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다가 빙수 뒤집어쓴 1인..

알바생 2011.06.11
조회139

안녕하세요.

심심찮게 판에서 눈팅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고등학생입니다.

매일 판에서 재밌는 글들과 억울한 글들을 보면서 어찌 저런 일이 다 있을까..

싶었는데 오늘은 제가 그 글을 쓰게 되었네요..

 

 

우선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아버지와 6살 어린 동생과 함께 사는 고등학교 3학년생입니다.

내년이면 취업을 나가서 사회인이 되지만 좀더 빨리 집에 보탬이 되고자

서면 모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중입니다.

 

5월달, 가게를 새로 인수받으신 사장님과 함께 일하게 된 저는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이 힘들기도 하지만 또 함께 일하시는 아주머니들께서

잘 대해주셔서 진짜 즐겁게 잘 보냈습니다.

 

처음 받은 월급으로 할머니 팩이란 것도 사드리고

홀로 계시는 엄마에게 근사하진 못하지만 저녁도 사드리고

동생 휴대폰도 새로 바꿔줬습니다.

 

그리고 오늘.. ㅠ_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 쯤 되서 여자 3분께서 오시더니 빙수를 시키셨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장님이 바뀌면서 메뉴에도 여러가지 변동사항이 있었나봅니다.

전과 가격이 다르다고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일한지 이제 막 한달 된 제가 뭘 알겠습니까.

사장님이 바뀌면서 메뉴가 변동된 게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쿠폰을 주셨는데 쿠폰 역시 사장님이 바뀌시면서 사용이 되지 않아

말씀드렸습니다. 쿠폰도 사용이 안된다고..

그랬더니 짜증내시더라구요.. 근데 어쩌겠습니까, 안되는 건 안되는 건데..

 

쿠폰 틱 집어 던지면서 버려달라고 하셔서 버렸습니다..

잠시후 여자분 일행이 오시더니 테이블 더럽다고 닦을 거 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행주 찾는데 그 주문하시던 여자분께서 니가 왜닦는데 닦아달라해라 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시기에 알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근데 앞에서 주문 기다리시는 손님분들이 많아서 우선 주문부터 받고 보자, 라는 생각에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 여자분 화나셨는지 카운터로 쫓아오셔서는 빨리 닦아달라고 언성을 높이셨습니다.

손님들은 계속 주문 기다리는데 어떡합니까.

 

할 수 없이 잠시만요, 하고 양해를 구하고 밀린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테이블을 닦으러 갔는데 테이블에 빵 부스러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행주로 빵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돌아서는데 저기요! 하더니 다른 테이블도 마저 닦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냥 깨끗해보여서 안닦았는데ㅇ.. 그래도 본인이 닦아 달라고 하니

닦고 있었습니다. 근데 막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말처럼 짜증난다면서, 자꾸 자기 째려본다면서

꾸시렁꾸시렁 무어라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똑같은 사람인데 다 들으라고 그렇게 욕하면 기분 안 나쁩니까..

그렇다고해서 손님한테 뭐라해선 안되니 입 꾹 다물고 돌아섰습니다.

잠시 테이블 닦는 사이에 무슨 손님이 그렇게나 밀렸는지 카운터 앞에 줄이 이어져있더라구요.

 

그래서 빨리 주문 받으러 들어간다고 행주를 카운터 안쪽으로 던져 놓고 쏙 들어가서

다시 주문을 받는데.. 그 여자분 카운터로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사장님 불러라고 뭐라 하시기에 사장님은 부재중이라 안계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사장님말고 여기서 제일 높은 분 불러랍니다.

여기는 사장님 밑으로는 저하고 주방 이모들밖에 없거든요.

다른 가게처럼 따로 팀장님이 계신 것도 아니라 그냥 주방 이모 한 분 불렀는데

다짜고짜 사장한테 전화하라고, 불러라고 막 화내십니다.

 

결국 주방 이모나오셔서 여자분과 말씀 나누시며 사과하셨습니다.

그리고 여자분은 저 때문에 화가 나셨으니 사과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저 행동하는 거 보라고, 저러니 내가 기분 안 나쁘겠냐고 막 뭐라 또 말씀하십니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짚어야할 것 같아서 저는 여자분께

 

사장님이 바뀌셨기 때문에 메뉴 가격이 다른 것과 쿠폰이 사용 안 되는 건 분명 말씀 드렸는데요,

라고 했더니 니가 아까처럼만 이렇게 말하면 내가 화 났겠냐고 아까는 어땠냐며 막 뭐라하셨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드리고 했는데 쿠폰 사용 안된다고 화나서 집어던진 건 제 기분을

안 상하게 했겠나요?

 

순간 욱하는 마음에 근데 왜 갑자기 니 라고 말씀하시녰더니 또 또 보라고, 저런다고

사장님 바뀌면서 직원교육은 안시키기로 했냐며 자꾸 뭐라하시고 여자분 일행까지 와서

자기들 기분 더러워졌다고 안먹을거라고 하니 자기들끼리 닌 나가 있어라! 하며 언성을 높이셨습니다.

 

하지만 사과는 끝까지 드려야 하는 것이니

제 말투 때문에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했습니다.

그래도 절대 끝까지 받아주지 않고 행동거지 마음에 안든다고 화내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환불 해드렸습니다.

카드로 결제하셨기 때문에 카드로 또 환불하는데 카드 낚아채듯 가져가시더니

받아가신 빙수 들고 와서 카운터 안으로 다짜고짜 쏟아 붇습니다.

다행히도 빙수를 아래쪽으로 쏟으셔서 다리에만 묻었지만 문제는 카운터 안입니다.

 

저희 가게는 셀프서비스라서 주문 메뉴가 나오면 마이크로 부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크 역시 카운터에 있구요..

아래로 쏟아부으셔서 전선에 아이스크림과 얼음들이 다 쏟아졌습니다.

순간 가게 정전되는 건 아닌가 엄청 쫄았습니다. ㅜ_ㅜ..

 

다행히 정전은 안되었고 여자분은 '그따위로 일하지 말라'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긴 채

친구분들과 사라지셨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빙수들과 다리에 묻은 빙수들을 닦으면서 왠지

서러운데.. 혹여나 손님들 보실까봐 카운터 안쪽에 쭈그려 앉아서 울었습니다.

 

주방 이모 위로해주시며 사람들 상대하는 장사가 다 그렇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서럽기도 서럽고 문뜩 그 여자분들 또 올까봐 덜컥 겁났습니다. -_-;;

물론 절대 오지 않으시겠지만.. 사람 마음이란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쓸대없이 걱정되는거..

 

나중에 사장님 오시면 사장님께 상황 말씀드리고 또 죄송하다고 사과드려야 하는데

제 사정 아시고 정말 가족같이 대해주시는 사장님께 너무 죄송해서 어쩌죠..

 

내일 또 나와서 일해야 되는데 오늘 같은 일이 생길까봐 너무 무섭네요.

그래도 나와서 일해야겠죠........

스피치 학원이나 다닐까요.. 상대방이 기분 안나빠하는 화술 배우러..

 

저 진심 어른들한테 어쩜 그리 말 이쁘게 하냐는 소리만 듣고 살았는데 오늘 이런 일 처음이라

정말 많이 당황스럽고 무섭네요.. 힘들게 일할 필요 없다는 아빠 말씀 거두절미하고

고집부려서 하는 일이라 어리광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진짜 속 타네요.

 

평온하실 주말 저녁에 이런 우울한 글 올려서 죄송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ㅠ_ㅠ

그냥.. 너무 울적해서 어리광 부리고 싶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