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언젠가 판에 글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또 다른 상황에 직면해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또 써요.. 굉장히 길어요. 남친 만났던 22살 여름이 제가 정말 많이 힘들었을 때예요. 외동인데 어릴적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빠랑 둘이서 살다가 아빠가 위암으로 돌아가신지 1년쯤 됐을 때였거든요. 저 9살 때 이혼하셨고 우리 아빠 애 딸린 홀아비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사업도 잘 돼서 주변에서 재혼 주선도 정말 많이 하고, 따르던 여자분들도 있었는데 아빠는 당신들 이혼한게 저한테 큰 죄 지은거고 미안하다며 혹시 제가 또 다른 상처라도 입을까 저 나중에 커서 결혼할 때까지는 절대 재혼할 마음 없다고 주변에서 딸바보라고 놀릴만큼 아빠 혼자서 정말 금지옥엽 키워주셨어요. 그래서 솔직히 어릴 적부터 저한테 그리 살갑지도 않았던 엄마의 빈자리도 잘 못느끼고 자랐어요. 우리 아빠, 주변에도 정말 잘하셨어요. 채팅에 빠져서 여자랑 바람나서 하던 가게도 말아먹고 거지같이 살던 큰집에 가게도 내주고 둘째큰아빠 도박빚 때문에 애들 데리고 거리에 나앉게된거 갚아주고 작은 아빠는 아빠 일 돕게 하면서 월급 줬는데 솔직히 하는 일도 없었고, 막내작은아빠도 망나니라 맨날 돈 다 해먹고 지 애들 셋이나 있는거 돌보지도 않아서 막내작은엄마 볼 면목 없다고 매달 생활비 대주고, 굵직한게 저 정도지 자잘한 것까지 다 따지면 밤새도 모자라요. 그런데 그렇게 했던 아빠가 아프면서 사업도 정리하고 점점 더 악화돼서 병원에 누워있으니까 자기네 거둬 먹여준거 생각도 안하고 잘 와보지도 않고 어쩌다 오면 5분도 안앉아있다가 가버리고, 아빠 수술할 때도 저 만 19세라서 보호자 동의서 못쓴다고 아빠 부모나 형제가 와야 한다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안계시고 아빠 형제들한테 부탁했더니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오려고 하고.. 결국 제가 아빠 사촌한테 전화해서 사정 설명하면서 부탁하니까 큰할아버지랑 큰할머니가 난리난리 쳐서 큰아빠가 왔었어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그것만으로도 괘씸한데 그때 큰아빠가 동의서 쓰면서 병원에 보호자 연락처가 큰아빠 폰번호로 남아있었거든요. 아빠 돌아가시고 병원에서 병원비 더 계산된게 있어서 돌려받을거 있다고 그 번호로 전화한거 저한테는 알리지도 않고 지들이 받아서 입 싹 닦았더라구요. 둘째 할아버지가 의사셨다가 은퇴하시고 아빠 아프다니까 병원장 소개해줘서 입원한 병원이었는데 아빠 돌아가시고나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러 갔더니 더 계산된게 할인해줘서 생긴거라고 하시더라구요. 몰랐다니까 원장님이 비서분한테 알아보래서 큰집으로 전화간거 알게 됐어요. 아빠 49제 때도 아빠 산소 저 혼자 갔다왔어요. 아빠 돌아가시고나서 엄마가 엄마는 혼자 사는게 편하고 좋다고 너도 21살인데 혼자 살 수 있지 않냐고 하는데 나 혼자 못산다고 못하겠더라구요. 아빠 아프면서 저도 우울증 생겨서 병원 다니고 했었는데 아빠 죽고는 저 혼자라는 생각이 너무 절실하게 와닿아서 자살시도도 두번 한적 있어요. 솔직히 저는 친구도 없어요. 원래도 내성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 두세명 친한 친구들이 전부였는데 중학교 때 한번 엄청 뒷통수 맞고 걔들이랑 거리를 두다보니까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제 상황, 누구 하나 말할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은 많은데 친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아빠 장례식 때도 누구 하나 부를 사람이 없더라구요. 아빠 병원에 계시면서 간병인한테 맡기기도 찝찝하고 옆에 있고 싶어서 학교도 휴학하고 간병했는데 아빠 돌아가시고도 학교로 돌아갈 수가 없었어요.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사실 밖에도 잘 못나다녔고, 22살 여름, 병원 갔다 돌아오던 길에 남친이 헌팅해서 만나게 된 거였어요. 남친은 당시 저한테 26살이고 휴학생이라고 했는데 다 거짓말이었어요. 지금은 저는 24살, 남친은 33살이예요. 근데 그때도 오히려 26살 치고는 어려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안이었고, 차림새도 제 또래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고 해서 속아넘어갔어요. 의심도 안해봤어요. 남친 만나는 초반에는 정말 잘해주더라구요. 덕분에 우울증도 좋아졌고- 내년쯤 복학을 할까 어쩔까 하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솔직히 몇번 집에 들여 재운적도 있었어요. 항상 집 앞에 데리러오고 데려다주고 하다보니 나중에는 집에서 만난 적도 많았고. 남친을 만나면서 외로움도 조금 달랠 수 있었고, 아빠 빈자리도 조금씩 잊을 수 있어서 더 많이 의지하고 매달리고 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다 남친이 좀 수상하더라구요. 전화가 오면 꼭 나가서 받고 한번도 통화하는 모습 보여준 적도 없고, 핸드폰은 사생활이란 생각에 저 스스로도 한번도 볼 생각한 적도 없었고- 근데 하루는 어쩐지 너무 수상하고 찝찝한 마음에 남친이 잠깐 자리 비웠을때 가방을 뒤져봤어요. 근데 제가 모르는 핸드폰이 무려 4개나 나오더라구요. 전부 꺼져있는데 다 켜봤더니 한개는 미등록 휴대폰이고 나머지는 개통된 거였어요. 전부 비번이 걸려있어서 안에 뭐가 있는지는 볼 수 없었고. 모른 척 하고 넘어갔어요. 하지만 이 때부터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것 같다는 의심은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작년 겨울 갑자기 지방에 내려간다더라구요. 작은 할아버지 임종 보러 간다고. 어쩐지 찝찝하고 거짓말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사촌오빠가 검산데 사촌오빠한테 핸드폰 번호 불러주면서 부탁했어요. 근데 핸드폰 명의가 제가 아는 이름도, 나이도 아니었죠. 심지어 사기혐의로 조사받은 기록도 몇 건이나 있다 그러고.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그치만 제가 아는 남친 나이는 26살인데 32살이라니까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고 해서 명의만 다른 사람인거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며칠간 작은 할아버지 옆을 지키느라 그랬다며 연락도 잘 안되고 하더니 며칠 뒤에 문자가 오더라구요. 사실 자기 작은 할아버지 임종보러 온거 아닌거 너도 알고 있지? 하면서요. 그러면서 자기에 대해 아는걸 얘기해보래요. 그럼 자기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그래서 뒷조사한거 알면 좀 그럴 것 같아서 그냥 이름이랑 나이 속인 것 같다는 느낌은 있다고 했죠. 그랬더니 딱히 자기 이름이랑 나이를 콕 찝어 말해주지는 않고, 자기가 예전에 대포통장으로 휴면계좌에 있는 돈들 끌어모아서 그 통장 사채시장에 넘기고 하는 일 했던 사람이라고. 저 만나면서 손 씻었는데 그때 알던 조폭들이 크게 한건 한다고 끌어들였는데 정말 하기 싫은데 못빠져나간다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우리 끝내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헤어지고 싶지 않았어요. 이제 겨우 죽고 싶단 생각 안하면서 살 수 있게 됐는데, 혼자라는 생각도 없어졌고, 외로움이 사무치는 일도 없어졌는데, 그게 다 남친 덕분이었는데 헤어져야 한다는게 너무 끔찍했어요. 내가 숨겨준다고 우리 집에 숨어있으라고 그냥 도망쳐서 나오라고 내가 데리러 간다고 대성통곡 하면서 제발 그냥 오라고 한참을 통화했어요. 근데 자기가 지금 이렇게 빈 손으로 올라가면 너한테도 폐고 자기도 어느정도 돈 벌어서 가고 싶다고, 그러니까 그때까지 기다려달라는데 내가 다 먹여살릴테니까 제발 올라오라고 택시비도 내가 줄 테니까 지금 당장 택시타고 오라고 졸라서 새벽에 대전에서 여기까지 택시타고 왔어요. 그때부터 같이 살았어요. 한동안 핸드폰 꺼놓고 있길래 핸드폰도 제 명의로 개통해서 사주고, 자기 부모님한테도 제가 개통해준 번호 알려주고 그걸로 연락 주고받는데 오빠가 말했던게 진짜였는지 부모님이 사람들이 찾아왔다면서 연락오고 그러더라구요. 처음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는 청소며 빨래며 설거지, 밥도 차려주고 오빠가 다 해주려고 하더라구요. 우울증 떄문에 여전히 상담 받고 있었는데 병원도 같이 가주고, 저 위염일 때는 죽도 끓여다 받치고 초반엔 정말 잘했어요. 그런데 그거 잠깐이더라구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청소도 제가 하고, 빨래도 제가 하고- 오빠가 하는건 설거지랑 밥하고, 반찬은 제가 하고- 그때 그 사람들 이제 더는 오빠 찾지도 않는 것 같은데 아직도 일 한번 한적 없어요. 오빠가 일 안해도 내 통장에서 생활비 알아서 다 빠져나가니까. 언젠가는 제가 감기몸살로 열이 펄펄 끓는데 겜방 갔다온다고 나가더라구요. 자기도 아는거예요. 제가 외로움도 많이 타고, 또 외로우면 잘 못견뎌하니까 자기랑 같이 살고 싶어하고, 알아서 그런지 너 나 없으면 완전히 혼자라는 얘기도 종종 하고- 솔직히 그런 얘기 들으면, 잊고있다가도 다시 혼자가 되는 상황을 상상하게 되고 그건 너무 끔찍하긴 해요. 예전엔 병원에 상담 받으러 가면 같이 가주더니 요새는 저 혼자 다녀요. 의사선생님은 남친이랑 동거한다니까 남친이랑 같이 상담 한번 하자는데 남친은 안가려고만 하더라구요. 그러다가 민방위훈련 얘기를 하면서 자기 집은 머니까 여기서 받게 주소를 옮기자더라구요. 별 생각 없이 그러라고 했고, 그렇게 해서 남친 이름이랑 나이가 현재 33살이란걸 알게 됐어요. 왜 속였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하는 일이 좀 그렇기도 했고, 솔직히 언젠간 경찰이 통화기록 조회해서 너한테 연락을 할 수도 있어서 그랬다길래 그럼 왜 다 알게 된 후에도 말 안해줬냐니까 성질을 버럭 내면서 너는 배려심이 없다는 둥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둥 니가 잘못한거 내가 계속 얘기하면 좋겠냐고 하더라구요. 속은 사람이 속인 사람한테 왜 속였는지 물어보는게 그렇게 큰 잘못인지 그때 처음 알았어요. 저는 여전히 학교는 복학하지 않은 상태고, 생활비는 아빠가 남겨주신 돈이랑 건물임대료 받는게 있어서 그걸로 생활하고 있는데 솔직히 요새는 이제 그냥 헤어지고 싶다, 나가버렸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치만 그렇게되면 다시 저 혼자 살아가야하는데 막막하고 겁나고.. 남친이랑 예전에나 여기저기 놀러다니고 영화보고 했지, 요새는 외식 하자고 해도 동네, 놀러가자고 해도 귀찮다고 피씨방이나 가자고 하고.. 집에서도 TV 보면서 하는 시덥잖은 농담들이 전부예요. 그런데도 자꾸 헤어지는게 겁이나고 무서워요. 다시 혼자가 된다는 상상만 해도 손이 떨릴 정도예요. 지금도 이거 쓰면서 헤어진 후에 혼자 남은거 생각하니까 손이 떨리네요. 최근에 남친한테 슬쩍 얘기 꺼내본 적이 있어요. 내가 가라 그럼 어떻게 할거냐고. 그랬더니 사실혼 관계를 니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거니까 위자료 받아낸대요. 제가 오빠 주소 우리집으로 옮긴지 4개월 밖에 안됐고, 사실혼이라고는 해도 솔직히 사실혼이 별거냐고, 책임도 의무도 지기 싫으니 결혼 대신 동거하는건데. 했더니 사실혼 관계에서 한쪽이 죽으면 유산에도 권리 있다고 일방적 파기하면 위자료도 줘야한다고, 인터넷 찾아보래서 찾아봤더니 진짜 그런 내용이 있긴 하네요......... 제가 막 뭐라 그랬더니 농담이지 자기가 그렇게 보이냐고 하는데 솔직히 전에는 콩깍지가 씌여서 몰랐던거지 전과는 아니어도 조사 받은 기록도 있고 한데.. 혼자 남을 것도 무섭지만, 세상에 정말 저 혼자 뿐인데 아빠 유산마저 다 뺏기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정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동거 중인데요.....
예전에도 언젠가 판에 글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또 다른 상황에 직면해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또 써요..
굉장히 길어요.
남친 만났던 22살 여름이 제가 정말 많이 힘들었을 때예요.
외동인데 어릴적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빠랑 둘이서 살다가
아빠가 위암으로 돌아가신지 1년쯤 됐을 때였거든요.
저 9살 때 이혼하셨고 우리 아빠 애 딸린 홀아비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사업도 잘 돼서
주변에서 재혼 주선도 정말 많이 하고, 따르던 여자분들도 있었는데
아빠는 당신들 이혼한게 저한테 큰 죄 지은거고 미안하다며 혹시 제가 또 다른 상처라도 입을까
저 나중에 커서 결혼할 때까지는 절대 재혼할 마음 없다고
주변에서 딸바보라고 놀릴만큼 아빠 혼자서 정말 금지옥엽 키워주셨어요.
그래서 솔직히 어릴 적부터 저한테 그리 살갑지도 않았던 엄마의 빈자리도 잘 못느끼고 자랐어요.
우리 아빠, 주변에도 정말 잘하셨어요.
채팅에 빠져서 여자랑 바람나서 하던 가게도 말아먹고 거지같이 살던 큰집에 가게도 내주고
둘째큰아빠 도박빚 때문에 애들 데리고 거리에 나앉게된거 갚아주고
작은 아빠는 아빠 일 돕게 하면서 월급 줬는데 솔직히 하는 일도 없었고,
막내작은아빠도 망나니라 맨날 돈 다 해먹고 지 애들 셋이나 있는거 돌보지도 않아서
막내작은엄마 볼 면목 없다고 매달 생활비 대주고,
굵직한게 저 정도지 자잘한 것까지 다 따지면 밤새도 모자라요.
그런데 그렇게 했던 아빠가 아프면서 사업도 정리하고
점점 더 악화돼서 병원에 누워있으니까
자기네 거둬 먹여준거 생각도 안하고 잘 와보지도 않고
어쩌다 오면 5분도 안앉아있다가 가버리고,
아빠 수술할 때도 저 만 19세라서 보호자 동의서 못쓴다고
아빠 부모나 형제가 와야 한다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안계시고 아빠 형제들한테 부탁했더니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오려고 하고..
결국 제가 아빠 사촌한테 전화해서 사정 설명하면서 부탁하니까
큰할아버지랑 큰할머니가 난리난리 쳐서 큰아빠가 왔었어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그것만으로도 괘씸한데 그때 큰아빠가 동의서 쓰면서
병원에 보호자 연락처가 큰아빠 폰번호로 남아있었거든요.
아빠 돌아가시고 병원에서 병원비 더 계산된게 있어서 돌려받을거 있다고 그 번호로 전화한거
저한테는 알리지도 않고 지들이 받아서 입 싹 닦았더라구요.
둘째 할아버지가 의사셨다가 은퇴하시고 아빠 아프다니까 병원장 소개해줘서 입원한 병원이었는데
아빠 돌아가시고나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러 갔더니 더 계산된게 할인해줘서 생긴거라고 하시더라구요.
몰랐다니까 원장님이 비서분한테 알아보래서 큰집으로 전화간거 알게 됐어요.
아빠 49제 때도 아빠 산소 저 혼자 갔다왔어요.
아빠 돌아가시고나서 엄마가 엄마는 혼자 사는게 편하고 좋다고
너도 21살인데 혼자 살 수 있지 않냐고 하는데 나 혼자 못산다고 못하겠더라구요.
아빠 아프면서 저도 우울증 생겨서 병원 다니고 했었는데
아빠 죽고는 저 혼자라는 생각이 너무 절실하게 와닿아서 자살시도도 두번 한적 있어요.
솔직히 저는 친구도 없어요.
원래도 내성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 두세명 친한 친구들이 전부였는데
중학교 때 한번 엄청 뒷통수 맞고 걔들이랑 거리를 두다보니까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제 상황, 누구 하나 말할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은 많은데 친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아빠 장례식 때도 누구 하나 부를 사람이 없더라구요.
아빠 병원에 계시면서 간병인한테 맡기기도 찝찝하고 옆에 있고 싶어서 학교도 휴학하고 간병했는데
아빠 돌아가시고도 학교로 돌아갈 수가 없었어요.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사실 밖에도 잘 못나다녔고,
22살 여름, 병원 갔다 돌아오던 길에 남친이 헌팅해서 만나게 된 거였어요.
남친은 당시 저한테 26살이고 휴학생이라고 했는데 다 거짓말이었어요.
지금은 저는 24살, 남친은 33살이예요.
근데 그때도 오히려 26살 치고는 어려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안이었고,
차림새도 제 또래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고 해서 속아넘어갔어요. 의심도 안해봤어요.
남친 만나는 초반에는 정말 잘해주더라구요. 덕분에 우울증도 좋아졌고-
내년쯤 복학을 할까 어쩔까 하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솔직히 몇번 집에 들여 재운적도 있었어요.
항상 집 앞에 데리러오고 데려다주고 하다보니 나중에는 집에서 만난 적도 많았고.
남친을 만나면서 외로움도 조금 달랠 수 있었고, 아빠 빈자리도 조금씩 잊을 수 있어서
더 많이 의지하고 매달리고 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다 남친이 좀 수상하더라구요.
전화가 오면 꼭 나가서 받고 한번도 통화하는 모습 보여준 적도 없고,
핸드폰은 사생활이란 생각에 저 스스로도 한번도 볼 생각한 적도 없었고-
근데 하루는 어쩐지 너무 수상하고 찝찝한 마음에
남친이 잠깐 자리 비웠을때 가방을 뒤져봤어요.
근데 제가 모르는 핸드폰이 무려 4개나 나오더라구요.
전부 꺼져있는데 다 켜봤더니 한개는 미등록 휴대폰이고 나머지는 개통된 거였어요.
전부 비번이 걸려있어서 안에 뭐가 있는지는 볼 수 없었고.
모른 척 하고 넘어갔어요. 하지만 이 때부터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것 같다는 의심은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작년 겨울 갑자기 지방에 내려간다더라구요. 작은 할아버지 임종 보러 간다고.
어쩐지 찝찝하고 거짓말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사촌오빠가 검산데 사촌오빠한테 핸드폰 번호 불러주면서 부탁했어요.
근데 핸드폰 명의가 제가 아는 이름도, 나이도 아니었죠. 심지어 사기혐의로 조사받은 기록도 몇 건이나 있다 그러고.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그치만 제가 아는 남친 나이는 26살인데 32살이라니까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고 해서
명의만 다른 사람인거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며칠간 작은 할아버지 옆을 지키느라 그랬다며 연락도 잘 안되고 하더니
며칠 뒤에 문자가 오더라구요. 사실 자기 작은 할아버지 임종보러 온거 아닌거 너도 알고 있지? 하면서요.
그러면서 자기에 대해 아는걸 얘기해보래요. 그럼 자기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그래서 뒷조사한거 알면 좀 그럴 것 같아서 그냥 이름이랑 나이 속인 것 같다는 느낌은 있다고 했죠.
그랬더니 딱히 자기 이름이랑 나이를 콕 찝어 말해주지는 않고,
자기가 예전에 대포통장으로 휴면계좌에 있는 돈들 끌어모아서
그 통장 사채시장에 넘기고 하는 일 했던 사람이라고.
저 만나면서 손 씻었는데 그때 알던 조폭들이 크게 한건 한다고 끌어들였는데
정말 하기 싫은데 못빠져나간다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우리 끝내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헤어지고 싶지 않았어요. 이제 겨우 죽고 싶단 생각 안하면서 살 수 있게 됐는데,
혼자라는 생각도 없어졌고, 외로움이 사무치는 일도 없어졌는데,
그게 다 남친 덕분이었는데 헤어져야 한다는게 너무 끔찍했어요.
내가 숨겨준다고 우리 집에 숨어있으라고 그냥 도망쳐서 나오라고 내가 데리러 간다고
대성통곡 하면서 제발 그냥 오라고 한참을 통화했어요.
근데 자기가 지금 이렇게 빈 손으로 올라가면 너한테도 폐고 자기도 어느정도 돈 벌어서 가고 싶다고,
그러니까 그때까지 기다려달라는데 내가 다 먹여살릴테니까 제발 올라오라고
택시비도 내가 줄 테니까 지금 당장 택시타고 오라고 졸라서 새벽에 대전에서 여기까지 택시타고 왔어요.
그때부터 같이 살았어요.
한동안 핸드폰 꺼놓고 있길래 핸드폰도 제 명의로 개통해서 사주고,
자기 부모님한테도 제가 개통해준 번호 알려주고 그걸로 연락 주고받는데
오빠가 말했던게 진짜였는지 부모님이 사람들이 찾아왔다면서 연락오고 그러더라구요.
처음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는 청소며 빨래며 설거지, 밥도 차려주고 오빠가 다 해주려고 하더라구요.
우울증 떄문에 여전히 상담 받고 있었는데 병원도 같이 가주고,
저 위염일 때는 죽도 끓여다 받치고 초반엔 정말 잘했어요.
그런데 그거 잠깐이더라구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청소도 제가 하고, 빨래도 제가 하고-
오빠가 하는건 설거지랑 밥하고, 반찬은 제가 하고-
그때 그 사람들 이제 더는 오빠 찾지도 않는 것 같은데 아직도 일 한번 한적 없어요.
오빠가 일 안해도 내 통장에서 생활비 알아서 다 빠져나가니까.
언젠가는 제가 감기몸살로 열이 펄펄 끓는데 겜방 갔다온다고 나가더라구요.
자기도 아는거예요.
제가 외로움도 많이 타고, 또 외로우면 잘 못견뎌하니까 자기랑 같이 살고 싶어하고,
알아서 그런지 너 나 없으면 완전히 혼자라는 얘기도 종종 하고-
솔직히 그런 얘기 들으면, 잊고있다가도 다시 혼자가 되는 상황을 상상하게 되고 그건 너무 끔찍하긴 해요.
예전엔 병원에 상담 받으러 가면 같이 가주더니 요새는 저 혼자 다녀요.
의사선생님은 남친이랑 동거한다니까 남친이랑 같이 상담 한번 하자는데 남친은 안가려고만 하더라구요.
그러다가 민방위훈련 얘기를 하면서 자기 집은 머니까 여기서 받게 주소를 옮기자더라구요.
별 생각 없이 그러라고 했고, 그렇게 해서 남친 이름이랑 나이가 현재 33살이란걸 알게 됐어요.
왜 속였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하는 일이 좀 그렇기도 했고,
솔직히 언젠간 경찰이 통화기록 조회해서 너한테 연락을 할 수도 있어서 그랬다길래
그럼 왜 다 알게 된 후에도 말 안해줬냐니까 성질을 버럭 내면서
너는 배려심이 없다는 둥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둥 니가 잘못한거 내가 계속 얘기하면 좋겠냐고 하더라구요.
속은 사람이 속인 사람한테 왜 속였는지 물어보는게 그렇게 큰 잘못인지 그때 처음 알았어요.
저는 여전히 학교는 복학하지 않은 상태고,
생활비는 아빠가 남겨주신 돈이랑 건물임대료 받는게 있어서 그걸로 생활하고 있는데
솔직히 요새는 이제 그냥 헤어지고 싶다, 나가버렸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치만 그렇게되면 다시 저 혼자 살아가야하는데 막막하고 겁나고..
남친이랑 예전에나 여기저기 놀러다니고 영화보고 했지,
요새는 외식 하자고 해도 동네, 놀러가자고 해도 귀찮다고 피씨방이나 가자고 하고..
집에서도 TV 보면서 하는 시덥잖은 농담들이 전부예요.
그런데도 자꾸 헤어지는게 겁이나고 무서워요.
다시 혼자가 된다는 상상만 해도 손이 떨릴 정도예요.
지금도 이거 쓰면서 헤어진 후에 혼자 남은거 생각하니까 손이 떨리네요.
최근에 남친한테 슬쩍 얘기 꺼내본 적이 있어요.
내가 가라 그럼 어떻게 할거냐고.
그랬더니 사실혼 관계를 니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거니까 위자료 받아낸대요.
제가 오빠 주소 우리집으로 옮긴지 4개월 밖에 안됐고,
사실혼이라고는 해도 솔직히 사실혼이 별거냐고, 책임도 의무도 지기 싫으니 결혼 대신 동거하는건데.
했더니
사실혼 관계에서 한쪽이 죽으면 유산에도 권리 있다고 일방적 파기하면 위자료도 줘야한다고,
인터넷 찾아보래서 찾아봤더니 진짜 그런 내용이 있긴 하네요.........
제가 막 뭐라 그랬더니 농담이지 자기가 그렇게 보이냐고 하는데
솔직히 전에는 콩깍지가 씌여서 몰랐던거지 전과는 아니어도 조사 받은 기록도 있고 한데..
혼자 남을 것도 무섭지만, 세상에 정말 저 혼자 뿐인데 아빠 유산마저 다 뺏기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정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