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인류의 시초부터 인간과는 필연적인 관계였다. 빛과, 우주의 기원 등 물리학적인 이론은 복잡하니 제처두기로 하더라도, 당장 우리 생활 속에서 매일 피부로 접하고 있는 에너지가 그러하다.
인간이 기본적인 육체활동을 하고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하루 2500kcal 정도이다. 이를 매일 음식으로 섭취하는데, 반면에 개인이 현대사회에서 전기나 자동차와 같이 문명을 향유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하루 평균 5만kcal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을 석유로 환산하면 약 6L에 해당되는 양인데, 다시 말하면 인류는 하루에 400억 리터에 상응하는 여러 가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류의 에너지 사용량은 과학문명의 발달과 인구의 증가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른 엄청난 량의 에너지를 확보해야하는 것은 인류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숙제인 것이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자원은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이다. 그 의존도가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80%를 웃돌고 있는데, 화석에너지는 한정된 매장량과 자원의 편중으로 공급적인 면에서 불안정하고, 무엇보다도 대기오염과 온난화에 많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체에너지의 절실함이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대체에너지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활용도는 미비한 수준이고 그나마 실용화된 게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 사실 대체에너지라는 기준도 모호한 게, 원자력 발전은 그 위험성과 폐기물처리문제 때문에 대체에너지 후보에서 탈락된 상태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신설 예정된 발전소의 개수가 8개에 달한다. 이것은 우리가 에너지 차원에서 범세계적인 딜레마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 전 발생한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로 인해 국내외가 떠들썩하다. 언론에서도 이미 여러 번 대서특필 되었듯이 그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최근 원자력발전과 방사능에 관련된 심각한 공부를 해볼 기회가 있었다.
원자력 발전이란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물질의 원자핵이 분열되는 과정에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통제된 상황에서 인위적인 핵분열을 일으켜 방대한량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원자력 발전의 원료는 무한하고 그 효율성도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기존발전보다 획기적이니 어찌 보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핵 발전 특성상 한번 통제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되고 이때 방출되는 방사능의 위험성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과거 체르노빌을 사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체르노빌 사고당시 방사능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끔찍하게 죽어간 사람이 만 명에 육박하고, 현재까지도 고통스러운 후유증을 앓으며 살아가고 있는 직접적 피해자들이 43만 명에 달한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피해실태를 볼 수 있으니 긴말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사진들도 많다. 헌데 더욱 무서운 것은 방사능의 피해는 사고 당사자에게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녀들에게까지 유전된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난 지 25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사고발생지역 근처에서는 아직까지 암, 백혈병, 팔다리 기형 등 선천적 질병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많다. 그뿐만이 아니라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등 어린아이에게서 일반적으로 생기지 않는 질병도 나타나고 있다. 그 아이들 중 누구도 직접적으로 방사능에 노출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물론 기형아의 출산을 체르노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정확하게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니라고 증명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모든 통계자료들이 체르노빌사건 이후 각종 질병과 기형아 출산의 증가를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 권위기관조차 방사능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기준이 모호한 지역사회의 피해의식과 정신건강을 들먹이고 있는 실정이니 단순히 비극적인 사고로만 여길 수는 없을 것 같다.
또한 방사능물질이 한번 유출되게 되면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반감기(강도가 반으로 줄어드는데 소요되는 시간)가 많게는 수만 년에 달하는 방사성물질도 있으니, 한번 유출되면 대기 중에 희석되어 기류를 타고 전 세계로 퍼지든, 토양에 축적되어 새롭게 재배, 사육 되는 동식물들을 오염시키든 어떤 형태로든 우리 주위에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번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은 그 사고에서 기인한 방사능에 노출된 상태로 매일을 살게 되는 것이다. 설령 정부에서 말하는 극미량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축적된 방사능 물질은 자신 또는 자신의 아이들에게서 언젠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이후 해당 지역의 어린이 암환자의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30배나 높아졌고, 원전 근처에는 가본적도 없는 아이들이 방사능 물질이 농축된 고기나 우유를 섭취하며 알게 모르게 오염되어갔다. 체르노빌 근방의 3세 아이의 몸에서 측정된 방사능 계수의 수치가 일반 성인보다 5배나 높게 나온 사례도 있으니 참으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25년 만에 재앙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란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을 말한다. 체내로 흡수된 방사성 물질은 극미량이라 할지라도 몸속에서 지속적으로 방사선(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을 방출하는데, 이때 세포와 DNA가 손상을 입게 된다. 이렇게 손상된 세포와 DNA가 훗날 암과 기형아출산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물질은 크게 다음과 같다.
요오드131 - 정상적인 요오드는 우리 몸에서 갑상선 호르몬의 원료로 사용된다. 요오드131과 같은 방사성 요오드가 체내로 들어오게 되면 우리 몸은 정상적인 요오드로 인식해서 갑상선으로 집중시키는데, 갑상선암이 발병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생체메커니즘 때문이다.
세슘137 - 강한 감마선을 방출하는 세슘은 칼륨과 비슷한 화학구조를 가졌고, 칼륨은 우리 몸 전신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다. 이 때문에 세슘이 체내로 들어오게 되면 온몸으로 퍼지게 되며, 전신에서 모든 유형의 암을 유발시킨다. 그 때문에 죽음의 재라고도 불린다.
플루토늄 - 악마의 재로 불린다. 세포 파괴력이 강하고 흡입 시 폐에 흡착해 오랫동안 강한 알파선을 방출한다. 이로 인해 주변 세포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폐 손상이 누적된다. 0.0001g만 흡입해도 100% 폐암에 걸린다는 발표도 있었다.
스트론튬 - 핵폭발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물질로 뼛속에 스며들어 골수암이나 백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오드와 세슘보다 훨씬 더 유해해서 허용 기준치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30km 떨어진 지역의 토양과 식물에서 검출된 바가 있다.
절대 오지 않을 거라던 방사능물질이 국내에서 검출된 이후에도 정부는 극미량이니 안전하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만 하고 있다. 방사능의 위험을 강조하는 것은 국가전복세력들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하지만 대기 중에 떠다니는 방사능물질을 제거할 마땅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농산, 축산, 수산물들에 대해 전수검사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이처럼 적절한 대책이 존재하지 않는 지금시점에서 정부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또한 방사능에 안전한 선량한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극미량 이라고 할지라도 체내에 축적되어 세포나 유전자를 파괴해서 암과 기형아출산을 유발할 수 있고, 소량의 방사능에 의해 손상된 세포가 일으키는 문제들은 적어도 10년, 20년 이후가 지나야 분명해진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많은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선량한도라는 개념이 '관리기준 이하면 의학적으로 안전하다' 또는 '관리기준 이상이면 의학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합의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원자력발전소는 얼마나 안전할까?
요즘 말 그대로 지구가 미처 돌아간다. 최악의 토네이도가 미 중남부를 강타하여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가하면, 홍수, 쓰나미, 낙뢰, 운석, 태양폭풍 등 자연재해의 범위 내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위험성이 너무나도 많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강도와 빈도를 보면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더 파괴적이고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각과 판이 갈수록 불안전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백두산문제와,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원전밀집국가인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도 무관심하고 안일한 생각 속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아마 대다수의 일본인들도 설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초기에 핵을 옹호하던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건설당시에 "이 발전소는 일본의 자동차처럼 매우 훌륭한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25년 전 러시아 것과는 다르다"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재 어떠한 사태에 직면했는가.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 역시 결코 우리에게는 이런 사고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아무리 정교하고 우수한 기술로 지어진 원자력발전소라 할지라도 결코 100%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소한 실수나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에 의해서도 핵 재난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몰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체르노빌이 그랬고, 후쿠시마가 그랬다.
한 가지 더, 방사능에 의한 대기와 토양오염은 곧바로 식량문제로 직결될 것이다. 일본가공식품을 애용하던 사람들이 이번 후쿠시마 사태 직후 최근에 제조된 제품보다 제조일이 사고발생시점 이전인 제품을 찾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원전 근처의 농산물과 축산물을 모두 폐기해야 됨은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며, 오염된 지역은 수십년동안 접근조차 할 수 없으니 말그대로 죽음의 땅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훗날에는 먹을 게 많아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류가 에너지난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핵이 결국에는 지구를 오염시켜 식량난을 야기하고 그러한 에너지난과 식량난이 전쟁으로까지 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 참으로 불안하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핵 발전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을 비유하기 위해서 있는 말이 아닌가싶다.
우리나라의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점은 원자력의 진흥을 담당하는 기관과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이 서로 감독하고 견제해야 되는 것인데 그러한 활동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정부와 산업계와 학계가 모두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보니 사실상 규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원전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방사능이 유출된다 하더라도 그 규모가 미미하거나 표면적으로 들어나지 않는다면 쉽게 은폐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미 주변국에서는 비슷한 선례가 있는 바이다.
그렇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방사능에 노출되어 몇 년이 지난 후 직간접적인 후유증을 앓게 되더라도 책임을 물을 곳조차도 없다는 게 우리가 처해진 현실이다.
우리는 좀 더 민감해져야 할 것이다. 이 글의 주제도 바로 거기에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원자력 발전의 찬반을 논하고자 함도 아니고,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현재 직면한 문제들, 더 나아가 미래사회에서 야기될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이 세상이 흘러갈 방향과 앞으로 닥쳐올 혼란에 대해 조금은 예측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잡기는커녕 뼈아픈 교훈으로조차 삼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잊혀져가는 수많은 사건들을 떠올려보면 무엇이 사람의 정신을 이처럼 아둔하게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루아침에 수천 명이 죽어나가도 그저 잠깐 인상을 찌푸릴 뿐이지 그런가보다 하며 내심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고 또 금세 잊어버리는 그 무덤덤함은 섬뜩하기마저 하다.
정보의 통제와 조작, 민중의 생각을 의도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보이지 않는 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의견을 사회혼란유발과 위기감 조성이라고 매도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개개인 모두가 이에 대해 자주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함이 바람직한 게 아닐까.
그럼에도 나의 일은 아닐 것이라는 심하게 낙천적인 사람들, 방사능을 마치 황사바람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그 천진난만함이 심히 염려스럽다.
천진난만
에너지. 인류의 시초부터 인간과는 필연적인 관계였다. 빛과, 우주의 기원 등 물리학적인 이론은 복잡하니 제처두기로 하더라도, 당장 우리 생활 속에서 매일 피부로 접하고 있는 에너지가 그러하다.
인간이 기본적인 육체활동을 하고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하루 2500kcal 정도이다. 이를 매일 음식으로 섭취하는데, 반면에 개인이 현대사회에서 전기나 자동차와 같이 문명을 향유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하루 평균 5만kcal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을 석유로 환산하면 약 6L에 해당되는 양인데, 다시 말하면 인류는 하루에 400억 리터에 상응하는 여러 가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류의 에너지 사용량은 과학문명의 발달과 인구의 증가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른 엄청난 량의 에너지를 확보해야하는 것은 인류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숙제인 것이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자원은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이다. 그 의존도가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80%를 웃돌고 있는데, 화석에너지는 한정된 매장량과 자원의 편중으로 공급적인 면에서 불안정하고, 무엇보다도 대기오염과 온난화에 많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체에너지의 절실함이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대체에너지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활용도는 미비한 수준이고 그나마 실용화된 게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 사실 대체에너지라는 기준도 모호한 게, 원자력 발전은 그 위험성과 폐기물처리문제 때문에 대체에너지 후보에서 탈락된 상태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신설 예정된 발전소의 개수가 8개에 달한다. 이것은 우리가 에너지 차원에서 범세계적인 딜레마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 전 발생한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로 인해 국내외가 떠들썩하다. 언론에서도 이미 여러 번 대서특필 되었듯이 그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최근 원자력발전과 방사능에 관련된 심각한 공부를 해볼 기회가 있었다.
원자력 발전이란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물질의 원자핵이 분열되는 과정에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통제된 상황에서 인위적인 핵분열을 일으켜 방대한량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원자력 발전의 원료는 무한하고 그 효율성도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기존발전보다 획기적이니 어찌 보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핵 발전 특성상 한번 통제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되고 이때 방출되는 방사능의 위험성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과거 체르노빌을 사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체르노빌 사고당시 방사능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끔찍하게 죽어간 사람이 만 명에 육박하고, 현재까지도 고통스러운 후유증을 앓으며 살아가고 있는 직접적 피해자들이 43만 명에 달한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피해실태를 볼 수 있으니 긴말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사진들도 많다. 헌데 더욱 무서운 것은 방사능의 피해는 사고 당사자에게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녀들에게까지 유전된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난 지 25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사고발생지역 근처에서는 아직까지 암, 백혈병, 팔다리 기형 등 선천적 질병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많다. 그뿐만이 아니라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등 어린아이에게서 일반적으로 생기지 않는 질병도 나타나고 있다. 그 아이들 중 누구도 직접적으로 방사능에 노출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물론 기형아의 출산을 체르노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정확하게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니라고 증명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모든 통계자료들이 체르노빌사건 이후 각종 질병과 기형아 출산의 증가를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 권위기관조차 방사능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기준이 모호한 지역사회의 피해의식과 정신건강을 들먹이고 있는 실정이니 단순히 비극적인 사고로만 여길 수는 없을 것 같다.
또한 방사능물질이 한번 유출되게 되면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반감기(강도가 반으로 줄어드는데 소요되는 시간)가 많게는 수만 년에 달하는 방사성물질도 있으니, 한번 유출되면 대기 중에 희석되어 기류를 타고 전 세계로 퍼지든, 토양에 축적되어 새롭게 재배, 사육 되는 동식물들을 오염시키든 어떤 형태로든 우리 주위에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번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은 그 사고에서 기인한 방사능에 노출된 상태로 매일을 살게 되는 것이다. 설령 정부에서 말하는 극미량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축적된 방사능 물질은 자신 또는 자신의 아이들에게서 언젠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이후 해당 지역의 어린이 암환자의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30배나 높아졌고, 원전 근처에는 가본적도 없는 아이들이 방사능 물질이 농축된 고기나 우유를 섭취하며 알게 모르게 오염되어갔다. 체르노빌 근방의 3세 아이의 몸에서 측정된 방사능 계수의 수치가 일반 성인보다 5배나 높게 나온 사례도 있으니 참으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25년 만에 재앙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란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을 말한다. 체내로 흡수된 방사성 물질은 극미량이라 할지라도 몸속에서 지속적으로 방사선(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을 방출하는데, 이때 세포와 DNA가 손상을 입게 된다. 이렇게 손상된 세포와 DNA가 훗날 암과 기형아출산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물질은 크게 다음과 같다.
요오드131 - 정상적인 요오드는 우리 몸에서 갑상선 호르몬의 원료로 사용된다. 요오드131과 같은 방사성 요오드가 체내로 들어오게 되면 우리 몸은 정상적인 요오드로 인식해서 갑상선으로 집중시키는데, 갑상선암이 발병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생체메커니즘 때문이다.
세슘137 - 강한 감마선을 방출하는 세슘은 칼륨과 비슷한 화학구조를 가졌고, 칼륨은 우리 몸 전신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다. 이 때문에 세슘이 체내로 들어오게 되면 온몸으로 퍼지게 되며, 전신에서 모든 유형의 암을 유발시킨다. 그 때문에 죽음의 재라고도 불린다.
플루토늄 - 악마의 재로 불린다. 세포 파괴력이 강하고 흡입 시 폐에 흡착해 오랫동안 강한 알파선을 방출한다. 이로 인해 주변 세포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폐 손상이 누적된다. 0.0001g만 흡입해도 100% 폐암에 걸린다는 발표도 있었다.
스트론튬 - 핵폭발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물질로 뼛속에 스며들어 골수암이나 백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오드와 세슘보다 훨씬 더 유해해서 허용 기준치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30km 떨어진 지역의 토양과 식물에서 검출된 바가 있다.
절대 오지 않을 거라던 방사능물질이 국내에서 검출된 이후에도 정부는 극미량이니 안전하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만 하고 있다. 방사능의 위험을 강조하는 것은 국가전복세력들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하지만 대기 중에 떠다니는 방사능물질을 제거할 마땅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농산, 축산, 수산물들에 대해 전수검사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이처럼 적절한 대책이 존재하지 않는 지금시점에서 정부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또한 방사능에 안전한 선량한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극미량 이라고 할지라도 체내에 축적되어 세포나 유전자를 파괴해서 암과 기형아출산을 유발할 수 있고, 소량의 방사능에 의해 손상된 세포가 일으키는 문제들은 적어도 10년, 20년 이후가 지나야 분명해진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많은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선량한도라는 개념이 '관리기준 이하면 의학적으로 안전하다' 또는 '관리기준 이상이면 의학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합의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원자력발전소는 얼마나 안전할까?
요즘 말 그대로 지구가 미처 돌아간다. 최악의 토네이도가 미 중남부를 강타하여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가하면, 홍수, 쓰나미, 낙뢰, 운석, 태양폭풍 등 자연재해의 범위 내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위험성이 너무나도 많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강도와 빈도를 보면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더 파괴적이고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각과 판이 갈수록 불안전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백두산문제와,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원전밀집국가인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도 무관심하고 안일한 생각 속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아마 대다수의 일본인들도 설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초기에 핵을 옹호하던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건설당시에 "이 발전소는 일본의 자동차처럼 매우 훌륭한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25년 전 러시아 것과는 다르다"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재 어떠한 사태에 직면했는가.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 역시 결코 우리에게는 이런 사고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아무리 정교하고 우수한 기술로 지어진 원자력발전소라 할지라도 결코 100%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소한 실수나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에 의해서도 핵 재난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몰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체르노빌이 그랬고, 후쿠시마가 그랬다.
한 가지 더, 방사능에 의한 대기와 토양오염은 곧바로 식량문제로 직결될 것이다. 일본가공식품을 애용하던 사람들이 이번 후쿠시마 사태 직후 최근에 제조된 제품보다 제조일이 사고발생시점 이전인 제품을 찾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원전 근처의 농산물과 축산물을 모두 폐기해야 됨은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며, 오염된 지역은 수십년동안 접근조차 할 수 없으니 말그대로 죽음의 땅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훗날에는 먹을 게 많아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류가 에너지난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핵이 결국에는 지구를 오염시켜 식량난을 야기하고 그러한 에너지난과 식량난이 전쟁으로까지 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 참으로 불안하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핵 발전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을 비유하기 위해서 있는 말이 아닌가싶다.
우리나라의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점은 원자력의 진흥을 담당하는 기관과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이 서로 감독하고 견제해야 되는 것인데 그러한 활동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정부와 산업계와 학계가 모두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보니 사실상 규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원전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방사능이 유출된다 하더라도 그 규모가 미미하거나 표면적으로 들어나지 않는다면 쉽게 은폐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미 주변국에서는 비슷한 선례가 있는 바이다.
그렇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방사능에 노출되어 몇 년이 지난 후 직간접적인 후유증을 앓게 되더라도 책임을 물을 곳조차도 없다는 게 우리가 처해진 현실이다.
우리는 좀 더 민감해져야 할 것이다. 이 글의 주제도 바로 거기에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원자력 발전의 찬반을 논하고자 함도 아니고,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현재 직면한 문제들, 더 나아가 미래사회에서 야기될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이 세상이 흘러갈 방향과 앞으로 닥쳐올 혼란에 대해 조금은 예측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잡기는커녕 뼈아픈 교훈으로조차 삼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잊혀져가는 수많은 사건들을 떠올려보면 무엇이 사람의 정신을 이처럼 아둔하게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루아침에 수천 명이 죽어나가도 그저 잠깐 인상을 찌푸릴 뿐이지 그런가보다 하며 내심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고 또 금세 잊어버리는 그 무덤덤함은 섬뜩하기마저 하다.
정보의 통제와 조작, 민중의 생각을 의도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보이지 않는 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의견을 사회혼란유발과 위기감 조성이라고 매도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개개인 모두가 이에 대해 자주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함이 바람직한 게 아닐까.
그럼에도 나의 일은 아닐 것이라는 심하게 낙천적인 사람들, 방사능을 마치 황사바람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그 천진난만함이 심히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