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고2가 바라본 한국 교육

한국소녀2011.05.17
조회220

안녕하세요. 제목에 언급했다시피 서울에 거주하는 현 고2 여학생입니다.

제가 요즘에 크게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 생각을 좀 나눠보고 싶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먼저 제 성적은 상위권입니다. 밝히고 자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런 글을 읽을 때

어쩌면 제 성적이 저를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조심스럽게 써봅니다.

모의고사 언수외 99.4~7퍼 정도 나오고 내신은 전교 5등 정도 합니다.

 

저는 요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건 제가 갖지 못했던 목표의식에서부터 비롯됐습니다.

저는 목표가 없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꿈은 저에게 너무 먼 이야기였습니다.

그저 나에게는 대학만이 중요했습니다. 한국 고등학생에게 무엇이 더 중요하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넌 좀만 더 하면 sky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뭔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저를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나의 행복'이라는 조건이 만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

저는 그들과 저를 비교하고 절망과 좌절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엇이 저들과 나를 이렇게 다르게 만들었는가?'

 

그 동영상에는 미국식 수업에 대한 내용도 일부분 들어가 있었습니다.

일방적 수업인 한국과 확연하게 다른 토론식 수업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학교에서 학생들은 수업 중 거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고작해야 선생님이 묻는 말에 '네' , '아니요' 하는 수준입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주로 '쳐다보기'와 '고개 끄덕거리기' 입니다.

미국 학교에서 학생들은 원탁형으로 앉습니다. 토론을 쉽게 하기 위해서죠.

그들에게 선생님이 질문합니다.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학생들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생각나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말하고,

선생님은 비판이나 색안경없이 받아들입니다. " 좋아. 좋은 생각이야 ."

 

사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한가지 현상에 대한 의문 때문입니다.

한국 고등학생들은 세계 어디를 내놓아도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말하기 듣기 쓰기 과학 어느 것이나 뒤떨어지는 게 없다고 자신합니다.

특히 수학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은 그들이 그만큼 공부에 많은 노력을 하기 때문이죠.

20년에 달하는 시간과 스스로 공부해야한다는 압박감에서 오는 스트레스, 학원과 과외에 부어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돈들을 그들이 감수했기 때문에 그들은 그런 위치에 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죽어라 가고자 노력하는 곳이 흔히 말하는 sky아닙니까?

 

그런데 바로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그 똑똑한 아이들 중에서도 정말 잘하는 아이들만 가는 서울대가,

어째서 세계 대학 순위 100위 안에도 못드나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뭔가 잘못됐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바꿔야한다고.

 

현 학생들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제가 이과라서) 고등학교 이과를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양이 그들을 압박합니다.

법적으로는 수1, 수2, 기하와 벡터 그리고 적분과 통계를 고3까지 꾸준히 학습하도록 되어있지만

요즘 그렇게 하는 학교가 얼마나 됩니까?

고2 중간고사 범위 수1, 기말고사 수2, 2학기 중간고사 기벡, 기말고사 적통.

이런 분량의 시험범위가 '정상적인' 고등학교의 모습 아닌가요?

 

이렇게 많은 양의 공부를 수업시간에 가르쳐야 하니,

일방적 수업이 이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단원 하나하나 토론식으로 하게되면 진도 속도는 끔찍할 겁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가장 중요한 걸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즐기는 법'이랄까요,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학습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실 저는 평소에도 수학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수학은 몰두하게 하는 힘이 엄청나니까요.

그런 제가 최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아, 그 이후 정말 수학에 대한 저의 애정은 한층 두터워졌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이런 학습을 수업시간에 할 수는 없는 걸까요?

수학시간엔 가끔 저명한 수학자의 일생에 관한 토론도 하면서,

과학시간엔 실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과학 현상에 대한 발견을 하면서

저는 우리들에게 공부를 '공부식'이 아닌 친구를 사귀듯 느껴지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초,중,고 그리고 요즘은 유치원까지 공부를 온갖 이질적인 것으로 인식해온 학생들이

그나마 자유로운 대학교에 가서 쌓인 한 다 풀자는 건 너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합니다.

 

요즘 한없이 오르기만 하는 대학 등록금, 저질스러운 MT, 만연한 컨닝 행위와

교수라고 이름붙일 자격조차 없는 사람들의 죄들이 대학의 문제라고 떠오르는 가운데

저는 대학이라는 곳에 가는 학생들의 마음가짐부터,

그러자면 그들이 그전에 거쳐온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외치는 건 '공부량을 줄여달라'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공부에게 접근하는 법을 바꿔달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자연스럽게 일방적, 수동적 수업방식에서 양방향적, 주동적 수업방식으로 바뀌면

공부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친구들과 한창 수다떨고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즐거울 나이의 학생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없다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껴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요즘 친구들. 그저 대학 갈생각, 대학가서 놀 생각밖에 없더라고요.

제가 이상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 현실이 상당히 불만족스럽고 어떻게든

이 현실을 바꾸고 싶은데, 그들은 불만족스럽다고 입은 내밀지만 어쩔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네요.

 

학원을 끊고 한동안 놓고 있던 연필이 요즘엔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서게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부 접근법의 변화 - 공부량의 감소 - 학생들 부담의 감소 - 사교육비 등등 여러문제 해소

이렇게 이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겠지만요.

 

여태까지 제 생각을 어느정도 일부분 정리해 써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