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병원 방문하시는 분들께 당부드려요~^^

조용한그녀2011.04.24
조회3,731

안녕하세요 ^^


톡 처음 써보는 20대 직장 여성입니다^^

오늘은 톡커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몇 가지 점이 있어서
용기를 내서 글을 씁니다..^^

 

일단 제 직업은 (전) 간호사입니다.
(지금은 아니고요.. ㅎㅎ)


여러분 병문안이라든가, 입원이라든가 해서 병원을 방문할 일이 어쩌다 있으시죠?
환자 입장으로서, 보호자 입장으로서
병원이라는 장소 자체가 껄끄러운 곳이긴 합니다.
항상 아프고, 스트레스 받고, 우울하고, 번잡한 곳이죠.

그래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 사이에 신뢰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긴 얘기는 이쯤 해 두고요 ㅎㅎ
환자 혹은 보호자 입장이 되는 분들께 한 만씀 드릴까 합니다.

'간호사가 이런 것도 못참나? 환자에게 이런 것도 못해줘?'라는 반응 나올 것 각오하고 있습니다...ㅎㅎ

하지만 몇 년간 보아왔던 반복되는 이러한 (어찌 보면)사소한 일들에,

이제는 우리 환자, 보호자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어 글 올립니다.

글은 <당부드리는 글+예시>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처음에는 좀 소심하게 .. ㅎㅎ

 

1. 간호사실은 동전 바꿔주는 곳이 아닙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호사실에 와서 동전 바꿔 달라고 하시는 분들 계십니다.
저희는 물론 간호사 가운을 입고 있기 때문에 주머니에 지갑이나 돈이 들어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간호사실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없기 때문에 돈이 비치된 경우도 없습니다.
돈을 가져오려면 근무지를 이탈해 탈의실로 가서 지갑을 가져와야 하지만...
'간호사들이 동전도 바꿔주지 않고 아픈 환자더러 1층까지 내려가서 편의점을 다녀오랜다.'라며
언성을 높이시거나 상기 이유로 건의함에 쪽지를 넣으시는 분들 계십니다.
다시 부탁드립니다.
저희 돈 없어요 ㅠㅠㅠㅠㅠ


2. 병실에서 배달 음식 시켜먹으시면 안 됩니다.. ㅎㅎ

짜장면이나 피자를 휴게실로 배달시켜 먹는 경우는 그래도 양호합니다.(온 병동에 음~스멜~이 진동하긴 하지만)
당장 오늘 위 절제 수술 예정인 금식 환자 앞에서
보호자 침대를 모아 놓고 그 위에
족발, 치킨, 수육과 함께 소주 두 병을 막 까다가
딱 걸리신 보호자분들...
혹시 이 글 읽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3. 병원 방문하실 때 환자의 이름을 알고 오셔야 합니다.

"있잖아요 그 왜 충남 사는 할아버지요.. 어디 배가 아파 수술하러 왔다던데, 김가던가? 이가던가?"
스무고개 하는 느낌입니다 ㅎㅎㅎㅎ 간호사실 말고도 어디에다 물어봐도 못찾아요ㅠㅠ

환자의 이름, 꼭 알고 오세요~~


4. 병원은 어린 아이들에게 위험한 곳입니다.

뾱뾱거리는 소리가 나고 불이 번쩍번쩍거리는 신발이라도 좋으니까,
아기에게 신발은 신겨 주세요^^;
병실과 병원 복도는 매일 청소하고 있지만
맨발로 복도를 질주하는 아기들은 지금.. 위험합니다 ㅠㅠ
특히 간호사 카트나 식차, 휠체어, 환자들과 부딪치는 경우, 전선에 걸리는 경우는

아주아주아주 위험합니다.

 

"할머니 아야했지? 호 해줘~" 라며
환자의 환부를 만지게 하면 안됩니다.

 

"여기 반짝반짝 불이 나네 이것 봐라 아가야~"라며
아기에게 모니터링 기계의 버튼을 누르게 하는 것도 안됩니다.

 


5. 꽃과 화분은 반입 금지입니다.
환자에겐 꽃이지!! 가 왠지 그럴듯하지만, 드라마에서도 병실엔 항상 꽃병에 꽃이 있지만,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에게 흙이 들어 있는 화분, 향이 강하고 꽃가루가 날리는 꽃은 금지입니다.
무엇보다 병원 1층에서 걸립니다. 압수에요.ㅎㅎ (귀가하실 때 돌려드려요)


6. 의료기기를 의료진의 허락 없이 만지지 말아 주세요.

(이거 중요. 별표!별)


어느 날 병실을 돌며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는 중에
한 분이 제게 오셨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우리 이모에게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어디 있어요?" 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싶어 물으니
"안 그래도 기관지 안 좋은 사람한테 입을 막아놓는 법이 어디 있냐구요? 숨도 못 쉬게 말이에요."
라고 하십니다.
환자분은 노령의 환자로, 폐에 이상이 있어 혈압과 섭취/배출량 측정, 산소 흡입, 지속적인 체내 산소 감시를 하고 있던 분이었습니다.
문득 느낌이 옵니다.
'아, 산소마스크를 보고 입을 막아 놨다고 오해를 하셨구나.'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말
"그래서 내가 빼 놨잖아요. 아니 사람이 어떻게 환자 죽으라고 입을 막아.."
까지 듣고 카트 팽개치고 폭풍 달려갔습니다 ㅠㅠ
보통 건강한 사람의 산소포화도는 98~100%라고 보시면 됩니다.
감시 모니터 화면에는 78%가 뜨고 있었습니다 ㅠㅠㅠㅠㅠ
간병인께서 알람까지 꺼두셨습니다 ㅠㅠㅠㅠ
안되는 건 알지만 보호자가 요구했다면서 ㅠㅠㅠㅠㅠ
당장 산소 최대로 틀고 환자 앉히고 호흡양상 확인하고 의사 호출하고 의사 또 폭풍 달려오고 블라블라
다행히 산소포화도 제대로 돌아왔습니다. 상태도 양호했고요.
보호자분과 간병인분께 설명을 드리고, 당부를 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요.

 

환자에게 의료기기는 목숨과 직결될 수 있습니다.

의문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의료인과 상의해 주세요~~!!!

 

7. 유명 인사의 사생활을 보호해 주세요.
"이 병원 특실에 연예인 누구누가 입원했다던데, 진짜에요?"라고 물어보셔도,
저희는 모릅니다 ㅎㅎㅎ
환자의 개인정보는 그 사람이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정계 인사든 외계인이든
철저히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병원 간호사라도 정보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하려고 했다간 당장 징계 뜨거든요 ㅎㅎ)
소문만 듣고 추측해서 간호사의 노트북을 열람하려고 하거나, 검색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다른 병동 병실에 무단으로 들어가서 찾지 말아 주세요.

 

 

8. 그건 일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에 따라 자신의 증상이나 병명을 알리고 싶지 않은 분도 있고, 전혀 관계 없는 분께 알려드려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9.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업장에서의 상해나 타인으로 인한 상해로 입원했을 경우, 직장 동료/상사나 가해자가 찾아오면
지금 내 상태가 너무 안 아파 보인다, 빨리 링겔이나 산소나 콧줄을 달아 달라
..라는 요구를 하시는 분들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ㅋㅋㅋ
저희는 적절한 치료만 해 드립니다. ㅠㅠ

 


그 외 환자/보호자분이 자주 하시는 실수

#. 링거액의 속도를 조절하지 마세요.
링거액은 초당 방울수로 조절합니다.
대충 조절기 돌려 맞추는 것 같아 보이지만
2초에 한방울, 3초에 한방울, 이런 식으로 조절됩니다.
약에 따라 주입 속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때에 따라 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혹시 잘 들어가던 약이 안 들어가거나, 자세를 바꾸었더니 속도가 빨라졌다거나 할 시에는
임의로 조절하지 마시고 간호사에게 말해 주세요.

 
#. 산소 흡입중인 환자 곁에서 라이터 켜지 마세요.
산소.. 아시죠? ㅎㅎ
거기다 병원 와서 심심해하는 아기들에게 갖고 놀라고 라이터 주는 경우를 보면
여러 가지 의미로 식겁합니다. ㅎㅎ

 

 

#. 금식 중인 환자에게 먹을 것 주지 마세요.
아무리 주의사항을 드리다 못해 겁을 드려도
'몰래 조금만 먹이면 간호사도 모를 거야..'라고 몰래 먹이는 분들이 간혹 있으십니다.
물론 검사/수술 취소되어 돌아오죠...
혹은 수술 뒤에 문제 생깁니다...
금식은 환자를 위한 일입니다.
교회에서 나누어주는 부활절 달걀이나 떡, 포도주도
일단 금식이 우선입니다. ㅠㅠ 이럴 때 신앙심은 잠시 접어두셔도 좋습니다 ㅠㅠ

 

 

흐와.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쓰다 보니...
혹시나 과장될까 싶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뺐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못다 한 느낌이 듭니다. ㅎㅎ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안좋은 일이긴 하지만 병원에 가실 일이 생긴다면,
"병원은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의 신뢰와 협력으로 돌아가는 곳이지~★"라고 생각하며
위의 언급한 내용,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