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폐쇄의 서

농구왕김타자2011.03.18
조회1,718

벌써 갇힌지 다섯 시간이 지났다. 나는 라이터로 불을 밝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바싹 긴장된 마음으로 발을 굴렀다.

실내는 자욱한 담배 연기로 가득차 매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겪어보지

는 않았지만 화생방 훈련을 방불케 했다.

「아... 신발... 어쩌다가...」

이미 목이 쉬어버려서 '이런 신세가'라는 뒷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처음

가두어진지 세시간 동안 문에 대고 욕을 싸질러 댔지만 소용없는 일이라

는 것을 깨달은건 기침을 연신 해대면서 부터다.

저 빌어먹을 자식은 언제쯤 문을 열어줄까? 지금 시간은 다섯시. 정육점

이 문을 여는 것은 내 기억으로 아마도 10시쯤일 거다.

젠장 앞으로 다섯 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건가? 어쩐지 늦은 시간에

열었던게 수상하다 싶었다구!

아까부터 담배를 연신 펴댔다. 다행히도 친구 부탁으로 편의점에 들러서

담배를 두갑 산게 다행이었다. 그 어두운 와중에 나는 몸을 더듬어 담배

를 찾았다. 이미 한 갑은 동이 나버린 상태다.

어딨는거야... 나는 좀더 편한 상태로 찾기 위해 털썩 주저앉았다. 이

런! 빌어먹을 뒷주머니에 있었잖아! 와그작 소리를 내며 담배갑 찌부러지

는 소리가 나자 나는 짜증을 내며 뒷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라이터 불에 의존해 자세히 보니 무사한건 구석에 있던 두 개비 뿐이다.

신발!

한 개비를 꺼내 들어 입에 물고 불을 붙혔다.

정말로 어쩌 어쩌다가 이 신세가 됐누. 에구 내 팔자야!

낮에 잠을 자두었던게 실수였다.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잠을 청하는 것

과 담배를 피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잖아?

나는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며 12시에 있던 일을 더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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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 형. 미안하지만 담배 한 갑만 사다주라」

「아 미친. 너 나 겜 하는거 안 보이냐?」

「시벨! 내가 못사잖아. 이게 일부러 미안하다고 하니까 지랄이네?」

나는 짜증을 내며 상근을 쳐다봤다. 이 녀석은 내 사촌 동생인데 두살 어

린 주제에 맞 먹으려고 하는 놈이다. 어릴 적에 많이 놀았던 추억 때문이

리라. 그나저나 이 녀석이 스팀돌게 만드려고 하고있다. 갑자기 친척들

이 집에 찾아와서 짜증내며 우리집에 찾아온 주제에 말이지.

「알았다. 씨봉아. 돈 내놔. 내 것두 사게! 3천! 2백원! 조또 뭐야. 사

오지 말까?」

20세가 지난 자의 특권을 남용하는 나에게 상근이는 게슴츠레한 눈을 뜨

며 주머니에서 꾸깃 꾸깃한 돈을 꺼내 나에게 건냈다. 만원짜리였다.

「엉 그럼 형. 오다가 먹을 것도 좀 사와. 배고프다. 무슨 자취생이 냉

장고에 먹을게 없어」

니가 자취를 해봤니? 여하튼 잘 됐군. 이 돈으로 라면이 몇개냐. 으흐흐

나는 음흉한 웃음을 띄며 겉 옷을 입고 문으로 향했고 상근이는 재빨리

컴퓨터를 차지했다. 내 이 새끼. 그럴 속셈인줄 알았다.

밖의 공기는 차가웠다. 아직 10월달인데 입김이 나오나? 마침 담배가 피

고 싶었는데 살 돈이 없었지. 어떤 의미에서는 고마운 녀석이다. 상근이

새끼. 후훗.

근처 편의점으로 달음질 치던 나는 문득 모두 문을 닫은 시장통 한가운

데 유독 빛나는 요상한 빨간 집을 발견했다. 눈을 씻고 보니 정육점이다.

어라. 이 늦은 시간에 문을 열고있나? 아니겠지. 영업은 끝났겠지.

나는 뭉글 뭉글 솟아오르는 의문점들을 쓸어내리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디스 플러스 두갑이요」

묵묵히 담배를 건네는 편의점 알바생의 얼굴을 보니 조금 특이하다 싶을

만큼 개성있게 생겼었다. 나는 카운터를 정리하는 알바생의 얼굴을 멀뚱

히 바라보다가 밖을 나섰다.

그리고 한참 걷다가 아까 그 정육점 앞에서 시장기가 돌자 라면을 사오

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아 신발. 또 가야 돼?」

몸이 갑자기 피곤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정

육점의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나왔다. 주인인가 보군.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뗄 때 정육점 주인이 말을 걸었다.

「이보게 총각」

이런 신발 뭐야 또. 총각이라는 어눌하고 낡은 단어에 짜증심이 돋아난

나는 인상을 쓰며 그를 보았다. 대머리에 이마에 점이 하나 박혀있는 배

불뚝이 중년 아저씨다.

「저... 미안한데 일좀 도와주겠나?」

단호하게 거절을 하려고 입을 열기도 전에 정육점 주인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창고에서 고기좀 옮기는 일인데 좀 도와주면 고기 몇 근 줄게」

고기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취를 한다고 집을 나설때 어머니가 챙겨 주셨지만 쓰지도 않는 고기 굽

는 그릴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자취생활을 시작한 이후에 한번도 고기를 먹은 적이 없던것

같았다.

우후후 미안하다. 상근아. 이 돈은 내가 띄어먹으마. 하긴 뭐 너도 고기

몇점 집어 먹을테니 그다지 불만은 없을거야.

「창고가 어딘데요?」

혹시 냄새나 피가 안 묻을까 걱정했지만 이미 승낙한 뒤라 어찌할 도리

없이 나는 정육점 안 으로 발을 옮겼다.

「응 저기야. 깜깜할테니까 조심해서 내려가」

철문이 비스듬히 열려있는 지하 창고였다. 이런 신발. 어두운데 어떻게

찾으란 말야? 내가 고기를 집을지 사람 시체를 집을지 알게 뭐야. 툴툴

거리면서도 나는 라이터 불에 의지해 지하 창고에 이끌리듯 들어갔다.

「어디있는데요?」

「응 찾아보면 바닥에 있을거야」

무슨 고기를 바닥에 놓나. 응? 그러고보니 왜 냉동 창고가 아니지? 썩지

않을까?

갑작스런 의구심이 생각을 덮쳤을때 나는 계단에서 갑자기 발을 접질러

넘어졌고 그 이후에는 기억이 없었다. 아무래도 머리를 부딪혀서 가벼운

뇌진탕이라도 일으킨 건지 기절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일어나 보니 비스듬히 열려 있었던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주위

는 온통 어두워 분간이 안 가있는 상태였다.

주위를 더듬어 계단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몸이 쑤셨다. 아 신발 굴렀구

나.

간신히 계단 위로 올라가 철문을 열려 했지만 문고리는 미동도 안했다.

밖에서 부터 잠겨 있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나는 극도의 공포심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공포를 억지로 발산하려 애쓰듯 욕을 해대며 소리쳤다.

「아 신발 뭐야! 문 안 열어?」

쾅! 쾅! 쾅!

철문을 주먹으로 두드렸지만 밖에 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대체 뭐야!

한시간째 문 앞에서 그러길 반복했지만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었고 나는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한기가 밀려 들어오기에 계단 아래로 내려가

웅크리고 누웠다. 잠시나마 따뜻해지는 것도 같았다. 그러자 다시금 힘이

났는지 욕을 해대었다. 그러나 목이 쉬도록 기침을 하고도 내 외침은

아무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열이 받은 김에 담배를 꺼내들어 연신 피어댔다.

그 주인이 잊고 간 것일까... 때되면 언젠가는 열어주겠지. 강아지.

그러고 보면 치매끼가 있는 것 같았단 말야. 낄낄낄...

웃기지도 않는 생각을 하며 웃어대며 나는 어두워진 사위로 부터 물씬

풍기는 공포에 적응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다행히도 나는 폐쇄 공포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감정이 메말랐다고

해야 하는 건가... 그럼에도 마음 깊은 곳에서 끄집어 내지는 두려움은

어찌할수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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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7시... 슬슬 허기짐이 밀려왔다. 아니! 그보다는 담배를 펴대서 그

런지 목이 말랐다.

어쩔수 없지... 조금 더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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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었다가 깼다. 황당하게도 꿈에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물에 말은

밥에다 총각김치다. 내가 그렇게 빈곤했나. 졸린 눈을 떠 라이터 불을

켜서 시계를 보니 왠걸, 7시다. 많이도 잤다. 12시간을 내리 자냐. 아니.

조금 더 오래 잤나. 이상하다. 황당한 것은 지금이 아침 7시 인지 저녁

7시인지 분간이 안 간다는 것이다. 거참...

나는 다시 목구멍에서 애타게 물을 찾자 스물 스물 일어나 계단으로 향했

다. 힘이 없었다.

「거...기 누구 없어요...」

탕... 탕... 탕...

손에서도 힘이 없다. 대답 없는 철문 밖이 그렇게 야속해 보일수 없었

다. 허탈해짐과 동시에 나는 쓰러졌다. 헷... 두 번째 기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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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다시 꾼 꿈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기쁨에 젖어 달려가고 있는데 눈을 뜬 것이다. 주위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없었다. 순간 울컥하고 울음이 나왔다. 아 신발 나잇살 처먹어가지고...

다시 시간을 확인하고자 라이터 불을 켰다. 그러나 라이터에는 불이 붙

지 않았다. 가스가 다 떨어진 것이다. 욕지기가 났다. 나는 라이터를 있

는 힘껏 계단 아래로 던졌고 라이터는 퍽! 하는 소리를 내며 터졌다.

신발... 파편이 손목으로 튀었다.

후웃... 잘못 했으면 동맥이 끊어질 뻔했네.

시간이 흐른 뒤에야 후회가 밀려들어왔다. 라이터에 가스가 없어도 붙일

때... 그러니까 깜박 깜박 불꽃이 튈 때 시간을 볼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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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이젠 울 기운도 없다.

「열어줘... 제발...」

쉰 목소리로 중얼 거렸지만 이래선 문 앞에 있어도 그냥 지나치겠다.

점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점점 내 몸은 수분을 갈구했고 그것이 어둠보다 더한 악마로 여겨졌다.

신발아. 조금만 참아라...

조금만...

정말로 조금만 더 있으면 난 나갈수 있을까...

라이터의 파편이 스치고 지나간 손목이 따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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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은 못참겠다. 목이 마르다. 물! 물이 필요해. 하다못해 다른

액체라도.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따끔 거리는 손목을 보았다. 그래. 피! 피

를 마시면 될거야.

나는 이제 겨우 딱지가 붙는 듯한 손목의 딱지를 일부러 떼어 내고 송곳

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속에서 피를 빨아댔다.

이정도 양으로는 안돼! 안된다구!

이제는 물보다 피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찬 나는 이빨로 손목을 끊어 피를

꿀꺽 꿀꺽 마셔댔다.

아아! 이제야 좀...

살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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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혼미해진 틈에 나는 빛이 새어들어 오는 것을 느꼈고 그토록 바라

던 빛이 눈을 덮쳤지만 고통스럽다는 느낌보다는 그토록 보고 싶던 빛이

정겹고 은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 사이로 탐욕적인 얼굴의 대머리 중년이 얼굴을 드러냈고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146번째는 손목을 끊어 버렸군... 특별한 케이스야. 145번 까지의 실

험체와는 달리 미치지 않은 것을 축하해주지...」

그는 손에 들고 있는 고기 자르는 칼을 들어 내 머리칼을 잡고 말했다.

「나는 살인을 하지 않아... 새겨 들어. 저승에서 사람 고기를 즐기는

미식가의 훌륭한 재료여서 좋았다고 생각하길 바래. 흐흐흐」

그리고 그의 칼이 나의 목에 내려쳐지는 순간 나는 폐쇄의 공포에서 벗

어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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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공포증: 갇힌 공간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증세. 공포감이 결부되어 갇

힌 공간을 거부하며 행동을 저해하는 병증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