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심사에 수고를 거처서 장편으로된 재미있는 이야기만 올린다 . 근데 반응 안좋으면 다음부터 안올라고. 요리사는 조심스럽게 소스의 양념을 혀끝으로 가져갔다. 지그시 눈을 감고 퍼져나가는 맛을 음미하던 그는 그대로 양념병에 든 소스를 싱크대에 부어 버렸다. "젠장, 이 맛이 아냐! 이 맛이 아냐!" 얼굴을 잔뜩 찡그린 요리사는 신경질적으로 물건을 집어던졌다. 벌써 헛되이 부어버린 소스가 커다란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가득 채우고있었다. 요리사는 주방에 있는 모든 것을 뒤엎어버리려는 기세로 왔다갔다 했고 분을 이기지 못하고 괜히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게 아니다. 내가 맛보았던 소스는 이런 것이 아니다. 이런 맛은 어디에나 있는 그런 흔한 맛이다. 너무 맵고, 너무 짜고, 너무 달아! 그가 찾는 맛은 이런 맛이 아니다. '도대체 어떤 맛이지?' 요리사는 의자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자신이 맛보았던 그 환상의 맛은 무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혀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것이었다. 그 소스를 맛본 것은 우연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고 그와 함께 어느 작은 식당에 들어서서 요리를 먹기로 했던 것이었다. 식당에 들어섰을 때, 그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여기는 뭔가 특별한 곳이라고. 뭔가 다른 어설픈 식당과는 다른 곳이라고. 웨이터부터 달랐다. 큰 식당이 아니라서 웨이터는 단 한사람밖에 없었는데 오성급 호텔에서도 볼 수 없는 정중함과 기품에 그 어떤 사람도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요리도 다른 식당과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단순한 코스요리였지만, 접시 하나 야채 하나 억지로 흠을 잡으려해도 그 어떤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흠을 잡기 위해서는 일부러 트집을 잡지 않고서는 어느것 하나 걸릴것없었다. 요리사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소스였다. 너무 맵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다. 원래 그 재료의 맛인 것처럼 잘 어우러질뿐더러 그것을 먹는 사람에게 아무런 거부감도 주지 않고 술술 넘어간다. 소스에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충격이다. 혀에서 가장 충격적인 혁명이 일어났고 오랜 시간동안 단 한 차례도 느껴보지 못한 맛에 혀에서 뛰던 심장이 멎어 버렸다. 이것은 단순한 소스가 아니었다. 생명에 대한 강한 열망이고 박동하는 열정이었다. 가볍게 타들어가는 심지의 끝에서 폭발한 불꽃이 그의 혀에서 불꽃놀이를 펼치고 있는 희열의 극점이었다. 그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웨이터에게 물었다. "이 소스는 뭘로 만든 거죠?" "죄송합니다, 손님. 요리에 관한 것은 저희 주방장이 일임하고 있습니다." 웨이터는 정중히 사과했다. 요리사도 남의 비법을 캐묻는다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이상 묻는 실례를 범하지는 못했다. 소스라는것은 그저 여러가지 조미료들의 조합이 아니다. 그것은 그 소스 자체의 특유의 맛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설탕물은 아무리 달아도 살탕과 물의 혼합물일 뿐이지만 시럽은 그 이하로 나눌 수 없는 시럽 그 자체이듯 말이다. 고추장은 고추와 물엿의 조합물이 아닌 그것으로 만든 화합물 그 자체이듯 말이다. 그리고 요리사는 오늘 그동안 만들어진 소스중에서 가장 훌륭한 맛을 본것이다. 암브로시니를 맛본 인간처럼 헬렌을 본 파리스처럼 그의 욕망은 제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단순히 맵지도 않고 달지도 않다. 약간 비릿한 것도 같지만 뒤이어 따라오는 톡쏘는 맛도 무시할 수 없다.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소스 그 자체의 맛. 에덴의 능금같은 그 맛. '이런 맛을 나도 알고 싶다. 가지고 싶다.' 그 다음날부터 요리사는 자신의 혼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그 소스를 만들려 하기 시작했다. 이름난 향신료와 소스재료를 모조리 사들인 그는 수많은 재료를 으깨고, 짜고, 볶고, 삶고, 굽는 등 자신이 맛본 그 맛을 눈앞에 펼쳐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더러 독창적인 소스가 나와 다른 요리사들이 감탄을 금치 못할 때도 있었고 더러는 개들도 뱉어버릴 정도의 끔찍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뼈를 깎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는 맛은 나오지않았다. 그만하면 포기할만한데도 요리사는 계속 새로운 소스를 만들어냈고 결국에는 사들인 재료가 어느덧 동이 나고야 말았다. 그 소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어떤 대가든지 치를 수 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지 해내고 말 것이다! 그가 아마 현실에 만족했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요리사가 될수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신의 요리에 대한 지나친 탐욕은 그에게 그 작은 식당의 주방을 들여다보겠다는 욕심을 가지가 만들어버렸다. 푸릇빛 달이 기괴한 빛을 번뜩이는 어느 밤 요리사는 살금살금 그 식당의 쪽문을 열었다. 키가 들쭉날쭉한 몇 명의 요리사들이 달빛 아래서 살금살금 걸었고 마스터키로 잠긴 문을 연 요리사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의 앞에는 어둠으로 가득찬 복도가 저 끝까지 뻗어 있었고 빛을 받지 못한 붉은 융단이 깔려 있었다. 벽에서는 들어오지 말아야 할 사람이 들어온것을 아는지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것 같았고, 그는 정적 속에서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정적의 시선에 민감해본 적이 있었던가 거무죽죽한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심박수는 일정치 않은 리듬으로 쿵쾅거렸다. 어두운 복도를 조용히 걸으며 주변을 살피던 그는 수많은 방이 늘어서 있는 모습에 그만 아연해졌다. 이 작은 식당에 이렇게 많은 방이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아니, 이 식당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었던가? 이 많은 공간 중에서 주방으로 통하는 곳은 어느 곳일까? 주방을 발견한다면 어느 곳에 그 소스가 있을까? 손에 잡히는 아무 방 문고리를 조심스레 연 요리사는 소리가 나지 않게 주의하면서 방 안을 몰래 들여다보았다. 잘라지지 않은 쇠소기, 돼지고기들이 널려 있는 숙성실이었다. 잘 숙성되어 있는 요리들이다. 어느곳에 가도 최상급의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숙성실을 지나서 다른방의 문을 연 요리사는 자신이 몰래 들어왔다는 사실도 잊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포도주 향이 가득한 그 곳은 와인창고였는데 세상에서 보기 드문 진귀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알고 있는 와인들도 있었고 당장이라도 마개를 빼서 들이키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도 있었다. 조심스레 문을 닫은 요리사는 고양이가 된 기분으로 다시 조심스런 걸음을 재촉했다. 고기와 와인, 다음은 뭐지? 채소인가? 요리사는 조심스레 세 번째 방문을 열려고 하다가 본능적으로 멈칫했다. 이상하다. 뭔가 이상하다. 문을 모두 열기전에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것이었다. 왠지 문을 열어선 안 될 것 같은. 문을 열었다가는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귀로 서걱서걱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뭔가 썰리는 듯한, 고깃덩어리를 써는 듯한 소리가. 코로 비릿한 냄새가 풍긴다. 고기를 갓 잡았을 때, 느껴지는 가느다란 피비린내가. 그리고 눈 그의 두 눈으로 상상치도 못했던 끔찍한 광경이 보인다. 문틈으로 보고 있는 그의 눈앞에선 한 땅딸만한 요리사가 뭔가를 썰고 있었다. 스걱, 스걱하는 선뜻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고 도마 위에는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음식물 통에는 버려진 재료들로 가득했다. 잘려진 생식기! 손가락이 없는 팔! 세 번째 발가락이 반쯤 갈라진 다리! 모두 인간의 것이었던 것이다! 입으로 나오는 비명을 삼키기 위해서 얼마나 입술을 깊게 깨물어야 했던가. 비명을 지르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얼마나 숨을 깊게 들이마셔야 했던가. 이때까지 볼 수 없었던 앞으로도 보기 힘든 그런 광경에 그는 그 자리에서 까무러치고 싶을 정도였다. 등을 돌려 문에 기댄 그는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피비린내가 진동할때마다 구토를 하고 싶었고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릴때마다 자기 몸이 잘리는 듯한 기분에 온몸이 서늘했다. 뭔가 잘못된 것이다. 내가 뭔가를 잘못 본 것이다. 하, 하! 긴장해서 뭔가를 잘못 본 걸 꺼야.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그는 다시 몸을 돌려 문틈에 눈을 갔다댔다. 더 이상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더 이상 피 냄새도 맡을 수 없다. 지금 그의 몸에서 재대로 반응하고 있는 기관이라고는 피로 얼룩진 요리복을 아주 가까이서 보고 있는 눈 밖에는 없었다. 문 바로 앞에 서 있던 조리장의 험악한 눈이 요리사의 눈과 마주쳤다! "으아아아아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뒤에서 벌컥 문이 열렸고, 커다란 정육점 칼을 쥔 피투성이의 요리사가 뭐라고 소리를 지르며 그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얼른 숨기 위해 손에 잡히는 방의 문을 열었던 요리사가 다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그곳도 숙성실이었는데, 머리가 잘린 사람들의 몸뚱아리가 쇠갈고리에 걸려서 숙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방문을 뛰쳐나온 요리사는 미친듯이 소리 지르며 달렸다. 이제 소스 따위는 상관없다. 이 저주받은 곳에서 빠져나갈 방도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입구로 통하는 모퉁이로 꺾으려뎐 그가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두운 복도에서 웨이터가 공손히 묻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오늘 영업시간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손님께서는 요리를 드시러 온 것은 아닌 것 같군요." "으아아아아악!" 요리사는 벌떡 일어나서 방향을 틀어 조리장이 달려오고 있는 복도의 반대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피투성이의 괴물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미친 듯이 달아나야 한다! 죽을 것 같이 달아나던 요리사가 계단을 뛰어올라서 어느 방으로 들어가 문을 세게 닫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고, 그가 문을 잠그려 했지만 그 방은 잠글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일단 책상을 밀어서 문을 막은 요리사는 다른 사람이 있지나 않은가 미친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수많은 소스를 모아 놓은 곳이었다. 유럽의 전형적인 기본 소스에서부터 아프리카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것까지, 전 세계의 맛을 모두 담고 있었다. 수많은 소스가 가득한 가운데 그는 거의 3미터 높이의 물탱크가 방 가운데 우뚝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거다. 저것이 내가 찾던 것이다. 그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맛의 원천, 그 맛의 진실! 쾅!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무서졌다. 피투성이 칼을 든 피투성이 조리장이 씩씩거리며 칼을 휘두르기시작한 것이다. 조리장의 칼이 그의 어깨가 있었던 곳을 내리쳤고 넘어진 그는 휘청거리면서도 다시 달아났다. 방법이 필요하다, 살아날 방법이! 소스를 잔뜩 진열해놓은 묵직한 천장 사이로 도망치던 그는 퍼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천장 사이를 모두 지나간 요리사가 재빨리 천장을 밀어서 뒤따라 오던 조리장을 깔아뭉개버렸다. 묵직한 천장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피투성이 조리장을 깔아뭉개버렸고, 한 번 꿈틀 하더니 그대로 잠잠해졌다. "하아! 하아!"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 몸에 기운이라고는 다 빠져나간 듯 어느 곳도 움직일 수 없었다. 천장을 무너뜨리지 못했다면 자신이 죽어버렸을 것이라는 사실에 그는 괜히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심장은 미칠 듯이 뛴다. 아니, 심장이 이미 미쳐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오는 인기척에 그는 얼른 몸을 숨겼다. 부서진 문으로 들어온 웨이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기품 있는 걸음에는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조리장과 침입자가 모두 보이지 않자 당황한것이 분명했다. 요리사는 몸을 숨긴 채 의자를 집어 들었다.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열 발짝 앞, 그리고 다섯 발짝 앞...... 다가와라.....다가와.....조금만 더... "죽어라!" 그는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의자로 웨이터를 내리쳤다! 웨이터가 넘어졌고, 그는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그의 몸 위로 타고 올라가 주먹질을 날리기 시작했다. "죽어, 죽어, 죽어!" 웨이터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대로 축 늘어져 있었고, 한참 주먹질을 날리던 그는 상대의 반응이 없자 그대로 주먹질을 멈추었다. 콜록거리며 입에서 피를 토해 내면서도 웨이터는 정중함을 잃지 않았다.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오신 겁니까? 무엇을 찾으러 오신 거죠?" "도대체 왜.....어떻게 사람을...." 요리사가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 하자 웨이터가 나직이 그의 마음속을 꿰뚫어보았다. "소스 때문이군요. 예전에 소스에 대해 묻지 않았던가요?" "그래, 소스 때문이다.....그런데....그런데....." 요리사의 주먹이 다시 올라가자, 웨이터가 냉정하게 그를 말렸다. "지금 저를 때린다고 해서 저를 죽인다고 해서 원하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을 겁니다. 당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시기에는 이런 방법은 너무 거칠었습니다." "나는 무슨 노력을 안 할 줄 알아? 나도 비법을 알기 위해 온갖 재료를 다 썼다고! 그래도 알아낼 수 없어서 이렇게 들어왔는데.. 그런데..어떻게 사람이.." 흥분한 그는 말을 쉽사리 잇지 못했다. 코와 입 할 것 없이 피를 흘리는 웨이터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요리의 비법을 공개한다는 건 그 식당의 특색을 포기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식당의 규칙을 잘 알텐데요. 이것저것 캐묻지 않고 맛만 즐기면 된다는 것을요. 지금 당신이 이 식당의 작은 비밀 하나를 알았습니다. 이제 결정은 당신이 하는 것이죠. 맛이냐, 아니면 당신의 가치관이냐." 웨이터를 한참을 노려보던 요리사가 분노에 찬 비명을 지르더니 그를 때리는 대신 등 뒤로 돌려서 팔을 꺾었다 그리고는 발로 그를 걷어차며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안내해 당장! 허튼짓 하면 알지?" "저는 손님을 위해 봉사할 뿐입니다." 웨이터가 팔이 꺾인 채 물탱크를 향해 앞장서서 걸었고 요리사는 주춤거리는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물탱크를 오르는 계단위로 두 사람이 조심스레 올라갔고 곧 두 사람은 물탱크의 꼭대기에 서게 되었다. 물탱크의 가운데는 작은 연못처럼 뻥 뚫려 있었는데 그곳에는 요리사가 그토록 찾던 소스가 독특한 향을 풍기고 있었다. 웨이터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이게 당신이 찾고자 하셨던 그 소스입니다. 오직 우리 식당에서만 우리 조리장의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하나밖에 없는 맛이죠." "저게 그 소스라고....." 요리사는 환희에 찬 표정으로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붉은색 소스는 기괴한 광채를 띠면서 가볍게 일렁이고 있었다. "어떻게 만드는 거지?" "조리장님께 직접 물어보시죠." 요리사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느새 천장에서 빠져나온 조리장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노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마에는 처장의 병조각이 박히고, 나무조각이 눈을 찔러서 피가 줄줄 흐르는 그리고 앞니가 뭉개진 그의 모습은 지옥에서 방금 나온 악귀 같았다. 그가 칼을 휘둘러서 그를 힘껏 내리쳤다! 허공에 붕 떠오른 그의 두 눈이 분노에 찬 요리사를 허공에 붕 떠오른 그의 두 눈이 냉정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웨이터를 그리고 머리가 없이 피를 내뿜으면서 주저앉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아니 그의 머리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머리가 잘려나간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교수대에 매달아놓은 듯 급격하게 숨이 막히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다. 다만 고통스러운 것이 있다믄 코로 입으로 들어오고 있는 이 저주 받을 소스!! 문득 우스운 생각이 든다. 사람은 머리가 잘리고 몇 초 동안이나 살아있을 수 있었던가? 30초? 1분? 2분? 수면 위로 올라가는 기포방울을 힘없이 보던 그의 머리가 뱅글뱅글 돌아서 눈이 바닥을 향했을 때 그는 30초 동안만 살아있을 수 있다는 답이 맞기를 빌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소스의 맛의 비밀을, 그 진실을. 물탱크의 밑바닥에는 소스의 심연의 맨 끝에서는 마구 불어터진 이곳에 먼저 들어왔던 수많은 머리들이 입을 쩍 벌리며 그를 환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우웩 싸이에 무서운 이야기 많음 61
소스-★★★★☆
형은 심사에 수고를 거처서 장편으로된 재미있는 이야기만 올린다 .
근데 반응 안좋으면 다음부터 안올라고.
요리사는 조심스럽게 소스의 양념을 혀끝으로 가져갔다.
지그시 눈을 감고 퍼져나가는 맛을 음미하던 그는
그대로 양념병에 든 소스를 싱크대에 부어 버렸다.
"젠장, 이 맛이 아냐! 이 맛이 아냐!"
얼굴을 잔뜩 찡그린 요리사는 신경질적으로 물건을 집어던졌다.
벌써 헛되이 부어버린 소스가
커다란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가득 채우고있었다.
요리사는 주방에 있는 모든 것을
뒤엎어버리려는 기세로 왔다갔다 했고
분을 이기지 못하고 괜히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게 아니다.
내가 맛보았던 소스는 이런 것이 아니다.
이런 맛은 어디에나 있는 그런 흔한 맛이다.
너무 맵고, 너무 짜고, 너무 달아!
그가 찾는 맛은 이런 맛이 아니다.
'도대체 어떤 맛이지?'
요리사는 의자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자신이 맛보았던 그 환상의 맛은 무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혀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것이었다.
그 소스를 맛본 것은 우연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고 그와 함께 어느 작은 식당에 들어서서
요리를 먹기로 했던 것이었다.
식당에 들어섰을 때, 그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여기는 뭔가 특별한 곳이라고.
뭔가 다른 어설픈 식당과는 다른 곳이라고.
웨이터부터 달랐다.
큰 식당이 아니라서 웨이터는 단 한사람밖에 없었는데
오성급 호텔에서도 볼 수 없는 정중함과 기품에
그 어떤 사람도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요리도 다른 식당과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단순한 코스요리였지만, 접시 하나 야채 하나 억지로 흠을 잡으려해도
그 어떤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흠을 잡기 위해서는 일부러 트집을 잡지 않고서는
어느것 하나 걸릴것없었다.
요리사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소스였다.
너무 맵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다.
원래 그 재료의 맛인 것처럼 잘 어우러질뿐더러
그것을 먹는 사람에게 아무런 거부감도 주지 않고 술술 넘어간다.
소스에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충격이다.
혀에서 가장 충격적인 혁명이 일어났고 오랜 시간동안 단 한 차례도
느껴보지 못한 맛에 혀에서 뛰던 심장이 멎어 버렸다.
이것은 단순한 소스가 아니었다.
생명에 대한 강한 열망이고 박동하는 열정이었다.
가볍게 타들어가는 심지의 끝에서 폭발한 불꽃이
그의 혀에서 불꽃놀이를 펼치고 있는 희열의 극점이었다.
그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웨이터에게 물었다.
"이 소스는 뭘로 만든 거죠?"
"죄송합니다, 손님.
요리에 관한 것은 저희 주방장이 일임하고 있습니다."
웨이터는 정중히 사과했다.
요리사도 남의 비법을 캐묻는다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이상 묻는 실례를 범하지는 못했다.
소스라는것은 그저 여러가지 조미료들의 조합이 아니다.
그것은 그 소스 자체의 특유의 맛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설탕물은 아무리 달아도
살탕과 물의 혼합물일 뿐이지만
시럽은 그 이하로 나눌 수 없는 시럽 그 자체이듯 말이다.
고추장은 고추와 물엿의 조합물이 아닌
그것으로 만든 화합물 그 자체이듯 말이다.
그리고 요리사는
오늘 그동안 만들어진 소스중에서 가장 훌륭한 맛을 본것이다.
암브로시니를 맛본 인간처럼
헬렌을 본 파리스처럼 그의 욕망은 제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단순히 맵지도 않고 달지도 않다.
약간 비릿한 것도 같지만
뒤이어 따라오는 톡쏘는 맛도 무시할 수 없다.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소스 그 자체의 맛.
에덴의 능금같은 그 맛.
'이런 맛을 나도 알고 싶다. 가지고 싶다.'
그 다음날부터 요리사는
자신의 혼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그 소스를 만들려
하기 시작했다. 이름난 향신료와 소스재료를 모조리 사들인 그는
수많은 재료를 으깨고, 짜고, 볶고, 삶고, 굽는 등
자신이 맛본 그 맛을 눈앞에 펼쳐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더러 독창적인 소스가 나와 다른 요리사들이
감탄을 금치 못할 때도 있었고
더러는 개들도 뱉어버릴 정도의 끔찍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뼈를 깎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는 맛은 나오지않았다.
그만하면 포기할만한데도 요리사는 계속 새로운 소스를 만들어냈고
결국에는 사들인 재료가 어느덧 동이 나고야 말았다.
그 소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어떤 대가든지 치를 수 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지 해내고 말 것이다!
그가 아마 현실에 만족했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요리사가 될수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신의 요리에 대한 지나친 탐욕은
그에게 그 작은 식당의 주방을
들여다보겠다는 욕심을 가지가 만들어버렸다.
푸릇빛 달이 기괴한 빛을 번뜩이는 어느 밤
요리사는 살금살금 그 식당의 쪽문을 열었다.
키가 들쭉날쭉한 몇 명의 요리사들이 달빛 아래서 살금살금 걸었고
마스터키로 잠긴 문을 연 요리사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의 앞에는 어둠으로 가득찬 복도가 저 끝까지 뻗어 있었고
빛을 받지 못한 붉은 융단이 깔려 있었다.
벽에서는 들어오지 말아야 할 사람이 들어온것을
아는지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것 같았고,
그는 정적 속에서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정적의 시선에 민감해본 적이 있었던가
거무죽죽한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심박수는 일정치 않은 리듬으로 쿵쾅거렸다.
어두운 복도를 조용히 걸으며 주변을 살피던 그는
수많은 방이 늘어서 있는 모습에 그만 아연해졌다.
이 작은 식당에 이렇게 많은 방이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아니, 이 식당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었던가?
이 많은 공간 중에서 주방으로 통하는 곳은 어느 곳일까?
주방을 발견한다면 어느 곳에 그 소스가 있을까?
손에 잡히는 아무 방 문고리를 조심스레 연 요리사는
소리가 나지 않게
주의하면서 방 안을 몰래 들여다보았다.
잘라지지 않은 쇠소기, 돼지고기들이 널려 있는 숙성실이었다.
잘 숙성되어 있는 요리들이다.
어느곳에 가도 최상급의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숙성실을 지나서 다른방의 문을 연 요리사는
자신이 몰래 들어왔다는
사실도 잊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포도주 향이 가득한 그 곳은 와인창고였는데
세상에서 보기 드문 진귀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알고 있는 와인들도 있었고
당장이라도 마개를 빼서 들이키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도 있었다.
조심스레 문을 닫은 요리사는 고양이가 된 기분으로
다시 조심스런 걸음을 재촉했다.
고기와 와인, 다음은 뭐지? 채소인가?
요리사는 조심스레 세 번째 방문을 열려고
하다가 본능적으로 멈칫했다.
이상하다. 뭔가 이상하다.
문을 모두 열기전에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것이었다.
왠지 문을 열어선 안 될 것 같은.
문을 열었다가는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귀로 서걱서걱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뭔가 썰리는 듯한, 고깃덩어리를 써는 듯한 소리가.
코로 비릿한 냄새가 풍긴다.
고기를 갓 잡았을 때, 느껴지는 가느다란 피비린내가.
그리고 눈
그의 두 눈으로 상상치도 못했던 끔찍한 광경이 보인다.
문틈으로 보고 있는 그의 눈앞에선
한 땅딸만한 요리사가 뭔가를 썰고 있었다.
스걱, 스걱하는 선뜻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고
도마 위에는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음식물 통에는 버려진 재료들로 가득했다.
잘려진 생식기! 손가락이 없는 팔!
세 번째 발가락이 반쯤 갈라진 다리!
모두 인간의 것이었던 것이다!
입으로 나오는 비명을 삼키기 위해서
얼마나 입술을 깊게 깨물어야 했던가.
비명을 지르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얼마나 숨을 깊게 들이마셔야 했던가.
이때까지 볼 수 없었던
앞으로도 보기 힘든 그런 광경에 그는 그 자리에서
까무러치고 싶을 정도였다.
등을 돌려 문에 기댄 그는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피비린내가 진동할때마다 구토를 하고 싶었고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릴때마다 자기 몸이 잘리는 듯한 기분에
온몸이 서늘했다.
뭔가 잘못된 것이다.
내가 뭔가를 잘못 본 것이다.
하, 하! 긴장해서 뭔가를 잘못 본 걸 꺼야.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그는 다시 몸을 돌려 문틈에 눈을 갔다댔다.
더 이상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더 이상 피 냄새도 맡을 수 없다.
지금 그의 몸에서 재대로 반응하고 있는 기관이라고는
피로 얼룩진 요리복을 아주 가까이서 보고 있는 눈 밖에는 없었다.
문 바로 앞에 서 있던 조리장의 험악한 눈이 요리사의 눈과 마주쳤다!
"으아아아아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뒤에서 벌컥 문이 열렸고,
커다란 정육점 칼을 쥔 피투성이의 요리사가
뭐라고 소리를 지르며 그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얼른 숨기 위해 손에 잡히는 방의 문을 열었던 요리사가
다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그곳도 숙성실이었는데, 머리가 잘린 사람들의 몸뚱아리가
쇠갈고리에 걸려서 숙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방문을 뛰쳐나온 요리사는 미친듯이 소리 지르며 달렸다.
이제 소스 따위는 상관없다.
이 저주받은 곳에서 빠져나갈 방도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입구로 통하는 모퉁이로 꺾으려뎐
그가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두운 복도에서 웨이터가 공손히 묻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오늘 영업시간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손님께서는
요리를 드시러 온 것은 아닌 것 같군요."
"으아아아아악!"
요리사는 벌떡 일어나서 방향을 틀어 조리장이 달려오고
있는 복도의 반대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피투성이의 괴물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미친 듯이 달아나야 한다!
죽을 것 같이 달아나던 요리사가 계단을 뛰어올라서
어느 방으로 들어가 문을 세게 닫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고, 그가 문을 잠그려 했지만
그 방은 잠글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일단 책상을 밀어서 문을 막은 요리사는
다른 사람이 있지나 않은가 미친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수많은 소스를 모아 놓은 곳이었다.
유럽의 전형적인 기본 소스에서부터 아프리카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것까지, 전 세계의 맛을 모두 담고 있었다.
수많은 소스가 가득한 가운데 그는 거의 3미터 높이의 물탱크가
방 가운데 우뚝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거다. 저것이 내가 찾던 것이다.
그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맛의 원천, 그 맛의 진실!
쾅!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무서졌다.
피투성이 칼을 든 피투성이 조리장이 씩씩거리며
칼을 휘두르기시작한 것이다.
조리장의 칼이 그의 어깨가 있었던 곳을 내리쳤고
넘어진 그는 휘청거리면서도 다시 달아났다.
방법이 필요하다, 살아날 방법이!
소스를 잔뜩 진열해놓은 묵직한 천장 사이로 도망치던 그는
퍼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천장 사이를 모두 지나간 요리사가 재빨리 천장을 밀어서
뒤따라 오던 조리장을 깔아뭉개버렸다.
묵직한 천장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피투성이 조리장을
깔아뭉개버렸고, 한 번 꿈틀 하더니 그대로 잠잠해졌다.
"하아! 하아!"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 몸에 기운이라고는 다 빠져나간 듯 어느 곳도 움직일 수 없었다.
천장을 무너뜨리지 못했다면 자신이 죽어버렸을 것이라는 사실에
그는 괜히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심장은 미칠 듯이 뛴다.
아니, 심장이 이미 미쳐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오는 인기척에 그는 얼른 몸을 숨겼다.
부서진 문으로 들어온 웨이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기품 있는 걸음에는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조리장과 침입자가 모두 보이지 않자
당황한것이 분명했다.
요리사는 몸을 숨긴 채 의자를 집어 들었다.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열 발짝 앞, 그리고 다섯 발짝 앞......
다가와라.....다가와.....조금만 더...
"죽어라!"
그는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의자로 웨이터를 내리쳤다!
웨이터가 넘어졌고, 그는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그의 몸 위로 타고
올라가 주먹질을 날리기 시작했다.
"죽어, 죽어, 죽어!"
웨이터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대로 축 늘어져 있었고,
한참 주먹질을 날리던 그는 상대의 반응이 없자
그대로 주먹질을 멈추었다.
콜록거리며 입에서 피를 토해 내면서도
웨이터는 정중함을 잃지 않았다.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오신 겁니까? 무엇을 찾으러 오신 거죠?"
"도대체 왜.....어떻게 사람을...."
요리사가 다시 주먹을 휘두르려 하자
웨이터가 나직이 그의 마음속을 꿰뚫어보았다.
"소스 때문이군요. 예전에 소스에 대해 묻지 않았던가요?"
"그래, 소스 때문이다.....그런데....그런데....."
요리사의 주먹이 다시 올라가자, 웨이터가 냉정하게 그를 말렸다.
"지금 저를 때린다고 해서
저를 죽인다고 해서 원하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을 겁니다.
당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시기에는 이런 방법은
너무 거칠었습니다."
"나는 무슨 노력을 안 할 줄 알아?
나도 비법을 알기 위해 온갖 재료를 다 썼다고!
그래도 알아낼 수 없어서 이렇게 들어왔는데..
그런데..어떻게 사람이.."
흥분한 그는 말을 쉽사리 잇지 못했다.
코와 입 할 것 없이 피를 흘리는
웨이터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요리의 비법을 공개한다는 건
그 식당의 특색을 포기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식당의 규칙을 잘 알텐데요.
이것저것 캐묻지 않고 맛만 즐기면 된다는 것을요.
지금 당신이 이 식당의 작은 비밀 하나를 알았습니다.
이제 결정은 당신이 하는 것이죠.
맛이냐, 아니면 당신의 가치관이냐."
웨이터를 한참을 노려보던 요리사가 분노에 찬 비명을 지르더니
그를 때리는 대신 등 뒤로 돌려서 팔을 꺾었다
그리고는 발로 그를 걷어차며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안내해 당장! 허튼짓 하면 알지?"
"저는 손님을 위해 봉사할 뿐입니다."
웨이터가 팔이 꺾인 채 물탱크를 향해 앞장서서 걸었고
요리사는 주춤거리는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물탱크를 오르는 계단위로 두 사람이 조심스레 올라갔고
곧 두 사람은 물탱크의 꼭대기에 서게 되었다.
물탱크의 가운데는 작은 연못처럼 뻥 뚫려 있었는데
그곳에는 요리사가 그토록 찾던 소스가 독특한 향을 풍기고 있었다.
웨이터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이게 당신이 찾고자 하셨던 그 소스입니다.
오직 우리 식당에서만
우리 조리장의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하나밖에 없는 맛이죠."
"저게 그 소스라고....."
요리사는 환희에 찬 표정으로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붉은색 소스는 기괴한 광채를 띠면서 가볍게 일렁이고 있었다.
"어떻게 만드는 거지?"
"조리장님께 직접 물어보시죠."
요리사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느새 천장에서 빠져나온 조리장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노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마에는 처장의 병조각이 박히고,
나무조각이 눈을 찔러서 피가 줄줄 흐르는
그리고 앞니가 뭉개진 그의 모습은 지옥에서 방금 나온 악귀 같았다.
그가 칼을 휘둘러서 그를 힘껏 내리쳤다!
허공에 붕 떠오른 그의 두 눈이 분노에 찬 요리사를
허공에 붕 떠오른 그의 두 눈이
냉정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웨이터를
그리고 머리가 없이 피를 내뿜으면서
주저앉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아니 그의 머리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머리가 잘려나간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교수대에 매달아놓은 듯 급격하게 숨이 막히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다.
다만 고통스러운 것이 있다믄
코로 입으로 들어오고 있는 이 저주 받을 소스!!
문득 우스운 생각이 든다.
사람은 머리가 잘리고 몇 초 동안이나 살아있을 수 있었던가?
30초?
1분?
2분?
수면 위로 올라가는 기포방울을 힘없이 보던 그의 머리가
뱅글뱅글 돌아서 눈이 바닥을 향했을 때
그는 30초 동안만 살아있을 수
있다는 답이 맞기를 빌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소스의 맛의 비밀을, 그 진실을.
물탱크의 밑바닥에는
소스의 심연의 맨 끝에서는 마구 불어터진
이곳에 먼저 들어왔던 수많은 머리들이 입을 쩍 벌리며 그를
환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우웩
싸이에 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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