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들에게 기념일이란

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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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일요일날 연애한지 900일이 된 여자입니다.

 

 

처음 100일때는 설레는 마음에 그사람한테 줄 선물도 정성스레 고르고 했습니다.

하필 처음 맞는 기념일에 그사람에게 다른 일이 생겨서 잠깐만나 저녁밖에 못먹었지만요.

200일, 300일, 1주년, 400일에는 100일의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하루를 온전히 같이 보낼 수 있다는거에 너무 기뻤고

대학가 앞보다 조금 더 좋은 삼겹살집에 가서 삼겹살에 소주로 기분도 냈습니다.

거하게 기념일을 챙기진 않았지만 둘이서 우리의 만남을 자축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대학 씨씨로 만나다 남자친구가 취직을 했습니다

그러고 처음 온 기념일이 500일이었어요.

커플티입고 지하철타고 당일치기로 바다도 보고 조개구이도 먹고 ㅎㅎ

500일은 운좋게 주말이었지만 그다음 600일, 700일, 800일은 아쉽게도 평일이라

볼수는 없었어요 ㅠㅠ 다행히 2주년은 주말이었네요 ^^

100일마다 돌아오는 날보고 기념일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지난 100일동안 좋은사랑 해왔고, 앞으로도 좋은사랑 하자고 서로 조금더 관심을 갖을수있는

그런의미로 좋은 기념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처음부터 거한 식사나 이벤트를 생각하지도 않았고

다만 서로 기억하고 애정어린 말을 해주면 그걸로 뜻깊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900일이 돌아왔습니다. 일요일이었죠.

평소엔 주말에 특별한 일 없는 이상 거의 봤는데

일요일엔 제가 부모님과 일이 있어서 밤 10시쯤에야 집에서 쉬게 되었습니다.

사실 며칠전부터 남친이 연락을 잘 안해서 쫌 토닥토닥 거렸는데

혹시나 해서 미리 말을 안했는데 역시나 900일인줄 모르더라구요..

화가 났습니다.

전에도 한번 제 생일을 잊고 지나쳐서 화난적 있었는데

그때도 참 많이 서운했어요.

아무리 회사일이 바쁘고 정신없다지만.. 그럴수 있다곤 생각하지만.. 

이런저런게 자꾸 반복되다보니 우리사이의 관계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참을 수 없었습니다.

 

 

10시에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기도 하지만 900일이다. 말안하면 모를것같아서 해주는 말이다.

바로 전화가 오더라구요... 미안하다네요..

화가 가라앉지 않아서 신경안써도 된다고 어짜피 오빠가 모를거라고 생각했었다고

청소해야니까 끊겠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전 화나면 언성은 안높히는데 정색하고 딱딱하게 말해요..)

앉아있는데 괜히 나쁜생각이 들더라구요.

진짜 미안하면 20분거리에 있는 나를 보러 와주지.. 역시 움직이는건 귀찮고

마음은 아닌데 말만 미안한거구나.. 싶은 생각이요.

제가 갈수도 있긴 하지만 전 차가 없어서 가려면 늦은시간에 오래 걸려서 와줬으면 했어요..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남자친구도 저에게 행동을 좀 취해줬으면 했어요.

남자친구도 절위해서 귀찮지만 데려다주고 이 외에도 노력을 했지만

뭔가 몸사리는 일은 없었거든요..

그냥 귀찮긴 하지만 가볍게 할수 있는일뿐이고..

좀 번거롭고 힘든 일이긴 하지만 그사람을 위해서, 그사람이 웃으니까, 내가 희생할수 있어!

이런 뉘앙스가 풍기는 행동은 없거든요..

전 그사람이 기뻐할생각에 음식들을 낑낑대며 들고 2시간동안 버스를 3번 갈아타며 찾아가서 놀래켜주고.

생색내는것 같지만.. 날 안좋아해서 그런가 이런생각도 들고..

하는것도 안하는것도 그사람 마음이라면 할말이 없지만..

연인이라면 안바라려고 해도 기대하게 되고 바라게 되는건.. 어쩔수 없네요

 

 

새벽한시쯤 되니까 다시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청소는 잘했냐 부모님이랑 일은 잘 보고 왔냐..

알아요. 그사람도 미안해서 말도 붙여보고 제 눈치도 본다는걸요.

너무 답답해서 마음에 있는말을 조곤조곤 해나갔습니다.

오빠는 나한테 정말 미안한건지 모르겠다. 항상 미안하단말로 교묘히 피해갔지

정말로 나에게 성의를 보여준적은 없는것 같다.

또 돌아오는말은 미안해..

워낙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이다지만, 이건 마음과 성의의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내일 밥 같이 먹자는 말에 바쁘다는말만 하고 끊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점심때쯤 일어났냐고 연락이 와서 집앞에서 점심 먹었습니다.

냉랭한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밝게 말한다고 했지만 표정은 -_- 이거였거든요.. 말도 별로 안하고..

그냥 그날도 역시나.. 했어요.

세달전부터 꽃 딱 한송이면 되니까 나도 꽃 받아보고 싶다고 지나가다 꽃볼때마다 말했는데

항상 까먹고 또 까먹고..

그런것 좀 기억했다가 오늘같은날 화 풀어줄때 한송이 쥐어주면

난 또 기억해준 그맘에 바보같이 다 풀렸을텐데

2년반동안 항상 미안하단 말밖에 할줄 모르고 내 기분하나 풀어주지 못하는거에 괜시리 서글프더라구요.

여자친구 화풀어주는 방법하나 모르는 그사람도 얼마나 답답할까 싶은게 제가 더 답답합니다.

내 기분 풀어주려고 노력을 했는데도 모르는건지, 아님 애초에 노력도 안한건지

아 정말.. 답답합니다..

 

 

말없이 밥만 먹는데 남자친구가

미안해.. 내가 천일은 꼭 기억했다가 잘 챙겨줄게.. 천일은 추석연휴더라..

밥먹는데 남자친구 체할까봐 그냥 묵묵히 밥만 먹었습니다..

에휴.. 이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 못하는 내 남자친구야...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도 구분을 못하는구나..

말안하면 또 뭐가 뭔지도 모를까봐 집앞에서 남자친구한테 정확히 알려줬습니다.

내가 화난건 기념일을 안챙겨서가 아니야.

애초에 900일 챙기려고 생각한적은 없지만, 적어도 알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중요한건 오빠의 성의때문이었어. 그러니까 기념일때문에 부담갖지마. 하고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또 인사하고 뒤도 한번 안돌아봐주고 온게 마음에 걸려서

화 풀테니까 편지 써달라구.. 그러고 말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