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으로 관객의 귀를, 촬영과 편집으로 관객의 눈을 자극하는 행동을 통하여 창조되는 것이 영화라는 예술에서 흔말하는 '감동'. 그 감동이란 것을 안전한 공감대의 영역에 위치시키려면, 일종의 조미료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무한도전의 현미vs쯔바사 편의 편집법이나, 내가 환갑쯤 되면 과연 마지막권이 나올까 싶은 그 시리즈, 바로 만화책 더파이팅의 연출법이 필요한 것이다. 파이터라는 영화는 낮선 길을 통했다. 우리가 길들여진 낯익은 그 길이 결코 아니었다.
영화로서는 어딘가 낮선 화법에 대하여, 어색하다는 말 대신 신선하고 쌈빡하다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경기장면과, 다큐스러우면서 복고적인 화면의 질감. 그렇다. 화법의 차이이다. 다시 말해, 영화를 그려낸 방법의 차이. 영화에서 선택한 경기장면 묘사 방법은 일반 TV중계의 느낌. 그 생생하고 팔딱팔딱한 진짜 그것.
인생은 본래가 어중간한 것이다.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다. 종종 극단적인 인간형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둥글둥글하게 산다. 대중에게 소개되는 이야깃거리로서 창조된, 혹은 선택된 사람들의 캐릭터가 그렇게나 한 결 같이 특이한 것은, 그 만들어진 캐릭터들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평범하기 때문에. 그런데 21세기 초반에 풍겨지는 아방가르드 분위기들 중 한 조류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기인데, 이런 맥락에서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인간들이나 사연들이 말한 대로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하고, 방법론적으로 어렵지 않아서 오히려 고민하기에는 더욱 까다로운 연출법을 만나, 전혀 다른 종류의 명작이 되었다. 영화를 보고, 생각나는 대로 지껄여 봤는데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내가 봐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그런데 3번째로 다시 읽어보니 ‘아 맞아 그랬었지’ 하고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들 공감이 될 것이다. 여하튼, 극의 화법을 놓고 볼 때는 차라리 TV의 인간극장이 더 극적이다.
한편, 극 내부에서는,, 디키의 그 ‘자부심’에 대하여 엄청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꾸준히 커리어를 성실하게 쌓아 온 전설적인 복서 슈가레이와 오랜만에 조우하는 장면에서, 혹은 동네 친구들과 감옥의 죄수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하염없이 떨어대는 허풍을 보며,,, 그렇게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허풍이 켜켜이 쌓여 자기 최면의 경지에 도달한 인간과, 그것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 극중 인간이 취하는 태도에 묵직한 감동을 받는다. 결코 그것이 멋지거나 동경할 만해서 감동적인 것이 아니다. 이렇게나 일관적인 것 같지만 엄청나게 모호하고 다양한 캐릭터는 참 오랜만이다.
그리고, 이쯤 되어 드디어 언급되는 미키 워드의 캐릭터. 하지만 이 쯤에서 다시 한 번 느끼는것은, 이렇게나 캐릭터들의 개성이 넘쳐 흐르는데도 영화로의 시선은, 기어코 끈끈한 형제애를 보여줘야 할 장치인 저 가족집단에로 다시 흘러간다. 씬 별로 배우의 숨 고르는 태도까지 관찰을 하고 나서야 그 영화를 알 것 같은 타고난 이해력 결핍 탓에 한번밖에 못 본 영화는, 역시 표면에 그려진 묘사들만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버드나무가지 흩날리듯, 오후 네시 반 정도 어스름한 시각대의 화면 무게감으로 시종일관 흐르는 영화는 특히 더 그렇다.
요즘 옆구리에 항상 차고 다니는 책은 무지막지하게 파괴적인 리처드도킨스의 <이기적유전자> 인데, 책 표지에서부터 대놓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단백질덩어리 취급을 하고, 문제는 그게 설득력있는 주장,, 정도가 아니라 다 듣고보니 맞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다시금, 인류의 조상들은 얼마나 현명했는가.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동서고금의 진리가 몸에 이렇게 와닿은 것이 얼마만인지. 하지만 인간은 사회와 문화적 요인에 본성이 지배당하는 종이고, 그 사례들 중 하나가 미스터리할 정도의 이타심이다. 물론 모든 생물의 이타적 행동 또한 유전적 보호본능의 수행과정 중 하나라고 읽고 있던 책에는 충실히 설명 되어 있지만,, 모든것을 상쇄해버리는 것은, 역시 <감동>.
자아실현의 욕구와 가족애. 인간이라는 종에 존재하는 가장 숭고한 욕구들이 만나 선사하는 감동은 상상 이상으로 규모가 큰 쓰나미다.
한편, 나의 크리스천 베일은, 배트맨이 되기로 한 시점부터 파란만장한 연기 인생을 살겠다고 작정한 듯 했는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제 이 사람도 뼛속까지 배우의 영혼을 스며 넣는 시기에 도달한 것 같다.
파이터 : 이타적 유전자
BGM으로 관객의 귀를, 촬영과 편집으로 관객의 눈을 자극하는 행동을 통하여 창조되는 것이 영화라는 예술에서 흔말하는 '감동'. 그 감동이란 것을 안전한 공감대의 영역에 위치시키려면, 일종의 조미료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무한도전의 현미vs쯔바사 편의 편집법이나, 내가 환갑쯤 되면 과연 마지막권이 나올까 싶은 그 시리즈, 바로 만화책 더파이팅의 연출법이 필요한 것이다. 파이터라는 영화는 낮선 길을 통했다. 우리가 길들여진 낯익은 그 길이 결코 아니었다.
영화로서는 어딘가 낮선 화법에 대하여, 어색하다는 말 대신 신선하고 쌈빡하다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경기장면과, 다큐스러우면서 복고적인 화면의 질감. 그렇다. 화법의 차이이다. 다시 말해, 영화를 그려낸 방법의 차이. 영화에서 선택한 경기장면 묘사 방법은 일반 TV중계의 느낌. 그 생생하고 팔딱팔딱한 진짜 그것.
인생은 본래가 어중간한 것이다.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다. 종종 극단적인 인간형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둥글둥글하게 산다. 대중에게 소개되는 이야깃거리로서 창조된, 혹은 선택된 사람들의 캐릭터가 그렇게나 한 결 같이 특이한 것은, 그 만들어진 캐릭터들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평범하기 때문에. 그런데 21세기 초반에 풍겨지는 아방가르드 분위기들 중 한 조류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기인데, 이런 맥락에서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인간들이나 사연들이 말한 대로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하고, 방법론적으로 어렵지 않아서 오히려 고민하기에는 더욱 까다로운 연출법을 만나, 전혀 다른 종류의 명작이 되었다. 영화를 보고, 생각나는 대로 지껄여 봤는데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내가 봐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그런데 3번째로 다시 읽어보니 ‘아 맞아 그랬었지’ 하고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들 공감이 될 것이다. 여하튼, 극의 화법을 놓고 볼 때는 차라리 TV의 인간극장이 더 극적이다.
한편, 극 내부에서는,, 디키의 그 ‘자부심’에 대하여 엄청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꾸준히 커리어를 성실하게 쌓아 온 전설적인 복서 슈가레이와 오랜만에 조우하는 장면에서, 혹은 동네 친구들과 감옥의 죄수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하염없이 떨어대는 허풍을 보며,,, 그렇게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허풍이 켜켜이 쌓여 자기 최면의 경지에 도달한 인간과, 그것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 극중 인간이 취하는 태도에 묵직한 감동을 받는다. 결코 그것이 멋지거나 동경할 만해서 감동적인 것이 아니다. 이렇게나 일관적인 것 같지만 엄청나게 모호하고 다양한 캐릭터는 참 오랜만이다.
그리고, 이쯤 되어 드디어 언급되는 미키 워드의 캐릭터. 하지만 이 쯤에서 다시 한 번 느끼는것은, 이렇게나 캐릭터들의 개성이 넘쳐 흐르는데도 영화로의 시선은, 기어코 끈끈한 형제애를 보여줘야 할 장치인 저 가족집단에로 다시 흘러간다. 씬 별로 배우의 숨 고르는 태도까지 관찰을 하고 나서야 그 영화를 알 것 같은 타고난 이해력 결핍 탓에 한번밖에 못 본 영화는, 역시 표면에 그려진 묘사들만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버드나무가지 흩날리듯, 오후 네시 반 정도 어스름한 시각대의 화면 무게감으로 시종일관 흐르는 영화는 특히 더 그렇다.
요즘 옆구리에 항상 차고 다니는 책은 무지막지하게 파괴적인 리처드도킨스의 <이기적유전자> 인데, 책 표지에서부터 대놓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단백질덩어리 취급을 하고, 문제는 그게 설득력있는 주장,, 정도가 아니라 다 듣고보니 맞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다시금, 인류의 조상들은 얼마나 현명했는가.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동서고금의 진리가 몸에 이렇게 와닿은 것이 얼마만인지. 하지만 인간은 사회와 문화적 요인에 본성이 지배당하는 종이고, 그 사례들 중 하나가 미스터리할 정도의 이타심이다. 물론 모든 생물의 이타적 행동 또한 유전적 보호본능의 수행과정 중 하나라고 읽고 있던 책에는 충실히 설명 되어 있지만,, 모든것을 상쇄해버리는 것은, 역시 <감동>.
자아실현의 욕구와 가족애. 인간이라는 종에 존재하는 가장 숭고한 욕구들이 만나 선사하는 감동은 상상 이상으로 규모가 큰 쓰나미다.
한편, 나의 크리스천 베일은, 배트맨이 되기로 한 시점부터 파란만장한 연기 인생을 살겠다고 작정한 듯 했는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제 이 사람도 뼛속까지 배우의 영혼을 스며 넣는 시기에 도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