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난 남친에게 이별통보 받고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네요. 어떤 분에게 혹시나 도움될까 싶어 좀 길지만, 올려요. 가만히, 고요하게 가만히 그래, 전화 걸고 싶겠지..... 떠난 그가 안쓰러워서 이제 와서 생각하니 좋은 순간들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네가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었다. 그냥 가만히 있어보자고..... 너희 둘의 만남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 말밖에는 해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언제나 싸움의 언저리에서 참지 못하고 전화를 한 것은 너였으니까 말이야..... 이것은 누가 먼저 전화를 걸고 안걸고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지켜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구나. 한심한 말을 한다고 너는 화를 낼지도 모르겠구나.... 언니는 언제나 지당도사 같은 말만 한다고 말이지...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나 역시 지당도사들이 그렇게 말할 때는 시덥지 않던 그 말들이 이제는 옳다고 믿어진다. 왜냐하면 그저 지켜본다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며, 지켜보는 일처럼 일처리를 바르게 해주는 일이 없기 때문에 설사 가짜 지당도사들이 이 말을 수만번 써먹었다 하더라도 내게는 하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는 그 싸움이 아니었더라도 가고 싶었거나 그도 아니면 마음에도 없는 말로 너와 너의 그를 상처입히는 너에게 견딜 수 없는 미움이 치밀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전자의 경우라면 그는 네가 아무리 사과를 한들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조금쯤은 생각할 시간이 지난 이후에 네게 돌아올 것이다. 가만히 있는것.... 가만히 있기로 하자.... 그래, 가만히..... 고요하게..... 가만히..... 나무들에서 꽃이 피어날 때, 혹은 이파리가 돋을 때 그것들은 소리내지 않는다. 들꽃 하나도 자신의 꽃을 피우기 전에는 소리내지 않는다. 들꽃이 꽃을 피우고, 나무가 겨울을 이겨내며 힘들었다고, 지난겨울은 너무 추웠다고 말을 하지는 않지. 짐승들이 새끼를 낳기 전에 이제 나는 하나의 새끼를 낳는다고 소리 지르지는 않지. 신의 섭리에 묵묵한 그들은, 자연의 본성 자체인 그들은 소리내지 않는다. 모든 창조는 고요한 것이며...... 그리하여 어느 날 그들을 발견하는 자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들이 밤새 소리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때로 감동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E야, 제발이지 고요하기로 하자. 너무 많은 생각들이 일어나거든, 그 생각들이 그야말로 네 머릿속에서 폭발하도록 그저 내버려두렴... 흙탕물이 가라앉도록..... 홍수의 그 거칠고 품위없는 물결이 너를 휩쓸고 가지 않도록..... 소리내는 물결은 마실 수 없다. 우리를 살찌우는 것은 조용히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들.... 혹은 소리나지 않고 솟아나오는 샘물이다. 그래, 이제 그만 인정하기로 하자.... 더한 행복, 어떤 반전은 이제 그만 끝나버렸다고 때로 체념 속에 너를 맡겨보려무나. 이제 너는 고요 속에서 기다리는 일....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맡기고, 생이 너에게 충분히 허락해서 익히고 있는 일들을, 그것이 익기 전에 따버림으로써 훼손시키지 말도록 하자..... 그래.... 때로는 체념할 줄 아는 인간이 아름다운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내가 누구보다, 지금의 너보다 더 고통에 익숙하지 못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란다. 해야 할 체념을 하지 못하고 지나온 그 많은 날들 때문에 내가 훼손시켰던 사람들... 그러니 이제는 체념과 기다림..... 머리를 숙이고 바람의 결에 귀를 기울이자. 그러면 너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소음과 소란 속에서 듣지 못했던 작은 생명들의 속삭임..... 벌레들 소리, 들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작은 물방울이 중력과의 실랑이 속에서 떨어져 내리는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더 많은 자연들은 정말로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대개는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짐승들 또한 고개를 숙이고 있잖니. 그리하면 아마도 너는 진정 너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고, 그토록 귀중한 너만이 그에게든 아니면 다른 그에게든 사랑받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재잘거렸던 영특한 지혜를 이제는 너 자신을 위해 쓰렴. 네가 귀중해지면 누구든 네게로 돌아온다. 그가 아니라면 더 귀중한 무엇이 돌아온단다. 이건 내가 약속할게. 너는 상처입었다고 말했다. 그래, 상처받았겠지.....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에 있겠니. 랭보의 말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한 인간의 가슴속을 열어보면 우리는 숯불처럼 아직도 거기서 자글거리고 있는 그 빨간 상처들을 만나게 된단다. 그 상처들을 바라보렴, 모두가 버림받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단다. 남자들의 경우는 특히 더 심하지. 다만 그들은 조금 더 조용히 두려워하고 있는 뿐이란다. 하지만 섣불리 손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그건 서로가 손을 데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지. E야, 막 서른을 바라보며 이제 그렇게 막, 생이 두려워진다고 너는 말했지. 그래, 삶은 두려운 것이란다.... 하지만 들여다 보아야 한다. 깊은 밤중 산속에서 무서운 것을 얼핏 보았을 때 그것이 무섭다고 고개를 돌리는 자에게 무서움은 영원한 것이지만 그것을 똑똑히 들여다보면 사실 그것은 나뭇가지이거나 바위이거나 하단다. 두려워 하지 마라. 삶은 너를 안전하게 해줄거야. 다만 거기에는 조건이 있단다. 자기 자신을 위해 애쓰는 사람에게만. 이라는 단서가 붙는단다. 사실은 이것이 두렵다는 생각을 나는 요즘 하고 있단다.... 네가 이 힘든 인생의 한 길목을, 누구 때문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을 위해서 부끄럽지 않게 넘기를 기원한다..... 4
이별하신 분들, 꼭 읽어보세요.
6년 만난 남친에게 이별통보 받고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네요.
어떤 분에게 혹시나 도움될까 싶어 좀 길지만, 올려요.
가만히, 고요하게 가만히
그래, 전화 걸고 싶겠지..... 떠난 그가 안쓰러워서 이제 와서 생각하니 좋은 순간들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네가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었다.
그냥 가만히 있어보자고.....
너희 둘의 만남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 말밖에는 해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언제나 싸움의 언저리에서 참지 못하고 전화를 한 것은 너였으니까 말이야.....
이것은 누가 먼저 전화를 걸고 안걸고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지켜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구나.
한심한 말을 한다고 너는 화를 낼지도 모르겠구나.... 언니는 언제나 지당도사 같은 말만 한다고 말이지...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나 역시 지당도사들이 그렇게 말할 때는 시덥지 않던 그 말들이
이제는 옳다고 믿어진다.
왜냐하면 그저 지켜본다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며,
지켜보는 일처럼 일처리를 바르게 해주는 일이 없기 때문에
설사 가짜 지당도사들이 이 말을 수만번 써먹었다 하더라도 내게는 하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는 그 싸움이 아니었더라도 가고 싶었거나 그도 아니면 마음에도 없는 말로
너와 너의 그를 상처입히는 너에게 견딜 수 없는 미움이 치밀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전자의 경우라면 그는 네가 아무리 사과를 한들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조금쯤은 생각할 시간이 지난 이후에 네게 돌아올 것이다.
가만히 있는것.... 가만히 있기로 하자.... 그래, 가만히..... 고요하게..... 가만히.....
나무들에서 꽃이 피어날 때, 혹은 이파리가 돋을 때 그것들은 소리내지 않는다.
들꽃 하나도 자신의 꽃을 피우기 전에는 소리내지 않는다.
들꽃이 꽃을 피우고, 나무가 겨울을 이겨내며 힘들었다고,
지난겨울은 너무 추웠다고 말을 하지는 않지.
짐승들이 새끼를 낳기 전에 이제 나는 하나의 새끼를 낳는다고 소리 지르지는 않지.
신의 섭리에 묵묵한 그들은, 자연의 본성 자체인 그들은 소리내지 않는다.
모든 창조는 고요한 것이며...... 그리하여 어느 날 그들을 발견하는 자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들이 밤새 소리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때로 감동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E야, 제발이지 고요하기로 하자.
너무 많은 생각들이 일어나거든, 그 생각들이 그야말로 네 머릿속에서 폭발하도록 그저 내버려두렴...
흙탕물이 가라앉도록..... 홍수의 그 거칠고 품위없는 물결이 너를 휩쓸고 가지 않도록.....
소리내는 물결은 마실 수 없다.
우리를 살찌우는 것은 조용히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들....
혹은 소리나지 않고 솟아나오는 샘물이다.
그래, 이제 그만 인정하기로 하자.... 더한 행복, 어떤 반전은 이제 그만 끝나버렸다고
때로 체념 속에 너를 맡겨보려무나.
이제 너는 고요 속에서 기다리는 일....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맡기고, 생이 너에게 충분히 허락해서 익히고 있는 일들을,
그것이 익기 전에 따버림으로써 훼손시키지 말도록 하자.....
그래.... 때로는 체념할 줄 아는 인간이 아름다운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내가 누구보다, 지금의 너보다
더 고통에 익숙하지 못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란다.
해야 할 체념을 하지 못하고 지나온 그 많은 날들 때문에 내가 훼손시켰던 사람들...
그러니 이제는 체념과 기다림..... 머리를 숙이고 바람의 결에 귀를 기울이자.
그러면 너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소음과 소란 속에서 듣지 못했던 작은 생명들의 속삭임.....
벌레들 소리, 들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작은 물방울이 중력과의 실랑이 속에서 떨어져 내리는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더 많은 자연들은 정말로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대개는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짐승들 또한 고개를 숙이고 있잖니.
그리하면 아마도 너는 진정 너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고,
그토록 귀중한 너만이 그에게든 아니면 다른 그에게든 사랑받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재잘거렸던 영특한 지혜를
이제는 너 자신을 위해 쓰렴.
네가 귀중해지면 누구든 네게로 돌아온다.
그가 아니라면 더 귀중한 무엇이 돌아온단다. 이건 내가 약속할게.
너는 상처입었다고 말했다. 그래, 상처받았겠지.....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에 있겠니.
랭보의 말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한 인간의 가슴속을 열어보면
우리는 숯불처럼 아직도 거기서 자글거리고 있는 그 빨간 상처들을 만나게 된단다.
그 상처들을 바라보렴,
모두가 버림받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단다.
남자들의 경우는 특히 더 심하지.
다만 그들은 조금 더 조용히 두려워하고 있는 뿐이란다.
하지만 섣불리 손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그건 서로가 손을 데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지.
E야, 막 서른을 바라보며 이제 그렇게 막, 생이 두려워진다고 너는 말했지.
그래, 삶은 두려운 것이란다....
하지만 들여다 보아야 한다.
깊은 밤중 산속에서 무서운 것을 얼핏 보았을 때
그것이 무섭다고 고개를 돌리는 자에게 무서움은 영원한 것이지만
그것을 똑똑히 들여다보면
사실 그것은 나뭇가지이거나 바위이거나 하단다.
두려워 하지 마라.
삶은 너를 안전하게 해줄거야.
다만 거기에는 조건이 있단다.
자기 자신을 위해 애쓰는 사람에게만. 이라는 단서가 붙는단다.
사실은 이것이 두렵다는 생각을 나는 요즘 하고 있단다....
네가 이 힘든 인생의 한 길목을,
누구 때문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을 위해서
부끄럽지 않게 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