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 대한 가장 주관적인 고찰

진얼2011.05.01
조회51

 

 

'이별'이란 그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구질구질한 면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같은 것은 애시당초 존재하지도 않으며 설사 존재 한다고 할지라도 결국엔 구질구질한 눈물이나 구차한 변명이 따라 나오고 끝에 가서는 의미도 없는 회상이나 회한 같으 것을 가슴 깊숙이 담아두고 간간히 꺼내 보고는 또 구질구질한 눈물과 변명을 쏟아 낸다. 어떤 측면에서도 '이별'이란 절대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헌데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이별이라는 것을 경험해야만 하고 그 이별이라는 과정을 슬기롭고 보다 적은 데미지를 입으며 최대한 원만하게 진행 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단연 '남탓'이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서 찾고 이별의 원인과 결과를 남에게 뒤집어 씌우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상실감과 죄책감(?) 혹은 슬픔을 최소화 시킨다. 실재로 이 방법은 자기 최면만 잘~ 건다면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최면에 실패한다면 두배로 돌아오는 죄의식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두번째로 많이 쓰는 방법은 '내탓'인데 이것은 모든 일의 원인과 결과의 책임이 내게 있는 것으로 돌리고는 모든 것을 채념한 상태로 상대방의 안녕과 행복을 빌어주며 바이바이 하는 것인데 이 방법은 공격력이 전혀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재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씻을 수 없는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멘탈적 공격력이 매우 뛰어난 방법이며 때때로 상대방의 짜증과 분노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잘~ 참아낸다면 그나마 아름다운 이별을 완성 시킬 수 있겠지만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하게 된다면 우울증 및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나는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보면서 이별에서 대처하는 가장 흔한 두 가지 유형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내 탓' vs '남 탓'

 

여자에게는 새로운 사람이 생겼고 이 남자는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둘은 이혼을 하기로 했으며 오늘은 이 둘이 그들의 집에 머무는 마지막 날이었다. 하지만 '내 탓'하기 바쁜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떠나는 것이 모두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미안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챙겨준다. 여자는 '바람이 났다'라는 자격지심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남자의 이런 행동이 불편하다. 그리고 이 남자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하려 그러는 것일까, 싶어서 자꾸 짜증이 난다. 그러면서 당신의 이런 모습이 나를 숨막히게 한다,며 '남 탓'을 하기 시작한다. 남자는 또 그런 그녀의 푸념과 불만을 말없이 수긍한다.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준 이윤기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이별에 대처하는 두 남녀의 각기 다른 모습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묘사했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당히 수준 높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둘이 사는 집의 공간 공간을 비가 내리는 때와 비가 내리지 않는 햇살이 아름답게 내리 쬐는 때로 대비되게 보여줌으로서 둘이 한때는 사랑했었다, 라는 것을 무언적으로 표현한 것이 상당히 좋았다. 또 좁은 공간에서 자칫 밋밋할 수도 있을 법도 한데 두 사람의 표정과 시선만으로도 넘치는 긴장감을 표현해낸 연출력도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특히나 크고 예쁘고 누가 봐도 잘 사는 것 같은 집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외로워 보이고 삭막해 보이는 집안 내부와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 없이 쏟아지는 비도 매치가 잘 된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두 사람의 감정적 대립부분이 너무 적었고 남자와 여자의 행동에 근거가 없어 "왜 저 남자는 저러는거야?" 혹은 "왜 저 여자는 저러는거야?"라는 의문점이 끊임 없이 들었으며 일반인들이 조금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젊은 나이에 너무나도 성공한 두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몰입 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전반적인 극의 전개라던지 이윤기 감독 특유의 건조한 앵글은 상당히 좋았던 것 같다.

 

나는 마지막부분에서 '현빈'이 목놓아 울어주기를 바랬는데... 그는 끝내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가끔은 슬픔이 찾아 왔을때 목놓아 울어주는 것도 슬픔에 대한 예의일텐데...

 

 

아마도 보일러가 고장이 나지 않아서 울지 않은 것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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