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봐도안무서운이야기7

별돼야지2011.05.22
조회964

 

 

 

1.

 

중학생일 때, A라고 하는 친구의 집에서 자주 놀곤 했었다.

그 녀석의 집은 변두리의 해안가 벼랑 위에 있었다.

게다가 부모님이 모두 바쁘셔서 집에 늦게 들어오셨기에 친구들이 모여 놀기에는 가장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12월에 수능날 쉬는 것을 기회로 그 집에 모였다.

당시 학교에서 유행하고 있던 분신사바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준비했던 방법을 설명하자면, 우선 둥근 나무 테이블에 히라가나

 50 글자, 예/아니오, 0에서 9까지의 숫자 카드를 올려둔다.

이 때 히라가나 50 글자의 배치는 [호랑이(とら)] 나 [사슴(しか)] 같이

동물 이름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동전이 아니라 무늬가 없는 컵을 사용한다.



참가자 전원이 그 컵에 숨을 불어넣고 중앙에 둔 채, 집게 손가락을 대고 있으면 준비가 끝나는 것이었다.

마스터라고 할까, 모임의 진행자로써 A가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셨으면 "예" 라고 대답해 주세요.] 라는 틀에 박힌 대사를 말했다.

그러자 컵은 [네] 쪽으로 이동했다.



A는 장난스럽게 [OO(내 이름)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는 누구인가요?] 라고 물었다.

[아, 뭐야~ 이상한 거 묻지 마!]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고 중얼댔다.



그렇지만 불려나온 귀신이 가르킨 것은 여자 아이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저 [추], [워] 라는 글자들 사이만을 오갈 뿐이다.

[뭐, 뭐야, 이거!]



[...기분 나빠...]

주변의 분위기가 나빠진다.

서서히 어깨가 쑤시고, 가벼운 두통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그만 하자!] 라고 외쳤다.

다들 수긍한다.

하지만 귀신은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억지로 그만둬 버렸다.

A는 [우리 집에 저주라도 내리면 어쩌지?] 라며 울상을 지었지만 B

가 [제대로 컵을 깨트리고 종이를 태우면 괜찮아.] 라고 달랬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3일 후.

A의 집 옆 해안에서 여성의 익사체가 떠올랐다.

겨울의 바다는 추웠을 것이다...



다행히 나를 포함해 거기 있었던 모두에게 이후 안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디 그녀의 명복을 빈다.


2.

 

처음 그것을 알아차린 건 여자친구가 방 청소를 해줬을 때였다.

나는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좁은 자취방 안은 쓰레기 봉투와 온갖 쓰레기로

가득 메워진 정신 없는 꼴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TV에 나오는 쓰레기 투성이 집 수준은 아니고 걸어다닐

 공간 정도는 청소해뒀었지만.



어쨌거나 남자가 혼자 살면 방 정리 같은 건 영 엉망진창이 되기 마련이다.

결국 종종 방에 여자친구가 찾아와 청소를 해주곤 했던 것이다.

그 날도 평소처럼 나는 여자친구와 함께 방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반대쪽에서 청소를 시작했다.

책이나 소품을 책장이나 책상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가끔 그녀가 잡동사니를 들고 오면 필요한건지 아닌지를 말해주는 사이 어느새 방은 조금씩 정돈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여자친구가 그것을 발견했다.



[저기...]

그녀가 가리킨 것은 잡지와 비디오 테이프 같은 것에 가려 있는 콘센트 안 쪽이었다.

상당히 긴 머리카락 1개가 콘센트에 꽂혀 있었다.



[이거 누구 머리카락이야?]

나에게 친구라곤 남자 밖에 없다는 걸 아는터라 여자친구는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 보았다.

그렇지만 나에게 그녀 외의 여자를 방에 데려온 기억은 없었다.



더구나 그렇게 머리가 긴 여자라면 더더욱.

그녀가 계속 의심을 풀지 않고 나를 째려보았기 때문에 나는 콘센트에 꽂힌 머리카락을 잡았다.

머리카락은 미끄러지듯 풀려 나왔다.



[파사삭.]

기분 나쁜 감촉에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마치 진짜 사람 머리 가죽에서 머리카락을 뽑은 것 같은 사실적인 느낌이었다.



긴 머리카락은 깨끗한 백지에 잉크가 떨어지듯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콘센트 구멍을 들여다 보려 했다.

하지만 그 안은 당연하게도 캄캄해서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전날 나는 콘센트 따위는 까맣게 잊고 청소를 마친 뒤 여자친구와 노래방에 가서 놀았다.

거기서 과음했던 탓인지 나는 방에 돌아오자마자 죽은 것 같이 잠에 빠져 있었다.



눈을 떴을 때는 전철 시간이 코앞이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멍청한 표정을 한 채 대학에 갈 준비를 하기 위해 던져놨던 가방에 손을 댔다.

그리고 그 때, 어제 그 콘센트가 눈에 들어왔다.



시커먼 두 개의 구멍 중 한 쪽에 긴 머리카락이 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이다.

어제 뽑아버렸던 머리카락과 똑같다.

길이로 보아도 같은 사람의 머리카락 같았다.



마치 무슨 촉수처럼 콘센트에서 자라나 있는 그 모습이 너무 기분 나빠서, 나는 그것을 서둘러서 뽑아 버렸다.

[파사삭.]

또 그 리얼한 감촉이 손에 전해진다.



[기분 나쁘잖아...]

나는 그렇게 중얼대며 그 구멍에 평소 사용하지 않던 라디오 카세트의 코드를 꽂았다.

뽑은 머리카락은 창문으로 던져 버리고, 가방을 챙겨 방을 나섰다.



머리카락은 바람을 타고 어딘가로 날아갔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 이후 한동안 나는 카세트를 꽂아둔 덕이랄지, 한동안 콘센트의 존재 자체를 잊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방은 어느새 또 더러워지고 있었다.



이불 옆에는 보고 던져 놓은 만화책이 산처럼 쌓이고, 어느새 여자친구가 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빈 공간을 쓰레기통인 마냥 쓰고 있었다.

쓰레기통은 이미 가득 차 버린지 오래였고, 나는 쓰레기가 손에 집히면 쓰레기 봉투에 직접 던져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1달쯤 지났을 때였을까?

결국 그것은 나에게 덮쳐왔다.



[가... 가가... 가가... 가가가...]

밤 중에 갑자기 울려퍼진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아... 뭐야...?]



괴로워하면서 불을 켜보니 콘센트에 꽂은 뒤 방치해 뒀던 라디오

카세트에서 드르륵거리며 기묘한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쌓아둔 만화보다 훨씬 뒤편에 있던 카세트가 보이는 게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봤다.

어째서인지 주변에는 쌓아뒀던 책들이 무너져서 주변에 뒹글고 있었다.



설마, 라디오의 소리로 무너진건가 싶었지만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가가... 가가가...]

라디오 카세트는 아직도 부서진 것 같이 묘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다가가 카세트의 전원 버튼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전원은... 이미 꺼져 있었다.



전원이 꺼져 있는데도 소리가 나고 있던 것이다.

역시 고장난 것일까?

나는 라디오 카세트를 들어올려 확인하기 위해 양손으로 카세트를 잡고 일어섰다.



콰직... 하고 기분 나쁜 감촉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입을 떡 벌려야만 했다.

라디오 카세트 뒤 편의 콘센트.



거기에 사람 한 명 수준의 머리카락이 휘감겨 있었던 것이다.

코드에 덩굴처럼 얽혀서 삐걱대고 있었다.

눈으로 살펴보니 그것은 콘센트의 한 쪽 구멍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전에 촉수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 보니 그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나는 놀라서 카세트를 그대로 힘껏 당겨 버렸던 것이다.



빠 지 직 빠 지 직



카세트에 얽혀 있던 몇십만 가닥의 머리카락이 머리가죽에서 뽑혀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콘센트의 저 편에서 엄청난 절규가 끝없이 울려퍼졌다.

콘센트 구멍 한 곳에서 일제히 머리카락이 뽑혀 나오고, 걸쭉하고 새빨간 피가 구멍에서 솟아 나온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기절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방 안은 피투성이가 되고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나는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그 날 바로 방에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 콘센트에는 여전히 머리카락 한가닥이 촉수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3.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일들.

그리고 그 기억.

나중에서야 그 당시의 인상과는 다른 사실을 알아차리고 소름 끼치는 일이 자주 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때의 일이 있다.

학교를 다닐 때 가던 길은 한 쪽이 논인 시골길이었다.

도중에는 망해버린 마네킹 공장이 있고, 그 너머에 싸구려 과자 가게가 있었다.

마을은 논 저편에 있어 점처럼 보일 뿐.

마네킹 공장은 이미 망한지 시간이 좀 흘렀던 모양이어서, 사람이 일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폐쇄된 공장 부지 구석에는 이리저리 흩어진 마네킹의 잔해가 쌓여 있고,

 그것이 철조망 사이로 보였다.

그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쩐지 기분을 나쁘게 했다.



공장 부지는 폭이 넓은 도랑이 둘러싸고 있어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흐리고 썩어가는 물.

이리저리 쌓여있는 대량의 쓰레기.

어느 날 지나가다 문득 평소에는 지나 다니지 않는 공장의 뒷편으로 가 보았다.

도랑의 상태는 도로 쪽보다도 나빴다.

수많은 쓰레기 중에는 상반신만 떠 올라 있는 여자 마네킹도 섞여 있었다.



하얗게 떠올라 있는 그 얼굴은 쓰레기통 같은 도랑에서 마치 점같이 보였다.

끌어 올려서 친구들한테 보여주면 인기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지만, 물이 너무 더럽고 떠 있는 곳도 멀어서 포기했다.

다른 녀석이 혹시 끌고 올라오면 안 될테니 이 발견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로부터 당분간은 그 마네킹의 상태를 보러 가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그렇지만 슬픈 것은 날마다 그것이 썩어들어 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흰 피부는 변색되기 시작하고, 윤기도 사라져간다.

드디어 풍성한 머리카락이 빠져나가 드문드문해진다.

윤기를 잃은 피부는 검게 움푹 파여나가고 심지어 쥐가 갉아먹은 것 같은 부분도 보였다.

이제 원래 모습은 모두 사라졌다.

이미 나는 완전히 흥미를 잃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수면을 가득 덮은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서, 한치 아래도 보이지 않는 더러운 물에 대부분이 잠겨져 있었다.

간신히 수면으로 보이는 부분도 물을 흡수해 보기 흉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것은 이미 단순한 쓰레기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한 번 더 보러 갔다.

그렇지만 이미 그것의 모습은 거기에 없었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그 길을 지나가게 되는 일도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문득 생각이 나서 추억의 장소를 자전거로 가게 되었다.

그 도랑에도 갔다.

경치는 완전히 변해있었다.

논은 매립되어서 주택가가 들어서 있었고, 공장 부지는 주차장이 되었다.

마네킹을 떠올리면서 추억에 잠겼다.

그리고 나는 문득 알아차렸다.

어린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무서운 사실을.



플라스틱이 그렇게 썩어가는 재료인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나에게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썩어가는 과정과 똑같지 않은가...



진실은 이제 더 이상 알 수 없다.

단지 한 때는 그리운 추억이었던 일이,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차마 말할 수 없는

 꺼림칙한 기억이 되었다는 것이 슬플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