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여자친구에게서 날라온 청첩장 -_-

..20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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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느 소설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소설 속에 여자 주인공은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날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땐 읽는걸 잠깐 멈추고 무슨 말인지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봤는데 전혀 공감되지 않았어요.

또 시간이 흘러 지금 와서 전 정말 어른이 되려나봐요.

 

 

5년전 헤어진 여자친구.. 대학교 새내기부터 만나 짧지 않은 4년을 함께한 여자친구가

저에게 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봐요.

청첩장이 왠말...

 

 

이 친구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하나봐요.

아니면 정말 날 그냥 대학 동창으로만 생각한걸 까요?

 

 

 

 

힘들고 가난했던 대학생활이였어요.

남들은 그래도  잘 갔다고 축하해줬지만 남모르게 속 앓이 했던 나였습니다.

 

사립대 등록금..정말 어려운 집안형편에 주제넘은 곳에 온 건 아닌지 고민도 많이 하고 욕심만 앞서

부모님에게 부담드리는건 아닌지 남 모를 쓴 눈물도 삼키고..

 

 

그런 대학 생활..

생각해 보면 매일 몇천원에 아둥 바둥 거리면서 살았습니다.

점심값 몇백원 아끼려고 근처 구청 찾아다니면서 말이죠.

 

 

주말에 7시간 하는 알바 사장님이 한시간 더 하라고하면

그 몇천원이 아쉬워서 데이트 약속 1시간 미루고 아르바이트 하고 나면

데이트 하는 내내 그 애 짜증에 투정에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고

허둥지둥...

 

 

기념일에 굉장히 예민한 친구였어요..

기념일 다가오기 한달 전이면 기념일에 줄 선물에 이벤트 준비하고..

 

내 다크 써클은 무릎을 향해 달렸었던거 같아요..하하...

눈을 뜨고 있어도 내가 깨어 있는건지 자고 있는건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비몽사몽 했어요..

 

 

 

 

그렇게 준비한 기념일..

기껏 준비한 이벤트 맘에 안들었는지  누구네는 기념일이라고 어디 가는데

우린 이게 뭐냐며 버스타기 싫다는 그 친구..

 

투정 부릴땐 속으로 몇천번을 울었어요..

그냥 내 탓인거 같고.. 에혀~

 

그 친구 앞에서는 겸연쩍게 웃어 바보처럼 넘기곤 했지만요..

 

 

 

아무 날도 아닌데 그냥 지나가다 눈에 들어 온 옷이 너무 이뻐서

큰맘 먹고 사다준 옷...

 

 겨우 1주일 만에 동아리방에서 덜렁 거리다 찢어 먹었을땐

내 가슴이 다 찢어 지더라.. 그 옷이면 내 2달 생활비였는데 ㅋㅋㅋ

 

 

그래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가는 내모습 

그 친구 눈엔 참~~ 궁상 스러워 보였겠죠

근데 그건 알았나 모르겠어요..

 

 

 

맛있는 밥 한번 더 사주고 싶어서 이쁜옷한벌 더 사주고 싶어서

몇일씩 점심도 굶고  모자란 잠 줄여가며 걸어다녀서 차비 아끼고

 

발냄새 날까봐 신발 벗는 음식집은 죽어도 안들어 간다고 하던게

사실은 비오는 날이면 빗물이 다 들어올정도로 뒤꿈치가 다 헐거워진

내 운동화 보이기 죽도록 챙피해서 그런거였어요. 정말 거지같은 사랑이였네요... 쩝

 

 

그렇게

4년을 만나면서 지지리 궁상이 지겨워 졌는지

졸업 후 다른녀석에게 휙 가버렸을때

 

 

 

정말 난 세상 다 산놈처럼 미쳐서 매일 울고 불고

 

한번은 어디서 나 다 죽어간다는 소리를 들었나봐요

술 잔뜩 취해서 엉엉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던 그 친구 전화가 마지막 이였어요.

 

 

그 마지막 전화로 다짐을 하게 됐어요

이사람겐 내가 그저 불쌍하게 보이는 걸 알게 됐고.. 그렇게 보이지 말아야겠다 하고 말이죠.

그 뒤로 어떻게 살았는지는 말도 못하겠네요...

뒤늦게 간 군대?     저에겐 그저 2년간의 짧고 달콤한 휴식 였습니다.

 

 

정말 그친구가 들으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매일 술취해 울고  불고 죽도록 힘들했어도

정말로 그 친구 원망은 한번도 안했어요.

 

 

 

그저 돈이 능력이 부족했던 내가 너무 원망스러워서

나중에 꼭 좋은곳 취직해서 맛있는 밥 좋은 옷 꼭 사주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잘해주지 못해서 보내 버린것 같고 남들 만큼 못해준게 미안했어요.

진짜 그것뿐이였어요..

 

 

 

그때 그 친구를 만난것도 사랑한것도 그래서 지지리 궁상을 떨며 살던것도

다 내가 원해서 택한 일이었으니 누구 원망도 할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이야 너 좋아하는거 다 해줄수 있을거 같은데 .. 결혼을 해버리네요. 하긴 나이가..

그래도 청첩장은...쩝

 

 

 

그래도 그땐 차마 못한 말이지만 이것만은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때 혼자였다면 더 고된 시간들이었을텐데

어려웠던 시간들 4년이나 옆에 있어주고 나 사랑해준거 너무 고맙다구요..

 

 

 

결혼식은 안가는게 좋을거 같아요..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