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으로 혈액형별 성격이니 뭐니 소설을 쓰면서 별별 시리즈를 만들던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아직도 그런 말도 안되는 미신에 놀아나는 분들이 너무 많군요. 예로 들어 얼굴형별로 성격을 구분짓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길쭉한 사람-자기중심적 동그란 사람-소심하다 네모난 사람-싸이코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혈액형별 성격 구분은 이것보다 더 말도 안되보여요. 심지어 혈액형 관련 고민글까지 많이 보이더군요;; 고민할게 없어서 그런걸로..-_-;;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대부분 젊은층) 단순히 흥미로만 본다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그런 헛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매달리는게 안타까워서 이런글 올려봅니다. 이전에 올라온 이런류의 글들보면 "재미로 보는거지 왜 심각하게 구느냐" 라고들 하시는데 지금 당장 순위권 혈액형 관련글들 리플 반응만 봐도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 많습니다.. 특히 여자분들이 많이 그러시던데 남자들 중엔 속으로 욕하면서도 분위기 망칠까봐 억지로 동조해주는 사람들 많습니다. 물론 여자중에도 그런 분들 있으시겠죠. 암튼 정신들 차립시다. 아래는 펌글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 만나자마자 대뜸 혈액형부터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의 의도를 파악한 나는 그 물음에 이렇게 되묻는다. “왜요, 위급할 때 수혈이라도 해 주시게요?” 잠시 멍한 상대는 곧 AB형이냐고 물어본다. 상대방이 ‘혈액형별 성격유형론’ 신봉자라는 전제 하에 아마도 내 응답이 좀 ‘싸이코틱’하게 들렸나보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상대방은 웃는다. “그럴 줄 알았어요.” 알긴 뭘 알았느냐고 툴툴대며 반문하고 싶다만 별로 궁금해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믿을 만한 가치가 없는 근거, 즉 ‘혈액형에 따른 성격의 차이가 있다’를 토대로 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정말 근거가 없어? 하지만 이렇게나 잘 맞는데?’ 물론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혈액형을 믿지 않는 나도 그렇다고 느낀다. 혈액형에 대한 설명은 10년 묵은 점쟁이처럼 잘 맞다. 하지만 만약 그것으로 인해 혈액형의 세계로 빠져든다면 당신은 치밀한 심리사기에 속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에 대해 설명하겠다. 우선 혈액형에 관한 괴담(그렇다 그것은 괴담이다)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 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기원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그럴까?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우생학이라는 학문이 퍼지고 있었다. 내용인 즉 백인이 황인, 흑인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학문이었다. 거기에 오스트리아의 면역학자 란트슈타이너에 의해 ABO식 혈액형이 도입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란트슈타이너는 의학사상 아주 위대한 업적을 남긴 죄 밖에 없다. 문제는 훌륭한 연구 결과를 이상한데 갖다 붙이는 사람들이다). 우생학자들에 의해 A형이 우수하고 B형은 뒤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고, 따라서 B형이 비교적 많은 아시아인들은 원래 뒤떨어진 인종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 이유가 참 가관인 것이 비교적 높은 지능을 가진 침팬지 같은 영장류는 A형이 많았고, 기타 지능이 낮은 영장류는 B형이 많았기 때문이란다. 나치스의 만행 탓인지 머지않아 우생학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유럽에 있던 일본의 학자들이 이 이론을 받아들여 인종차별에 대한 이론을 성격차이로 멋지게 각색한 것이 바로 혈액형별 성격 괴담이다. 이렇듯 혈액형 괴담의 기원은 시작부터가 성격 분류의 목적이 아니었다. 덧붙여 세계적으로 혈액형이야기를 믿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니, 우생학적 관점으로 진화가 덜된 한 황인종 대표로서 말하자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본격적으로 혈액형 괴담의 거짓을 폭로할 수 있는 보다 설득력 있고 실질적인 근거를 살펴보자. 자칭 ‘혈액형 인간학’의 창시자인 일본의 故노미 마사히코와 그의 아들 노미 도시타카는 2대째이자 35년간 혈액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실상 이 두 사람에 의해 혈액형 괴담이 일본과 한국을 휩쓸게 되었다). 노미 부자의 기본적인 논리는 ‘혈액형은 온 몸에 분포하는 것이고 그것은 전 세계적이고도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재질에 따라 행동, 특징의 차이가 난다’이다. 하지만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뇌이지 기타 신체 부위가 아니다. 공교로운 점은 적혈구는 뇌혈관장벽(또는 혈관뇌장벽. Blood-Brain-Barrier ; BBB)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혈액형은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므로 성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사실은 굳이 혈액형 신봉자를 겨냥하지 않아도 너무도 당연한 말이 된다. 노미 부자의 표본 수집방법에도 큰 문제가 있다. 무선표본의 선택이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표본을 통한 자료수집에 사용한 설문지의 질문에도 오류가 있다. 그 방식이란 먼저 자신의 혈액형을 적고나서 자신에게 맞는 성격에 체크하는 형식이다. 물론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가 혈액형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면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가 0에 가깝게 나왔을 것이다 (혈액형 열풍이 불기 직전인 35년 전이라면 그런 경향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혈액형 괴담은 당시에 말 그대로 유행이었고, 따라서 혈액형을 먼저 적고 하는 설문이란 결론을 전제로 하여 끼워 맞추는 거꾸로 된 설문인 격이다. ‘나는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라고 적고 그 밑에다가 ‘나는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미 부자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통계를 통해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아까 말한 뇌혈관장벽에 이어 또 다른 인체의 신비를 통해 혈액형 괴담을 비판 하자면 아주 훌륭한 사례로 골수이식 수술을 들 수 있다. 골수이식을 하는 데에는 기증자와 수혜자의혈액형과는 상관없이 유전자 검사를 통한 조직형의 일치여부가 중요하다. 따라서 골수이식을 받은 사람은 기증자의 혈액형으로 혈액형이 바뀌기도 하는데, 혈액형 괴담이 사실이라면 그 사람의 성격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도입부에서 AB형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던 한 혈액형 신봉자가 마침내 통계상의 오류가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의학적인 근거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그런 증거가 있다고 해도 이 설명은 정말 잘 맞는 걸?’하고 끈기 있게 혈액형 괴담을 믿게 되는 심리 기저엔 무엇이 있을까? 우선 한 실험을 살펴보도록 하자. 무선 표집으로 선정된 집단을 혈액형별로 나누고, 혈액형별 성격 특성 조사라고 속이고 실제로는 같은 내용의 설문을 제시해서 자신의 성격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물어보는 실험이 있었다. 설문의 문항은 누구나에게 적용될 수 있을 만한 애매한 문항이었고, 물론 응답자들 모두가 설문의 대부분이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대답했다. ‘바넘 효과(Barnum effec)’, 즉 누구나가 갖고 있는 일반적 특성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운세나 별점과 마찬가지로 혈액형에 대한 설명 역시 이러한 애매문을 이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혈액형이 아닌 다른 혈액형의 성격에 대한 설명도 한번 적극적으로 읽어본다면, 자신의 성격과 일치하는 부분이 자신의 혈액형에 대한 설명 못지않게 많을 것이다. 바넘 효과가 자신을 혈액형으로 묶는 도구라면 ‘자기 이행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은 타인을 혈액형으로 묶는 도구이다. 자기 이행적 예언이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믿고 그에 맞게 분석하며 행동하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당신의 절친한 친구의 혈액형이 AB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치자. 만약 당신이 열렬한 혈액형 신봉자라면 당신의 눈에는 AB형에 대한 설명의 행동을 하는 친구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확증편향’까지 겹친다면 그 친구는 AB형의 완벽한 표본으로 거듭날 것이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생각을 확증해 주는 것들은 쉽게 발견 하고 찾지만 반대로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것은 무시하거나 무관심 하는 태도이다. 이는 매우 비합리적인 인식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끝으로 위 이야기에 연관된 주변의 멋진 실화를 하나 소개한다. B형의 혈액의 남편을 둔 A형의 아내는 혈액형을 접한 뒤 남편에 대한 불평을 B형과 연관 지어 해석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 B형에 대한 부정적인 설명과 그리 잘 맞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성격이니 궁합이니 뭐든 잘 맞지 않다는 아내의 타박과 대중적으로 과학적인(?) B형에 대한 설명에 남편은 별다른 대응도 못하고 시무룩해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후 남편은 건강검진을 하게 되었고, 그때 자신의 혈액형이 A형임을 알게 되었다. 예전의 검사가 잘못되었던 것이다! ‘A형답지 않는 A형’을 정면에서 목도한 언짢아진 아내는 이후 혈액형을 믿지 않는 쪽을 택했을까? 불행히도 아내는 ‘인지부조화’의 태도를 취하고 말았다 (하긴, 그런 A형도 있다더라). 순간 그녀에게 있어서 혈액형은 모든 인간의 성격을 설명할 수 있는 Grand Theory가 되고, 동시에 모든 반증 가능성을 불식시키는 절대불변의 진리가 되고 만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아주 흔하고도 자연스럽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말이다. 1811
혈액형 따지는거 진짜 무식해 보입니다 하지마세요..
혈액형으로 혈액형별 성격이니 뭐니 소설을 쓰면서 별별 시리즈를 만들던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아직도 그런 말도 안되는 미신에 놀아나는 분들이 너무 많군요.
예로 들어 얼굴형별로 성격을 구분짓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길쭉한 사람-자기중심적
동그란 사람-소심하다 네모난 사람-싸이코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혈액형별 성격 구분은 이것보다 더 말도 안되보여요.
심지어 혈액형 관련 고민글까지 많이 보이더군요;; 고민할게 없어서 그런걸로..-_-;;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대부분 젊은층) 단순히 흥미로만 본다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그런 헛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매달리는게 안타까워서 이런글 올려봅니다.
이전에 올라온 이런류의 글들보면 "재미로 보는거지 왜 심각하게 구느냐" 라고들 하시는데
지금 당장 순위권 혈액형 관련글들 리플 반응만 봐도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 많습니다..
특히 여자분들이 많이 그러시던데 남자들 중엔 속으로 욕하면서도 분위기 망칠까봐
억지로 동조해주는 사람들 많습니다. 물론 여자중에도 그런 분들 있으시겠죠.
암튼 정신들 차립시다.
아래는 펌글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
만나자마자 대뜸 혈액형부터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의 의도를 파악한 나는 그 물음에 이렇게 되묻는다.
“왜요, 위급할 때 수혈이라도 해 주시게요?”
잠시 멍한 상대는 곧 AB형이냐고 물어본다.
상대방이 ‘혈액형별 성격유형론’ 신봉자라는 전제 하에 아마도 내 응답이 좀 ‘싸이코틱’하게 들렸나보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상대방은 웃는다.
“그럴 줄 알았어요.”
알긴 뭘 알았느냐고 툴툴대며 반문하고 싶다만 별로 궁금해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믿을 만한 가치가 없는 근거, 즉 ‘혈액형에 따른 성격의 차이가 있다’를
토대로 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정말 근거가 없어? 하지만 이렇게나 잘 맞는데?’
물론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혈액형을 믿지 않는 나도 그렇다고 느낀다.
혈액형에 대한 설명은 10년 묵은 점쟁이처럼 잘 맞다.
하지만 만약 그것으로 인해 혈액형의 세계로 빠져든다면 당신은 치밀한 심리사기에 속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에 대해 설명하겠다.
우선 혈액형에 관한 괴담(그렇다 그것은 괴담이다)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 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기원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그럴까?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우생학이라는 학문이 퍼지고 있었다.
내용인 즉 백인이 황인, 흑인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학문이었다.
거기에 오스트리아의 면역학자 란트슈타이너에 의해 ABO식 혈액형이 도입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란트슈타이너는 의학사상 아주 위대한 업적을 남긴 죄 밖에 없다. 문제는 훌륭한 연구 결과를 이상한데 갖다 붙이는 사람들이다).
우생학자들에 의해 A형이 우수하고 B형은 뒤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고, 따라서 B형이 비교적 많은 아시아인들은 원래 뒤떨어진 인종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 이유가 참 가관인 것이 비교적 높은 지능을 가진 침팬지 같은 영장류는 A형이 많았고, 기타 지능이 낮은 영장류는 B형이 많았기 때문이란다.
나치스의 만행 탓인지 머지않아 우생학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유럽에 있던 일본의 학자들이 이 이론을 받아들여 인종차별에 대한 이론을 성격차이로 멋지게 각색한 것이 바로 혈액형별 성격 괴담이다.
이렇듯 혈액형 괴담의 기원은 시작부터가 성격 분류의 목적이 아니었다.
덧붙여 세계적으로 혈액형이야기를 믿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니, 우생학적 관점으로 진화가 덜된 한 황인종 대표로서 말하자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본격적으로 혈액형 괴담의 거짓을 폭로할 수 있는 보다 설득력 있고 실질적인 근거를 살펴보자.
자칭 ‘혈액형 인간학’의 창시자인 일본의 故노미 마사히코와 그의 아들 노미 도시타카는 2대째이자 35년간 혈액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실상 이 두 사람에 의해 혈액형 괴담이 일본과 한국을 휩쓸게 되었다).
노미 부자의 기본적인 논리는 ‘혈액형은 온 몸에 분포하는 것이고 그것은 전 세계적이고도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재질에 따라 행동, 특징의 차이가 난다’이다.
하지만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뇌이지 기타 신체 부위가 아니다.
공교로운 점은 적혈구는 뇌혈관장벽(또는 혈관뇌장벽. Blood-Brain-Barrier ; BBB)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혈액형은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므로 성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사실은
굳이 혈액형 신봉자를 겨냥하지 않아도 너무도 당연한 말이 된다.
노미 부자의 표본 수집방법에도 큰 문제가 있다.
무선표본의 선택이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표본을 통한 자료수집에 사용한 설문지의 질문에도 오류가 있다.
그 방식이란 먼저 자신의 혈액형을 적고나서 자신에게 맞는 성격에 체크하는 형식이다.
물론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가 혈액형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면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가 0에 가깝게 나왔을 것이다 (혈액형 열풍이 불기 직전인 35년 전이라면 그런 경향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혈액형 괴담은 당시에 말 그대로 유행이었고, 따라서 혈액형을 먼저 적고 하는 설문이란 결론을 전제로 하여 끼워 맞추는 거꾸로 된 설문인 격이다.
‘나는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라고 적고 그 밑에다가 ‘나는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미 부자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통계를 통해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아까 말한 뇌혈관장벽에 이어 또 다른 인체의 신비를 통해 혈액형 괴담을 비판 하자면
아주 훌륭한 사례로 골수이식 수술을 들 수 있다.
골수이식을 하는 데에는 기증자와 수혜자의혈액형과는 상관없이
유전자 검사를 통한 조직형의 일치여부가 중요하다.
따라서 골수이식을 받은 사람은 기증자의 혈액형으로 혈액형이 바뀌기도 하는데,
혈액형 괴담이 사실이라면 그 사람의 성격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도입부에서 AB형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던 한 혈액형 신봉자가
마침내 통계상의 오류가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의학적인 근거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그런 증거가 있다고 해도 이 설명은 정말 잘 맞는 걸?’하고
끈기 있게 혈액형 괴담을 믿게 되는 심리 기저엔 무엇이 있을까?
우선 한 실험을 살펴보도록 하자. 무선 표집으로 선정된 집단을 혈액형별로 나누고, 혈액형별 성격 특성 조사라고 속이고 실제로는 같은 내용의 설문을 제시해서 자신의 성격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물어보는 실험이 있었다.
설문의 문항은 누구나에게 적용될 수 있을 만한 애매한 문항이었고,
물론 응답자들 모두가 설문의 대부분이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대답했다.
‘바넘 효과(Barnum effec)’, 즉 누구나가 갖고 있는 일반적 특성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운세나 별점과 마찬가지로 혈액형에 대한 설명 역시 이러한 애매문을 이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혈액형이 아닌 다른 혈액형의 성격에 대한 설명도 한번 적극적으로 읽어본다면,
자신의 성격과 일치하는 부분이 자신의 혈액형에 대한 설명 못지않게 많을 것이다.
바넘 효과가 자신을 혈액형으로 묶는 도구라면 ‘자기 이행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은
타인을 혈액형으로 묶는 도구이다.
자기 이행적 예언이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믿고 그에 맞게 분석하며 행동하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당신의 절친한 친구의 혈액형이 AB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치자.
만약 당신이 열렬한 혈액형 신봉자라면 당신의 눈에는
AB형에 대한 설명의 행동을 하는 친구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확증편향’까지 겹친다면 그 친구는 AB형의 완벽한 표본으로 거듭날 것이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생각을 확증해 주는 것들은 쉽게 발견 하고 찾지만
반대로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것은 무시하거나 무관심 하는 태도이다.
이는 매우 비합리적인 인식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끝으로 위 이야기에 연관된 주변의 멋진 실화를 하나 소개한다.
B형의 혈액의 남편을 둔 A형의 아내는 혈액형을 접한 뒤
남편에 대한 불평을 B형과 연관 지어 해석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 B형에 대한 부정적인 설명과 그리 잘 맞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성격이니 궁합이니 뭐든 잘 맞지 않다는 아내의 타박과
대중적으로 과학적인(?) B형에 대한 설명에 남편은 별다른 대응도 못하고 시무룩해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후 남편은 건강검진을 하게 되었고, 그때 자신의 혈액형이 A형임을 알게 되었다.
예전의 검사가 잘못되었던 것이다!
‘A형답지 않는 A형’을 정면에서 목도한 언짢아진 아내는 이후 혈액형을 믿지 않는 쪽을 택했을까?
불행히도 아내는 ‘인지부조화’의 태도를 취하고 말았다 (하긴, 그런 A형도 있다더라).
순간 그녀에게 있어서 혈액형은 모든 인간의 성격을 설명할 수 있는 Grand Theory가 되고,
동시에 모든 반증 가능성을 불식시키는 절대불변의 진리가 되고 만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아주 흔하고도 자연스럽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