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대 3학년에 재학중인 김문정씨(23·가명)는 일하는 대학생이다. 그는 주중 2일(수·금)과 주말 2일을 모두 각기 다른 장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번다.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아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벌써 3년째다. 공부보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알바 인생이 힘겨워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내일’을 믿고 지친 자신을 채찍질 하며 버텨 나가고 있다.
김씨의 집은 수원이다. 맞벌이인 부모님과 오빠 네 식구다. 아버지는 택배업에 종사를 하고 있지만 경기에 워낙 민감한 업종이어서 수입이 불규칙하다. 식품회사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는 어머니의 월급은 120만원 안팎이다. 다행히 오빠가 평택에 위치한 한 업체에 취업하면서 ‘숨통’이 트였지만 대학생 자녀 둘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부모님은 늘 쪼달렸다.
치열한 고3 생활을 겪고 어렵사리 시작한 대학생활. 수원↔천안을 오가며 ‘낭만’을 꿈꿨다. 하지만 순간이었다. 그 앞에는 냉엄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 학기 등록금 380만원, 새로운 학기를 시작할때마다 목돈 마련에 늘 애간장을 태웠다. 그렇게 한 학기가 끝난다 싶으면 또 청구서(380만원짜리)가 날라왔다. 벌써 3년째,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학자금만 벌써 2100만원이다.
“학자금 대출한도가 원래 4000만원 이예요. 며칠 전 통장 잔고를 보니까 앞으로 사용 잔고가 1900만원 남았있더라구요. 입학후 3년만에 2100만원의 빚을 진 채무자가 된거죠”
김씨는 조금이라도 등록금에 보태기 위해 주중과 주말 알바 전선에 뛰어 들었다. 수·금요일은 집 근처에 있는 홈플러스 매장에 나가 유아복 코너에서 일한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서서 손님을 맞는다. 낮 시간에 손님이 많다보니 점심식사는 손님이 뜸한 오후 3시나 돼야 가능하다. 늘 환한미소로 손님들을 맞이 하지만 속마음은 늘 불편하다.
“유모차 1대에 100만원, 옷 한벌에 10~20만원 정도 하거든요. 지금은 학생이지만 사회진출해서 결혼하고 출산하면 ‘과연 내가 이런 물건들을 편한 마음으로 사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먼저 들더라구요. 결혼과 육아의 부담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신세대 부부의 고민을 짐작할 수 있겠더라구요”
주말에 일하는 패스트푸드점 시급은 4110원이다. 초과근무 수당 등을 합치면 시급 6000원이 된다.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시작한 알바생활이지만 때론 마음이 약해지기도 한다.
“이 곳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비슷한 또래잖아요. 한 손님이 6500원짜리 불고기세트 주문해 먹는 걸 보다 ‘내가 1시간 일해서 받는 돈(6000원)인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괜히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김씨는 월·화·목요일 주중 3일은 천안에 내려가 수업을 듣는다. 점심은 주로 구내식당(한 끼당 2500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다. 자신에게는 ‘알뜰함’을 강조하는 김씨가 후배들이 밥을 사달라고 조를 땐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니까 좀 싸잖아요. 가끔씩 밥 사주고 그래요. 근데 커피 사달라는 후배들 보면 슬슬 피해요. 한 잔에 5000원씩 하는 커피 2~3잔이면 몇 만원이 후딱 사라지잖아요. 후배들이 선배 원망을 늘어놔도 어쩔 수 없어요.”
방학때 해외연수나 배낭여행을 떠나는 또래 학생들에 대해서 그는 “글쎄요. 한 번도 생각을 못해 봤어요. 늘 생활에 쫓기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같은 대학생이라고 하지만 다른 세상 사람들 처럼 느껴 지는 게 솔직한 심정 이예요”라고 말했다. 한창 가꾸고 멋낼 나이지만 그는 옷이나 화장품을 사기위해 정규매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 G마켓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쇼핑몰을 찾아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쇼핑몰이라서 그런지 싼 건 5000~6000원 짜리도 있어요. 얼마전에 얼굴 크림을 하나 샀는데 8000원이었어요. 가격대비 좋은 물건을 골라 기분이 좋더라구요”
김씨는 요즘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촛불 시위에 함께 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아쉽다고 했다.
“마음은 꼭 가고 싶죠. 함께 촛불을 켜고 대학생들이 맘 놓고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외치고 싶어요. 하지만 짬이 안나요. 당장 오늘도 홈플러스에서 밤 9시까지 일해야 하잖아요. 제발 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고통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4일 일하고 3일 학교가고…“나는 노동자다”
[경향신문 2011-06-10]
“1주일에 일하는 날이 4일, 학교가는 날은 3일···저 대학생 맞나요?”
백석대 3학년에 재학중인 김문정씨(23·가명)는 일하는 대학생이다. 그는 주중 2일(수·금)과 주말 2일을 모두 각기 다른 장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번다.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아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벌써 3년째다. 공부보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알바 인생이 힘겨워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내일’을 믿고 지친 자신을 채찍질 하며 버텨 나가고 있다.
김씨의 집은 수원이다. 맞벌이인 부모님과 오빠 네 식구다. 아버지는 택배업에 종사를 하고 있지만 경기에 워낙 민감한 업종이어서 수입이 불규칙하다. 식품회사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는 어머니의 월급은 120만원 안팎이다. 다행히 오빠가 평택에 위치한 한 업체에 취업하면서 ‘숨통’이 트였지만 대학생 자녀 둘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부모님은 늘 쪼달렸다.
치열한 고3 생활을 겪고 어렵사리 시작한 대학생활. 수원↔천안을 오가며 ‘낭만’을 꿈꿨다. 하지만 순간이었다. 그 앞에는 냉엄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 학기 등록금 380만원, 새로운 학기를 시작할때마다 목돈 마련에 늘 애간장을 태웠다. 그렇게 한 학기가 끝난다 싶으면 또 청구서(380만원짜리)가 날라왔다. 벌써 3년째,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학자금만 벌써 2100만원이다.
“학자금 대출한도가 원래 4000만원 이예요. 며칠 전 통장 잔고를 보니까 앞으로 사용 잔고가 1900만원 남았있더라구요. 입학후 3년만에 2100만원의 빚을 진 채무자가 된거죠”
김씨는 조금이라도 등록금에 보태기 위해 주중과 주말 알바 전선에 뛰어 들었다. 수·금요일은 집 근처에 있는 홈플러스 매장에 나가 유아복 코너에서 일한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서서 손님을 맞는다. 낮 시간에 손님이 많다보니 점심식사는 손님이 뜸한 오후 3시나 돼야 가능하다. 늘 환한미소로 손님들을 맞이 하지만 속마음은 늘 불편하다.
“유모차 1대에 100만원, 옷 한벌에 10~20만원 정도 하거든요. 지금은 학생이지만 사회진출해서 결혼하고 출산하면 ‘과연 내가 이런 물건들을 편한 마음으로 사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먼저 들더라구요. 결혼과 육아의 부담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신세대 부부의 고민을 짐작할 수 있겠더라구요”
주말에 일하는 패스트푸드점 시급은 4110원이다. 초과근무 수당 등을 합치면 시급 6000원이 된다.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시작한 알바생활이지만 때론 마음이 약해지기도 한다.
“이 곳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비슷한 또래잖아요. 한 손님이 6500원짜리 불고기세트 주문해 먹는 걸 보다 ‘내가 1시간 일해서 받는 돈(6000원)인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괜히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김씨는 월·화·목요일 주중 3일은 천안에 내려가 수업을 듣는다. 점심은 주로 구내식당(한 끼당 2500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다. 자신에게는 ‘알뜰함’을 강조하는 김씨가 후배들이 밥을 사달라고 조를 땐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니까 좀 싸잖아요. 가끔씩 밥 사주고 그래요. 근데 커피 사달라는 후배들 보면 슬슬 피해요. 한 잔에 5000원씩 하는 커피 2~3잔이면 몇 만원이 후딱 사라지잖아요. 후배들이 선배 원망을 늘어놔도 어쩔 수 없어요.”
방학때 해외연수나 배낭여행을 떠나는 또래 학생들에 대해서 그는 “글쎄요. 한 번도 생각을 못해 봤어요. 늘 생활에 쫓기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같은 대학생이라고 하지만 다른 세상 사람들 처럼 느껴 지는 게 솔직한 심정 이예요”라고 말했다. 한창 가꾸고 멋낼 나이지만 그는 옷이나 화장품을 사기위해 정규매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 G마켓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쇼핑몰을 찾아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쇼핑몰이라서 그런지 싼 건 5000~6000원 짜리도 있어요. 얼마전에 얼굴 크림을 하나 샀는데 8000원이었어요. 가격대비 좋은 물건을 골라 기분이 좋더라구요”
김씨는 요즘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촛불 시위에 함께 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아쉽다고 했다.
“마음은 꼭 가고 싶죠. 함께 촛불을 켜고 대학생들이 맘 놓고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외치고 싶어요. 하지만 짬이 안나요. 당장 오늘도 홈플러스에서 밤 9시까지 일해야 하잖아요. 제발 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고통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경향신문 정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