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후, 경찰로 부터의 전화 "김준식씨 인가요?" "네,,,,맞습니다" "서울 도봉 경찰서 이진호 경감입니다." "네 무슨일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오늘 살해로 추정되는 사체에서 김준식씨 연락처가 나와서 연락드렸습니다." " 네? " "사망자의 유일한 소지품인 휴대폰에서 김준식 번호를 알아냈습니다.' "......" "사망자의 휴대폰에서 검색되는 유일한 번호가 김준식씨 입니다. 현재 사망자의 사채는 도봉구 한일 병원에 안치 중이며 금일 오전까지 신원 확인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죠...."
급하게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준식. 병원에서 확인한 사채는 심하게 부패되어 있었으며, 누군지 알아 보기가 힘들다. "힘드시겠지만, 확인을 해주셔야 수사가 진행됩니다. 천천히 다시 한번 봐주시죠." 다시 한번 시체를 천천히 확인하는 준식. 유난히 넓은 이마가 눈에 들어온다. "저희가 조사한바로는 사망자의 추정나이는 이십대 중반에서 후반, 성별은 보시다시피 남자이며...." "이 사람 핸드폰 번호가 뭔가요? 제 번호가 저장되어 있으면 저도 저장한 번호일 수도 있는데..." "예...잠시만요...." 이진호 경감은 바쁘게 서류를 넘긴다. "번호가...010에 9919 XXXX 이네요." " 010...9919...XXXX " 준식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호를 검색한다. 핸드폰 화면에 뜨는 이름. 노 민 우 삼일전, 15년만에 연락이 온 중학교 동창이다. 순간 민우의 유난히 넓었던 이마가 떠오른다. "아......." 한동안 말이없는 준식. "검색이 안되나요?" "아....이 사람...노민우라고...제 친구인데요..." 경찰관은 준식의 말을 듣고 재빨리 서류에 기록한다. "노민우씨....거주지는 어떻게 되나요?" "......몰라요....저도 삼일전에 15년 만에 연락이 와서....몇마디 나눈게 전부거든요..." 갑자기 옆에 있던 의사가 끼어든다. "아직 부검을 해보진 않았지만, 육안으로 부패정도를 보았을때, 사망한지 최소 15일은 되었습니다. 저도 담당 형사한테 삼일전 통화기록이 있다고 들었지만, 도무지..이해가 안가는군요." 가만히 듣고 있던 준식이 입을연다. "분명히 삼일전에 저랑 통화를 했구요. 아무리 15년전 친구라지만, 민우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어요. 일년내내 짝궁이었거든요. 그때 목소리가 하나도 안변했다라는 말까지 했는데.." "사망자의 나이와 출신학교를 말씀해 주시죠." "81년 아니면 빠른 82년생 이겠죠? 학교는 광남중학교를 같이 다녔구요. 2학년때 같은반이였고, 뭐 이정도면 신원파악 가능하시죠? 저는 더이상 여기 못있겠네요...냄새도 그렇고, " "예.일단 나가시죠."
병원 사무실. " 대포폰 아시죠?" " 예...불법으로 명의 도용해서 핸드폰 개설하는거 말씀하시는 거죠? TV에서 본 적 있는데..." " 예 맞습니다. 사망자의 핸드폰이 바로 그 대포폰 입니다. 그래서 신원확인이 어려웠구요. 어쨌든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시 협조 부탁을 할 수도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준식은 병원을 나와 길을 걸어간다.
며칠 후, 다시 경찰로 부터의 전화. "아..김준식씨? 자꾸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별말씀을..." "오늘 노민우씨 부검 결과가 나왔는데요. 그게......사망한지 20일 정도 되었다고 하네요...." "결과가 이상하네요.. 분명히 저랑 통화를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그리고 저도 그때 크게 대화를 나눈게 없어요...뭐라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없겠네요...민우 부모님이나 형제들한테 물어보시는게 빠를 듯한데요.." "그게....노민우씨는 중학교 2학년때 부터 일가 친인척 없이 혼자 지내왔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조사중이고요....현재로선 유일한 지인이 김준식씨 밖에...." " .........휴......" 준식이 긴 한숨을 내뱉고 다시 입을 연다. "근데....저도 15년만에 갑자기 연락을 받은지라...민우에 대해서 아는게 전무해요....그나저나...제 핸드폰 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있을텐데...." "예....바로 그겁니다. 혹시 김준식씨 중학교 동창중에 특히 2학년 때 같은반이였던....친구들 중에 김준식씨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이 있나요?" "지금 연락하고 있는 중학교 친구들이 대부분 3학년때 친구들이라...보자...2학때도 같은반 이였던 친구가......없는거 같은데요....그렇지 않아도..오늘 중학교때 친구들 만나기로 했거든요...3학년 때 친구들이지만...어쨌든 오늘 애들 만나서 한번 물어볼께요." "예 그래주시겠어요?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서울 강남 고급 BAR 준식이 친구들과 앉아 대화를 나눈다. "애들아...니네들 혹시 노민우 라고 기억나냐? 중학교 동창이였는데..." "노민우? 같은 반 이였냐? 기억 안나는데...." "아는 사람 없어? 2학년 때 나랑 같은 반 이였는데...." 곁에 있던 친구 태우가 입을 연다. " 얌마..니 2학년때도 나랑 같은 반 이였잖아...노민우라는 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니 짝꿍 아니였냐?" "맞어 맞어...내 짝꿍 이였어...태우 니가 2학년때도 나랑 같은반이였냐? 암튼,,, 그 노민우 있잖아...얼마전에 죽었어...." " 뭐? 죽어? 진짜?" 준식은 친구들에게 최근 며칠간 있었던 일을 천천히 설명해 준다. 이야기를 다 들은 태우가 입을연다. "불쌍한 놈. 그나저나 어떻게 니 연락처를 알고 연락을 했을까? 그리고 통화날짜랑 사망일자도 안맞고..좀 이상한데?" 건너편에 앉은 재선이가 끼어든다. "이야...이거 흥미진진한데? 살해되기전에 15년전 친구와의 통화라...스릴러다 스릴러..." "이자식..사람이 죽었는데...흥미를 느끼냐....그나저나...태우 너 나랑 같이 내일 경찰서 좀 가자..." "아...내가 왜...? 귀찮아...." "야 그래도...친구인데...억울한 죽음을 밝혀줘야되지 않겠냐? 뭐 현재로선 큰 도움은 주지 못하겠지만.." "뭐 알겠다...토요일이고 하니...한번 출두해 주지.."
다음날 도봉경찰서. "반갑습니다. 이진호 경감입니다." "네 안녕하세요..강태우라고 합니다." "일단 유감스럽지만, 친구분인 노민우씨가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경찰은 전력을 다해 살해범을 추적하고 있으며 수사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예...예.." "일단 김준식씨.." "예?" "중학교 2학년때 노민우씨와 같은 반 이였고, 또 강태우씨 역시 같은반이였죠?" "네.." "중학교 2학년때 친구분들 중에 현재 김준식씨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강태우씨 뿐인가요?" "네 맞습니다. 태우 밖에 없습니다." "그럼 강태우씨는 노민우씨랑 연락을 해오고 있었습니까?" "아니오..중학교때도 민우랑은 별로 안친했는데요...여기 준식이도 중3와서 친해졌어요..." "휴......" 이진호 경감은 난처한듯 한숨을 짓는다. "이것 참...수사에 갈피를 못잡겠네..." 듣고있던 태우가 입을연다. "형사님...신원이 밝혀졌으면 거주지도 알 수 있을 것이고...거주지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하는게...." "그게....노민우씨는 거주지 파악이 안됩니다. 주민등록상 주소는 이미 다른 분이 거주중 이구요...그게 노민우씨 중학교 2학년때 거주지인데...그 이후로는 집없이 떠돌아 다닌거 같아요..." "집없이 떠돌아 다녔다구요?...말도 안돼..." "노민우씨는 중2를 마치고 학교를 자퇴하였고...그 이후는 전혀 파악이 안돼고 있습니다. 뭐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했을 수도 있을텐데..일정한 직업이 아니여서...파악하기 힘들고...지금 현재 유일한 연결고리가 김준식씨와 강태우씨 두 분밖에 없습니다.." "허....참..." 태우가 기가 막힌 듯 웃는다. "그럼 저희가 연결고리인 동시에 용의자일 수도 있겠네요.." "일단은 그렇게 되겠지만, 제가 따로 준식씨를 조사해 본 결과. 좋은 직업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부모님도 유명하신 분들이고...뚜렷한 살해동기가 없어요...강태우씨는 하시는 일이?" "변호사 인데요." "아....." 이진호 경감은 놀라운듯 태우를 쳐다본다. "뭐 두 분이 용의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두 분밖에 연결되는 부분이 없어서 그런겁니다. 기분나쁘게 생각하시지 마세요. 두 분이 노민우씨를 살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구요." "앞으로 수사계획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뭐..이렇다 정해진건 없지만, 일단 가장 큰 초점은 왜 노민우씨가 15년만에 김준식씨에게 전화를 했느냐 입니다. 그 번호를 어떻게 알았으며, 또한 통화 날짜와 사망 추정 일자가 상이한 점도..." "제가 변호사를 하면서 이런 사건 많이 봐왔는데요..미안한 얘기지만, 이런류의 사건은 대부분이 미결종료 나더라구요. 형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시고 계실텐데..." "그래도 해볼때까진 해봐야죠!"
준식과 태우는 경찰서에서 나와 차에 올라탄다.
차에 시동을 걸며 태우가 준식에게 말을 한다. "귀찮게 됐어. 저 형사 내심 니를 유력 용의자로 생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나를? 뭔소리야? 아니라잖아..." "크크 잘 들어봐. 노민우 사체에서 니 번호가 나왔지? 분명 삼일전에 통화를 했었고, 근데 부검결과 노민우는 사망한지 20일이 넘었단 말이야. 딱 드는 생각 없냐?" "거야...요새 날씨가 더워서..시체 부패가 일찍 되었을 수도 있지..." "아니 아니..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3일동안 그렇게 부패될 순 없어. 내가 잘알지..이런 사건 한 두번 맡아보냐? 배테랑 형사라면...... 당근 죽은 사람은 노민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아.....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죽은 사람의 신원을 뒤에서 열나게 캐고 있겠지...근데 그걸 너한테 말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냐..." "뭔데?" "용의자거든!...니가 말이야...이원 조사라고도 하지..이게 말이야..." "이원조사?" "유력한 용의자한테 뚜렷한 살해동기가 없을 때 용의자 앞에서 수사 협조를 구하면서 헛점을 찾고, 뒤에서는 그 용의자를 열나게 캐는거지..이해되냐?" "아..씨...기분 더러운데..." "열라 귀찮게 할거다...아마도...하지만 걱정마라...이 몸이 도와주마...근데 너 진짜 살인자 아니지? 크크" "미쳤냐? 내가?"
다시 경찰서.
이진호 경감이 부검의와 앉아 대화를 하고 있다. "선생님. 사체가 정교하게 잘라졌다가 다시 붙힌 거라고 하셨죠?" "그렇죠. 정확히 네 군데. 팔 두쪽과 다리 대퇴부 위 쪽으로 두 쪽. 근육 경직도를 봤을땐 사망자가 온전한 정신상태에서 잘려졌다가 붙혀진걸로 보이네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고통이였을거예요. 그야말로 사지를 찟은거죠." "악랄한 놈이군요." "그나저나 용의자는 윤곽이 나왔나요?" "김준식. 지난번에 신원확인하러 온 사람있죠?" "아...그 사람..사람은 참 선해보이고 깔끔하던데..." "선생님. 근데 그 김준식이가 의.사 입니다." "의사라고요?....이런...." "저는 일단 김준식의 주변인물 조사를 할 겁니다. 선생님께선 사체 절단 소행이 전문적인 의사만이 할 수 있다는 것과 증거가 될 만한 걸 다시한번 조사해 주세요."
다시 차 안. 준식과 태우. "태우야. 일단 내가 해야 할 일이 뭐냐..?" "아...이자식...당연히 알리바이를 만들어 놔야지.." "그 다음엔?"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 같이 있던 사람이라던가. 근데...너 노민우랑 진짜 전화한거 맞어?" "맞다니깐, 내가 1년동안 걔랑 짝이여서 목소리는 기억해. 통화 분명히 했고, 다짜고짜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미안하다고...? 왜?" "나야 모르지...." "......노민우....이 새끼 게임하자는 건가?" "게임?" "우리 중학교 2학년 종업식 기념 반회지 만든거 기억나냐?" ".....어....그런거 만들었던것 같은데....애들한테 글 받아서...반장이 정리해서..." "이 새낀...어떻게 의대 갔는지 모르겠다.....그때 내가 반장이였어..." "크크 그러냐? 근데 그 반회지가 어쨌는데..." "내가 어제 니네들이랑 술마시고 집에서 그 반회지를 찾아서 봤단 말이다. 노민우가 어떤 애인지 궁금해서....근데 민우 그 자식 완전 똘아이더라고.."
광남중학교 2학년 13반 교실 당시 반장이였던 태우가 교탁에 서서 말을 하고 있다. "야 야...주목...우리 반 회지 아직 글 안낸 애들 명단 불러줄테니깐. 좋게 좋게 말할때 빨리 나한테 제출해라...김민호, 김주현, 노민우, 백상진 이상 네 명 내일 아침까지 제출해. 안내면 빼고 그냥 만들거야." 태우가 말을 끝내자 다시 교실안은 시끄러워진다. 다음날 아침. 노민우가 태우에게 회지글을 제출하려고 다가온다. "반장. 여기" "어. 노민우." 태우는 민우가 건네준 종이를 받으며 명단에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그리고 민우가 건네준 종이를 확인한다. "나 가도 돼지?" "어...그래...." 민우가 돌아서려는 순간 태우가 민우를 불러 세운다. "야 노민우. 근데 이게 뭐야?" "뭐....?" "너 회지글에 뭘 적은거야? 영어도 아니고, 일본말도 아닌거 같고, 뭐냐 이게? 그냥 낙서한거냐? 선생님한테 혼나 임마~" "낙서 아니야.." "그럼 뭔데? 암호냐?" "내가 반애들한테 주는 수수께끼다." "수수께끼?...재밌는데? 어쨌든 니가 만든 암호 풀어보라는 거 아니야...풀면 상품 주는거야?" "............주지....상품..." 민우는 살짝 웃어보이고는 이내 자리로 돌아간다.
다시 태우 차안. " 그 암호 아마 준식이 니가 풀었을걸?" "아~ 기억나...노민우가 낸 수수께끼...내가 풀었어..그거..근데 무슨 말이였는지는 생각이 안난다." "일단 우리집에 가자. 보여줄께."
태우 집 서재.
태우가 준식에게 반회지를 건넨다. "니가 한번 다시 풀어봐라. 난 모르겠더라" "보자..보자.." 회지를 유심히 살펴보던 준식이가 살짝 웃는다. "태우...거울 가져와봐.." 태우가 방안에 걸려있는 거울을 떼서 준식에게 건네준다. "잘봐...." 준식이가 거울로 암호문을 비추자 거울에 비춰진 암호문이 한글로 변한다. "이게 거울 암호라는 건데...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개발한 암호지...글자를 뒤집어서 흘겨쓰면 쉽게 알아내기가 힘들어..." "크크...이걸 수수께끼라고 낸 새끼나...그걸 또 진지하게 푼 새끼나...암튼 뭘라고 쓰여있는 거냐?" "거울 들고 있어봐...내가 읽어볼께..." 준식은 천천히 소리내어 암호문을 읽는다. "은빛의 강을 따라....여섯물결...."
도봉경찰서 강력계.
이진호 경감이 그의 후배 최진철경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경감님..어제 말씀하신 최근 실종 사건이요. 강남쪽에 하나 올라와 있는데요?" "20대 후반 남자 실종인가?" "예..28세 백상진..미혼에 임대업.." "당장 해당 경찰서 담당자에게 전화넣어."
다시 태우의 집 서재. "이게 뭔 말이야?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자국. 거대한 돌산 뒷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 " 가만히 있던 태우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연다. "아...나 이거 생각나...거울 암호는 니기 풀었고...이 암호문은 내가 풀었던 것 같은데....학교 운동장에 노민우가 뭘 새겨놨었어." "가보자. 학교." "뭐? 아 귀찮은데...." "빨리 가보자..니네 집앞이잖아..." "좋아..노민우 수수께끼 받아주지. 콜."
도봉경찰서 강력계.
최진철 경사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다. ".........28세....예....강남에....예.... " 최진철 경사는 전화를 끊고 이진호 경감에게 다가간다. "그래 뭐래?" "백상진씨 실종신고가 어제 들어왔구요.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본 게 8월 24일 지금으로부터 23일 전 이네요.." "23일전? 사체 사망시점하고 얼추 맞아떨어지는군...그나저나 실종신고는 왜이리 늦게 한거야?" "그게 실종된 백상진씨가 워낙 바쁜 사람이라 원래 집을 잘 비운다고 하네요. 강남에 빌딩 5개를 갖고 있는데...뭐 여하튼...중요한 것은 출신학교가 광남중학교..." "뭐? 광남 중학교? 김준식과 노민우가 나온 학교잖아......"
준식이 교문을 들어서며 태우에게 소리친다 "태우! 빨리와..니가 풀었잖아 그 암호…" "아무리 내가 천재라지만, 낸들 그게 기억이 금방 나겠냐…" "아이고, 얼마나 대단한 천재길래..사법고시를 3번이나 떨어지셨을까…크크"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그건 이 몸 컨디션이…" "됐고…이제 한번 풀어보자…노민우 수수께끼…"
15년전으로 돌아가 같은 운동장의 중학생의 준식과 태우가 서있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자국. 거대한 돌산 뒷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이라…태우야 감좀 잡혀?" "글쎄…어딘가에 뭘 새겨놨다는 거 같은데.." 태우가 운동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생각에 잠긴다. 준식은 옆에서 암호문을 계속 되뇌인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잠깐…은빛의 강? 물결?"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광남중학교. 태우와 준식이 서로 마주보며 동시에 소리친다. "그래! 가스배관!" "맞아..운동장 담벼락 밑에 은색 가스배관..그게 마치 파도같이 구불 구불 생겼었잖아.." "나도 기억나..그 가스배관 아직도 있을까? …가보자…" 태우 뒤를 준식이 다급히 쫒아간다.
도봉경찰서안. 이진호 경감이 상사인 유필한 반장한테 보고를 하고 있다. "반장님. 이거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구요..토막살인 이예요…토막살인…" "글쎄 알겠는데…좀 힘들지 않겠나?..피해자가 노민우가 아닌거 같다며? 그럼 아직 신원불명이잖아..그럼 광역수사대로 넘기는게 낫지 않을까?.." "아니오..이 건 제가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휴….그게 내가 결정해줄 수 있는 사항도 아니고…아무튼..자신있나 보지? 뭔가 알아낸거라도 있나?" "일전에 말씀드린 김준식이라는 사람..." "아…그 잘생긴 의사양반?" "네…지금 강남서에 실종사건하나가 올라왔는데요…실종시간이 피해자 사망 추정일과 비슷해요…무엇보다 김준식, 노민우와 동창입니다…" "그래서 의사양반이 실종자를 죽이고 시체를 훼손해서 노민우로 둔갑시켰다 이건가?? 이봐 진호..너무 비약이 심하지 않나?? 잘나가는 의사양반이 무슨이유로.." "그게 반장님...중요한건…" "중요한거??" "실종자 백상진이 김준식씨 병원의 건물주 입니다…" "뭐?!..."
다시 광남중학교 운동장. 준식과 태우가 운동장 구석진곳에서 땅바닥을 훓고 있다. "여깄다..은빛의 강!" "찾았어? 가스배관?" 준식이가 태우에게 성급히 다가간다. "자 봐봐…벽을 따라..가스배관이 학교 건물로 이어지고 있지?" "그럼 여섯 물결이라는건…?" "멍충아..쭉 봐봐..담벼락 기둥마다 U자 파이프를 썼잖아…기둥마다 출렁 출렁...즉 여섯물결이라는건 여섯번째 기둥을 말하는거지…" "오오…천재…강태우…" "짜식…이제 알았냐?" "알았어…인정.. 그럼 빨리 여섯번째 기둥으로 가보자…여기가 시작점 이니깐…하나 둘…셋…" 준식과 태우가 천천히 여섯번째 기둥쪽으로 다가간다. "준식..이제 다음 문구가 뭐냐?"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태우는 바로 좌측편을 바라보고 한동안 쳐다본다. "흙빛호수…흙빛호수…" "태우야..나 이거 어렴풋이 기억 나는데..흙빛호수…" "그래? 뭔데??" "흙빛호수..저기 화단 이였던거 같아.." "화단? 화단이라..왜 화단이 흙빛 호수지?" "그러게…분홍색 호수라던가…노란색 호수라던가…바닥은 흙이라서 그런건가?" "아…맞아…그거였어…바닥이 흙…아..아…이제 기억났다…흙빛호수…"
다시 도봉경찰서안. "건물주? 실종자가 김준식이 병원 건물주라고?..이거 이거…가능하구만..그래서 원한관계..채무관계…조사해봤나?" "아니요…조사 전에 아까 말씀하신 광역수사대…확실히 해주셔야…" 유반장이 벌떡 일어나 이진호경감의 뒷통수를 갈긴다. "이 자식이…이게 광역에 넘길 건이냐? 그 정도 꼬리 잡았으면 이 참에 우리도 큰 건 하나 올려봐야지... 정말 김준식이가 범인이라면… 이거 정말 큰 건이야…" 이진호는 뒷통수를 부여잡고 대답한다 "네..반장님..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럼 정식으로 강남서에 협조요청하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잘해봐..그리고 진호..!" 이진호경감은 자리로 돌아가다 다시 유반장을 쳐다본다. "네?" "믿는다." "아 네.." 이진호는 유반장 자리에서 황급히 나와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최진철 경사를 부른다 "들었지? 반장님 허락 떨어졌다..우선 강남서에 협조 공문날리고 백상진이 김준식이 관계파악부터 확실히 하자.." "네…선배님!...간만에 탐문인가요?...일할맛나는데요.."
광남중학교. 준식과 태우가 운동장 한가운데를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태우....그러니깐, 예전에는 6번째 기둥에서 정확히 일직선상에 있는 화단만 비어있었단 말이지?" "어...그때 그쪽 화단만 바꾼다고 기존 꽃들을 전부 뽑아내고 새로 씨를 뿌렸었어..." "그럼 호수라는 말은 왜 붙은걸까?" "이런 중학생 만도 못한놈...새로 씨를 뿌리면 그 바닥이 그냥 흙이겠어? 맨날 물을 뿌릴거 아냐...그래서 그 쪽 화단만 항상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지..." "아...그래서 흙빛호수...." "그러니깐....그 흙빛호수에서 다섯 발자국을 걸어가면 답이 나올거야...크크 중학생이 낸 수수께끼 따위...." "그럼 여기 거대한 돌산 이건 뭘까?" "일단 가보자...가면 돌산이던, 나무산이던 뭔가 보이겠지..." 준식과 태우가 바쁘게 화단 쪽으로 걸어간다. 곧 화단 앞까지 온 두 사람은 천천히 그리고 정확한 보폭으로 다섯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다. "뭐야 이거..." 준식이 다섯 발작국을 나아가서 태우를 돌아보며 소리친다. 태우는 준식에게 다가가며 입을연다. "뭔데? 거기 있어? 거대한 돌산?" "돌산은 무슨....그냥 벽인데....학교 벽... 아무것도 없잖아..." "다시 한번 노민우 암호문 봐봐..." 준식이 품에서 태우의 서재에서 적어온 종이조각을 꺼내어 또박또박 읽는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자.국. 거대한 돌산 뒷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이게 전부인데..." "거대한 돌산...거대한 돌산...." 태우가 되뇌이며 나즈막하게 말을 잇는다. "그때도 분명 여기서 엄청 해맷던거 같긴 한데..."
15년 전 광남중학교. 어린 준식과 태우가 화단 앞 학교 외벽 앞에 서있다. "태우야...어딜봐도 돌산은 없는데? 그냥 벽 뿐이야....여기 안은 학교 박물관인가..." 준식이 까치발을 들어 창문 안을 바라본다. "그러게...노민우...이 자식...역시 장난친건가?" "아...몰라...나 학원 가야돼...그만 할래...." 준식이 한참 창문안을 바라보다 이내 포기한듯 몸을 돌려 화단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뭐야...김준식...니가 이거 풀어보자고 해서 난 학원도 땡땡이 치고 왔건만..." "넌 학원 안가도 일등 하잖아..." 준식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태우에게 말을 한다. 태우는 한참을 벽 앞에서 창문안을 바라보고 있다가 "잠깐! 준식아!" 하고 준식이를 급하게 부른다. 준식이 태우에게 다시 뛰어온다 "왜? 찾았어 거대한 돌산?" "우리 학교 만든 그 할아버지...그 할아버지...있잖아...맨날 교장선생님이 조례 시간에 말하는..." "아마...이재춘 선생이라고 했던가...?" "이름말고 이름앞에 붙히는 '호' 석산? 석산 이재춘 맞지?" "어 맞을걸?..석산 이재춘...근데 그게 뭐..." "석산...돌산...이잖아..." "아...그렇네...돌산....근데 여기 그 할아버지가 없잖아..." 태우는 대답하지 않고 창문 안을 가르킨다. 준식은 다시 발을 들어 창문을 바라본다. 준식이 바라본 창문 안에는 석산 이재춘 선생의 거대한 초상화가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준식을 바라보고 있다.
도봉경찰서. 이진호 경감이 서류를 뒤적이다 최진철 경사를 부른다 "최형사...지금 당장...백상진씨 집에 연락해서...사망자 신원 확인해달라고 해..." "네? 노민우..아니 그 시체 말씀하시는 거죠? 너무 이른거 아닐까요?..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아니....어차피 시체 훼손정도가 심해서 육안 확인은 힘들테고 DNA 검사를 진행해야돼...그렇게 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부르는게 나아.." "역시...일단 백상진 인지 아닌지 파악하는게 우선 이겠군요..." "그렇지...최형사 니가 시체와 백상진 일치 여부를 책임지고, 나는 김준식과 백상진의 관계를 탐문하겠다...빨리 움직이자..." "네! 선배님!"
광남중학교 준식과 태우. "아직도 있을까? 돌산 이재춘??" 태우가 말을하며 천천히 창문을 안을 들여다 본다. 준식도 태우를 따라 창문을 들여다 본다. 여전히 석산 이재춘 선생의 초상화가 늘름하게 걸려있다. "아직...죽지않고 살아있네...저 노인네...크크" 태우가 나즈막히 웃으며 초상화를 바라본다. "근데 어떻게 들어가지...저 초상화 뒤편만 확인하면 끝인데..." 태우가 고민하고 있을때, 준식이 말없이 창문을 연다. "강태우...이거 열리는데..." 태우는 벙찐 표정으로 준식과 창문을 번갈아 바라보다 "넘어가자.." "뭐?" "넘어가자고..." "진짜? 너 법을 수호하는 변호사가 아니더냐?" "민법 제 185조 26항 모든 공공건물은 국민의 소유이며, 공개된 공공건물은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학교 역시 공공건물" "창문 열려있는게 공개된 공공건물이냐...그리고 여기 사립학교야...짜샤..." 태우는 이미 창문을 반쯤 넘어선 채로 준식에 말을 한다. "이걸로 잡혀가도 너는 꼭 변호해주마...걱정말고 따라와..." "나..참..." 준식은 한숨을 길게 쉬고 태우를 따라 창문안으로 들어간다. 학교박물관 안은 오랜시간 방치된듯 내려앉는 모든곳에 먼지가 쌓여있다. 준식과 태우가 바닥에 발을 딛자 눈에 찍히는 것 마냥 바닥에 발자국이 찍힌다. "잠깐...." 태우가 앞서가려던 준식을 막아선다. "준식..밑을 봐봐" 준식이 내려다본 마루바닥엔 누가 앞서 다녀간듯 초상화 쪽으로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발자국이네...그것도 돌산 쪽으로..." "아...씨...나 무서워...진짜..." 태우가 몸서리 친다. "누군가...우리처럼 암호를 풀러 온건가?" "설마..." "일단 이 발자국을 피해서..." 태우가 다른길로 돌아서 초상화 앞으로 다가간다. 이어 준식이 태우를 뒤따른다. 초상화 앞에 서자 준식이 망설이듯 입을 연다. "이거 뒷편이란 얘긴데...잠깐 떼어봐도 괜찮겠..." 태우는 준식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상화 한 켠을 잡는다. "반대편 잡아" 준식과 태우는 조심스레 초상화를 들어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는다.초상화가 떼어진 부분은 때가 안타 유난히 하얗다. "아...젠장...여기서 누군가한테 잡히면 완전 초상화 도둑인줄 알거 아니야..." "닥치고 뭐가 있나 보자..." 태우가 초상화가 떼어진 벽면에 조심스레 다가간다. "준식아...여기봐봐...여기 진짜 뭔가 쓰여져 있어...그리고..."
15년전, 광남중학교 2학년13반 교실. 쉬는시간, 시끄러운 교실안 무리를 뚫고 혼자 앉아있는 노민우에게로 준식과 태우가 다가간다. "노민우..우리 이거 풀었어…" "아..그래? 그럼 이.름 적었나? 그래야 내가 확인하고 선물을 줄텐데 말이야…" "야..당근 적어놨지..나랑 태우…둘다..." "알았어…그럼 내가 확인해보고 선물 줄께.." "시시한거면 알아서해...노민우...니 수수께끼 때문에 학원 빠져먹고 엄마한테 죽다 살아났으니..." 태우가 엄포를 한다. "알았어...걱정마...꼭...줄께...선.물" 민우는 의미를 알수없는 미소를 띄운다.
국립과학수사원. 시체안치실. 최진철 경사와 중후한 노부부가 들어선다. 최경사는 시체가 있는 안치실 중앙으로 다가가 시체 커버를 열기전에 노부부에게 말을 한다. "일단, 두 분 이건 어디까지나 신원 확인 입니다. 이 시체가 실종된 백상진씨라는 건 아니니까...." "이 사람이...어서 그 커버나 열어보게...설마 내가 내 아들 얼굴도 못알아볼까..." "그게....시체가 많이 부패되고 훼손이 되서...제 어머니 같아서 드리는 말씀인데...사모님은 나가계시는게...." "자네는 나가 있지...내가 확인해 볼께.." 노신사가 부인을 문밖으로 인도하고 다시 돌아와 최경사에게 계속 진행하라는 손짓을 한다. 최경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담숨에 시체커버를 가슴팍까지 내린다. "욱....." 노신사는 시체를 보고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틀어막는다. "그럼 닫겠습니다...." 최경사가 커버를 닫으려 하자, 노신사가 한 팔로 그를 제지하며...시체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오른쪽 팔을....팔을 좀 볼수 있겠나?" "오른쪽 팔이요?" "우리 아이....오른쪽 팔목에 문신이 있는데...." "아 그렇습니까?" 최경사는 재빠르게 오른쪽 팔을 꺼내어 문신 여부를 확인한다. "한번 보시죠...문신이...." "휴...." 노신사는 눈을감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이 사람 우리 아들 아닐세...우리 아들은 오른쪽 팔목에 커다란 별표 문신이 있어요...휴..." "아...네..." 최경사는 약간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들고 있던 백상진 관련 서류에 '오른쪽 팔목 별표 문신 있음' 이라 적는다.
국립과학수사원 복도. 최진철 경사가 노부부와 인사를 하고 출문으로 인도해준다. 노부부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자 휴대폰을 꺼내어 통화를 한다. "네..선배님..최진철 입니다..." "그래...신원 확인 마쳤나..." "아...그게요...백상진이 아니라고 하네요...." "뭐? 그 시체를 보고 어떻게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있지?" "그게...백상진 오른쪽 팔목에 커다랗게 별표 문신이 있답니다...저도 같이 확인했는데...문신은 없었습니다..." ".........젠장...." 최경사가 통화하며 걸어가는 와중에 뒤에서 과학수사원이 급하게 최경사를 부른다. "형사님...! 형사님...!" "아...선배님...이따 다시 전화 드릴께요..." 최경사는 전화를 끊고 수사원에게로 다가간다. "네...무슨일 이십니까?" "지금 저희 팀장님이 급하게 찾으셔서요...같이 좀 올라가시죠..."
태우의 사무실. 태우는 자리에 앉아 펜대를 굴리며 생각에 잠겨있다.
이틀전, 광남중학교 박물관안. 태우가 초상화 뒷편 메세지를 유심히 보고있다. "준식아...여기봐봐...여기 진짜 뭔가 쓰여져 있어...그리고..." 준식이 태우에게 다가간다. "....이게 뭔 말이지?..." "이 자식... 장난치고 있어...여기봐봐.." 태우가 손으로 가르친 곳엔 [오랜만이야! 친구들! 드디어 오늘이 왔군!] 그리고 알수없는 알파벳.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준식 한동안 바라보다 "노민우 일까?..." 태우에게 물어본다. "그렇겠지...? 이 부분만 바래지지 않은걸 보니 최근에 적은거 같은데..." "그럼 아까 먼저 찍혀있던 발자국이 민우?" "모르지...그건 그렇고...여기 위에에 있는 문장은 뭐지? 우리 이름도 적혀있는데??." 태우가 가르친 윗 쪽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최초발견자는 이름을 적어주세요
21312 김준식 21302 강태우
congratulation
how are you Fine 16 Thanks 20 and you!!
다시 태우의 사무실. 태우는 민우의 알수없는 메세지를 메모지에 적어본다. "이게 뭔말이지?...젠장..." 태우는 짜증난듯, 메모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의자를 뒤로 제끼고 나즈막히 읆조린다. "콩그레츄에이션 하와유 파인 땡스 앤 유....참...나...유치한 중딩새끼...."
준식의 병원. 준식은 간호사와 함께 회진을 하고 있다. "봉합은 잘되었네요...상처가 크게 남진 않겠습니다. 어디 불편한데 있으신가요?" "선생님...식사는 언제부터 할 수 있죠?...배가 많이 고프네요..." 준식은 옅은 미소를 띄우며 환자에게 대답해 준다. "하하..지금처럼 소독 잘하시고 주사도 잘 맞으시면 내일 점심부터 드실 수 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준식은 간호사를 보며 "이 환자분 환부 드레싱 좀 다시 해주고 NPO 내일 점심까지.." "네..원장님" 준식은 병실을 나와 피곤한듯 어깨를 주무르며 원장실로 걸어간다. "저기...원장님..." 원장실을 들어가기전 간호사가 준식을 부른다. "어...김간..무슨일이예요?" "저기...손님이 오셨는데..." "누구..?" "...경찰..이라고..하시는데..." "경찰? 어디계시지?" "지금 접견실에 있습니다..." "알았어요..." 준식은 발길을 돌려 접견실로 향한다. 접견실 앞에서 내부를 확인하는 준식. 이진호 경감이 앉아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형사님...어떻게 여기까지..."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아이고...가운입으시니 더 멋지시네요...그냥 근처 지나가는 길에 여쭤볼게 있어서 들렸습니다..." "앉으시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병원이 정말 멋지네요...젊은 나이에...대단하십니다...허허..." "아이고..아닙니다..아버님께서 예전부터 운영하시다 얼마전에 은퇴하셨거든요...말만 원장이지...아직 멀었습니다..." "아니요...이 분야에선 정말 유명하시던데요...미국에서 유명한 대학도 나오시고..." 준식 조금 놀란듯이 "형사님..제 뒷조사 하셨나봐요...민우 때문에?..." "아...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전에도 말씀드렸듯이...이번사건 연결고리가 없어서요...부득이하게..." "괜찮습니다..그게 형사님 일이신데요..뭘...이해해야죠...." "아 예...수술 잘하시죠? 역시 외과 전문의시니..." "무슨 말씀이신지..." "하하...아니요...의사라는 직업을 잘 몰라서...외과라 하면..." 진호는 외과의사를 흉내내듯, 쓱쓱 써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 " 메스.. 썩션.. 이런거 아닌가요?" 준식 약간은 어이없다는듯 "뭐...그렇죠...그걸 물어보시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신건가요?.." 또다시 잠시 침묵. 진호가 정색하고 천천히 입을 연다. "백상진씨라고 아시죠?" 순간, 준식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진다.
국립과학수사원. 최진철 경사가 수사원을 따라 성분분석실로 들어간다. 챠트를 훓어보던 성분분석팀장이 최진철 경사를 보고 다가오라는 손짓을 한다. "자네가 그 도봉구 사체 담당 형사인가?" "네...도봉경찰서 강력계 최진철 경사입니다." "그렇구만..." 팀장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히며 말을 계속 한다. "그 사체 말이야...부검의 소견을 보고 뭔가 찜찜해서 심층 성분분석을 해보았는데..말이지.." 재떨이 뚜껑을 열어 재를 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 명이 아니더만..." "네?,,,이해가 잘 안됩니다만..." 다시 재를 털며 "그러니깐, 머리와 몸통 한 명. 오른팔,왼팔,오른다리,왼다리 각 각 한 명씩...총 다섯명으로 이루어진 사체라고..."
준식의 병원 접견실. 준식이 약간 당황한 기색으로 진호에게 대답한다. "....백상진 이라면......" 이때 진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진호는 준식에게 양해를 구한뒤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어...최형사..." "선배님! 선배님! 이거 장난 아닙니다!" 최진철 경사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준식에게까지 들릴정도이다. 진호는 준식에게 머쩍은듯 살짝 웃어보이고는 접견실을 나가 전화를 계속한다. "대체 뭔데 그래? 천천히 좀 말해봐!" "선배님...노민우인지..백상진인지 어쨌든 그 시체요...각기 다른 5명으로 이루어진 거래요...머리와 몸통...오른팔...왼팔..." 진호의 눈이 커진다. "선배님...연쇄 살인이라구요! 아니 연쇄 토.막.살.인...!" 진호가 전화를 받고있는 사이, 준식은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꺼낸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태우의 사무실. 태우가 어떤 사람과 앉아 얘기를 하고 있다. 이때 태우에 핸드폰에 메세지가 왔다는 신호음이 들린다. "아...죄송합니다..." 태우는 상대방에게 살짝 양해를 구한뒤, 핸드폰을 확인한다. 준식이다. [태우. 도와줘. 경찰이 병원까지 찾아왔네. 아무래도 니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용의자인가봐..] 태우는 메세지를 확인하고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아 그러니깐...에....제가 어디까지 말씀드렸죠?" "하하..역시 유망한 변호사여서 그러신지 많이 바쁘시네요...그보다..저...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예 그러시죠 나가셔서 오른쪽을 가시면 바로 화장실 입니다..천천히 다녀오시죠.." 마주앉아있던 사람이 사무실을 나가자 태우는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준식의 메시지를 다시한번 바라본다. 답장. 누른다. 화면에 새겨지는 태우의 메세지.
준식의 병원 접견실 준식의 핸드폰으로 메세지가 도착한다. 태우 [내가 말했지? 알리바이. 그것부터 생각해놔.] 진호가 최경사와 통화를 마치고 접견실로 들어와 다시 준식 앞에 앉는다. "아...죄송합니다...후배형사인데...일이 좀 안풀리나봐요..." "수고가 많으시네요..." 준식이 애써 웃어보인다. "아까 하던 얘기 마저하자면, 김준식씨 백상진씨라고 알고 계시죠?" 이때 다시 준식의 핸드폰으로 메세지가 도착한다. 준식은 눈을내려 메세지를 확인한다. [아참. 그리고 곤란한 질문엔 변호사를 통해서 물어보라고 해.] 준식은 핸드폰을 가운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천천히 입을 연다. "제 변호사를 통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도봉경찰서. 이진호 경감이 강력반을 들어오며 수사노트를 책상에 강하게 내려놓는다. 제법 큰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진호...뭔일이야? 잘 안풀려?" 유필한 반장이 자리에 일어나 진호에게 다가간다. "아...반장님...김준식이...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변호사?" "네...아마 지난번에 같이 저희서에 왔던 친구 같은데요...이름이..." 진호는 수사노트를 펼쳐 뒤적인다. ".....강태우...변호사...이 사람 역시 노민우, 백상진과 동창입니다..." "젠장...역시 배우고 있는 놈들 건드리는게 제일 힘들어..." "그러게요...그동안 상대해온 양아치들하고는 차원이 틀립니다..." "좋아! 일단 이 건에 우리 강력반 목숨걸자...성재! 용호! 니들 오락실건 털고 다 여기에 붙어!" "네..." 지시를 받은 두 형사가 짧게 대답한다. 유반장은 짧게 박수를 두번 치고 말을 잇는다. "자..자.. 이거 윤곽 잡혔어...진호를 필두로 전체 지휘는 앞으로 내가 한다...5명 사체 얘기 다들 들었지?" "네!" "성재는 국과수에 백상진 DNA 검출 정식요청하고!" "네!" "용호는 최근 실종건중에 김준식하고 관련될만한거 싹 다 훓어서 가져와!" "네!" "그리고 진호!" "네! 너는 진철이하고 백상진과 김준식 관계 확실히 밟는다..." "네!" "다들 기자새끼들 냄새 맡지 않게 조심하고...확실해질때까지 이 건 절대 오픈 금지다! 알겠어?" "네!" 도봉 강력반이 들썩인다.
준식의 병원. 준식은 사무실에 앉아 인터폰을 누른다. "네.. 원장님.." "김간...오후 진찰 전부 부원장으로 돌리고...연락오면 연결하지 말고 핸드폰으로 하라고 전달해 주세요..." "네...원장님.." 준식은 책상달력을 한장 넘긴다. 8월달. 달력에는 일별로 스케쥴이 빼곡이 적혀있다. 8월 21,22,23일. 날짜에 맞춰 천천히 눈을돌리던 준식. 24일에 멈춰진다. [24일. AM10시 재판 서울남부법원. 301] 유난히 단순한 스케쥴. "백상진씨라고 알고 계시죠?" 진호의 말이 떠오른다. "백상진을 왜 갑자기..." 준식이 잠깐 생각에 잠길때쯤, 책상위에 핸드폰이 울린다. 태우. 준식은 바로 전화를 받는다. "어디냐?" "어..병원..." "병원? 병원에 없다던데?" "아...연결하지 말라고 했어..." "에고...짜식...힘들지?..." "머리 아프다...짜증나게 얽힌거 같아..." "짜샤...이 몸이 도와줄께..,너무 걱정하지마라...그나저나 형사가 와서 뭐 물어보디?" "백상진." "백상진? " "우리 병원 건물주..백상진 말이야." "아..지금 내가 맡고 있는 소송건에 그 백상진?" "어...뜬금없이 백상진 아냐고 물어보더라고...도저히 노민우랑 매칭이 안되는데…" "혹시 그것 때문인가…” "뭐가?...알고 있는거 있어?" "내가 얘기 안했나?...그 백상진이 우리하고 중학교 동창이야…” “정말?? 처음 듣는데??” “니네 건물지분 소송 준비하면서 나도 우연히 알게됐어…” “뭐야..이거…진짜 완전 얽히는 기분이야…” “야..됐어…너무 신경쓰지마…니 베프이자 충실한 법정대리인인 이 몸이 있잖냐…” “고맙다…안그래도 신경쓸게 많을텐데…” “그나저나 형사한텐 뭐라고 대답했어?...” "지금 소송중인 사람 이름이 갑자기 나오니깐 당황되더라고...그래서 니가 알려준데로 변호사 통해 말하라고 했지..." "야..진짜 잘했어...일단...내가 짬나는데로 백상진 한번 알아볼께..." "고맙다...태우...근데 앞으로 나 어떻게 해야되냐..." "알리바이 자식아...몇 번말해...알리바이만 확실하면 경찰이던 검찰이던 들어갈 구멍이 없어요..." "그래서 그 시체 사망추정일 전후로 스케쥴 보고 있는 중이다..." "입증할 수 있는 스케쥴이지?" "뭐....대충...24일 재판 보류된거 외에는..." "아...건물주하고 재판일이 지난 24일 이였던가?..." "어...근데 건물주가 법정에 안나왔잖아...그래서 재판은 보류되고..." “아…”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태우의 짧은 탄식.
다음날
어느 커다란 저택앞. 도봉경찰서 강력반 이성재 경사가 대문 앞에 서있다. 옆에는 일행 한 사람. 등뒤에는 ‘과학수사대’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집 하나 더럽게 크네요…흐흐” 이경사가 수사원에게 감탄한듯 웃어보이고는 초인종을 누른다, “네. 누구세요?” 이경사는 품속에서 경찰 신분증을 꺼내 카메라 앞에 들이댄다. “안녕하세요. 경찰서에서 나왔는데요..백상진씨댁 맞죠?” “네..맞습니다만, 무슨일 때문에 그러시죠?” “예..이 댁…백상진씨 실종 신고와 관련해서 조사할게 좀 있어서 왔습니다..” “잠시만요…여쭤보겠습니다..” 인터폰이 끊기고, 침묵이 흐른다. “하..이런 집들은 드라마 그대로네요..여쭤보긴 뭘 여쭤봐…흐흐”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들어오세요’ 라는 짧은 말과 함께 대문이 열린다.
도봉경찰서 강력반. 이진호 경감과 유필한 반장이 휴게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몸통, 팔, 다리 중 분명히 백상진의 DNA가 검출될 것입니다…” “그렇겠지…하지만 DNA 대조까지 최소 1주는 걸릴텐데…광역수사대 애들 냄새 맡고 덤비기 전에 어떻게든 쇼부를 쳐야되…” “그러게나 말입니다...” 유반장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 문득 생각난 듯 “그나저나…백상진, 김준식 관계 파악 좀 해봤어?” “예 지금 진철이와 확인 중에 있는데…” 이때, 진호의 핸드폰이 울린다. 최진철 경사. “어 진철..왜?” “선배님 어디세요?” “반장님하고 휴게실에 있어…” “네. 거기로 갈께요…”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경사가 들어온다, 곧바로 진호 곁에 앉으면서 기분 좋은 듯 입을 연다. “반장님, 선배님, 잘하면 김준식이 잡아들일 수 있겠는데요…”
태우의 사무실 출입문으로 준식이 들어온다. 자리에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는 태우. “왔냐?...짜식 그새 살이 좀 빠진거 같아…크” “아..죽겠어…왜 나한테 이런일이 생기는거냐고…” 준식이 자리에 앉으며 탄식한다. “임마..니가 너무 편하게만 살아서 그래… 이런것도 겪고나면 벌거 아니니깐…너무 고민하지마…” 태우가 준식 맞은편으로 앉으면서, 담배를 꺼낸다. “필래?” “아니…됐어…” 태우 다시 품속에 담배를 넣고 잠깐 준식을 빤히 바라본다. “준식아…” “왜?” “이번건 좀 철저하게 준비해야 될 것 같다..” “무슨건…건물문제? 아니면 상속관련? 어떤건?” “휴…” 태우 한숨을 크게 한번 하고, “,,,노민우 건 말이야…” 준식 몸서리를 치며 머리를 감싸쥔다. “아..짜증나…준비하긴 뭘 준비해…니가 알리바이만 확실하게 해놓으라며? “ 태우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아씨..나도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조금 그냥 아주 조금 꼬일 거 같아서…” “뭐가 꼬여…? 더 꼬이면…나 진짜 돌아버린다…” “이 자식아..흥분하지 말고 들어…니가 어제 말한 백상진이 있잖아… 니네 건물주…내가 좀 알아봤거든..” "그레서?.." “실종됐대….” “뭐?” “그것도 우리 재판날에…지난 24일....”
도봉경찰서 강력반 휴게실. “뭔 말이야..잡아들일 수 있다니?” 진호가 흥분하며 진철을 다그친다. “백상진이가 김준식 병원 건물주 이잖아요…” “이런…그거 누가 몰라?” 유반장이 끼어든다. “아 글쎄..좀 들어보세요..근데 그 건물 관계가 여간 복잡한게 아니더란 말씀이죠…뭐 자세히는 모르지만 지분관계가 꼬여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래서 지금 백상진과 김준식이 3년째 재판중 입니다. 강남 한복판에 10층짜리 건물을 사이에 두고요…이게 시가가 아마….” 진호와 유반장이 서로를 쳐다본다. “아..그리고 더 중요한 건 백상진 실종접수가 들어온 그 날이 바로 김준식하고 최종 공판날 이였다고 합니다….” 진호와 유반장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다시 태우의 사무실. 준식은 체념한듯 태우에게 되묻는다. “그래서…어떻게 해야되는건데…?” “좀 더럽게 된 거 같아…너한테 백상진 아냐고 물어봤다며?” “어제…병원에 와서…” “아마도 그 사체랑 백상진이를 결부시키려나 보다…그리고 범인은 너고….” 태우가 미안한듯 하면서도 준식에게 생각을 묵묵히 전한다. “하…웃기지도 않네…그래서…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변.호.사.님!..” “그래서…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도봉경찰서 강력반. 유반장이 휴게실을 나오며 소리친다. “야..다 모여봐!” 강력반 형사들이 유반장 주위로 하나, 둘 모여든다. “성재는?” “예…성재..지금 DNA 채집하러 백상진 자택에 가있습니다…” “좋아…” 유반장의 얼굴에 생기가 돋는다. “자….사건이 일사천리로 풀어진다…이 정도면 광역수사대 안거치고 바로 검찰로 넘길 수 있겠어…” “……” “진호와 진철이는 김준식 소환 준비해…절대 어설프게 부르지 말고 확실히 준비해... 변호사 새끼한테 말리면 뒤진다…알았어?” “네!” “용호는 김준식하고 관련될만한 실종사건 검색 좀 해봤나?” “네…근데 아직 뭐 이렇다 할만한 게 없습니다….” “됐어…일단 그거 잠시 접고, 지금 당장 사체 부검의 소견서 다시 받아와…” “네!” 강력반이 다시 한번 들썩인다.
태우의 사무실. 준식이 숙이고 있던 머리를 천천히 들어 태우를 바라본다. "무슨생각?..." 태우는 안경을 한번 치켜쓰고 비장한듯 말을 한다. "직접 잡자...." "누구를?" "누구긴 누구야...노민우 개똘아이 새끼지..." "훗..." 준식이 어이없는 듯 웃는다. "들어봐...지금 경찰이 뭐하고 있겠어?..." "...." "니 소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걸?...." "근데?" "소환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될거 아니야...꼬리는 보이는데...잡을 손이 없다고 할까?..." "그게 뭔소리야?" "백상진....그게 지금 경찰한텐 손이지..." 준식 가만히 태우의 말을 듣는다. "아마도 지금 사체와 사라진 백상진 DNA를 대조하고 있을거야...." "...." "만약 DNA가 일치하면 어떻게 될까?...그때부턴 우리가 정말 불리해져..." "왜....내가 안죽였는데..." "말했지? 알리바이....너 백상진 사라진날 뭐했어?" "....재판 보류되고 니랑 하루종일 집에서 게임했잖아..." "그 전날은?" "병원에 있다가...니네집에서 재판 준비하고...." "니 지금 그 말 경찰이 믿어줄까?...사건 추정일에 용의자가 자기 변호사랑 하루종일 같이 있었다...믿어줄까? 경찰이?" 준식 눈을 질끈 감는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노민우 이 자식 정말 머리좋은 놈이야...너한테 왜그러는지 모르겠지만....손놓고 있다가는 당할거 같아..." "그래서 직접 잡자고?..." "DNA 검사가 들어갔다면 최소 1주일은 시간이 있어...한번 해봐야지..." "위험하지 않을까? 진짜 민우가 범인이라면...니말대로 완전 사이코패스인데..." 태우는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힌다. 한 모금 크게 들어마시고, "후우...그래...직접 잡는다기보단 그 1주일내에 최대한 단서를 확보해서 경찰에 넘겨야지..." 준식 담배연기에 얼굴을 찡그린다. "젠장....무슨단서? 우리가 무슨수로?" "있어...가만보니 노민우 마치 우리랑 게임하자는거 같아.. 자기 잡아볼테면 잡아보라는 듯이..." "....." "수수께끼...." "수수께끼?" "왜 그 초상화 뒷편에 새겨놓은 이상한 말 있잖아..." "....그게...그게 노민우 단서라고?" "아마도..." 태우의 얼굴이 담배연기에 가려진다.
백상진 자택. 이경사가 과학수사원에게 무언가를 건넨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수사원이 받아든건 전기면도기. 백상진의 것이다. 수사원은 전기면도기 뚜껑을 열어 투명 비닐팩에 수염가루를 턴다. "충분하네요...." 수사원이 비닐팩을 잠그자 이경사가 기다렸다듯이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요...검찰 쪽이라면 3일안에도 끝낼수 있는데...경찰서라...조금 밀릴것 같은데요...." "...그래서 어느정도..." "일단 긴급신청 해놓을께요...통과되면 한 5일에서 7일정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연락바랍니다...신경써주셔서 감사하구요..." "아..예..." 두 사람은 백상진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출입문을 나선다.
태우의 사무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다. 어느덧 해는 기울어져 사무실안으로 노을빛이 가득찬다. "태우야...이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그러게...도저히 감이 안오네...." "콩그레츄에이션.하와유...파인 숫자 16... 땡스..숫자 20...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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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준식이 적어놓은 메모지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거 파인에 F와 땡스의 T만 대문자인데...? 이거 니가 적은거지?" "어...내가 그 날 적어왔지..." "이거 대문자도...그대로 적어온거야?" 태우 잠시 생각한다. "아..씨...모르겠다....그대로 적는다고는 했는데...진짜로 거기만 대문자인지...아니면 내가 그냥 적은건지..." "봐봐..오히려 대문자로 적어야 할 부문은 또 소문자로 적었다고...너가 제대로 적긴 적은거 같은데..." 태우 계속 생각하다가... "모르겠어..." "근데...이 말 아래에 이상한 알파벳 있지 않았어?" "알파벳?" "니가 최근에 적은거 같다고 했던거...색이 바래지지 않았다고..." "오랜만이야 친구들. 드디어 오늘이 왔군. 그 말 말고 또 뭐가 있었다고?" "아..분명 있엇어...그 밑에..." "난 못본거 같은데...하긴 봤다면 그것도 적어왔겠지..." 준식이 태우를 한심한 듯 쳐다본다. "그걸 왜 못봐....그렇게 얼굴을 쳐박고 있었으면서...." "아씨...컴컴했잖아..! 그 박물관...! 그럼 눈 좋은 니가 적던가...!" 정적이 흐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 어이없는 듯 웃는다. "크크 우리 15년간 징하게도 싸운다....그치?" "그러게나 말이다..크크" 한참을 말없이 웃다가 태우가 입을연다. "다시 한번 가보자..우리 학교.." 준식 고개로 창밖을 가르키며 "해지는데..." "멍충아..애들 없을때 가야지..이번엔 눈좋은 니가 적어...!" 태우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안에 랜턴을 집어 준식에게 던진다.
태우 사무실 복도. 준식과 태우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간다. 뒤에서 태우를 부르는 소리 “강태우 변호사님!” 태우가 준식과 얘기를 하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 뒤를 쳐다본다. 태우의 비서이다. 태우에게 다가온다. “어디가시나요?” “어..바로 퇴근할거야..정윤씨도 시간되면 퇴근해…” “아니…그게…” “왜? 뭔 일 있나?” “금일 오후 여덟시에 계약이 있어서요…” “뭔 계약?” “그 방산업체 김재형 사장 소송건이요…” 비서는 노트를 보며 또박또박 태우에게 일정을 전한다. “아….그게 오늘 저녁 이었나?...” “네…식당 잡아놓으시라고 하셔서 8시에 식당도 예약해놓았는데요…” 태우가 머리를 긁적인다. 곤란한 듯 준식을 바라본다. 준식이 입을 연다. “됐어..학교는 내일 가지 뭐…” 태우 잠시 생각을 하다가 “아냐..아냐..정윤씨! 일단 식당 취소하고 김사장님한테 사무실로 오시라고 해…일정 때문에 식사는 어려울거 같다고 말씀드리고…인감도장만 챙겨오시면 된다고 전해드려…” “아..됐다니깐…일 봐…” “야 임마….괜찮아…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야…” 준식은 미안한 듯 태우를 바라본다. “그럼 어떻게 해? 기다릴까?..” “아니야…학교 앞에서 10시쯤에 만나자…내가 일 끝나는데 바로 갈께…” “그러지 뭐…” 준식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태우는 비서가 건네준 서류를 뒤적이며 사무실로 돌아간다.
오후 10시쯤 광남중학교 앞. 한 밤의 오래된 사립학교는 더욱 음산하다.
드문드문 켜져 있는 형광 가로등 불빛이 분위기를 더해준다. 멀리 자동차 한 대가 길목을 따라 천천히 진입하고 닫혀진 교문 앞에서 멈춰 선다.
이내 꺼지는 헤드라이트. 다시 주위는 어둠에 휩싸인다. 운전석에는 준식이 앉아있다.
크게 기지개를 한 번 키고 태우에게 받은 랜턴을 집어 한 번, 두 번 작동해본다. “10시 10분….” 시간을 확인한 준식은 지루한 듯 입술을 내민다. “아..이 자식..왜 이렇게 안와…” 핸드폰을 집어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한다. 10시 11분…5초…6초… 메시지 그리고 메시지 작성. [오고 있냐? 난 도착했다 교문앞.] 전송 준식은 음악을 틀고 시트를 뒤로 제낀다. 차가운 Acid Jazz가 자동차 내부에 울려퍼진다.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한다. [진짜 미안하다. 짜증나게 계약서를 꼼꼼히 보네. 좀 있음 출발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좀 만 기둘려] 메시지를 확인한 준식은 순간 얼굴이 찌그러진다. “아..뭐야…” 준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답장. [됐고, 내가 후딱 들어가서 적어 올테니깐 집으로 바로 와 니네집으로 갈께] 전송. 준식은 랜턴을 챙겨 차문을 열고 나온다. “아..맞다..”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 대쉬보드를 열고 수첩과 볼펜을 챙긴다. 수첩을 열어 볼펜을 확인하는 준식. “후우…그럼 가볼까….”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단숨에 담을 넘어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빛한점 없는 어두운 운동장을 준식이 홀로 걸어간다.
계절 늦은 매미소리가 귓청에 맴돈다. 준식 렌턴을 비춰 학교 담벼락을 비춘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여섯번째 담벼락에서 그대로 빛을 학교쪽으로 향하게 한다 “저 화단 이군…” 준식은 랜턴 불빛을 따라 화단쪽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화단을 넘어 학교박물관 창문 앞에 선 준식, 랜턴을 비춰 안을 살펴본다.
오래된 건물, 교실을 개조한 듯한 오래된 박물관.
준식은 석산 이재춘 선생의 초상화를 비춘다.
인자한 인상이 불빛에 일그러져 약간은 괴기스런 느낌이다. “은근히..무섭네…태우랑 같이 올 걸 그랬나…” 준식 잠시 서서 초상화를 이리저리 비쳐본다. 빛에 방향에 맞춰 얼굴이 움직이듯 하다. 웃고 있는 모습이 섬뜩하다. [스르르르르르르르…] 귓가를 울리는 매미소리 끊김이 없다. 시끄럽고 소리가 따갑다. 창문을 천천히 열어본다. [끽끽…]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듯한 소리. [끽끼..파바박…] 준식은 얼굴을 찡그리며 빡빡해진 창문을 한번에 활짝 열어 제낀다. “후우…빨리 끝내자..” 준식은 랜턴을 입에 물고 창틀을 넘어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쿵…끼긱…끼긱…] 준식이 내려앉자 박물관 마루바닥이 비명을 지른다.
랜턴을 다시 손으로 잡고 초상화를 비춘다. 여전히 웃고있다.
천장, 오른쪽벽, 왼쪽벽, 태극기, 이리저리 랜턴을 돌려본다.
여기는 학교박물관이라기 보다 비워놓은 교실 같다는 느낌. “이래서 학교 괴담이 생기는 거군…” 준식은 대단한 사실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불빛을 초상화로 고정시키고 천천히 걸어간다. [끼긱…끼긱…끼긱…끼긱…] 발걸음에 맞춰 마루바닥은 아픈 강아지 마냥 낑낑댄다.. . 초상화 앞에 서서 랜턴을 입에 문다.
양 팔을 크게 벌려 초상화를 잡고 조심히 들어서 바닥에 놓는다. 벽면에 적혀있는 노민우의 수수께끼. 불빛을 비춰 확인해 본다.
[오랜만이야! 친구들! 드디어 오늘이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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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식은 지난번 태우가 적어오지 않은 알수없는 알파벳 조합을 수첩을 펼쳐 꼼꼼히 적는다. “이거…혹시…그건가?..” 준식은 문득 생각난 게 있는듯 적어놓은 문장을 한참 바라본다.
그리고 손을 들어 손가락 숫자를 여러차례 세어본다. “일단 집에 가서 체크해봐야겠다…” 준식은 수첩을 닫고 불빛과 함께 시점을 위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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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태우가 제대로 적었네…F랑 T만 대문자 맞구나…” 바닥에 놓여진 초상화를 걸기 위해 몸을 돌리다가 “잠깐..” 하고 불빛을 벽면에 다시 비춘다.
최초발견자는 이름을 적어주세요
21312 김준식
준식은 벽면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 글씨가 새겨진 부분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없어…” 태우의 이름이 없다. 순간 준식의 눈이 커진다.
태우 사무실 지하 주차장. 썰렁해진 주차장 통로를 태우가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한 손은 휴대폰으로 통화중이다. 블록에 유일하게 세워져있는 고급 외제 스포츠카.
태우는 뒷자석에 가방을 던져놓고 운전석에 앉는다. 들고있던 핸드폰을 내려 [재발신] 누른다. “안받네…혼자 들어간건가?...” 태우는 걱정스런 말투로 혼잣말을 한다.
광남중학교 학교 박물관 안. 준식은 태우의 이름이 있었던 자리를 몇 번이고 확인한다. “분명 지난번엔 태우 이름도 있었는데…”
그 때.
[끼긱..]
어디선가 마루바닥 밟는 소리가 난다. 준식은 숨을 멈추고 눈동자만 움직여 본다.
[끼긱...]
다시 한번 같은 소리. ‘분명 복도는 시멘트 일텐데...’ 박물관 내부만 예전 방식 그대로 마루바닥을 보존해 왔다는 생각이 준식의 머리로 순간 스쳐진다. 준식의 몸이 굳는다. 움직일 수 가 없다. 공포가 휘감는다.
[끼긱..끼긱..]
누군가가 준식의 등 뒤로 조심스레 다가오는 듯 하다. 준식이 수그리고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키자,
[끼긱끼긱끼긱다다다다다다...]
준식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준식이 입에 물고 있던 랜턴이 바로 등 뒤에 있는 누군가를 비춘다.
- The Game 5화 -
오늘 회사 회식이 있어...
이제서야 집에 들어왔네요...
5편은 조금 짧아요.
...이해바랍니다....(피곤한 직장인)
모든 이야기는 합본으로 나가요. Chapter 1.2.3.4 보신분들은 바로 5. 보시면 되요
재미있으시면 추천 해주시고, 추천 많으면 힘내서 열심히 올릴께요 ^^
The Game (비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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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단짝 친구 민우로부터 15년 만의 전화
"미안하다. 준식아..."
여기서 부터 모든 이야기는 시작된다.
Chapter 1.
삼일후, 경찰로 부터의 전화
"김준식씨 인가요?"
"네,,,,맞습니다"
"서울 도봉 경찰서 이진호 경감입니다."
"네 무슨일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오늘 살해로 추정되는 사체에서 김준식씨 연락처가 나와서 연락드렸습니다."
" 네? "
"사망자의 유일한 소지품인 휴대폰에서 김준식 번호를 알아냈습니다.'
"......"
"사망자의 휴대폰에서 검색되는 유일한 번호가 김준식씨 입니다. 현재 사망자의 사채는 도봉구 한일 병원에 안치 중이며 금일 오전까지 신원 확인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죠...."
급하게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준식.
병원에서 확인한 사채는 심하게 부패되어 있었으며, 누군지 알아 보기가 힘들다.
"힘드시겠지만, 확인을 해주셔야 수사가 진행됩니다. 천천히 다시 한번 봐주시죠."
다시 한번 시체를 천천히 확인하는 준식. 유난히 넓은 이마가 눈에 들어온다.
"저희가 조사한바로는 사망자의 추정나이는 이십대 중반에서 후반, 성별은 보시다시피 남자이며...."
"이 사람 핸드폰 번호가 뭔가요? 제 번호가 저장되어 있으면 저도 저장한 번호일 수도 있는데..."
"예...잠시만요...."
이진호 경감은 바쁘게 서류를 넘긴다.
"번호가...010에 9919 XXXX 이네요."
" 010...9919...XXXX "
준식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호를 검색한다. 핸드폰 화면에 뜨는 이름. 노 민 우
삼일전, 15년만에 연락이 온 중학교 동창이다. 순간 민우의 유난히 넓었던 이마가 떠오른다.
"아......."
한동안 말이없는 준식.
"검색이 안되나요?"
"아....이 사람...노민우라고...제 친구인데요..."
경찰관은 준식의 말을 듣고 재빨리 서류에 기록한다.
"노민우씨....거주지는 어떻게 되나요?"
"......몰라요....저도 삼일전에 15년 만에 연락이 와서....몇마디 나눈게 전부거든요..."
갑자기 옆에 있던 의사가 끼어든다.
"아직 부검을 해보진 않았지만, 육안으로 부패정도를 보았을때, 사망한지 최소 15일은 되었습니다. 저도 담당 형사한테 삼일전 통화기록이 있다고 들었지만, 도무지..이해가 안가는군요."
가만히 듣고 있던 준식이 입을연다.
"분명히 삼일전에 저랑 통화를 했구요. 아무리 15년전 친구라지만, 민우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어요. 일년내내 짝궁이었거든요. 그때 목소리가 하나도 안변했다라는 말까지 했는데.."
"사망자의 나이와 출신학교를 말씀해 주시죠."
"81년 아니면 빠른 82년생 이겠죠? 학교는 광남중학교를 같이 다녔구요. 2학년때 같은반이였고, 뭐 이정도면 신원파악 가능하시죠? 저는 더이상 여기 못있겠네요...냄새도 그렇고, "
"예.일단 나가시죠."
병원 사무실.
" 대포폰 아시죠?"
" 예...불법으로 명의 도용해서 핸드폰 개설하는거 말씀하시는 거죠? TV에서 본 적 있는데..."
" 예 맞습니다. 사망자의 핸드폰이 바로 그 대포폰 입니다. 그래서 신원확인이 어려웠구요. 어쨌든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시 협조 부탁을 할 수도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준식은 병원을 나와 길을 걸어간다.
며칠 후, 다시 경찰로 부터의 전화.
"아..김준식씨? 자꾸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별말씀을..."
"오늘 노민우씨 부검 결과가 나왔는데요. 그게......사망한지 20일 정도 되었다고 하네요...."
"결과가 이상하네요.. 분명히 저랑 통화를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그리고 저도 그때 크게 대화를 나눈게 없어요...뭐라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없겠네요...민우 부모님이나 형제들한테 물어보시는게 빠를 듯한데요.."
"그게....노민우씨는 중학교 2학년때 부터 일가 친인척 없이 혼자 지내왔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조사중이고요....현재로선 유일한 지인이 김준식씨 밖에...."
" .........휴......"
준식이 긴 한숨을 내뱉고 다시 입을 연다.
"근데....저도 15년만에 갑자기 연락을 받은지라...민우에 대해서 아는게 전무해요....그나저나...제 핸드폰 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있을텐데...."
"예....바로 그겁니다. 혹시 김준식씨 중학교 동창중에 특히 2학년 때 같은반이였던....친구들 중에 김준식씨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이 있나요?"
"지금 연락하고 있는 중학교 친구들이 대부분 3학년때 친구들이라...보자...2학때도 같은반 이였던 친구가......없는거 같은데요....그렇지 않아도..오늘 중학교때 친구들 만나기로 했거든요...3학년 때 친구들이지만...어쨌든 오늘 애들 만나서 한번 물어볼께요."
"예 그래주시겠어요?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서울 강남 고급 BAR
준식이 친구들과 앉아 대화를 나눈다.
"애들아...니네들 혹시 노민우 라고 기억나냐? 중학교 동창이였는데..."
"노민우? 같은 반 이였냐? 기억 안나는데...."
"아는 사람 없어? 2학년 때 나랑 같은 반 이였는데...."
곁에 있던 친구 태우가 입을 연다.
" 얌마..니 2학년때도 나랑 같은 반 이였잖아...노민우라는 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니 짝꿍 아니였냐?"
"맞어 맞어...내 짝꿍 이였어...태우 니가 2학년때도 나랑 같은반이였냐? 암튼,,, 그 노민우 있잖아...얼마전에 죽었어...."
" 뭐? 죽어? 진짜?"
준식은 친구들에게 최근 며칠간 있었던 일을 천천히 설명해 준다.
이야기를 다 들은 태우가 입을연다.
"불쌍한 놈. 그나저나 어떻게 니 연락처를 알고 연락을 했을까? 그리고 통화날짜랑 사망일자도 안맞고..좀 이상한데?"
건너편에 앉은 재선이가 끼어든다.
"이야...이거 흥미진진한데? 살해되기전에 15년전 친구와의 통화라...스릴러다 스릴러..."
"이자식..사람이 죽었는데...흥미를 느끼냐....그나저나...태우 너 나랑 같이 내일 경찰서 좀 가자..."
"아...내가 왜...? 귀찮아...."
"야 그래도...친구인데...억울한 죽음을 밝혀줘야되지 않겠냐? 뭐 현재로선 큰 도움은 주지 못하겠지만.."
"뭐 알겠다...토요일이고 하니...한번 출두해 주지.."
다음날 도봉경찰서.
"반갑습니다. 이진호 경감입니다."
"네 안녕하세요..강태우라고 합니다."
"일단 유감스럽지만, 친구분인 노민우씨가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경찰은 전력을 다해 살해범을 추적하고 있으며 수사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예...예.."
"일단 김준식씨.."
"예?"
"중학교 2학년때 노민우씨와 같은 반 이였고, 또 강태우씨 역시 같은반이였죠?"
"네.."
"중학교 2학년때 친구분들 중에 현재 김준식씨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강태우씨 뿐인가요?"
"네 맞습니다. 태우 밖에 없습니다."
"그럼 강태우씨는 노민우씨랑 연락을 해오고 있었습니까?"
"아니오..중학교때도 민우랑은 별로 안친했는데요...여기 준식이도 중3와서 친해졌어요..."
"휴......"
이진호 경감은 난처한듯 한숨을 짓는다.
"이것 참...수사에 갈피를 못잡겠네..."
듣고있던 태우가 입을연다.
"형사님...신원이 밝혀졌으면 거주지도 알 수 있을 것이고...거주지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하는게...."
"그게....노민우씨는 거주지 파악이 안됩니다. 주민등록상 주소는 이미 다른 분이 거주중 이구요...그게 노민우씨 중학교 2학년때 거주지인데...그 이후로는 집없이 떠돌아 다닌거 같아요..."
"집없이 떠돌아 다녔다구요?...말도 안돼..."
"노민우씨는 중2를 마치고 학교를 자퇴하였고...그 이후는 전혀 파악이 안돼고 있습니다. 뭐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했을 수도 있을텐데..일정한 직업이 아니여서...파악하기 힘들고...지금 현재 유일한 연결고리가 김준식씨와 강태우씨 두 분밖에 없습니다.."
"허....참..."
태우가 기가 막힌 듯 웃는다.
"그럼 저희가 연결고리인 동시에 용의자일 수도 있겠네요.."
"일단은 그렇게 되겠지만, 제가 따로 준식씨를 조사해 본 결과. 좋은 직업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부모님도 유명하신 분들이고...뚜렷한 살해동기가 없어요...강태우씨는 하시는 일이?"
"변호사 인데요."
"아....."
이진호 경감은 놀라운듯 태우를 쳐다본다.
"뭐 두 분이 용의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두 분밖에 연결되는 부분이 없어서 그런겁니다. 기분나쁘게 생각하시지 마세요. 두 분이 노민우씨를 살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구요."
"앞으로 수사계획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뭐..이렇다 정해진건 없지만, 일단 가장 큰 초점은 왜 노민우씨가 15년만에 김준식씨에게 전화를 했느냐 입니다. 그 번호를 어떻게 알았으며, 또한 통화 날짜와 사망 추정 일자가 상이한 점도..."
"제가 변호사를 하면서 이런 사건 많이 봐왔는데요..미안한 얘기지만, 이런류의 사건은 대부분이 미결종료 나더라구요. 형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시고 계실텐데..."
"그래도 해볼때까진 해봐야죠!"
준식과 태우는 경찰서에서 나와 차에 올라탄다.
차에 시동을 걸며 태우가 준식에게 말을 한다.
"귀찮게 됐어. 저 형사 내심 니를 유력 용의자로 생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나를? 뭔소리야? 아니라잖아..."
"크크 잘 들어봐. 노민우 사체에서 니 번호가 나왔지? 분명 삼일전에 통화를 했었고, 근데 부검결과 노민우는 사망한지 20일이 넘었단 말이야. 딱 드는 생각 없냐?"
"거야...요새 날씨가 더워서..시체 부패가 일찍 되었을 수도 있지..."
"아니 아니..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3일동안 그렇게 부패될 순 없어. 내가 잘알지..이런 사건 한 두번 맡아보냐? 배테랑 형사라면...... 당근 죽은 사람은 노민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아.....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죽은 사람의 신원을 뒤에서 열나게 캐고 있겠지...근데 그걸 너한테 말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냐..."
"뭔데?"
"용의자거든!...니가 말이야...이원 조사라고도 하지..이게 말이야..."
"이원조사?"
"유력한 용의자한테 뚜렷한 살해동기가 없을 때 용의자 앞에서 수사 협조를 구하면서 헛점을 찾고, 뒤에서는 그 용의자를 열나게 캐는거지..이해되냐?"
"아..씨...기분 더러운데..."
"열라 귀찮게 할거다...아마도...하지만 걱정마라...이 몸이 도와주마...근데 너 진짜 살인자 아니지? 크크"
"미쳤냐? 내가?"
다시 경찰서.
이진호 경감이 부검의와 앉아 대화를 하고 있다.
"선생님. 사체가 정교하게 잘라졌다가 다시 붙힌 거라고 하셨죠?"
"그렇죠. 정확히 네 군데. 팔 두쪽과 다리 대퇴부 위 쪽으로 두 쪽. 근육 경직도를 봤을땐 사망자가 온전한 정신상태에서 잘려졌다가 붙혀진걸로 보이네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고통이였을거예요. 그야말로 사지를 찟은거죠."
"악랄한 놈이군요."
"그나저나 용의자는 윤곽이 나왔나요?"
"김준식. 지난번에 신원확인하러 온 사람있죠?"
"아...그 사람..사람은 참 선해보이고 깔끔하던데..."
"선생님. 근데 그 김준식이가 의.사 입니다."
"의사라고요?....이런...."
"저는 일단 김준식의 주변인물 조사를 할 겁니다. 선생님께선 사체 절단 소행이 전문적인 의사만이 할 수 있다는 것과 증거가 될 만한 걸 다시한번 조사해 주세요."
다시 차 안. 준식과 태우.
"태우야. 일단 내가 해야 할 일이 뭐냐..?"
"아...이자식...당연히 알리바이를 만들어 놔야지.."
"그 다음엔?"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 같이 있던 사람이라던가. 근데...너 노민우랑 진짜 전화한거 맞어?"
"맞다니깐, 내가 1년동안 걔랑 짝이여서 목소리는 기억해. 통화 분명히 했고, 다짜고짜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미안하다고...? 왜?"
"나야 모르지...."
"......노민우....이 새끼 게임하자는 건가?"
"게임?"
"우리 중학교 2학년 종업식 기념 반회지 만든거 기억나냐?"
".....어....그런거 만들었던것 같은데....애들한테 글 받아서...반장이 정리해서..."
"이 새낀...어떻게 의대 갔는지 모르겠다.....그때 내가 반장이였어..."
"크크 그러냐? 근데 그 반회지가 어쨌는데..."
"내가 어제 니네들이랑 술마시고 집에서 그 반회지를 찾아서 봤단 말이다. 노민우가 어떤 애인지 궁금해서....근데 민우 그 자식 완전 똘아이더라고.."
광남중학교 2학년 13반 교실
당시 반장이였던 태우가 교탁에 서서 말을 하고 있다.
"야 야...주목...우리 반 회지 아직 글 안낸 애들 명단 불러줄테니깐. 좋게 좋게 말할때 빨리 나한테 제출해라...김민호, 김주현, 노민우, 백상진 이상 네 명 내일 아침까지 제출해. 안내면 빼고 그냥 만들거야."
태우가 말을 끝내자 다시 교실안은 시끄러워진다.
다음날 아침. 노민우가 태우에게 회지글을 제출하려고 다가온다.
"반장. 여기"
"어. 노민우."
태우는 민우가 건네준 종이를 받으며 명단에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그리고 민우가 건네준 종이를 확인한다.
"나 가도 돼지?"
"어...그래...."
민우가 돌아서려는 순간 태우가 민우를 불러 세운다.
"야 노민우. 근데 이게 뭐야?"
"뭐....?"
"너 회지글에 뭘 적은거야? 영어도 아니고, 일본말도 아닌거 같고, 뭐냐 이게? 그냥 낙서한거냐? 선생님한테 혼나 임마~"
"낙서 아니야.."
"그럼 뭔데? 암호냐?"
"내가 반애들한테 주는 수수께끼다."
"수수께끼?...재밌는데? 어쨌든 니가 만든 암호 풀어보라는 거 아니야...풀면 상품 주는거야?"
"............주지....상품..."
민우는 살짝 웃어보이고는 이내 자리로 돌아간다.
다시 태우 차안.
" 그 암호 아마 준식이 니가 풀었을걸?"
"아~ 기억나...노민우가 낸 수수께끼...내가 풀었어..그거..근데 무슨 말이였는지는 생각이 안난다."
"일단 우리집에 가자. 보여줄께."
태우 집 서재.
태우가 준식에게 반회지를 건넨다.
"니가 한번 다시 풀어봐라. 난 모르겠더라"
"보자..보자.."
회지를 유심히 살펴보던 준식이가 살짝 웃는다.
"태우...거울 가져와봐.."
태우가 방안에 걸려있는 거울을 떼서 준식에게 건네준다.
"잘봐...."
준식이가 거울로 암호문을 비추자 거울에 비춰진 암호문이 한글로 변한다.
"이게 거울 암호라는 건데...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개발한 암호지...글자를 뒤집어서 흘겨쓰면 쉽게 알아내기가 힘들어..."
"크크...이걸 수수께끼라고 낸 새끼나...그걸 또 진지하게 푼 새끼나...암튼 뭘라고 쓰여있는 거냐?"
"거울 들고 있어봐...내가 읽어볼께..."
준식은 천천히 소리내어 암호문을 읽는다.
"은빛의 강을 따라....여섯물결...."
도봉경찰서 강력계.
이진호 경감이 그의 후배 최진철경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경감님..어제 말씀하신 최근 실종 사건이요. 강남쪽에 하나 올라와 있는데요?"
"20대 후반 남자 실종인가?"
"예..28세 백상진..미혼에 임대업.."
"당장 해당 경찰서 담당자에게 전화넣어."
다시 태우의 집 서재.
"이게 뭔 말이야?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자국. 거대한 돌산 뒷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 "
가만히 있던 태우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연다.
"아...나 이거 생각나...거울 암호는 니기 풀었고...이 암호문은 내가 풀었던 것 같은데....학교 운동장에 노민우가 뭘 새겨놨었어."
"가보자. 학교."
"뭐? 아 귀찮은데...."
"빨리 가보자..니네 집앞이잖아..."
"좋아..노민우 수수께끼 받아주지. 콜."
도봉경찰서 강력계.
최진철 경사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다.
".........28세....예....강남에....예.... "
최진철 경사는 전화를 끊고 이진호 경감에게 다가간다.
"그래 뭐래?"
"백상진씨 실종신고가 어제 들어왔구요.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본 게 8월 24일 지금으로부터 23일 전 이네요.."
"23일전? 사체 사망시점하고 얼추 맞아떨어지는군...그나저나 실종신고는 왜이리 늦게 한거야?"
"그게 실종된 백상진씨가 워낙 바쁜 사람이라 원래 집을 잘 비운다고 하네요. 강남에 빌딩 5개를 갖고 있는데...뭐 여하튼...중요한 것은 출신학교가 광남중학교..."
"뭐? 광남 중학교? 김준식과 노민우가 나온 학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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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광남중학교 앞.
주말이라 그런지 몇 몇 아이들만 공을 차고 있을뿐 대체로 한산하다.
준식이 교문을 들어서며 태우에게 소리친다
"태우! 빨리와..니가 풀었잖아 그 암호…"
"아무리 내가 천재라지만, 낸들 그게 기억이 금방 나겠냐…"
"아이고, 얼마나 대단한 천재길래..사법고시를 3번이나 떨어지셨을까…크크"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그건 이 몸 컨디션이…"
"됐고…이제 한번 풀어보자…노민우 수수께끼…"
15년전으로 돌아가
같은 운동장의 중학생의 준식과 태우가 서있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자국. 거대한 돌산 뒷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이라…태우야 감좀 잡혀?"
"글쎄…어딘가에 뭘 새겨놨다는 거 같은데.."
태우가 운동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생각에 잠긴다. 준식은 옆에서 암호문을 계속 되뇌인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잠깐…은빛의 강? 물결?"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광남중학교.
태우와 준식이 서로 마주보며 동시에 소리친다.
"그래! 가스배관!"
"맞아..운동장 담벼락 밑에 은색 가스배관..그게 마치 파도같이 구불 구불 생겼었잖아.."
"나도 기억나..그 가스배관 아직도 있을까? …가보자…"
태우 뒤를 준식이 다급히 쫒아간다.
도봉경찰서안.
이진호 경감이 상사인 유필한 반장한테 보고를 하고 있다.
"반장님. 이거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구요..토막살인 이예요…토막살인…"
"글쎄 알겠는데…좀 힘들지 않겠나?..피해자가 노민우가 아닌거 같다며? 그럼 아직 신원불명이잖아..그럼 광역수사대로 넘기는게 낫지 않을까?.."
"아니오..이 건 제가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휴….그게 내가 결정해줄 수 있는 사항도 아니고…아무튼..자신있나 보지? 뭔가 알아낸거라도 있나?"
"일전에 말씀드린 김준식이라는 사람..."
"아…그 잘생긴 의사양반?"
"네…지금 강남서에 실종사건하나가 올라왔는데요…실종시간이 피해자 사망 추정일과 비슷해요…무엇보다 김준식, 노민우와 동창입니다…"
"그래서 의사양반이 실종자를 죽이고 시체를 훼손해서 노민우로 둔갑시켰다 이건가?? 이봐 진호..너무 비약이 심하지 않나?? 잘나가는 의사양반이 무슨이유로.."
"그게 반장님...중요한건…"
"중요한거??"
"실종자 백상진이 김준식씨 병원의 건물주 입니다…"
"뭐?!..."
다시 광남중학교 운동장.
준식과 태우가 운동장 구석진곳에서 땅바닥을 훓고 있다.
"여깄다..은빛의 강!"
"찾았어? 가스배관?"
준식이가 태우에게 성급히 다가간다.
"자 봐봐…벽을 따라..가스배관이 학교 건물로 이어지고 있지?"
"그럼 여섯 물결이라는건…?"
"멍충아..쭉 봐봐..담벼락 기둥마다 U자 파이프를 썼잖아…기둥마다 출렁 출렁...즉 여섯물결이라는건 여섯번째 기둥을 말하는거지…"
"오오…천재…강태우…"
"짜식…이제 알았냐?"
"알았어…인정.. 그럼 빨리 여섯번째 기둥으로 가보자…여기가 시작점 이니깐…하나 둘…셋…"
준식과 태우가 천천히 여섯번째 기둥쪽으로 다가간다.
"준식..이제 다음 문구가 뭐냐?"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태우는 바로 좌측편을 바라보고 한동안 쳐다본다.
"흙빛호수…흙빛호수…"
"태우야..나 이거 어렴풋이 기억 나는데..흙빛호수…"
"그래? 뭔데??"
"흙빛호수..저기 화단 이였던거 같아.."
"화단? 화단이라..왜 화단이 흙빛 호수지?"
"그러게…분홍색 호수라던가…노란색 호수라던가…바닥은 흙이라서 그런건가?"
"아…맞아…그거였어…바닥이 흙…아..아…이제 기억났다…흙빛호수…"
다시 도봉경찰서안.
"건물주? 실종자가 김준식이 병원 건물주라고?..이거 이거…가능하구만..그래서 원한관계..채무관계…조사해봤나?"
"아니요…조사 전에 아까 말씀하신 광역수사대…확실히 해주셔야…"
유반장이 벌떡 일어나 이진호경감의 뒷통수를 갈긴다.
"이 자식이…이게 광역에 넘길 건이냐? 그 정도 꼬리 잡았으면 이 참에 우리도 큰 건 하나 올려봐야지... 정말 김준식이가 범인이라면… 이거 정말 큰 건이야…"
이진호는 뒷통수를 부여잡고 대답한다
"네..반장님..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럼 정식으로 강남서에 협조요청하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잘해봐..그리고 진호..!"
이진호경감은 자리로 돌아가다 다시 유반장을 쳐다본다.
"네?"
"믿는다."
"아 네.."
이진호는 유반장 자리에서 황급히 나와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최진철 경사를 부른다
"들었지? 반장님 허락 떨어졌다..우선 강남서에 협조 공문날리고 백상진이 김준식이 관계파악부터 확실히 하자.."
"네…선배님!...간만에 탐문인가요?...일할맛나는데요.."
광남중학교.
준식과 태우가 운동장 한가운데를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태우....그러니깐, 예전에는 6번째 기둥에서 정확히 일직선상에 있는 화단만 비어있었단 말이지?"
"어...그때 그쪽 화단만 바꾼다고 기존 꽃들을 전부 뽑아내고 새로 씨를 뿌렸었어..."
"그럼 호수라는 말은 왜 붙은걸까?"
"이런 중학생 만도 못한놈...새로 씨를 뿌리면 그 바닥이 그냥 흙이겠어? 맨날 물을 뿌릴거 아냐...그래서 그 쪽 화단만 항상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지..."
"아...그래서 흙빛호수...."
"그러니깐....그 흙빛호수에서 다섯 발자국을 걸어가면 답이 나올거야...크크 중학생이 낸 수수께끼 따위...."
"그럼 여기 거대한 돌산 이건 뭘까?"
"일단 가보자...가면 돌산이던, 나무산이던 뭔가 보이겠지..."
준식과 태우가 바쁘게 화단 쪽으로 걸어간다.
곧 화단 앞까지 온 두 사람은 천천히 그리고 정확한 보폭으로 다섯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다.
"뭐야 이거..."
준식이 다섯 발작국을 나아가서 태우를 돌아보며 소리친다. 태우는 준식에게 다가가며 입을연다.
"뭔데? 거기 있어? 거대한 돌산?"
"돌산은 무슨....그냥 벽인데....학교 벽... 아무것도 없잖아..."
"다시 한번 노민우 암호문 봐봐..."
준식이 품에서 태우의 서재에서 적어온 종이조각을 꺼내어 또박또박 읽는다.
"은빛의 강을 따라 여섯물결. 좌편 흙빛 호수를 지나 다.섯.발.자.국. 거대한 돌산 뒷편에 새겨진 사라질 이름들...이게 전부인데..."
"거대한 돌산...거대한 돌산...."
태우가 되뇌이며 나즈막하게 말을 잇는다.
"그때도 분명 여기서 엄청 해맷던거 같긴 한데..."
15년 전 광남중학교.
어린 준식과 태우가 화단 앞 학교 외벽 앞에 서있다.
"태우야...어딜봐도 돌산은 없는데? 그냥 벽 뿐이야....여기 안은 학교 박물관인가..."
준식이 까치발을 들어 창문 안을 바라본다.
"그러게...노민우...이 자식...역시 장난친건가?"
"아...몰라...나 학원 가야돼...그만 할래...."
준식이 한참 창문안을 바라보다 이내 포기한듯 몸을 돌려 화단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뭐야...김준식...니가 이거 풀어보자고 해서 난 학원도 땡땡이 치고 왔건만..."
"넌 학원 안가도 일등 하잖아..."
준식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태우에게 말을 한다. 태우는 한참을 벽 앞에서 창문안을 바라보고 있다가
"잠깐! 준식아!"
하고 준식이를 급하게 부른다. 준식이 태우에게 다시 뛰어온다
"왜? 찾았어 거대한 돌산?"
"우리 학교 만든 그 할아버지...그 할아버지...있잖아...맨날 교장선생님이 조례 시간에 말하는..."
"아마...이재춘 선생이라고 했던가...?"
"이름말고 이름앞에 붙히는 '호' 석산? 석산 이재춘 맞지?"
"어 맞을걸?..석산 이재춘...근데 그게 뭐..."
"석산...돌산...이잖아..."
"아...그렇네...돌산....근데 여기 그 할아버지가 없잖아..."
태우는 대답하지 않고 창문 안을 가르킨다. 준식은 다시 발을 들어 창문을 바라본다.
준식이 바라본 창문 안에는 석산 이재춘 선생의 거대한 초상화가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준식을 바라보고 있다.
도봉경찰서.
이진호 경감이 서류를 뒤적이다 최진철 경사를 부른다
"최형사...지금 당장...백상진씨 집에 연락해서...사망자 신원 확인해달라고 해..."
"네? 노민우..아니 그 시체 말씀하시는 거죠? 너무 이른거 아닐까요?..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아니....어차피 시체 훼손정도가 심해서 육안 확인은 힘들테고 DNA 검사를 진행해야돼...그렇게 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부르는게 나아.."
"역시...일단 백상진 인지 아닌지 파악하는게 우선 이겠군요..."
"그렇지...최형사 니가 시체와 백상진 일치 여부를 책임지고, 나는 김준식과 백상진의 관계를 탐문하겠다...빨리 움직이자..."
"네! 선배님!"
광남중학교 준식과 태우.
"아직도 있을까? 돌산 이재춘??"
태우가 말을하며 천천히 창문을 안을 들여다 본다. 준식도 태우를 따라 창문을 들여다 본다. 여전히 석산 이재춘 선생의 초상화가 늘름하게 걸려있다.
"아직...죽지않고 살아있네...저 노인네...크크"
태우가 나즈막히 웃으며 초상화를 바라본다.
"근데 어떻게 들어가지...저 초상화 뒤편만 확인하면 끝인데..."
태우가 고민하고 있을때, 준식이 말없이 창문을 연다.
"강태우...이거 열리는데..."
태우는 벙찐 표정으로 준식과 창문을 번갈아 바라보다
"넘어가자.."
"뭐?"
"넘어가자고..."
"진짜? 너 법을 수호하는 변호사가 아니더냐?"
"민법 제 185조 26항 모든 공공건물은 국민의 소유이며, 공개된 공공건물은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학교 역시 공공건물"
"창문 열려있는게 공개된 공공건물이냐...그리고 여기 사립학교야...짜샤..."
태우는 이미 창문을 반쯤 넘어선 채로 준식에 말을 한다.
"이걸로 잡혀가도 너는 꼭 변호해주마...걱정말고 따라와..."
"나..참..."
준식은 한숨을 길게 쉬고 태우를 따라 창문안으로 들어간다.
학교박물관 안은 오랜시간 방치된듯 내려앉는 모든곳에 먼지가 쌓여있다. 준식과 태우가 바닥에 발을 딛자 눈에 찍히는 것 마냥 바닥에 발자국이 찍힌다.
"잠깐...."
태우가 앞서가려던 준식을 막아선다.
"준식..밑을 봐봐"
준식이 내려다본 마루바닥엔 누가 앞서 다녀간듯 초상화 쪽으로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발자국이네...그것도 돌산 쪽으로..."
"아...씨...나 무서워...진짜..."
태우가 몸서리 친다.
"누군가...우리처럼 암호를 풀러 온건가?"
"설마..."
"일단 이 발자국을 피해서..."
태우가 다른길로 돌아서 초상화 앞으로 다가간다. 이어 준식이 태우를 뒤따른다. 초상화 앞에 서자 준식이 망설이듯 입을 연다.
"이거 뒷편이란 얘긴데...잠깐 떼어봐도 괜찮겠..."
태우는 준식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상화 한 켠을 잡는다.
"반대편 잡아"
준식과 태우는 조심스레 초상화를 들어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는다.초상화가 떼어진 부분은 때가 안타 유난히 하얗다.
"아...젠장...여기서 누군가한테 잡히면 완전 초상화 도둑인줄 알거 아니야..."
"닥치고 뭐가 있나 보자..."
태우가 초상화가 떼어진 벽면에 조심스레 다가간다.
"준식아...여기봐봐...여기 진짜 뭔가 쓰여져 있어...그리고..."
15년전, 광남중학교 2학년13반 교실.
쉬는시간, 시끄러운 교실안 무리를 뚫고 혼자 앉아있는 노민우에게로 준식과 태우가 다가간다.
"노민우..우리 이거 풀었어…"
"아..그래? 그럼 이.름 적었나? 그래야 내가 확인하고 선물을 줄텐데 말이야…"
"야..당근 적어놨지..나랑 태우…둘다..."
"알았어…그럼 내가 확인해보고 선물 줄께.."
"시시한거면 알아서해...노민우...니 수수께끼 때문에 학원 빠져먹고 엄마한테 죽다 살아났으니..."
태우가 엄포를 한다.
"알았어...걱정마...꼭...줄께...선.물"
민우는 의미를 알수없는 미소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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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국립과학수사원. 시체안치실.
최진철 경사와 중후한 노부부가 들어선다. 최경사는 시체가 있는 안치실 중앙으로 다가가 시체 커버를 열기전에 노부부에게 말을 한다.
"일단, 두 분 이건 어디까지나 신원 확인 입니다. 이 시체가 실종된 백상진씨라는 건 아니니까...."
"이 사람이...어서 그 커버나 열어보게...설마 내가 내 아들 얼굴도 못알아볼까..."
"그게....시체가 많이 부패되고 훼손이 되서...제 어머니 같아서 드리는 말씀인데...사모님은 나가계시는게...."
"자네는 나가 있지...내가 확인해 볼께.."
노신사가 부인을 문밖으로 인도하고 다시 돌아와 최경사에게 계속 진행하라는 손짓을 한다.
최경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담숨에 시체커버를 가슴팍까지 내린다.
"욱....."
노신사는 시체를 보고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틀어막는다.
"그럼 닫겠습니다...."
최경사가 커버를 닫으려 하자, 노신사가 한 팔로 그를 제지하며...시체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오른쪽 팔을....팔을 좀 볼수 있겠나?"
"오른쪽 팔이요?"
"우리 아이....오른쪽 팔목에 문신이 있는데...."
"아 그렇습니까?"
최경사는 재빠르게 오른쪽 팔을 꺼내어 문신 여부를 확인한다.
"한번 보시죠...문신이...."
"휴...."
노신사는 눈을감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이 사람 우리 아들 아닐세...우리 아들은 오른쪽 팔목에 커다란 별표 문신이 있어요...휴..."
"아...네..."
최경사는 약간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들고 있던 백상진 관련 서류에 '오른쪽 팔목 별표 문신 있음' 이라 적는다.
국립과학수사원 복도.
최진철 경사가 노부부와 인사를 하고 출문으로 인도해준다. 노부부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자 휴대폰을 꺼내어 통화를 한다.
"네..선배님..최진철 입니다..."
"그래...신원 확인 마쳤나..."
"아...그게요...백상진이 아니라고 하네요...."
"뭐? 그 시체를 보고 어떻게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있지?"
"그게...백상진 오른쪽 팔목에 커다랗게 별표 문신이 있답니다...저도 같이 확인했는데...문신은 없었습니다..."
".........젠장...."
최경사가 통화하며 걸어가는 와중에 뒤에서 과학수사원이 급하게 최경사를 부른다.
"형사님...! 형사님...!"
"아...선배님...이따 다시 전화 드릴께요..."
최경사는 전화를 끊고 수사원에게로 다가간다.
"네...무슨일 이십니까?"
"지금 저희 팀장님이 급하게 찾으셔서요...같이 좀 올라가시죠..."
태우의 사무실.
태우는 자리에 앉아 펜대를 굴리며 생각에 잠겨있다.
이틀전, 광남중학교 박물관안.
태우가 초상화 뒷편 메세지를 유심히 보고있다.
"준식아...여기봐봐...여기 진짜 뭔가 쓰여져 있어...그리고..."
준식이 태우에게 다가간다.
"....이게 뭔 말이지?..."
"이 자식... 장난치고 있어...여기봐봐.."
태우가 손으로 가르친 곳엔
[오랜만이야! 친구들! 드디어 오늘이 왔군!]
그리고 알수없는 알파벳.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준식 한동안 바라보다
"노민우 일까?..."
태우에게 물어본다.
"그렇겠지...? 이 부분만 바래지지 않은걸 보니 최근에 적은거 같은데..."
"그럼 아까 먼저 찍혀있던 발자국이 민우?"
"모르지...그건 그렇고...여기 위에에 있는 문장은 뭐지? 우리 이름도 적혀있는데??."
태우가 가르친 윗 쪽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최초발견자는 이름을 적어주세요
21312 김준식
21302 강태우
congratulation
how are you
Fine
16
Thanks
20
and you!!
다시 태우의 사무실.
태우는 민우의 알수없는 메세지를 메모지에 적어본다.
"이게 뭔말이지?...젠장..."
태우는 짜증난듯, 메모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의자를 뒤로 제끼고 나즈막히 읆조린다.
"콩그레츄에이션 하와유 파인 땡스 앤 유....참...나...유치한 중딩새끼...."
준식의 병원.
준식은 간호사와 함께 회진을 하고 있다.
"봉합은 잘되었네요...상처가 크게 남진 않겠습니다. 어디 불편한데 있으신가요?"
"선생님...식사는 언제부터 할 수 있죠?...배가 많이 고프네요..."
준식은 옅은 미소를 띄우며 환자에게 대답해 준다.
"하하..지금처럼 소독 잘하시고 주사도 잘 맞으시면 내일 점심부터 드실 수 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준식은 간호사를 보며
"이 환자분 환부 드레싱 좀 다시 해주고 NPO 내일 점심까지.."
"네..원장님"
준식은 병실을 나와 피곤한듯 어깨를 주무르며 원장실로 걸어간다.
"저기...원장님..."
원장실을 들어가기전 간호사가 준식을 부른다.
"어...김간..무슨일이예요?"
"저기...손님이 오셨는데..."
"누구..?"
"...경찰..이라고..하시는데..."
"경찰? 어디계시지?"
"지금 접견실에 있습니다..."
"알았어요..."
준식은 발길을 돌려 접견실로 향한다.
접견실 앞에서 내부를 확인하는 준식. 이진호 경감이 앉아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형사님...어떻게 여기까지..."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아이고...가운입으시니 더 멋지시네요...그냥 근처 지나가는 길에 여쭤볼게 있어서 들렸습니다..."
"앉으시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병원이 정말 멋지네요...젊은 나이에...대단하십니다...허허..."
"아이고..아닙니다..아버님께서 예전부터 운영하시다 얼마전에 은퇴하셨거든요...말만 원장이지...아직 멀었습니다..."
"아니요...이 분야에선 정말 유명하시던데요...미국에서 유명한 대학도 나오시고..."
준식 조금 놀란듯이
"형사님..제 뒷조사 하셨나봐요...민우 때문에?..."
"아...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전에도 말씀드렸듯이...이번사건 연결고리가 없어서요...부득이하게..."
"괜찮습니다..그게 형사님 일이신데요..뭘...이해해야죠...."
"아 예...수술 잘하시죠? 역시 외과 전문의시니..."
"무슨 말씀이신지..."
"하하...아니요...의사라는 직업을 잘 몰라서...외과라 하면..."
진호는 외과의사를 흉내내듯, 쓱쓱 써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
" 메스.. 썩션.. 이런거 아닌가요?"
준식 약간은 어이없다는듯
"뭐...그렇죠...그걸 물어보시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신건가요?.."
또다시 잠시 침묵.
진호가 정색하고 천천히 입을 연다.
"백상진씨라고 아시죠?"
순간, 준식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진다.
국립과학수사원.
최진철 경사가 수사원을 따라 성분분석실로 들어간다. 챠트를 훓어보던 성분분석팀장이 최진철 경사를 보고 다가오라는 손짓을 한다.
"자네가 그 도봉구 사체 담당 형사인가?"
"네...도봉경찰서 강력계 최진철 경사입니다."
"그렇구만..."
팀장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히며 말을 계속 한다.
"그 사체 말이야...부검의 소견을 보고 뭔가 찜찜해서 심층 성분분석을 해보았는데..말이지.."
재떨이 뚜껑을 열어 재를 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 명이 아니더만..."
"네?,,,이해가 잘 안됩니다만..."
다시 재를 털며
"그러니깐, 머리와 몸통 한 명. 오른팔,왼팔,오른다리,왼다리 각 각 한 명씩...총 다섯명으로 이루어진 사체라고..."
준식의 병원 접견실.
준식이 약간 당황한 기색으로 진호에게 대답한다.
"....백상진 이라면......"
이때 진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진호는 준식에게 양해를 구한뒤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어...최형사..."
"선배님! 선배님! 이거 장난 아닙니다!"
최진철 경사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준식에게까지 들릴정도이다. 진호는 준식에게 머쩍은듯 살짝 웃어보이고는 접견실을 나가 전화를 계속한다.
"대체 뭔데 그래? 천천히 좀 말해봐!"
"선배님...노민우인지..백상진인지 어쨌든 그 시체요...각기 다른 5명으로 이루어진 거래요...머리와 몸통...오른팔...왼팔..."
진호의 눈이 커진다.
"선배님...연쇄 살인이라구요! 아니 연쇄 토.막.살.인...!"
진호가 전화를 받고있는 사이, 준식은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꺼낸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태우의 사무실.
태우가 어떤 사람과 앉아 얘기를 하고 있다. 이때 태우에 핸드폰에 메세지가 왔다는 신호음이 들린다.
"아...죄송합니다..."
태우는 상대방에게 살짝 양해를 구한뒤, 핸드폰을 확인한다. 준식이다.
[태우. 도와줘. 경찰이 병원까지 찾아왔네. 아무래도 니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용의자인가봐..]
태우는 메세지를 확인하고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아 그러니깐...에....제가 어디까지 말씀드렸죠?"
"하하..역시 유망한 변호사여서 그러신지 많이 바쁘시네요...그보다..저...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예 그러시죠 나가셔서 오른쪽을 가시면 바로 화장실 입니다..천천히 다녀오시죠.."
마주앉아있던 사람이 사무실을 나가자 태우는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준식의 메시지를 다시한번 바라본다.
답장.
누른다.
화면에 새겨지는 태우의 메세지.
준식의 병원 접견실
준식의 핸드폰으로 메세지가 도착한다. 태우
[내가 말했지? 알리바이. 그것부터 생각해놔.]
진호가 최경사와 통화를 마치고 접견실로 들어와 다시 준식 앞에 앉는다.
"아...죄송합니다...후배형사인데...일이 좀 안풀리나봐요..."
"수고가 많으시네요..."
준식이 애써 웃어보인다.
"아까 하던 얘기 마저하자면, 김준식씨 백상진씨라고 알고 계시죠?"
이때 다시 준식의 핸드폰으로 메세지가 도착한다. 준식은 눈을내려 메세지를 확인한다.
[아참. 그리고 곤란한 질문엔 변호사를 통해서 물어보라고 해.]
준식은 핸드폰을 가운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천천히 입을 연다.
"제 변호사를 통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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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도봉경찰서.
이진호 경감이 강력반을 들어오며 수사노트를 책상에 강하게 내려놓는다. 제법 큰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진호...뭔일이야? 잘 안풀려?"
유필한 반장이 자리에 일어나 진호에게 다가간다.
"아...반장님...김준식이...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변호사?"
"네...아마 지난번에 같이 저희서에 왔던 친구 같은데요...이름이..."
진호는 수사노트를 펼쳐 뒤적인다.
".....강태우...변호사...이 사람 역시 노민우, 백상진과 동창입니다..."
"젠장...역시 배우고 있는 놈들 건드리는게 제일 힘들어..."
"그러게요...그동안 상대해온 양아치들하고는 차원이 틀립니다..."
"좋아! 일단 이 건에 우리 강력반 목숨걸자...성재! 용호! 니들 오락실건 털고 다 여기에 붙어!"
"네..."
지시를 받은 두 형사가 짧게 대답한다. 유반장은 짧게 박수를 두번 치고 말을 잇는다.
"자..자.. 이거 윤곽 잡혔어...진호를 필두로 전체 지휘는 앞으로 내가 한다...5명 사체 얘기 다들 들었지?"
"네!"
"성재는 국과수에 백상진 DNA 검출 정식요청하고!"
"네!"
"용호는 최근 실종건중에 김준식하고 관련될만한거 싹 다 훓어서 가져와!"
"네!"
"그리고 진호!"
"네! 너는 진철이하고 백상진과 김준식 관계 확실히 밟는다..."
"네!"
"다들 기자새끼들 냄새 맡지 않게 조심하고...확실해질때까지 이 건 절대 오픈 금지다! 알겠어?"
"네!"
도봉 강력반이 들썩인다.
준식의 병원.
준식은 사무실에 앉아 인터폰을 누른다.
"네.. 원장님.."
"김간...오후 진찰 전부 부원장으로 돌리고...연락오면 연결하지 말고 핸드폰으로 하라고 전달해 주세요..."
"네...원장님.."
준식은 책상달력을 한장 넘긴다. 8월달. 달력에는 일별로 스케쥴이 빼곡이 적혀있다. 8월 21,22,23일. 날짜에 맞춰 천천히 눈을돌리던 준식. 24일에 멈춰진다.
[24일. AM10시 재판 서울남부법원. 301]
유난히 단순한 스케쥴.
"백상진씨라고 알고 계시죠?"
진호의 말이 떠오른다.
"백상진을 왜 갑자기..."
준식이 잠깐 생각에 잠길때쯤, 책상위에 핸드폰이 울린다. 태우.
준식은 바로 전화를 받는다.
"어디냐?"
"어..병원..."
"병원? 병원에 없다던데?"
"아...연결하지 말라고 했어..."
"에고...짜식...힘들지?..."
"머리 아프다...짜증나게 얽힌거 같아..."
"짜샤...이 몸이 도와줄께..,너무 걱정하지마라...그나저나 형사가 와서 뭐 물어보디?"
"백상진."
"백상진? "
"우리 병원 건물주..백상진 말이야."
"아..지금 내가 맡고 있는 소송건에 그 백상진?"
"어...뜬금없이 백상진 아냐고 물어보더라고...도저히 노민우랑 매칭이 안되는데…"
"혹시 그것 때문인가…”
"뭐가?...알고 있는거 있어?"
"내가 얘기 안했나?...그 백상진이 우리하고 중학교 동창이야…”
“정말?? 처음 듣는데??”
“니네 건물지분 소송 준비하면서 나도 우연히 알게됐어…”
“뭐야..이거…진짜 완전 얽히는 기분이야…”
“야..됐어…너무 신경쓰지마…니 베프이자 충실한 법정대리인인 이 몸이 있잖냐…”
“고맙다…안그래도 신경쓸게 많을텐데…”
“그나저나 형사한텐 뭐라고 대답했어?...”
"지금 소송중인 사람 이름이 갑자기 나오니깐 당황되더라고...그래서 니가 알려준데로 변호사 통해 말하라고 했지..."
"야..진짜 잘했어...일단...내가 짬나는데로 백상진 한번 알아볼께..."
"고맙다...태우...근데 앞으로 나 어떻게 해야되냐..."
"알리바이 자식아...몇 번말해...알리바이만 확실하면 경찰이던 검찰이던 들어갈 구멍이 없어요..."
"그래서 그 시체 사망추정일 전후로 스케쥴 보고 있는 중이다..."
"입증할 수 있는 스케쥴이지?"
"뭐....대충...24일 재판 보류된거 외에는..."
"아...건물주하고 재판일이 지난 24일 이였던가?..."
"어...근데 건물주가 법정에 안나왔잖아...그래서 재판은 보류되고..."
“아…”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태우의 짧은 탄식.
다음날
어느 커다란 저택앞.
도봉경찰서 강력반 이성재 경사가 대문 앞에 서있다. 옆에는 일행 한 사람. 등뒤에는 ‘과학수사대’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집 하나 더럽게 크네요…흐흐”
이경사가 수사원에게 감탄한듯 웃어보이고는 초인종을 누른다,
“네. 누구세요?”
이경사는 품속에서 경찰 신분증을 꺼내 카메라 앞에 들이댄다.
“안녕하세요. 경찰서에서 나왔는데요..백상진씨댁 맞죠?”
“네..맞습니다만, 무슨일 때문에 그러시죠?”
“예..이 댁…백상진씨 실종 신고와 관련해서 조사할게 좀 있어서 왔습니다..”
“잠시만요…여쭤보겠습니다..”
인터폰이 끊기고, 침묵이 흐른다.
“하..이런 집들은 드라마 그대로네요..여쭤보긴 뭘 여쭤봐…흐흐”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들어오세요’ 라는 짧은 말과 함께 대문이 열린다.
도봉경찰서 강력반.
이진호 경감과 유필한 반장이 휴게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몸통, 팔, 다리 중 분명히 백상진의 DNA가 검출될 것입니다…”
“그렇겠지…하지만 DNA 대조까지 최소 1주는 걸릴텐데…광역수사대 애들 냄새 맡고 덤비기 전에 어떻게든 쇼부를 쳐야되…”
“그러게나 말입니다...”
유반장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 문득 생각난 듯
“그나저나…백상진, 김준식 관계 파악 좀 해봤어?”
“예 지금 진철이와 확인 중에 있는데…”
이때, 진호의 핸드폰이 울린다. 최진철 경사.
“어 진철..왜?”
“선배님 어디세요?”
“반장님하고 휴게실에 있어…”
“네. 거기로 갈께요…”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경사가 들어온다, 곧바로 진호 곁에 앉으면서 기분 좋은 듯 입을 연다.
“반장님, 선배님, 잘하면 김준식이 잡아들일 수 있겠는데요…”
태우의 사무실
출입문으로 준식이 들어온다. 자리에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는 태우.
“왔냐?...짜식 그새 살이 좀 빠진거 같아…크”
“아..죽겠어…왜 나한테 이런일이 생기는거냐고…”
준식이 자리에 앉으며 탄식한다.
“임마..니가 너무 편하게만 살아서 그래… 이런것도 겪고나면 벌거 아니니깐…너무 고민하지마…”
태우가 준식 맞은편으로 앉으면서, 담배를 꺼낸다.
“필래?”
“아니…됐어…”
태우 다시 품속에 담배를 넣고 잠깐 준식을 빤히 바라본다.
“준식아…”
“왜?”
“이번건 좀 철저하게 준비해야 될 것 같다..”
“무슨건…건물문제? 아니면 상속관련? 어떤건?”
“휴…”
태우 한숨을 크게 한번 하고,
“,,,노민우 건 말이야…”
준식 몸서리를 치며 머리를 감싸쥔다.
“아..짜증나…준비하긴 뭘 준비해…니가 알리바이만 확실하게 해놓으라며? “
태우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아씨..나도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조금 그냥 아주 조금 꼬일 거 같아서…”
“뭐가 꼬여…? 더 꼬이면…나 진짜 돌아버린다…”
“이 자식아..흥분하지 말고 들어…니가 어제 말한 백상진이 있잖아… 니네 건물주…내가 좀 알아봤거든..”
"그레서?.."
“실종됐대….”
“뭐?”
“그것도 우리 재판날에…지난 24일....”
도봉경찰서 강력반 휴게실.
“뭔 말이야..잡아들일 수 있다니?”
진호가 흥분하며 진철을 다그친다.
“백상진이가 김준식 병원 건물주 이잖아요…”
“이런…그거 누가 몰라?”
유반장이 끼어든다.
“아 글쎄..좀 들어보세요..근데 그 건물 관계가 여간 복잡한게 아니더란 말씀이죠…뭐 자세히는 모르지만 지분관계가 꼬여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래서 지금 백상진과 김준식이 3년째 재판중 입니다. 강남 한복판에 10층짜리 건물을 사이에 두고요…이게 시가가 아마….”
진호와 유반장이 서로를 쳐다본다.
“아..그리고 더 중요한 건 백상진 실종접수가 들어온 그 날이 바로 김준식하고 최종 공판날 이였다고 합니다….”
진호와 유반장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다시 태우의 사무실.
준식은 체념한듯 태우에게 되묻는다.
“그래서…어떻게 해야되는건데…?”
“좀 더럽게 된 거 같아…너한테 백상진 아냐고 물어봤다며?”
“어제…병원에 와서…”
“아마도 그 사체랑 백상진이를 결부시키려나 보다…그리고 범인은 너고….”
태우가 미안한듯 하면서도 준식에게 생각을 묵묵히 전한다.
“하…웃기지도 않네…그래서…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변.호.사.님!..”
“그래서…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도봉경찰서 강력반.
유반장이 휴게실을 나오며 소리친다.
“야..다 모여봐!”
강력반 형사들이 유반장 주위로 하나, 둘 모여든다.
“성재는?”
“예…성재..지금 DNA 채집하러 백상진 자택에 가있습니다…”
“좋아…”
유반장의 얼굴에 생기가 돋는다.
“자….사건이 일사천리로 풀어진다…이 정도면 광역수사대 안거치고 바로 검찰로 넘길 수 있겠어…”
“……”
“진호와 진철이는 김준식 소환 준비해…절대 어설프게 부르지 말고 확실히 준비해... 변호사 새끼한테 말리면 뒤진다…알았어?”
“네!”
“용호는 김준식하고 관련될만한 실종사건 검색 좀 해봤나?”
“네…근데 아직 뭐 이렇다 할만한 게 없습니다….”
“됐어…일단 그거 잠시 접고, 지금 당장 사체 부검의 소견서 다시 받아와…”
“네!”
강력반이 다시 한번 들썩인다.
태우의 사무실.
준식이 숙이고 있던 머리를 천천히 들어 태우를 바라본다.
"무슨생각?..."
태우는 안경을 한번 치켜쓰고 비장한듯 말을 한다.
"직접 잡자...."
"누구를?"
"누구긴 누구야...노민우 개똘아이 새끼지..."
"훗..."
준식이 어이없는 듯 웃는다.
"들어봐...지금 경찰이 뭐하고 있겠어?..."
"...."
"니 소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걸?...."
"근데?"
"소환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될거 아니야...꼬리는 보이는데...잡을 손이 없다고 할까?..."
"그게 뭔소리야?"
"백상진....그게 지금 경찰한텐 손이지..."
준식 가만히 태우의 말을 듣는다.
"아마도 지금 사체와 사라진 백상진 DNA를 대조하고 있을거야...."
"...."
"만약 DNA가 일치하면 어떻게 될까?...그때부턴 우리가 정말 불리해져..."
"왜....내가 안죽였는데..."
"말했지? 알리바이....너 백상진 사라진날 뭐했어?"
"....재판 보류되고 니랑 하루종일 집에서 게임했잖아..."
"그 전날은?"
"병원에 있다가...니네집에서 재판 준비하고...."
"니 지금 그 말 경찰이 믿어줄까?...사건 추정일에 용의자가 자기 변호사랑 하루종일 같이 있었다...믿어줄까? 경찰이?"
준식 눈을 질끈 감는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노민우 이 자식 정말 머리좋은 놈이야...너한테 왜그러는지 모르겠지만....손놓고 있다가는 당할거 같아..."
"그래서 직접 잡자고?..."
"DNA 검사가 들어갔다면 최소 1주일은 시간이 있어...한번 해봐야지..."
"위험하지 않을까? 진짜 민우가 범인이라면...니말대로 완전 사이코패스인데..."
태우는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힌다. 한 모금 크게 들어마시고,
"후우...그래...직접 잡는다기보단 그 1주일내에 최대한 단서를 확보해서 경찰에 넘겨야지..."
준식 담배연기에 얼굴을 찡그린다.
"젠장....무슨단서? 우리가 무슨수로?"
"있어...가만보니 노민우 마치 우리랑 게임하자는거 같아.. 자기 잡아볼테면 잡아보라는 듯이..."
"....."
"수수께끼...."
"수수께끼?"
"왜 그 초상화 뒷편에 새겨놓은 이상한 말 있잖아..."
"....그게...그게 노민우 단서라고?"
"아마도..."
태우의 얼굴이 담배연기에 가려진다.
백상진 자택.
이경사가 과학수사원에게 무언가를 건넨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수사원이 받아든건 전기면도기. 백상진의 것이다.
수사원은 전기면도기 뚜껑을 열어 투명 비닐팩에 수염가루를 턴다.
"충분하네요...."
수사원이 비닐팩을 잠그자 이경사가 기다렸다듯이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요...검찰 쪽이라면 3일안에도 끝낼수 있는데...경찰서라...조금 밀릴것 같은데요...."
"...그래서 어느정도..."
"일단 긴급신청 해놓을께요...통과되면 한 5일에서 7일정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연락바랍니다...신경써주셔서 감사하구요..."
"아..예..."
두 사람은 백상진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출입문을 나선다.
태우의 사무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다. 어느덧 해는 기울어져 사무실안으로 노을빛이 가득찬다.
"태우야...이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그러게...도저히 감이 안오네...."
"콩그레츄에이션.하와유...파인 숫자 16... 땡스..숫자 20...앤유..."
congratulation
how are you
Fine
16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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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준식이 적어놓은 메모지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거 파인에 F와 땡스의 T만 대문자인데...? 이거 니가 적은거지?"
"어...내가 그 날 적어왔지..."
"이거 대문자도...그대로 적어온거야?"
태우 잠시 생각한다.
"아..씨...모르겠다....그대로 적는다고는 했는데...진짜로 거기만 대문자인지...아니면 내가 그냥 적은건지..."
"봐봐..오히려 대문자로 적어야 할 부문은 또 소문자로 적었다고...너가 제대로 적긴 적은거 같은데..."
태우 계속 생각하다가...
"모르겠어..."
"근데...이 말 아래에 이상한 알파벳 있지 않았어?"
"알파벳?"
"니가 최근에 적은거 같다고 했던거...색이 바래지지 않았다고..."
"오랜만이야 친구들. 드디어 오늘이 왔군. 그 말 말고 또 뭐가 있었다고?"
"아..분명 있엇어...그 밑에..."
"난 못본거 같은데...하긴 봤다면 그것도 적어왔겠지..."
준식이 태우를 한심한 듯 쳐다본다.
"그걸 왜 못봐....그렇게 얼굴을 쳐박고 있었으면서...."
"아씨...컴컴했잖아..! 그 박물관...! 그럼 눈 좋은 니가 적던가...!"
정적이 흐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 어이없는 듯 웃는다.
"크크 우리 15년간 징하게도 싸운다....그치?"
"그러게나 말이다..크크"
한참을 말없이 웃다가 태우가 입을연다.
"다시 한번 가보자..우리 학교.."
준식 고개로 창밖을 가르키며
"해지는데..."
"멍충아..애들 없을때 가야지..이번엔 눈좋은 니가 적어...!"
태우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안에 랜턴을 집어 준식에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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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태우 사무실 복도.
준식과 태우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간다. 뒤에서 태우를 부르는 소리
“강태우 변호사님!”
태우가 준식과 얘기를 하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 뒤를 쳐다본다. 태우의 비서이다. 태우에게 다가온다.
“어디가시나요?”
“어..바로 퇴근할거야..정윤씨도 시간되면 퇴근해…”
“아니…그게…”
“왜? 뭔 일 있나?”
“금일 오후 여덟시에 계약이 있어서요…”
“뭔 계약?”
“그 방산업체 김재형 사장 소송건이요…”
비서는 노트를 보며 또박또박 태우에게 일정을 전한다.
“아….그게 오늘 저녁 이었나?...”
“네…식당 잡아놓으시라고 하셔서 8시에 식당도 예약해놓았는데요…”
태우가 머리를 긁적인다. 곤란한 듯 준식을 바라본다. 준식이 입을 연다.
“됐어..학교는 내일 가지 뭐…”
태우 잠시 생각을 하다가
“아냐..아냐..정윤씨! 일단 식당 취소하고 김사장님한테 사무실로 오시라고 해…일정 때문에 식사는 어려울거 같다고 말씀드리고…인감도장만 챙겨오시면 된다고 전해드려…”
“아..됐다니깐…일 봐…”
“야 임마….괜찮아…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야…”
준식은 미안한 듯 태우를 바라본다.
“그럼 어떻게 해? 기다릴까?..”
“아니야…학교 앞에서 10시쯤에 만나자…내가 일 끝나는데 바로 갈께…”
“그러지 뭐…”
준식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태우는 비서가 건네준 서류를 뒤적이며 사무실로 돌아간다.
오후 10시쯤
광남중학교 앞.
한 밤의 오래된 사립학교는 더욱 음산하다.
드문드문 켜져 있는 형광 가로등 불빛이 분위기를 더해준다.
멀리 자동차 한 대가 길목을 따라 천천히 진입하고 닫혀진 교문 앞에서 멈춰 선다.
이내 꺼지는 헤드라이트. 다시 주위는 어둠에 휩싸인다.
운전석에는 준식이 앉아있다.
크게 기지개를 한 번 키고 태우에게 받은 랜턴을 집어 한 번, 두 번 작동해본다.
“10시 10분….”
시간을 확인한 준식은 지루한 듯 입술을 내민다.
“아..이 자식..왜 이렇게 안와…”
핸드폰을 집어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한다. 10시 11분…5초…6초…
메시지 그리고 메시지 작성.
[오고 있냐? 난 도착했다 교문앞.]
전송
준식은 음악을 틀고 시트를 뒤로 제낀다. 차가운 Acid Jazz가 자동차 내부에 울려퍼진다.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한다.
[진짜 미안하다. 짜증나게 계약서를 꼼꼼히 보네. 좀 있음 출발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좀 만 기둘려]
메시지를 확인한 준식은 순간 얼굴이 찌그러진다.
“아..뭐야…”
준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답장.
[됐고, 내가 후딱 들어가서 적어 올테니깐 집으로 바로 와 니네집으로 갈께]
전송.
준식은 랜턴을 챙겨 차문을 열고 나온다.
“아..맞다..”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 대쉬보드를 열고 수첩과 볼펜을 챙긴다. 수첩을 열어 볼펜을 확인하는 준식.
“후우…그럼 가볼까….”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단숨에 담을 넘어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빛한점 없는 어두운 운동장을 준식이 홀로 걸어간다.
계절 늦은 매미소리가 귓청에 맴돈다. 준식 렌턴을 비춰 학교 담벼락을 비춘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여섯번째 담벼락에서 그대로 빛을 학교쪽으로 향하게 한다
“저 화단 이군…”
준식은 랜턴 불빛을 따라 화단쪽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화단을 넘어 학교박물관 창문 앞에 선 준식,
랜턴을 비춰 안을 살펴본다.
오래된 건물, 교실을 개조한 듯한 오래된 박물관.
준식은 석산 이재춘 선생의 초상화를 비춘다.
인자한 인상이 불빛에 일그러져 약간은 괴기스런 느낌이다.
“은근히..무섭네…태우랑 같이 올 걸 그랬나…”
준식 잠시 서서 초상화를 이리저리 비쳐본다. 빛에 방향에 맞춰 얼굴이 움직이듯 하다. 웃고 있는 모습이 섬뜩하다.
[스르르르르르르르…]
귓가를 울리는 매미소리 끊김이 없다. 시끄럽고 소리가 따갑다.
창문을 천천히 열어본다.
[끽끽…]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듯한 소리.
[끽끼..파바박…]
준식은 얼굴을 찡그리며 빡빡해진 창문을 한번에 활짝 열어 제낀다.
“후우…빨리 끝내자..”
준식은 랜턴을 입에 물고 창틀을 넘어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쿵…끼긱…끼긱…]
준식이 내려앉자 박물관 마루바닥이 비명을 지른다.
랜턴을 다시 손으로 잡고 초상화를 비춘다. 여전히 웃고있다.
천장, 오른쪽벽, 왼쪽벽, 태극기, 이리저리 랜턴을 돌려본다.
여기는 학교박물관이라기 보다 비워놓은 교실 같다는 느낌.
“이래서 학교 괴담이 생기는 거군…”
준식은 대단한 사실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불빛을 초상화로 고정시키고 천천히 걸어간다.
[끼긱…끼긱…끼긱…끼긱…]
발걸음에 맞춰 마루바닥은 아픈 강아지 마냥 낑낑댄다.. .
초상화 앞에 서서 랜턴을 입에 문다.
양 팔을 크게 벌려 초상화를 잡고 조심히 들어서 바닥에 놓는다.
벽면에 적혀있는 노민우의 수수께끼. 불빛을 비춰 확인해 본다.
[오랜만이야! 친구들! 드디어 오늘이 왔군!]
[mrzmxexmsr. tevxc는 tyrkret 617-9. 69.wit]
준식은 지난번 태우가 적어오지 않은 알수없는 알파벳 조합을 수첩을 펼쳐 꼼꼼히 적는다.
“이거…혹시…그건가?..”
준식은 문득 생각난 게 있는듯 적어놓은 문장을 한참 바라본다.
그리고 손을 들어 손가락 숫자를 여러차례 세어본다.
“일단 집에 가서 체크해봐야겠다…”
준식은 수첩을 닫고 불빛과 함께 시점을 위로 돌린다.
congratulation
how are You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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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태우가 제대로 적었네…F랑 T만 대문자 맞구나…”
바닥에 놓여진 초상화를 걸기 위해 몸을 돌리다가
“잠깐..”
하고 불빛을 벽면에 다시 비춘다.
최초발견자는 이름을 적어주세요
21312 김준식
준식은 벽면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 글씨가 새겨진 부분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없어…”
태우의 이름이 없다.
순간 준식의 눈이 커진다.
태우 사무실 지하 주차장.
썰렁해진 주차장 통로를 태우가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한 손은 휴대폰으로 통화중이다.
블록에 유일하게 세워져있는 고급 외제 스포츠카.
태우는 뒷자석에 가방을 던져놓고 운전석에 앉는다.
들고있던 핸드폰을 내려
[재발신]
누른다.
“안받네…혼자 들어간건가?...”
태우는 걱정스런 말투로 혼잣말을 한다.
광남중학교 학교 박물관 안.
준식은 태우의 이름이 있었던 자리를 몇 번이고 확인한다.
“분명 지난번엔 태우 이름도 있었는데…”
그 때.
[끼긱..]
어디선가 마루바닥 밟는 소리가 난다.
준식은 숨을 멈추고 눈동자만 움직여 본다.
[끼긱...]
다시 한번 같은 소리.
‘분명 복도는 시멘트 일텐데...’
박물관 내부만 예전 방식 그대로 마루바닥을 보존해 왔다는 생각이 준식의 머리로 순간 스쳐진다.
준식의 몸이 굳는다. 움직일 수 가 없다. 공포가 휘감는다.
[끼긱..끼긱..]
누군가가 준식의 등 뒤로 조심스레 다가오는 듯 하다.
준식이 수그리고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키자,
[끼긱끼긱끼긱다다다다다다...]
준식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준식이 입에 물고 있던 랜턴이 바로 등 뒤에 있는 누군가를 비춘다.
웃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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