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나는 올레 10코스를 걸어야만 한다

박교빈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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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바당올레횟집 → 하모 제주올레안내소. 15Km


화순 바당올레횟집 - 화순 해수욕장 - 산방산 옆 해안 - 용머리 해안 - 산방연대 -

하멜상선 전시관 - 사계포구 - 사계해안체육공원 - 사계화석발견지 - 마라도 유람선

선착장 - 송악산 정상 - 송악산 소나무숲 - 말 방목장 - 알뜨르 비행장 해안도로 -

하모 해수욕장 - 모슬포항(하모체육공원)

 

시작 시간: 10시25분.   종료 시간: 17시 20분.

 

 

 

숙소 창문을 열었더니 3월 초순에도 봄이었다!

 

 

 

창문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더니 좌측으로는 산방산이 보인다. 

 

 

아침에 눈 뜨니 배 아픈 게 멎어 있다.

속이 썩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고, 움직일 의욕이 있다는 데 감사해야 했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밥 먹으라고 부른다.

시래기국 백반을 아침으로 먹었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여행객들이 묵는 만큼 그들에게 '국' 한 가지라도 해산물을 넣어 조리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라는 건 가난한 서울 여행객의 욕심일까?


날씨는 춥고 흐리다.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나 오늘은 10코스를 걷고 내일은 비양도에 들렀다가 저녁 비행기를 타는 계획을 실천에 옮길 것이다.

10코스를 끝까지 걷진 못하더라도 걸을 수 있는 데까지 천천히 걸을 작정이다.


‘픽업(?) 서비스’가 있어 10시가 조금 넘어, 주인 여자가 10코스 시작점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승용차로 산방산 근처 연대 하나를 지날 때였다.

“저게 연대지요? 무슨 연대예요?”

연대는 올레 8코스를 걸을 때 이미 익혀 두었었다.

“산방 연대라고 해요.”

 

 

연대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정치·군사적으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수단을 말한다.

횃불과 연기로 평상시에는 1개, 수상한 배가 나타나면 2개,

육지로 가까이 접근하면 3개, 육지에 침범하면 4개,

전투가 시작되면 5개를 올렸다고 한다.


사진은 올레 8코스를 걸을 때 찍은,

대포동 해안 북쪽 구릉에 자리잡고 있는 대포연대

 <문화재보호구역 출입금지>라고 씌어 있는데도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있는 아가씨들.

나도 올라가 바다를 배경으로 셀카 시도, 연대의 돌만 대문짝만하게 찍혀 실패!


‘연대’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일자무식이 여행을 통해 이렇게 하나둘 학습에 복습까지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따 6시 안에 끝나면 연락 주세요. 픽업 해드릴게요.”

“네에, 고맙습니다.”

나는 내 몸이 힘들지라도 종료 후 픽업서비스는 신청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불한

비용만큼의 혜택을 보는 게 맞지 그 이상의 요구는 민폐이다.

화순 바당올레횟집 앞에 내렸다. 먼저 10코스 시작 스탬프를 찍었다.

 

도로 옆 해안가에 강아지가 보인다. 어렸을 때 집 마당에서 키우던 똥강아지 생각이 나 그에게 갔다.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건너 강아지에게 가더니 서로 살을 맞댄다. 꺼리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바닷가 생활이 춥고 쓸쓸하여 서로 의지하는 건가?

 

 

화순해수욕장 부근에 살고 있는 앙증맞은 고양이와 강아지


 

 

퇴적암 지대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산방산은 해발 395m의 거대한 용암덩어리이다.

 

 

퇴적암지대를 지나는데 그 모양이 기묘하고 신비롭다.

누군가 지나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사람이 없다. 누군가 오겠지, 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한 남자가 바위 옆에 쭈그리고 앉아 무엇인가 기다리는 눈치이다.

“뭐 기다리세요?”

“지나가는 사람요.”

“아하하하, 사진 찍으시려구요?”

“네, 어서 지나가세요.”

“아하하하, 저두 지나가는 사람 찍으려고 했거든요.”

마침 두 사람이 짝을 이뤄 지나간다.

남자는 내 옷 색깔이 맘에 든다며 나를 찍겠단다.

“제가 먼저 찍고 원하시는 포즈대로 지나가드릴게요. 아하하.”

사진을 받고 싶어 연락처를 여쭈었더니 명함을 준다. 여행작가이다.

 

 

 

산방산 옆 해안인데 모래에 자꾸 미끄러져 오르기가 쉽지 않다.

기력도 달리는데 길도 어디로 올라야 할 지 길이 분명치 않아 난감했다.

겨우 언덕에 올라 뒤를 보았다. 저 멀리 해안가로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다. 


 

 

사진 오른쪽으로 형제섬이 보인다.


 

 

<사계 화석 발견지> 직전에.

 

 

 

나는 송악산으로 걷는다

 

 

 

 

송악산 옆 해안.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군이 만든 진지 동굴이 흉물스럽게 보인다.  

 

 

 

 

송악산을 오르며.

억새 하나가 산방산을 바라고 있다, 꼭 누구처럼.

 

 

 

 

사진 왼쪽으로는 마라도 유람선 선착장이다.

 

 

 

 

유람선이 들어온다.

 

 

 

송악산에 오르며.

사진 오른쪽, 분화구 주변에 두 사람이 서서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송악산. 사진 왼쪽 위, 두 사람이 서서 분화구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내가 분화구를 내려올 때 분화구에 오르는 사람들

 

 

 

말 방목장.

송악산 소나무숲을 다 빠져나오니 말이 길을 막고 있다.

무서워서 빙 둘러 피해갔다.

 

 

 

 4ㆍ3 유적지 섯알오름 학살터

집단학살하여 암매장한 비극의 현장

 

 

 

알뜨르 비행장, 비행기 격납고.

소형 비행기가 몸체를 숨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 알뜨르 평야 일대는 일제시대 비행장으로 사용되며 '알뜨르 비행장'이라고 불리었다.

2002년 근대문화유산(39호)로 지정되었다.

 

 

 

 

 

 

알뜨르 비행장부터 한 올레꾼과 이야기하며 걸었다. 나보다 어려 보인 그  처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반나절 만에 제주행을 결심, 10일 일정으로 왔단다, 달랑 배낭하나 메고서.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재미는 있었지만 풍경을 마음 깊이 담을 수 없는 게 단점이다. 세상만사가 얻는 게 있으면 그에 따라  잃는 게 있음이 당연한 이치인데.  

 

마라도 유람선 선착장을 지날 때, 주변에 식당이 많았는데, 송악산 지나 해안도로의 ‘상모 해녀의 집’ 성게보말칼국수가 괜찮다 하여 그것을 먹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걸어도 그 집이 안 보인다. 내가 송악산 정상을 지나 소나무숲으로 빠져 그 집을 볼 수 없었나 보다.

배가 고프다.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려 해도 식당이 없다. 결국 10코스 종점을 5분 남겨두고 5시가 다되어, 하모에서 보말쑥칼국수를 늦은 점심으로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건데 면의 쑥향이 진하다. 국물은 담백하고 구수하면서 시원하다. 장염이니 속이 편치 않을 텐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았다. 몸에 좋은 ‘쑥’ 때문인가 보다. 반찬으로 나온 빨간무로 담근 깍두기도 처음 먹어 보았다. 칼국수가 정말 맛있어서 다시 찾고 싶을 정도이다.

 

 

김이 나는 보말쑥칼국수. 5,000원. 하모 황금어장 식당.

(보말: 제주도 해안의 바위에 붙어 서식하는 복족류 고둥의 일종)

 

 

힘 닿는 데까지만 걷고 싶었는데 어느 새 다 걸었다. 자연과 ‘천천히 걷기’는  모든 인간 병의 특효약인가보다.    

하모 제주올레안내소에서 종점 스탬프를 찍고 버스 정류장을 물어 다시 아침의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탔다. 맡겨 둔 캐리어를 찾기 위해서이다.

오늘 밤 숙소는 한림공원 근처의 민박을 예약해 두었다. 온돌방에서 푹 자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림 공원이 제주시에 있고 나는 서귀포에 있기 때문에 버스 시간이 궁금하여 기사님께 여쭈었다. 기사님은 운전을 하면서도 얇은 책자를 넘기며 버스 시간을 알려준다. 내 마음이 다 조마조마했다. 기사님은 꼭 건너서 버스를 타라고 신신당부한다.   

   

  



 

한림공원으로 가는 버스 시간이 남아 숙소 앞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었다.

흐린 날인데도 꽃밭은 그저 샛노랗게 환하다. 뒤로는 산방산.

 

 

 

 

[나만의 느낌을 갖고 싶었다. 올레 길을 나타내는 화살표나 리본, 간세를 따라 천천히 음미하며 걷고 싶었다.  가이드북이나 다른 여행서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해야겠다.

눈치 보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나를 당당히 내세울 줄 알아야겠다. 그리 하려면 스스로 힘이 있어야겠지. 여린 마음도 더 단단해져야겠다.]


 

 

2011년 3월 6일 여행비

 

오뎅: 500원

올레 꿀빵: 1000원

보말쑥칼국수: 5000원

10코스 종점→ 숙소(사계리 동동) 버스비:1000원

숙소(사계리 동동)→ 한림공원 근처 민박 버스비: 2000원(환승으로 1,000원 만 추가요금)

민박: 20,000원

 

총 28,500원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 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