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막던 중에 첫사랑을 만났습니다..

의경2008.07.29
조회23,796

안녕하세요. 경기도 어느 시골에 사는23살 막 예비역된 남자입니다.ㅎ

2달 전에 우연치 않게 세종로 촛불집회 현장에서 첫사랑을 만난 얘기를 해볼까합니다.

소설이라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거라 예상됩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미리 꾸욱 뒤로 버튼을 눌러주셔도 상관없습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1달전만 해도 엄청난 시위가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도 펼쳐지고 있었죠..

 

때는 수많은 시위를 참가중에 6월 14일 세종로에서 일어났던 촛불집회였습니다.

 

그날도 다름없이 버스에서 1-2시간 쪼그려서 새우잠을 자고 집회를 막기 위해 다시 일어났습니다.

 

6.10 대규모시위 이후로 계속되는 시위로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의경분들이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뉴스에는 전.의경의 강경진압을 계속 들쑤시고 있고 위에서는 시민들을 공격하는것보다 막는게 중

 

요하다면서  양쪽으로 건드리고 있는가운데 정신적 스트레스도 엄청나더군요.

 

요즘 양심적 선언으로 의경에서 나오신 그 분 마음도 그때만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요.

 

 

아 얘기가 길어졌네요.

 

버스에서 일어나 오후3시에 예정인 집회를 막기위해 바리게이트를 쳤습니다. 1달만 있으면 전역이

 

다. 좀만 참자. 이게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따라주지 않는 몸을 이끌고 맨 앞에 막아섰습

 

니다. 속으로는 좀만 왔으면 좋겠다. 평화적 시위였으면 좋겠다 하면서 집회자들을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나 토요일이다 보니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는걸 느낄수있었습니다.

 

잔뜩 긴장하면서 시위대랑 마주쳤습니다. 역시나 처음엔 평화시위로 가더니 예상했던대로

 

결국 폭력과 폭력으로 대치가더군요. 토마토 날라오고. 까나리 날라오고. 쇠파이프 휘두르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참 맨 앞에서 바리게이트를 유지하기 위해 정말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정말 열심히 막았습니다.  스프레이로 저희에게 화염 방사하기 까지 이르고 버스 엔진 박살에 이르

 

기까지.. 아마 현장상황은 여러분들도 잘 아실거라 믿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렇게 시위 도중 새벽 5시경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소규모의 시위집회 분들이 남아있고

 

저희는 강제해산 시키기 위해 시위대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러던 도중 벽에 붙어있는 한 여자를 보았습니다. 정신이 없었죠.

 

그때 어떻게 거기를 봤나 저도 의문입니다. 벽에 붙어있고 여자분이고 하니 다시 눈을 돌리고 다시

 

도망가는 시위대쪽을 바라 보았습니다. 그런데 자꾸 그 여자가 눈에 밟히길래

 

다시 쳐다 보았는데.. 군대 가기전에 헤어졌던 제 첫사랑이더군요..

 

그 짧은 순간에 정말 기분 묘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전투복, 전투모등을 착용하고 있었기때문에 그 여자분은 절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 때 당시 정말 많이 좋아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위대를 쫓으면서도

 

계속 눈길이 가더라구요. 시위대도 점점 해산되어지고 곳곳 남은 마지막 열정적이신 분들만 남으신

 

상태에서 저는 골목길로 뛰어 가는 옛 여자친구를 잡았습니다. 여자친구는 저에게 붙들렸을 때

 

눈물이 글썽거리면서 잘못했다고 빌더군요....많이 무서웠겠죠...

 

저는 다시 돌아가야했기에 인사만이라도 하고 싶어서 전투복을 벗지 않은채

 

인사를 했습니다. 이름은 A로 하겠습니다.

 

"안녕..?..오랜만이다"

옛 여자친구는 놀래더군요. 의경인 사람이 인사를 하니까..

 

"나.. 성태야.. 여기서 보네" 

상당히 놀래더군요.. 제 이름조차 이제 기억할줄 몰랐었는데.. 놀래주니까 고맙기도 하더군요.

그짧은 순간에도.. 저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

여자친구에게 "시위 위험하니까 왠만하면 나오지마...다치면 어쩔려고 그래"

 

이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되돌아 갔습니다.

정말 보고싶어했는데.. 정말 사랑했었는데.. 다시 되돌아보고 싶어도

눈물만 날꺼 같아 그냥 뛰어갔습니다.

 

그 날 시위 맨 앞에 배치되어서 참 힘들게 막았었고 온 몸이 지쳐었는데 유리창 깨져있는 버스에 들어와서 약간이나마 쉬고있으면서도 옛 여자친구가 계속 생각나더군요..

 

왜 하필 만났어도 시위장소에서 만났을까.. 의경과 집회자 관계로..

그때 그러면 안됐었더라도...아무리 급했더라도 연락처라도 알려보낼껄...

 

내 첫사랑이였고.. 두번 다시 하지 못할 사랑이였고..

지금 전역하고 나서도 마지막으로 봤던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그저 여자친구가 절 기억해줬던 거..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겠죠?^^

 

전역 1달전 그렇게 나마 여자친구를 볼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풍족한 의경 생활을 했다 생각합니다.!!

 

괜히 푸념한번 해봤네요.ㅎ 약간 지루하신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