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는 ‘신참’에게 고통 떠넘기는 사회

대모달201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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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1-04-22]

 

ㆍ대학은 신입생만 등록금 올리고… 회사는 신입사원만 월급 깎고
ㆍ“차별 지속적 누적으로 조직 건강성 해쳐”

“밖에선 우리 학교 등록금이 동결된 줄 알고 있는데, 신입생 등록금은 2.5% 인상했더라고요. 신입생 등록금을 올린 학교의 행동은 ‘사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이화여대 인문대에 입학한 ㅇ씨(20)는 신입생들에게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건 비겁한 일이라고 했다. 입학한 지 한 달도 안돼 등록금 투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ㅇ씨는 “선배들이 신입생일 때부터 이런 일에 분개하고 고치려 했다면 지금보다는 나아졌을 것이다. 선배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대 조형예술대 신입생 ㅈ씨(20)는 “1학기 등록금으로 533만원, 입학금으로 100만원을 냈는데 너무 부담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2009년 5월 모 은행에 들어간 ㅈ씨(28)는 “한 기수 먼저 들어온 선배들보다 급여가 20% 줄었다. 연소득으로 따지면 800만~1000만원이나 적다”고 말했다. ㅈ씨는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신입사원의 월급을 깎는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급여 차가 클 줄은 몰랐다”며 “동기 중 20~30%가 은행권에서 다른 곳으로 이직했다”고 전했다. 그는 “신입사원은 의견을 말할 기회가 부족하고 사회 초년생이라 어떻게 대처할지도 몰라 이런 대접을 받은 것 같다”면서 “선배들이 처음 들어올 때 받은 돈을 받으려면 앞으로 5년은 더 일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신참’은 고통스럽다. 등록금도 신입생에 대해서만 올리고 월급도 신입사원 것만 깎는다. 사회가 함께 나눠 져야 할 고통을 신참에게만 지우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신참에게 더 많은 짐을 지우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창순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입은 자신의 권리와 주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성집단이 이들의 희생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면, 청년실업이 심각한 요즘 신입사원의 급여조건이 나쁘다 할지라도 입사만 시켜준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경제위기 극복 비용이 어디에 전가되느냐의 문제인데, 기존 집단은 상대적으로 그 비용을 회피하면서 제도권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신입에게 떠넘기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차별적 대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적된다는 점이다. 등록금의 경우 한 번 오르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힘들고, 신입사원의 임금 역시 변경된 임금체계가 해가 지나도 계속 적용되게 마련이다. 신참에게 희생을 강요하면 당장은 비용이 절감되겠지만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건강성이 취약해져 위기를 맞을 수 있다. 8년째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일자리 나눠 갖기를 이유로 신입사원들의 임금을 깎은 뒤 기존 직원들도 임금이 깎일까봐 불안해한다”며 “조직 내 갈등이 커지는 걸 보면서, 즉흥적 포퓰리즘 정책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은 사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박희진 한국청년연대 대표는 “기존 구성원은 학생회나 노동조합으로 뭉쳐서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할 수 있지만 신입생이나 신입사원은 불만이 있어도 불평등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신참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은 비정규직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은 단결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은 “기성세대가 눈을 감고 있어서는 안되지만 신참들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주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