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난 여자친구와 정말 끝났어요

미안해2011.03.18
조회458

안녕하세요.

 

평소에 톡을 보기만 하다가  이렇게 써 볼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는 26살 대학생입니다.

 

사실은 아주 어렸을때부터 만나왔던 여자친구가 있어요.

 

9년을 만나왔는데

 

헤어진지 4개월 정도 되었을 꺼예요.

 

헤어져도 연락은 하고 보고싶으면 보고 예전과 다름없이 지냈는데

 

제 못난 질투심 때문에 완전히 이별했어요.

 

아무렇지도 않을꺼라고 생각해왔었는데 많이 속상하네요.

 

제가 톡을 쓰는 이유는 여자친구에게 꼭 하고싶은말이 있어요.

 

그런데 여자친구에게 그 말을 전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네요...

 

다시 잘해보자라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9년동안 함께 해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썼고

 

잘 지내라는 말도 썼어요.. 정말 끝난걸 저도 알아서..

 

미안하다는 말이 제일 많은 것 같아요. 정말 너무 미안해서... 꼭 미안하다고 진심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글은 혼자 막 울면서 두서없이 쓴 글이라 읽어도 무슨 이야긴지 잘 모를꺼예요.

여자친구는 보면 바로 알만한 내용이라서.. 그냥 올리도록 할께요.

 

 

그렇게 하면 속이 시원해 질 것 같았다

 

그렇게하면

 

하수구에 말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니 머리카락들 처럼

내 안에 남아있지만 어디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떨어버리기도

힘들었던 그 미묘한 감정들까지 다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하면, 두번 다시 보고싶지 않을 것 같았다

 

근데 정말 그렇게 해버리고 나니

 

속이 시원한게 아니라 오히려 눈이 시원해지라는 건지

눈물이 났다.

기다리게 했다고 네게 머리를 얻어맞고 음료수를 사오며 억울해서 울었던 그 때 보다 더 눈물이 났다

 

그렇게 해버리고 나니

 

더 많은 미련만 남았다. 하고 싶은 말들만 자꾸 생각나고

자꾸자꾸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주고받는 대화가 비난과 욕설뿐이라도, 그냥 대화창에서 비뚤삐뚤 서로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주며 웃고 놀리던 그 순간만 생각이났다

 

정말, 그렇게 퍼부어 버리고 나니

 

자꾸만 자꾸만 걱정이 되서 더 보고싶어졌다

예전 나이트앞에서 내가 못되게 굴때처럼 뺨을 얻어맞더라도

그냥 보고싶었다 

 

결국은,

 

순식간에 끓어오르는

 

지랄같은 내 성격이 낳은

 

손가락이 하나 없는

발가락이 하나 없는

모자란 질투였다

 

상처만 줬다

 

처음부터 정말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내가 잘했던건 하나도 없다

 

난 그냥 내가 잘하는게 없어서 좋았다

내가 잘하는게 없으니까

자꾸 옆에서 다그쳐주는 그 표정이 몸짓이 목소리가 좋았다

나를 못난이라고 불러주는 니가 너무 좋았다

 

늘 말만 했다

 

아무것도 한게 없다  

마지막까지 못난 모습만 보여줬다

 

 

난 그냥 갑자기 무서워졌다

너에게 기억 될 내 마지막 모습이 그런 못난 모습일테니까

 

이제 나에게 정말 아무것도 없다

 

내가 잘한 것이 있어도

잘했지라며 으스댈 사람도

잘했어라며 칭찬해 줄 사람도

운동화 끈을 맬때면 내 뒤에서 엉덩이를 밀어버릴 사람도

되도 않는 춤을 추고선 따라해보라며 날 곤란하게 할 사람도

말도 안돼는 노래를 만들어 불러줄 사람도

내 자전거 뒤에 타고 날 대장님이라고 불러줄 사람도

자기가 프랑스에 유학다녀온 미용사라며,

음식자르는 가위로 내머리를 싹둑 잘라줄 사람도

침뱉은 휴지를 방 여기저기 버려줄 사람도

내가 꿀꽈배기 먹는다며 늙은이 입맛이라고 놀려줄 사람도

꼭 자려고 불끄면 휴지랑 물 가져오라고 시킬 사람도

날 멍청하다며 책만 보는 나에게 세상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도

너가 뭘 알아~라며 내 앞에서 으스댈 사람도  

백화점을 갈 때마다 돈 벌면 하나씩 다 사줄꺼라며 나를 다짐하게 할 사람도 

음식점에 갈때면, 꼭 나에게 자기음식을 더 밀어주는 사람도

중요한 날이 올때면 나에게 주문을 외워주는 사람도

밤 늦게 잠옷입고 동네를 함께 돌아다녀 줄 사람도

새 옷사면 자기가 입을꺼라며 다 가져가 버릴 사람도

아이스크림을 먹을때면 바닐라 고르면 안사준다던 사람도

여름날 집이 너무 덥다고 집에다가 물을 부어버린 사람도

9시에 친구만나러 가는데 11시까지 들어오라던 사람도

내 맘대로 선물줬다고 환불해오라며 화내던 사람도

치즈두장 들고 햄버거 가게가서 햄버거에 함께 끼워먹을 사람도

날 c급 외모라며 놀려줄 사람도

교정기 칫솔로 닦아 오라고 날 귀찮게 할 사람도

커서 뭐될래라며 내 미래를 걱정 해주던 사람도

네이버지도 뽑아서 모르는길 가면서 마구마구 다툴 사람도

아침이면 내 베게에 침을 한바가지 흘려줄 사람도

내 핸드폰을 검사해 줄 사람도

내가 거짓말 하면 그 거짓말을 잡아내 날 민망하게 할 사람도

내 사각팬티를 자기것인마냥 입고 다닐 사람도

키 별로 작은거 아닌데 자꾸 키 작다며 깔창을 선물해 줄 사람도

길가에 참새죽었다고 우리집까지와서 나보고 묻어주러

가자고 할 사람도

우리집 고양이 목욕시키고 말려줄 사람도

로션 제대로 안바르고 나가서 얼굴이 하얗게 일어나면

내 얼굴에 로션을 발라줄 사람도

우리집 컴퓨터에 내가 모은 야동을 봐줄 사람도

일요일 아침마다 뭘 먹을지 함께 고민하던 사람도

구두신고 나가서 발 아프다고 나에게 하루종일 화내던 사람도

전기장판이 고장나서 자기혼자 따뜻한곳에서 자면서도

새벽에 은근슬쩍 더운척하면서 나에게 양보하며 이불덥어주던 니가

내가 못난이여서 못난이옆에는 자기처럼 이쁜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그러니 잘하라고 으름장을 놓던 니가

 결국은 내가 늘 최고라며 사소한 잘못 한번 한적 없는 니가

 

이젠 정말 없다는게 무서워졌다

 

나는 잘못한게 너무 많아서 니가 다그칠 때마다

그냥 할말이 없어서 막 화를 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마치 논리정연한듯

널 설득시키려고 했고

 

착해서 바보같은 너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해줫다

 

그것도 너무 미안하다

 

그냥 마구마구 나 혼자 아무말이나 해버린게

그게 내 진심이 아니란걸 알았다

 

근데 시간이 흐르고 알게 된것도 아니고

몇 시간 후에 알았다

 

이제는

길을 가다 마주쳐도 서로 모른척 해야할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버린 내가 너무 멍청한걸 알았다

 

내 못된 말에

혼자 울음 참으면서 안절부절 하는 니 모습이 떠올라서

평생 가져가야 할 상처를 주는 것 같아서

 

그냥 미안하다  미안하다

 

생각해보니, 나 혼자 하지 못하는게 참 많다

 

난 고양이 목욕도 혼자 너 없으면 시키질 못해서

벌써 5개월째 미루고 있는것도 그렇고

 

빨래 해놓으면 마를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냥 그대로 입는것도

그렇다

 

어딜가면 뭘 항상 잃어버리는것도 그렇고

 

쓰잘때 없는거 사려고 할때 잔소리 해 줄 사람도 없어서

똑같은 운동화를 두개나 사버렸다

 

.

 

아직 해준것도 하나도 없고 가보지 못한곳도 참 많고

보지 못한 영화도 참 많은데

이젠 함께 할 수 없다는게 속상하다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와 있을 때 처럼 울지 않아도 되고, 

음식값 걱정 안하고 비싼거 사달랠 수 있고

어딜가던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자랑할 수 있고

내가 너에게 줄 수 없었던 것을 모두 요구할 수 있을테니까

그러니까 난 니가

그런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오늘날 내가 저지른 잘못들이

나 때문에 낭비하게 만든 긴 시간들이

 

너에게 조금은 보상이 될 테니까

 

정말 고맙다고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애가탄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방법을 알려줬고

배려하는 방법을 알려줬고

감싸주는 방법도 알려줬다

하지 말아야 할 말들도 알려줬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도 알려줬고

 

모두다 알려줬다

그게 너무 고맙다

 

결국, 늘 똑똑한척 해왔던 내가 알고있던건 아무것도 없었다 

.

 

니가 얼마나 큰 부분이었는지 새삼 또 느끼게 된다

내가 모자란게 많아서 그만큼 더 많이 채우고 있었나보다

 

이제는 서로 다른사람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겠지만

기억 어디 한 구석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겠지만

 

적어도

나보다는 니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젠 아픈일 없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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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리지만, 원래 글쓰는 스타일이 이래요;;

 

 

2011년 기묘년 모두 좋은 일들만 생기시길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