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담배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지금 시간이 한낮인데 웬 밤이냐구요? 담배가 땡길때는 그냥 밤이란 시간이 더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그냥 적어봅니다. 근 이십여년을 피워오고 금연한지 이제 1년이네요. 아직도 땡기냐구요?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처럼 아름다운 밤에는 젓가락이라도 한 대 빨고 후우 숨을 내뱉아야 소화가 되겠네요.
처음 담배를 피운 것은 고2 때 였습니다. 당시 한 반에 오십여명이면, 서른명은 담배를 피웠지요.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칸칸마다 서너명씩 들어가 너구리를 잡았습니다. 너구리 안잡으면 친구랑 대화조차 힘들었지요. 당시에는 그런 수준이랄까. 단계같은게 있었으니까요. 담배안피우면 어린녀석. 담배피우면 대화가 통하는 녀석. 뭐 이런식이지요. 쉬는 시간이 끝나고 손에 아무리 로션이나 향수를 뿌려봐도 선생님은 다 아셨지요. 보통은 그냥 넘어가고 가끔 선생님의 기분이 안좋거나, 비상사태가 일어났을때 (담배불을 잘못 튕겨서 휴지통에 불이 났을때등) 소지품 검사를 당하곤 했습니다.
저는 잎담배를 뻐끔뻐끔 얼마나 피워댔는지요. 일명 겉담배라고도 하지요. 담배맛도 모르면서 뭐가 그리 좋다고 피웠을까요. 하지만 진정한 담배맛을 알기 시작한 때가 있었으니, 바로 군대가서랍니다. 처음 훈련소로 들어가서 보름간 담배를 못피우게 하더군요. 그리고 보름이 지나자 일인당 88담배 열다섯갑씩을 줍니다. 한달 분량입니다. 2열로 나란히 서서 피우는데 잎담배가 자동으로 속담배가 됩니다. 몸이 알고 담배연기를 가슴으로 빨아 들입니다. 머리는 핑 돕니다. 내무반에 들어가보니 이미 동료들은 수없이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져 있습니다. 그러다 살만하다 싶으면 또 나가서 담배를 피웠습니다. 깊숙히 가슴 속 폐로 담배연기를 빨아들였다가 잠시 몇초간 정적을 즐기며 후우 입을 조그맣게 벌린 채로 천천히 그러나 오래도록 숨을 내뱉습니다.
담배를 즐기고 싶을땐 일단 커피숍으로 갑니다. 자리에 앉아서 재떨이 상태부터 봅니다. 하얀 화장지가 덧대여져 촉촉한 물기와 함께 가지런히 놓여 있어야 합니다. 커피는 다방 커피를 시킵니다. 작은 커피잔에 프림 두스푼, 설탕 두스푼 가득 잔뜩 넣고 재빠르게 저어야 합니다. 달콤하고 진한 커피가 좋습니다. 담배갑에서 담배 한개피를 조심스레 꺼냅니다. 담배가루 한 잎 조차 떨어질까 부드러운 손길로 입에 가져다가 불을 붙힙니다. 찰칵 라이터소리와 함께 불이 붙자마다 스읍 한모금 빨아 땡깁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테이블 위 커피잔 옆에 담배갑과 라이터를 포개어 놓습니다. 허리를 앞쪽으로 쭉 내밀어 좀 더 편하게 자세를 취합니다. 후우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입맛을 다십니다. 그리고 커피를 한모금 마십니다. 쓴 담배향이 달콤한 커피맛에 중화가 됩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조화인가요.
자판기 커피 또한 예술입니다. 삼백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손에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담배를 피웁니다. 감미로움을 양 손에 착착 들고 있는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론 든든하고 때론 뭔가를 다 가진것 같은 풍족함을 느낍니다. 중요한건 담배 한모금 빨고 커피 한모금 마시는 규칙입니다. 커피가 남았을땐 담배 한개피 더 피울수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홀로 직장생활을 할 때입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지요. 알람소리는 울리고 몸은 힘들어 오분만 오분만 그러고 있을 때입니다. 문득 담배 한 개피가 생각납니다. 스르륵 자동으로 몸이 일어납니다. 속옷만 입고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탁 닫습니다. 화장실 거울을 보며 담배에 붙을 붙입니다. 간밤에 내 얼굴이 어떻게 변했나 감상하며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웁니다. 화장실의 은은한 불빛에 천천히 떠오르는 담배연기를 감상하며 나또한 은은한 미소를 뻐끔뻐끔 내뱉습니다.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거의 다 봤는데도 담배는 아직 반이나 남아있네요. 아아 기쁩니다. 이렇게 여유가 넘치는 아침이라니. 쭈우욱 담배를 끝까지 다 피우고는 치솔에 치약을 바릅니다. 이 양치질 한번으로 아침의 시커먼 담배 부산물들이 모두 날아가리라 부탁하며 열심히 씻고는 출근합니다. 담배라는 작은 희망의 에너지가 없었다면 지각하기 일쑤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친구들처럼 또한 동료들과 친해지게 되는 구실도 담배가 만들어 줍니다. 거래처 직원들과도 처음만나 밥을 맛있게 먹을때까지만 해도 뭔가 어색하고 딱딱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식사후 바로 그 식후땡을 피울때, 그 순간 처음 본 사람이라도 우리는 동료가 됩니다. 요즘 경기가 안좋지요? 속에 있던 얘기도 비로소 그 때 나옵니다. 특히 직장상사를 씹거나 동료 뒷얘기를 할 때도 담배만한게 없습니다. 식후땡을 같이 피울때 우리는 친구가 되고 같은 편이 됩니다. 거래처 사람이나 영업상 만나는 이들도 이 식후땡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끈끈한 정이나 동료애를 더 진하게 만들어 주는 매개체는 바로 술자리입니다. 커피와 담배에 맞먹는 커플 친화도를 보이는게 바로 술과 담배입니다. 호프집에서 회식이다 모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건배를 하고 얘기를 하다가 흐름이 끊길 때가 있습니다. 이 때 대장격인 누군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면 기다렸다는듯 부하나 동생격인 사람들이 왁자지껄 담배를 나눠 피우며 안심을 합니다. 술자리는 좀 더 부드러워집니다. 같이 있던 여자직원이 아유 담배냄새라며 인상을 구기면 더더욱 흥이 돋습니다. 남자직원이나 동료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괜찮아 안죽어 한대줄까 깐죽대고 담배연기는 여기저기서 춤을 춥니다.
특히 맞선을 보던 남녀가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딱딱한 분위기를 이어가다 술집에 들어와 남자가 담배를 피우게 되면 그 커플은 이뤄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기도 합니다. 여자까지 담배를 피우면 그냥 끝난 겁니다. 물론 담배 한 대 피워도 될까요 이런 에티켓은 필수입니다. 안돼요. 라고 대답할땐 그 커플 과연 이뤄질까요.
담배가 가벼운 일상생활에서만 진가를 발휘하는건 아닙니다. 남녀가 거사를 치른 직후 뭔가 어색한 기운이 감돌 때, 벗어던진 바지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담배를 꺼내 피우면 그보다 더 행복감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없습니다. 만일 담배조차 없다면 거사직후 어떤 분위기가 흐를까요. 남자는 여자에게 차마 말로 입으로 만족했다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만족감 뒤의 피곤함이 엄습할때 담배가 마취약처럼 그 거사의 느낌을 되살려줍니다. 여자도 만족했다는 것을 기꺼이 자기입으로 말할 수 없을 때가 다반사죠. 자기 너무 좋았어요 라는 말을 어떻게 할까요. 남자가 오른팔로 담배를 필 때 여자는 남자의 왼쪽 가슴에 안깁니다. 그게 바로 자기 너무 좋았어요. 라고 말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냅니다. 담배연기가 싫지만 그보다도 당신이 너무 좋아요라는 표현입니다.
이렇게 좋은 담배지만 간혹 너무 많이 피워서 반감이 일어날때가 있습니다. 반감이래봤자 안피울 정도는 아니고 그저 담배맛이 별로다 이정도 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땐 반나절 정도 담배를 끊어보는 것입니다. 타의로 인해 회의나, 교육, 훈련 등으로 금연을 강요당하다가 딩동댕 쉬는 시간이 되어 담배를 필 때 어떤 맛이던가요. 꿀맛이잖아요. 그렇게 자의로도 반나절 정도 끊어 보는 것입니다. 출근할때 담배와 라이터, 지갑을 집에 두는 방법도 좋습니다. 오전 내내 두근거리다가 동료에게 한개피 얻어 필 때, 그 느낌 죽여줍니다. 빈곤속의 풍요랄까요. 기다림 끝의 행복입니다.
내가 정말 담배를 멋있게 피운다고 자부한다면 카페로 가보세요. 그냥 커피 파는 카페가 아니라, 여자직원이 옆이나 앞에 앉아서 이야기 동무가 되어주는 카페입니다. 주로 맥주나 양주를 팔고 안주는 과일 안주가 대세인 그런 카페에 가면 됩니다. 홀로 가기에도 좋습니다. 테이블 하나씩 요즘 유행하는 밀폐된 커피숍처럼 밀폐율이 대단히 높은 그런 카페가 좋습니다. 다른 누구도 내가 담배피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그런 공간. 나는 자신있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여종업원이 보란 식으로 담배를 피웁니다. 맥주를 마시다가 오빠 담배를 너무 맛나게 피우세요. 라는 대사가 들려오면 그냥 양주 한 병을 시키시면 됩니다. 양주도 다 키핑이 되니까 그리 부담은 안될 것입니다. 병당 서너갑은 피워야 본전 뽑겠죠. 여종업원이 수시로 재떨이를 새 것으로 갈아주니까 담배는 되도록 끝까지 다 피우고 꺼야 합니다. 몇모금 안빨았는데도 버리게 되면 좀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막힌 공간에는 담배연기가 촛불처럼 은은한 분위기도 연출합니다. 게슴츠레 여종업원을 노려봐도 다정하게 웃는 표정으로 받아 들일 것입니다. 여종업원에게 담배펴도 좋다고 서너번 권해 보세요. 한번두번은 빼다가도 무척 고마워하며 맞담배질을 할 것입니다. 그럴땐 또한 마담언니 몰래 우리끼리 비밀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담배가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군대시절 휴가나와서 복귀하는 날들이 생각나네요. 휴가나올때는 며칠전부터 기분좋다가도, 휴가가 다 끝나고 복귀하는 날은, 전날밤부터 참으로 외롭습니다. 요즘도 군인들이 휴가나와서 자대복귀라는 스트레스에 많이들 힘들어하죠. 저역시도 그랬습니다. 휴가나와서 복귀는 나혼자 하는 것이니 누구한명 친구가 되어 줄 수 없었습니다. 부대 앞에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슈퍼에서 디스를 삽니다. 당시엔 디스가 최고의 사제 담배였습니다. 슈퍼 옆의 평상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합니다. 쫄병시절엔 그렇게 그자리에서 한 갑을 다 피우고 복귀하였지요. 담배가 없었더라면 어땠을지 생각만해도 암담합니다.
장례식장에서도 대단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을때 몇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는, 화장실이나 근처 바깥에 데리고 나가서 어깨 한 번 쳐주고 담배 한개피 나눠 피우면 그보다 더 좋은 위로가 없습니다. 함께 문상 온 친구들과도 말없이 담배를 나눠피면 그 시간만큼은 모두들 같은 생각에 잠길 수 있습니다.
시험에 떨어졌을때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데는 담배만한게 없죠. 얼른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구석으로 가서 담배에 불을 붙여 한 숨 길게 내뱉으면 그것으로 안정됩니다.
로또에 당첨되면 얼른 구석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달려가세요.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여야 됩니다. 안그러면 떨리는 가슴 때문에 심장병 걸릴수도 있으니까요. 두근대는 심장소리를 누군가 들을수도 있으니 조심해야죠.
친구랑 진지한 얘기할때도 담배를 피우면 서로의 정을 느낄수가 있습니다. 친구에게 라이터로 담배불을 붙여주면, 바로 그게 손으로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는 격입니다. 보이지 않는 허그랄까요.
이렇듯 외로울때는 담배도 좋은 친구가 됩니다. 특히 대한민국 남자라면 살아가면서 담배보다 더 좋은 친구가 없습니다. 담배냄새를 싫어하다가도 군대만 다녀오면 담배와 인생을 함께 하게 되는게 우리나라 남자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담배는 신중하게 피워야 합니다. 제가 위에 아무로 좋은상황으로 몰고 갈려고 해도 더이상 짜낼게 별로 없습니다. 대신 안좋은게 자꾸 떠오르네요. 일일이 나열할수도 없습니다. 담배맛이 좋을때라고 줄줄줄 써봤는데요. 담배에게 조금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댓가 역시 몇곱절로 크게 다가올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 십대 청소년님들. 아직 담배를 모르시는 분들. 제 글이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면 담배 배우지 마세요. 담배 피워봤자 좋은거 없습니다. 길게 오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려면 인생의 담백한 재미도 없이 남자로서의 카리스마도 포기해야 합니다. 아 담배 땡겨.
남자라면 담배를 피워야 맛이죠.
간절히 담배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지금 시간이 한낮인데 웬 밤이냐구요? 담배가 땡길때는 그냥 밤이란 시간이 더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그냥 적어봅니다. 근 이십여년을 피워오고 금연한지 이제 1년이네요. 아직도 땡기냐구요?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처럼 아름다운 밤에는 젓가락이라도 한 대 빨고 후우 숨을 내뱉아야 소화가 되겠네요.
처음 담배를 피운 것은 고2 때 였습니다. 당시 한 반에 오십여명이면, 서른명은 담배를 피웠지요.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칸칸마다 서너명씩 들어가 너구리를 잡았습니다. 너구리 안잡으면 친구랑 대화조차 힘들었지요. 당시에는 그런 수준이랄까. 단계같은게 있었으니까요. 담배안피우면 어린녀석. 담배피우면 대화가 통하는 녀석. 뭐 이런식이지요. 쉬는 시간이 끝나고 손에 아무리 로션이나 향수를 뿌려봐도 선생님은 다 아셨지요. 보통은 그냥 넘어가고 가끔 선생님의 기분이 안좋거나, 비상사태가 일어났을때 (담배불을 잘못 튕겨서 휴지통에 불이 났을때등) 소지품 검사를 당하곤 했습니다.
저는 잎담배를 뻐끔뻐끔 얼마나 피워댔는지요. 일명 겉담배라고도 하지요. 담배맛도 모르면서 뭐가 그리 좋다고 피웠을까요. 하지만 진정한 담배맛을 알기 시작한 때가 있었으니, 바로 군대가서랍니다. 처음 훈련소로 들어가서 보름간 담배를 못피우게 하더군요. 그리고 보름이 지나자 일인당 88담배 열다섯갑씩을 줍니다. 한달 분량입니다. 2열로 나란히 서서 피우는데 잎담배가 자동으로 속담배가 됩니다. 몸이 알고 담배연기를 가슴으로 빨아 들입니다. 머리는 핑 돕니다. 내무반에 들어가보니 이미 동료들은 수없이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져 있습니다. 그러다 살만하다 싶으면 또 나가서 담배를 피웠습니다. 깊숙히 가슴 속 폐로 담배연기를 빨아들였다가 잠시 몇초간 정적을 즐기며 후우 입을 조그맣게 벌린 채로 천천히 그러나 오래도록 숨을 내뱉습니다.
담배를 즐기고 싶을땐 일단 커피숍으로 갑니다. 자리에 앉아서 재떨이 상태부터 봅니다. 하얀 화장지가 덧대여져 촉촉한 물기와 함께 가지런히 놓여 있어야 합니다. 커피는 다방 커피를 시킵니다. 작은 커피잔에 프림 두스푼, 설탕 두스푼 가득 잔뜩 넣고 재빠르게 저어야 합니다. 달콤하고 진한 커피가 좋습니다. 담배갑에서 담배 한개피를 조심스레 꺼냅니다. 담배가루 한 잎 조차 떨어질까 부드러운 손길로 입에 가져다가 불을 붙힙니다. 찰칵 라이터소리와 함께 불이 붙자마다 스읍 한모금 빨아 땡깁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테이블 위 커피잔 옆에 담배갑과 라이터를 포개어 놓습니다. 허리를 앞쪽으로 쭉 내밀어 좀 더 편하게 자세를 취합니다. 후우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입맛을 다십니다. 그리고 커피를 한모금 마십니다. 쓴 담배향이 달콤한 커피맛에 중화가 됩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조화인가요.
자판기 커피 또한 예술입니다. 삼백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손에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담배를 피웁니다. 감미로움을 양 손에 착착 들고 있는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론 든든하고 때론 뭔가를 다 가진것 같은 풍족함을 느낍니다. 중요한건 담배 한모금 빨고 커피 한모금 마시는 규칙입니다. 커피가 남았을땐 담배 한개피 더 피울수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홀로 직장생활을 할 때입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지요. 알람소리는 울리고 몸은 힘들어 오분만 오분만 그러고 있을 때입니다. 문득 담배 한 개피가 생각납니다. 스르륵 자동으로 몸이 일어납니다. 속옷만 입고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탁 닫습니다. 화장실 거울을 보며 담배에 붙을 붙입니다. 간밤에 내 얼굴이 어떻게 변했나 감상하며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웁니다. 화장실의 은은한 불빛에 천천히 떠오르는 담배연기를 감상하며 나또한 은은한 미소를 뻐끔뻐끔 내뱉습니다.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거의 다 봤는데도 담배는 아직 반이나 남아있네요. 아아 기쁩니다. 이렇게 여유가 넘치는 아침이라니. 쭈우욱 담배를 끝까지 다 피우고는 치솔에 치약을 바릅니다. 이 양치질 한번으로 아침의 시커먼 담배 부산물들이 모두 날아가리라 부탁하며 열심히 씻고는 출근합니다. 담배라는 작은 희망의 에너지가 없었다면 지각하기 일쑤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친구들처럼 또한 동료들과 친해지게 되는 구실도 담배가 만들어 줍니다. 거래처 직원들과도 처음만나 밥을 맛있게 먹을때까지만 해도 뭔가 어색하고 딱딱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식사후 바로 그 식후땡을 피울때, 그 순간 처음 본 사람이라도 우리는 동료가 됩니다. 요즘 경기가 안좋지요? 속에 있던 얘기도 비로소 그 때 나옵니다. 특히 직장상사를 씹거나 동료 뒷얘기를 할 때도 담배만한게 없습니다. 식후땡을 같이 피울때 우리는 친구가 되고 같은 편이 됩니다. 거래처 사람이나 영업상 만나는 이들도 이 식후땡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끈끈한 정이나 동료애를 더 진하게 만들어 주는 매개체는 바로 술자리입니다. 커피와 담배에 맞먹는 커플 친화도를 보이는게 바로 술과 담배입니다. 호프집에서 회식이다 모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건배를 하고 얘기를 하다가 흐름이 끊길 때가 있습니다. 이 때 대장격인 누군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면 기다렸다는듯 부하나 동생격인 사람들이 왁자지껄 담배를 나눠 피우며 안심을 합니다. 술자리는 좀 더 부드러워집니다. 같이 있던 여자직원이 아유 담배냄새라며 인상을 구기면 더더욱 흥이 돋습니다. 남자직원이나 동료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괜찮아 안죽어 한대줄까 깐죽대고 담배연기는 여기저기서 춤을 춥니다.
특히 맞선을 보던 남녀가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딱딱한 분위기를 이어가다 술집에 들어와 남자가 담배를 피우게 되면 그 커플은 이뤄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기도 합니다. 여자까지 담배를 피우면 그냥 끝난 겁니다. 물론 담배 한 대 피워도 될까요 이런 에티켓은 필수입니다. 안돼요. 라고 대답할땐 그 커플 과연 이뤄질까요.
담배가 가벼운 일상생활에서만 진가를 발휘하는건 아닙니다. 남녀가 거사를 치른 직후 뭔가 어색한 기운이 감돌 때, 벗어던진 바지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담배를 꺼내 피우면 그보다 더 행복감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없습니다. 만일 담배조차 없다면 거사직후 어떤 분위기가 흐를까요. 남자는 여자에게 차마 말로 입으로 만족했다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만족감 뒤의 피곤함이 엄습할때 담배가 마취약처럼 그 거사의 느낌을 되살려줍니다. 여자도 만족했다는 것을 기꺼이 자기입으로 말할 수 없을 때가 다반사죠. 자기 너무 좋았어요 라는 말을 어떻게 할까요. 남자가 오른팔로 담배를 필 때 여자는 남자의 왼쪽 가슴에 안깁니다. 그게 바로 자기 너무 좋았어요. 라고 말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냅니다. 담배연기가 싫지만 그보다도 당신이 너무 좋아요라는 표현입니다.
이렇게 좋은 담배지만 간혹 너무 많이 피워서 반감이 일어날때가 있습니다. 반감이래봤자 안피울 정도는 아니고 그저 담배맛이 별로다 이정도 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땐 반나절 정도 담배를 끊어보는 것입니다. 타의로 인해 회의나, 교육, 훈련 등으로 금연을 강요당하다가 딩동댕 쉬는 시간이 되어 담배를 필 때 어떤 맛이던가요. 꿀맛이잖아요. 그렇게 자의로도 반나절 정도 끊어 보는 것입니다. 출근할때 담배와 라이터, 지갑을 집에 두는 방법도 좋습니다. 오전 내내 두근거리다가 동료에게 한개피 얻어 필 때, 그 느낌 죽여줍니다. 빈곤속의 풍요랄까요. 기다림 끝의 행복입니다.
내가 정말 담배를 멋있게 피운다고 자부한다면 카페로 가보세요. 그냥 커피 파는 카페가 아니라, 여자직원이 옆이나 앞에 앉아서 이야기 동무가 되어주는 카페입니다. 주로 맥주나 양주를 팔고 안주는 과일 안주가 대세인 그런 카페에 가면 됩니다. 홀로 가기에도 좋습니다. 테이블 하나씩 요즘 유행하는 밀폐된 커피숍처럼 밀폐율이 대단히 높은 그런 카페가 좋습니다. 다른 누구도 내가 담배피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그런 공간. 나는 자신있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여종업원이 보란 식으로 담배를 피웁니다. 맥주를 마시다가 오빠 담배를 너무 맛나게 피우세요. 라는 대사가 들려오면 그냥 양주 한 병을 시키시면 됩니다. 양주도 다 키핑이 되니까 그리 부담은 안될 것입니다. 병당 서너갑은 피워야 본전 뽑겠죠. 여종업원이 수시로 재떨이를 새 것으로 갈아주니까 담배는 되도록 끝까지 다 피우고 꺼야 합니다. 몇모금 안빨았는데도 버리게 되면 좀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막힌 공간에는 담배연기가 촛불처럼 은은한 분위기도 연출합니다. 게슴츠레 여종업원을 노려봐도 다정하게 웃는 표정으로 받아 들일 것입니다. 여종업원에게 담배펴도 좋다고 서너번 권해 보세요. 한번두번은 빼다가도 무척 고마워하며 맞담배질을 할 것입니다. 그럴땐 또한 마담언니 몰래 우리끼리 비밀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담배가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군대시절 휴가나와서 복귀하는 날들이 생각나네요. 휴가나올때는 며칠전부터 기분좋다가도, 휴가가 다 끝나고 복귀하는 날은, 전날밤부터 참으로 외롭습니다. 요즘도 군인들이 휴가나와서 자대복귀라는 스트레스에 많이들 힘들어하죠. 저역시도 그랬습니다. 휴가나와서 복귀는 나혼자 하는 것이니 누구한명 친구가 되어 줄 수 없었습니다. 부대 앞에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슈퍼에서 디스를 삽니다. 당시엔 디스가 최고의 사제 담배였습니다. 슈퍼 옆의 평상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합니다. 쫄병시절엔 그렇게 그자리에서 한 갑을 다 피우고 복귀하였지요. 담배가 없었더라면 어땠을지 생각만해도 암담합니다.
장례식장에서도 대단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을때 몇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는, 화장실이나 근처 바깥에 데리고 나가서 어깨 한 번 쳐주고 담배 한개피 나눠 피우면 그보다 더 좋은 위로가 없습니다. 함께 문상 온 친구들과도 말없이 담배를 나눠피면 그 시간만큼은 모두들 같은 생각에 잠길 수 있습니다.
시험에 떨어졌을때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데는 담배만한게 없죠. 얼른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구석으로 가서 담배에 불을 붙여 한 숨 길게 내뱉으면 그것으로 안정됩니다.
로또에 당첨되면 얼른 구석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달려가세요.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여야 됩니다. 안그러면 떨리는 가슴 때문에 심장병 걸릴수도 있으니까요. 두근대는 심장소리를 누군가 들을수도 있으니 조심해야죠.
친구랑 진지한 얘기할때도 담배를 피우면 서로의 정을 느낄수가 있습니다. 친구에게 라이터로 담배불을 붙여주면, 바로 그게 손으로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는 격입니다. 보이지 않는 허그랄까요.
이렇듯 외로울때는 담배도 좋은 친구가 됩니다. 특히 대한민국 남자라면 살아가면서 담배보다 더 좋은 친구가 없습니다. 담배냄새를 싫어하다가도 군대만 다녀오면 담배와 인생을 함께 하게 되는게 우리나라 남자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담배는 신중하게 피워야 합니다. 제가 위에 아무로 좋은상황으로 몰고 갈려고 해도 더이상 짜낼게 별로 없습니다. 대신 안좋은게 자꾸 떠오르네요. 일일이 나열할수도 없습니다. 담배맛이 좋을때라고 줄줄줄 써봤는데요. 담배에게 조금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댓가 역시 몇곱절로 크게 다가올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 십대 청소년님들. 아직 담배를 모르시는 분들. 제 글이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면 담배 배우지 마세요. 담배 피워봤자 좋은거 없습니다. 길게 오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려면 인생의 담백한 재미도 없이 남자로서의 카리스마도 포기해야 합니다. 아 담배 땡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