째 아무도 쓰지 않고 있는 그
야외 화장실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탁! 탁!"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그런 소리가 연이어서 흘러나왔다.
"탁! 탁! 탁! 탁!"
나는 화장실 문에 조용히 다가가 귀를 기울여 보았다.
"이 정도면 됬어."
"응"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목소리..
나는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살며시 문을 열어보았다.
'끼이익'
그 때였다.
"어떤 새끼야!"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다. 상당히 신경질적인.. 변성기를 막 지난
듯한 남자 아이의 소리..
"어떻게 해.. 누가 있는 거 아냐?"
곧이어 흘러나오는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황당해 하며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반 정도 묻혀 있는 현일이의 시신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보면 안 되는 걸 봤어.."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오는 나를 남학생이 불량스러운 표정으로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뭐라고?"
"보면 안 될 걸 봤다고.. 신발!!"
그 자식은 한 번 크게 외치더니 화장실 바닥을 파고 있던 삽을 빼서
나에게 가지고 왔다.
터벅. 터벅.
똑같은 발자국 소리..
그렇다면 설마 이 자식이..
그 녀석은 벌써 가까이 다가와서 삽을 내 머리에 내려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설마.. 그러면 네가 저 녀석을 죽인거야?"
"..."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줄 알아? 이건 살인이라고.. 살인.."
"보면 안 될 걸 봤으니까.."
"뭐?"
"퍼억!!!"
그 녀석은 대답 대신 삽의 모서리를 내 관자놀이에 찍었다.
.
.
.
.
.
.
.
.
.
.
.
.
.
.
.
.
어제 오후
"젠장.. 가방을 깜빡했네.."
재수없는 날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나는 학교에 오자마자
가방을 가지러 학교로 달려갔다.
비오는 날.. 교복 차림에..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 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학교에 도착할 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뒷문 벽에 기대서 거친 숨을 고루 가다듬었다.
신에게 3학년 11반 문이 열려 있기를 빌면서..
"헉헉... 죽겠네.. 헉.."
"하아.. 하아.."
"?!"
숨소리.. 거친 숨소리.. 내 숨소리가 아니었다.. 그건.. 여자의
숨소리었다..
나는 궁금증이 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야외 화장실.. 소리는
분명히 그 쪽에서 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문을 열어 보았을 때는 전라의 남녀가 서로 껴안고
있었다.
그 둘이 나를 발견했을 때.. 남자는 여자를 떠밀고 교복 주머니에서
잭나이프 칼을 꺼내들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
.
.
.
.
.
.
.
.
.
.
.
.
"으윽.."
마치 긴 악몽을 꾼 듯 했다. 눈을 떠보니 새하얀 천장과 내가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김진호 선생님?"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어떤 녀석한테 삽으로 얻어맞은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예.. 그렇지요. 그런데 마침 그 날 제가 숙직이었거든요."
"아니었으면 제가 죽을 뻔 했군요.."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약 김진호 선생이 학교에 남아 있지
않았었다면.. 그리고 내 비명 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난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요? 그 현일이란 아이는.."
"선생님을 삽으로 친 놈. 기억 나십니까?.."
"예?"
"그 놈한테 살해 당한 것 같습니다."
"왜지요?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 녀석이 여자 친구하고 한 성관계를 목격한 것 같아요."
김진호 선생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자애는 벌써 임신 1개월 째더군요.."
"그러면...... 둘 다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글쎄.. 일단 그 남자 아이는 소년원에 가게 되겠지요."
"..그렇군요."
"현일이를 죽인 놈이 그러더라구요.. 현일이를 죽이려고 5층 끝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고... 야외 화장실에 묻기 전까지 5층 창고에
시체를 내팽겨 쳐 놨더고 하더라구요.."
"5층에서.. 죽었다고요?"
"예. 그런데요."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중간에 와서 문고리를 흔든 것은 현일이가 아니라..
그 자식이었단 말인가?
왠지 모르게 소름이 쫙 끼쳤다.. 그 때 문을 열어 줬더라면..
"5층 창고를 미리 폐쇄를 했어야 될 걸 그랬습니다.. 어차피 5층은
쓰지도 않는데.. 괜히 돈 들이는 작업이라고 하루 이틀 미루다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이기적인지 모르겠어요.."
김진호 선생이 설교를 늘어놓는 동안 난 묵상에 잠겨 있었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세상.. 행동 하나가 삶을 바꿔 놓는 세상..
창 밖을 내다 보았더니 뉴스 기자들이 판을 치고 앉아 있었다.
중학생 엽기 살인..
나는 내가 가르치는 도덕이란 과목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과연 아이들에게 도덕적인 가치관을 매일마다 심어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날마다 필기 시험에 출제될 지식들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인지..
중학생 성 관계, 살인.. 이 두 가지 역겨운 코드가 섞인 이 사건은
아무래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생애 최악의 이벤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