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스압] 주마등

살찐토끼2011.04.29
조회1,277

"그러니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


말문을 연 소년은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그런 소년의 반응이 우습다는 듯, 안쓰럽다는 듯, 두렵다는 듯 소녀는 말했다.


"괜찮아. 천천히 말해. 원래 말이라는 게 생각하기는 쉬워도 꺼내기는 어려운 법이니깐"


"음… 그럼 나에 대해 말해볼까?"


"응."


"난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야. 아니, 평범하지는 않은가? 뭐, 아무튼 간에…"


"글쎄? 내가 보기에는 넌 '평범'. 그 자체인걸?"


"평범하다는 것, 그 자체가 인간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일 뿐이야."


소년의 말에 소녀는 인상을 지었다.


"어려운 말 하지 마. 이해하기 어려워."


그 소녀는 소년의 이마를 툭툭 건드렸고, 소년은 웃었다.


"후훗. 뭐… 그러니깐 재작년 여름부터일 거야…"


"뭐가?"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소년은 중얼거렸다.


"내가 변한 것."















































그러니깐 재작년 6월, 2007년 6월이지.


변한 건 중 3이었지.


아! 그럼 일단 내가 초 4일 때 이야기부터 해야겠네?


그때 난 성과 비정상적 엽기에 대해 너무 일찍 알게 된 아이였어.


그렇게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웃긴 대학'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어.


네이버에 '엽기'라는 단어로 검색해서 나온 사이트 중 하나였지.


뭐랄까… 체계적이랄까?


그래. 다른 사이트에 비해 좀 더 웃긴 걸 찾기 쉬웠어. (DC가 지금은 인기 있는데 그땐 눈에 안 띄었어.)


그렇게 2년을 보내고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무서운 걸 보기 시작했어.


아냐, 아냐. 귀신을 본다는 게 아니야.


솔직히 그랬으면 좋겠지만 난 정말 평범하거든.


공포물을 보게 되었다는 거야.


물론 신비주의 같은 것은 좋아하지만…


아무튼, 웃긴 대학을 돌아다니던 도중에 한 코너가 내 눈에 띄었지.


'공포' 게시판 말이야.


처음엔 별로 안 무서웠어.


근데 이게 참 오묘하더라.


내가 직접 겪은 일이라고, 내가 직접 실행하는 일이라고 상상하면서 보잖아?


그러면 그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거야!


추천수가 3개밖에 안 되는 허접한 글도 말이지!


그게 참 놀라웠어.


그렇게 내가 중 2가 되었을 때 글 하나를 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병신 같아. 큭큭


꼴에 실화라고 시골집을 배경으로 썼는데 참 우스운 거야.


소가 전등에 맞아 죽었다느니, 어두운 곳에서 그 소가 보인다느니…


뭐, 그다지 인기는 없었으니 상관은 없다고 봐야 되겠지.


당연한 일이겠지만 글을 쓰는 건 1년간 포기했지.


내가 중 2가 되었어.


글쎄… 그때부터였을 꺼야. 내가 사람을 싫어하게 된 게…


게이 같았던 유XX도 그렇게 싫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뭐, 내가 게이라는 건 아냐.


그 자식은 나름대로 착한 녀석이었으니…


아니… 찌질하다고 봐야 되나?


키도 180이 넘던 녀석이 실실 웃어대니…


정XX랑은 정반대이지.


처음엔 친하게 지냈지.


상당히 재미있는 녀석이었거든.


근데 문제는 그 녀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


난폭해지고, 더러워지고, 사나워지고…


아니 쉽게 말하자. 내가 찌질해보였나봐.


날 걷어차고, 욕하고, 깝치지 말라고 하면서 귀싸대기를 갈기고…


내가 초등학생 때는 상당히 개구쟁이에다가 유쾌한 성격이라고 자부했거든?


근데 그때부터 바뀌었어.


음침하고, 농담도 많이 안 하고…


그리고 결국 계획을 세웠지.


정XX 죽이기!


일단 집에서 큰 사이즈의 식칼을 준비하고 잡지를 한쪽 찢어서 식칼을 감쌌어.


모자랑 어머니가 가져다준 낡은 점퍼도 챙겼지.


그리고 시작했어.


그날은 평소보다 일찍 끝났지.


겨울인데… 글쎄. 지금은 잘 기억이 않나.


아무튼, 미행을 하려고 했는데…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진 거야!


웃지 마. 그 옆에 있던 녀석들도 실실 쪼겠으니깐.


그래서 결국 정XX를 놓쳤어.


그리고 포기했지.


'아~ 난 누구 하나 못 죽이는 놈이구나!'하고 느꼈어.


그리고 중 3이 되었어.


음… 바뀐 게 있다면… 성적이랄까?


사실 나한테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 김XX가 있었어.


녀석과 어울리게 되면서 조금씩 타락했지.


사실 난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가 될 뻔했는데


김XX이 아무 때나 불러서 담배나 피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싸돌아다녔지.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어.


그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지.


사실 그 중간에 같은 교회를 다니는 박XX를 덮칠 생각을 했긴 했는데 그건 실패했으니 말하지 않을 거야.


뭐? 알고 싶다고?


조금 말하자면…


집이 같은 방향이기에 테이프로 입을 막고 칼로 위협해서 덮치자고 계획했던 게 무산되었다! 이거지.


이유는 간단해.


그 근처에 갑자기 순찰차가 늘어났기 때문이지.


젠장.


아무튼, 김XX랑 다른 학교가 되었어.


녀석은 농업고등학교인 J고. 난 지역에서 3번째 정도하는 인문계열 K고.


내가 공부는 조금 했거든.


사실 미달(입학을 요하는 학생들이 너무 적어서 아무나 다 받아들이는 것)로 들어갔거든 큭큭.


그렇게 지내면서 내 취향은 처녀 귀신 -> 미스터리 -> 좀비를 거쳤고


결국 '살인'에 이르렀지.


사실 너도 궁금하지? 살인이라는 것.


난 웃대의 공포게시판에 글도 몇 개 썼는데 장편은 못 쓰겠고…


뭐에 대해 썼냐고?


살인과 좀비에 대한 단편을 몇 개 썼어.


몇 개는 눈 뜨고 못 볼 정도로 쪽팔리지만 몇 개는 추천수가 높게 나오더라고…


그 중에 옆집 사는 누나를 덮치는 야설을 보면서 생각한 '살인 계획서'도 있지.


사실 그건 내가 2가지 이유 때문에 쓴 거야.


하나는 공게(공포게시판)에 글 하나 정도 써야겠다고 느껴서이고…


또 하나는 가만히 있으면 내가 진짜 해버릴 것 같았거든.


그래서 쓴 거야.


사실 놀란 여지가 많은 게 당연하지.


아무튼, 그러던 중에 생각을 하게 됐어.


부모를 죽이면 어떨까?


우리 부모님은 상당히 '짜증' 나.


아빠는 백수고 엄마는 일하거든?


근데 아빠는 뭐 하나 잘난 것도 없으면서 욕하고, 짜증내고, 손찌검하지,


엄마는 일한다고 집안일은 안하고, 만날 술 퍼먹고 들어오지.


그래서 항상 시끄러워.


이런 부모 옆에서 자란 내가 올바르게 자란다는 건 말도 안 되지!


그래서 아마 이런 글을 쓰게 된 걸 거야.


그래서 실행에 옮겼어.


단순해.


아빠가 술 처마시고 잠들었을 때, 이불을 얼굴까지 덮게 하고 망치로 내려치는 거지!


물론 이때 중요한 건, 망치가 집에 있었던 것이어야 할 것과 지문을 묻히지 말 것.


사람의 힘이란 건 은근히 굉장한 것이지.


단 한방에 즉사였어.


머리가 완전히 깨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불이 피로 번지는 것만 봐도 사망은 거의 확실했지.


그다음은 엄마.


술 마시고 새벽 3시쯤 들어오더라?


그래서 난 기다렸지.


역시 나랄까… 소파에 눕더라.


그리곤 자.


평소랑 똑같아.


저번 달에는 이런 상태로 다음날에 소파에다 오바이트를 해서 아빠랑 대판 싸웠지.


뭐, 내가 말려서 이혼은 안 했지만 말이야.


엄마를 눕히고 식칼로 손목을 깊숙이 찔렀어.


엄마는 일어나려 했지만, 술이 떡이 된 상태이니 말할 것도 없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움직이려는 걸 내가 막았어.


그리고 손에 칼을 쥐여주며 속삭였지.


"잘 가."


그러자 엄마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중얼거리더라.


"아아… 젠장…"


얼마 전에 배운 욕이야.


내가 어릴 때는 참 착했는데 요즘 아빠랑 싸우면서 몇 마디 배운 것 같더라.


아무튼, 그렇게 하고 다음날 경찰을 불렀지.


난 몇 마디만 하고 울었어. 아니, 우는 ‘척’을 했지. (사실 연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어.)


그 몇 마디는 간단해.


"엄마가 아빠를 망치로 죽이고, 소파에서 자살. 막으려 했으나 불가능."


물론 준비는 확실히 했어.


망치에다가는 엄마의 지문을 확실히 찍어 놓았지.


물론 그 외에도 몇 가지 있지만 말이야.


당연히 사건은 그렇게 종결되었어.


내가 공게에 글을 쓴다는 것도 경찰이 어찌 알았지만, 뭐라 하지는 않더군.


그리고 난 이모네 집에서 살게 되었어.


거기다 3층에 사는… 그 뭐더라… 강XX라는 여자애가 있는데, 그 애 번호도 땄다?


나름대로 예쁜…


마치 일본 하렘 애니에 나오는 듯한 소꿉친구? 그래. 그런 느낌이었지.


화장을 해서 청순함은 떨어졌지만… 호감이 가는 애였어.


그렇게 또 다른 삶이 시작되나… 생각했지.




근데 내가 고 2가 되고 나서부터 뭔가 이상해졌어.


뭘 해도 기쁘지가 않아.


공게에 글을 쓰려 해도 생각나지 않고….


공부도 잘 안 되고…


심지어 사귄지 1달밖에 안 된 여자친구랑 성관계를 맺었고…


음, 사실 좀 아까운 여자애야.


처음 목표가 성관계였기에 사랑 같은 감정은 없었지.


그저 예쁘고 말 잘 들을 만한 애였기에 고른 거였어.

확실히 말은 잘 듣더라.


조금 분위기타서 키스하고 조금씩 옷을 벗겼는데도 아무런 말도 안 해.


그렇게 애x도 좀 하고, 할만한 것, 야동에 나오는 건 다해봤다. 큭큭.


그런 내가 왜 기쁘지 않을까?


그리고 난 알았어.


아아. 그렇구나.


난 끝난 거였어.


왜 그런 거 있지?


노인들이 자살하고 그런 거.


그런 거랑 같은 거야.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것.


그래. 사는 이유가 없어.


여기서 다른 녀석들은 그 이유를 찾으려고 발버둥치겠지.


하지만, 난 아니야.


하고 싶은 게 없어.


랍스타도 먹어 봤고, 성관계도 해봤어.


사실 성관계라고 해봤자 한 20분 동안 3번 정도 했지만…


거기다가 사람까지 죽여 본 내가 뭘 하겠어?


































소년은 말을 끝맺었다.


"그렇지?"


소녀는 조금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흠… 정말 삶의 일대기로군. 정말 두려울 정도야… 그런 삶을 살았다니…"


"뭐, 어쩔 수 없지. 자. 니 차례야. 너에 대해 말해봐."


"나?"


"응."


소녀는 자신의 팔로 몸을 감쌌다. 마치 무언가 두렵다는 듯, 무언가…


끔찍하다는 듯…


"난 지금 너랑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신기해. 아니, 미칠 지경이야. 그래… 미칠 지경…"


"어째서?"


소년의 물음에 소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다.




"넌 방금 나한테 전화해서 자살한다고 말했어. 아니, 넌 자살하는 '중'이야."


"뭐?"










































"여긴 아파트 3층 베란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