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 11이라는 숫자 달기도 애매해서 맘에는 안들지만 그냥 쓰던 제목 그대로 가기로 했음. ㅋㅋㅋ ---------------------------------------------------- 안니영 친구들. 아무도 찾지않았지만 그런거 상관않고 꿋꿋하게 돌아온 아베말이야. 아. 오늘도 몇가지 잡설 먼저 투척하고 시작할게. 첫째, 필자는 이 판에 글쓰시는 몇몇 '특별한 분들'과는 다르게귀신같은건 볼줄도 모르고, 본적도 없고, 보고싶지도않은 그냥 겁많고 평범한 사람이야. 둘째, 이 글은 별 의미는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일 뿐이지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겸사겸사 심심찮은 오락거리가 되어드릴수도 있겠다 싶어서소중한 포도알을 포기하고 굳이 여기에다가 기록하는거야 ㅋㅋ. 셋째, "믿어달라"는게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니까, 읽어보시고 석연치않다 싶으신 분들은 그냥 자작으로치부하고 웃어넘겨주셔도 괜찮아. 그러면 열 한번째 이야기를 시작할게. ---------------------------------------- 열한번째 기억. 잠겨있는. 그때가 아마.. 2004년 5월 이었을거야. 당시 필자는, 대학에 갓 들어간 풋풋한 새내기 대학생이었더랬지. 이제 막 힘든 재수생 생활을 청산하고 정상적인 인간의 범주로 돌아왔던 터라 눈에 보이는 모든게 아름다웠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게 행복했던 무렵이었어. 물론,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어려서부터 시트콤을 보며 키워왔던 '대학생활의 환상'을 몸소 체험하기위해, 동아리부터 찾아 들어갔더랬지. 동아리를 고른 기준은 당연히, 취미와 적성이었어. 그래서 같은 과 최고 퀸카선배가 속해있던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게되었지. 그 동아리는 학교 축제 기간에 직접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는것을 연례행사로 하고있었는데, 물론 나 때도 예외는 아니었지. 거의 매일같이 열심히 각본쓰고, 배우구해다가 찍고, 편집하기에 바빴더랬어. 맹세코, 그 여자선배한테 잘보이기 위해서는 아니였지. 5월 초순이었나.. 축제를 몇 주 앞둔 날이었을꺼야. 형편없는 실력이었지만, 그래도 직접 제작한 영화를 상영한다는 기쁨에 동기랑 선배들이랑 같이 신나게 밤낮없이 찍고 편집하던 때였지. 그냥 집에있는 개인 컴퓨터 같은걸로 편집하고 했다면 참 편했겠지만 아무래도 명목이 공동작업이다 보니깐, '함께 만든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는거잖아? 그래서 어쩔수 없이 학교 영상실습실에서, 모두 모여있을때에나 편집을 할 수있었더랬어. 뭐. 나야, 어차피 그때는 '학점'이라는게 뭔지도 제대로 몰랐고, 대학생활이라는게 가끔 출석일수만 채워주고 시험만 제때제때 보러가면 되는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별 문제 없었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그렇지 않더라고. 수능 대충 찍어서 뽀록으로 대학온게 아닌 똑똑한 아이들은 1학년때부터 참.. 열심히 하더라? ..뭐. 그랬으니깐 그치들은 진작 다들 좋은데 취업한거겠지만. 제기랄. 아무튼, 그렇게 바쁜척 하던 친구들이랑 다같이 모여서 작업할 시간을 맞춘다는게 생각처럼 녹록한 일이 아니였더랬어. 주말에 어쩌다 한번씩 모이는 걸로는, 도무지 '상영일' 전에 편집을 끝내기가 힘든 상황이였지. 그리고 상영일을 이틀 앞두고 동아리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지. 그것은 바로 밤샘편집 당시 필자가 다니던 학교의 영상 실습실은, 제3 연구동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위치에 있었는데, 더욱이 그 건물 맨 위의 4층에 있었던 탓에 여러모로 오르내리기도 불편했더랬지. 문제는, 같은 층에 비싼 장비들이 가득한 녹음 스튜디오, 사진동아리 인화실 등이 모여 있던 탓에 도난사건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재실하는 학생들은 경비실에 모두가 각자의 학생증을 맡겨놓고, '밤에는 복도 양 끝의 문을 잠가놓는다' 는 것이었지. 물론 경비아저씨께 사정얘기도 해봤지만 ..얄짤없더군. 그렇다고 편집을 포기할수야 있나. 결국 필자 이하, 영화동아리 신입생 7마리(여자3/남자4)는 하룻밤동안 제3 연구동 4층에 유배를당해야했지. 뭐.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니깐, 우리만 그랬던건 아니더라구. 거의 매년 반복되어왔던 짓이라, 특유의 야식주문 스킬[4층 창문에서 밧줄바구니를 이용해서 건내받기]도 전래되고있었고. 아무튼 그랬더랬지. 그런데 말이지. 이 인정머리없는 경비아저씨께서, 그것도 많이 배려해주신거라며 건물내의 전원을, 실습실과 화장실만 딱 남겨두고 몽땅 내려버리셨던 거야. 그 건물의 구조는 대충 이래. 그 건물은 각 층별로 홀수층은 남자 화장실, 짝수층은 여자화징실. 요렇게 나뉘어져있는데다가, 실습실이 있는 4층은 하필이면 여자화장실이였고. [그런 경우에는 어쩔수없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긴 했지만] 심지어 실습실과 화장실의 거리는, 중간에 깜깜한 복도를 끼고 무지무지 먼 곳에 떨어져있던 탓에 필자는 그 날 밤 화장실에 갈 생각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더랬지. 전에도 몇 번 말했었지만, 나는 진짜 생긴거랑 성격이랑 완전 반대거든. 익명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생긴건 무식하게 생겼는데 겁은 쳐많아. 불꺼진 한밤중의 복도 같은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었더랬어. 그래도 동아리 친구들 앞에서 그런 모양빠지는 모습은 절대 보여줄순 없으니, 저녁먹고 일찌감치 화장실에 한번 다녀왔었더랬지. 아.. 그런데 이게 무슨 빌어쳐먹을 시츄에이션인지 평소엔 후배들한테 전혀 신경도 안쓰던 선배하나가 복도 양끝의 문이 잠기기 직전에 와서 밤새 수고하라면서 피자 3판이랑 탄산음료 2병을 턱 놓고 가시는거야. ..내가.. 또.. 피자는.. 정말 좋아라하거든. 판에다 이렇게 글싸러 오는것도 꽤 좋아라하긴하지만, '글싸러갈래 피자먹을래' 하면 고민할것도 없이 바로 피자를 고르지 ㅋㅋ '한밤중의 학교화장실은 절대 가지 않겠다'는 목적으로 필사적으로 참고있었던 식욕을 결국 참아내지못하고 새벽 2시 쯤 됐을때였나, 같이 밤샘하던 친구들이 먹다 남긴 피자 몇조각을 걸신들린듯이 먹어치웠지. 콜라 패트 반병정도랑 같이.. 그리고 다시 한.. 새벽 3시가 되어갈때쯤 이였을꺼야. 작업하고있던 영상은 이제 슬슬 끝이 보이고 있었고.. 남은 부분은 이미 충분히 스텝들 간의 의견공유가 끝난 부분이었어서, 여자애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근처 책상밑으로 기어들어가 숙면의 늪에 빠져 있었고..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서 같이 작업하던 친구한테 "잠깐 눈이라도 붙여라"고 하고 결국 혼자 마무리를하고 있었더랬지. 아.. 하필 그 타이밍에 뱃속에서 신호가 오는거야.. 그래도 '빌어먹을.. 다들 잘만 쳐먹더니, 왜 나만..' 요런 생각을 하며 꾸욱 참고, 꿋꿋이 마우스질을 하고 있었더랬지. ..배가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어. 근데 왜 하필이면 그 순간에, 몇 일 전 선배한테 들었던 괴담이 생각나는건지.. "몇 년전에 취업이 안되는걸 비관한 사진동아리 여자애 하나가 실습실이 있는 그 층의 화장실에서 손목을 그었다" 는 그런 이야기였어. 뭐. 기껏해야 신입생들을 놀리려고 그럴싸하게 지어낸말이라고 생각은했었지만. ..왠지 그 순간만큼은 도저히 안되겠더라고. 방금 잠든 친구 얼굴을 슬쩍 봤지만, 이 나이에 혼자 화장실가기 무섭다고 자고있는 놈을 깨울수는 없잖아? 일단 실습실 문을 살짝 열고, 복도끝 화장실을 빼꼼 내다봤지. 한밤의 학교 복도는 상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어. 실습실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래도 복도끝 창문에 저녁노을이라도 비추고 있었지만, 지금 내눈에 보이는건 복도 끝으로 추정되는 벽 아래쪽에 박혀있는 녹색빛의 비상구 안내등이랑 화장실 옆에서 희미한 빛과 함께 웅웅-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 자판기 뿐. ..하지만 배설에 대한 욕구는 결국 공포를 뛰어넘고야 말았지. 아무리 분위기가 무섭다고 해도 뭐 멀쩡한 학교 화장실이 딱히 흉가같은 곳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화장실을 몇 미터 남겨두지도 않은위치에서 ㄸ느님을 싸버릴수는 없잖아? 고민끝에 필자는, 애들 자는데 모기들어갈까봐 친절하게 문까지 닫아놓고, 싸이 횽님의 챔피언을 흥얼거리며 어두운 복도에 들어섰지. 그리고 복도 저 끝에 보이는 푸른색 비상구 안내등만 바라보며 숨소리도 내지않고 복도를 걸었지. 차라리 복도 끝 쪽에 도달했을때에는 조금 나았어. 창가쪽에선 그럭저럭 바깥의 가로등 불빛같은것도 보였고. 그 위치에서는, 오히려 실습실이 있는 복도 반대편이 더 어둡게 보였더랬지. 아무튼 나는, 가능하면 아래층의 남자화장실로 가고 싶어서 혹시나 하며 계단 쪽 철문을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바깥쪽에서 단단히 남겨 있었어. 결국 어쩔수없이 눈앞의 화장실 문을 열었어. 선배가 말해줬던 괴담이 계속 머리속에서 맴돌고 있긴 했지만, '빨리 볼일 보고 나와야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더랬지. 역시 사람한테 가장 큰 공포를 주는건 상상력이라니까? ㅋㅋ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간 화장실은 생각보다 조명도 밝고 깨끗했어. 뭐. 4층의 실습실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다 강의실이었고. 오래된 건물이기는 했어도, 화장실만큼은 깔끔하게 리모델링도 되어있었고 그럭저럭 관리가 잘 되고있는듯 했지. 아무튼, 그때 나는 화장실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첫번째 칸으로 들어갔더랬어. ..아..... 이게 바로 천국.. 역시 사람은 먹는 만큼 싸야한다는걸 깨달았지. 그 순간만큼은 괴담이고 뭐고 전혀 생각나지 않더군. 다만 볼일을 다 보고 벽에 걸려있던 휴지를 드르륵 잡아 빼는데.. ..퐁. 하고.. 어디선가.. 높은 곳에서 물떨어지는 소리 같은게 들리는거야. 그냥 뭐. 화장실이니깐 '물소리 정도야 이상할것없지'라고 생각했지. 그대로 잠깐 앉아있어봤지만, '역시 잘못 들었나' 하고 일어나서 물을 내리려고 할 때쯤 이었어. ..퐁. 분명 아까와 같은 소리였지. 확실히 변기물에 ㄸ떨어지는 소리 같은건 아니였어. 누군가 화장실 천장에 매달려서 볼일을 보는게 아니라면 말이지. 이런저런 장애에도, 나는 일단 청력 자체는 그닥 나쁘지않았던터라, 소리의 위치도 대충은 알 수 있었어. 아까 들렸을때에는 불확실했지만 첫번째 칸에 앉아있던 내 오른쪽으로 다다음 칸 정도에서 들린것 같았어. 다만, 그 소리가 마치 화장실이 아닌, 동굴 같은데서 들리는것 처럼 느껴져 어딘지모르게 비현실적으로 들리긴 했지. 어째서인지 늘상 들리던 환청이랑 같은건지 아닌지는 구별하기가 힘들었어. 문제는, 그 순간 ㄸ느님과 함께 싸버렸다고 생각했던, 선배한테 들었던 그 괴담이 다시 생각나는거야. 그때 머리속에 떠올랐던 이미지는 정말 최악이었어. 내 옆옆 칸에, 손목에 상처가 난채로 변기에 기대앉아 있는 여자. 그 손목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이, 바닥에 고여있는 핏물웅덩이위로 떨어지고 있다. 대충 이런 이미지 였지. 아무튼, 나는 변기의 물을 내리고 밖으로 나왔지. 힘차게 울려퍼지는 물소리 전주에 힘입어 머리속에서 잠깐 멈춰뒀던 싸이의 챔피언 가사를 다시 재생시키며 세면대 쪽으로 향했어. 그리고 변기의 물내려 가는 소리가 멎을까 재빨리 세면대의 물을 세게 틀어놓고 손을 씻었지. 불현듯 닥친 공포감에 거울도 제대로 볼 수 없었어. 그리고 세면대의 물을 탁 잠그는데 아.. 하필이면 그 순간에 변기 물 채우는 소리까지 뚝 끊겼던거야. 그대로 밖으로 걸어 나가면 될걸.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요한 정적에 나도모르게 뒤를 한번 돌아보게됐지. 인간의 본능이라는게 참.. 하필이면 그 시선이, 아까 내가 있던 그 옆 옆 칸에 딱 고정되는거야. ..그 세번째 칸은.. ..문이 닫혀있었어. 방금 내가 나온 칸이랑 나머지 칸은 모두 문이 조금씩은 열려있었는데 말이지. 순간적으로 흠칫!하긴 했지만 그 닫혀있는 문 밑으로 내가 상상했던 핏물 웅덩이 따위는 보이지 않아서 살짝쿵 안심했더랬지. 근데, 새벽에 정신이 없었을 시간이었어서 그랬는지.. 그냥 나가면 되는걸, 무슨놈의 호기심이었는지 결국 말해버렸어. "거기 누구 있어?" 라고.. '..나랑 같이 밤샘하던 동기 중 한명이 먼저 화장실에 있었나?' 뭐. 은연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었나봐. ..그런데 닫혀있던 그 문 뒤에선 아무런 대답이 없더라고. 난 지금도 그렇지만 일단, 막연한 공포 그런건 정말 싫었어.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바깥의 깜깜한 복도보다 차라리 밝고 쾌적한 이 화장실이 낫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이 성스러운 안식의 공간에 그런 심적불안정 요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확실히 해두고 싶었어. 결국.. 세면대 쪽에서 쪼그려 앉아 세번째 칸 문의 아래쪽을 보았지. 바닥과 문 틈 사이엔 대략 7cm 정도 되는 틈이 있었지만 사람의 발 같은건 보이지 않았어. 지금 생각해보니깐, 되려 뭔가가 보였다면 더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안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나는, 세번째 칸으로 다가갔지. 그리고 문에 손을 대고 살짝 밀어보려했어. 그런데 문쪽으로 내밀던 내 손에 짧은 순간, 서늘한 한기 같은게 느껴지는거야. 그.. 왜.. 냉장고 문을 막 열고 그 안에 손을 집어넣을때의 느낌같은거 있잖아. 내밀던 손을 잠깐 멈췄었지만, 곧 문에 손이 닿았고, 살짝 힘을 줘서 밀어보았지. 덜컥-. 잠금쇠가 부딪히는 소리. ..문은 안쪽으로부터 잠겨져있었어. 그리고 정확히 왜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순간 '아. 안에 혹시 여자애라도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었나봐. 나도모르게 "아 미안" 이라고 내뱉고, 발길을 휙 돌리는데 이번엔 확실히 그 칸 안에서 ..퐁. 하는 소리가 마치 내 말에 대답하는것 처럼 들리는거야. 그 순간 난 제자리에 멈춰서서 전신에 돋은 소름에, 닭이 되버리는줄 알았어. .. 달렸지. 깜깜한 복도를 미친 닭처럼. 한밤중의 제3 연구동 4층 복도엔 내 발자국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어. 또.. 그 자판기 웅웅 거리는 소리는 왜그리 크던지. 어쨌든 나는 재빨리 실습실로 뛰어들어가 문을 탁 닫고, 잠금쇠를 걸어버렸지. 딱히 '뭔가가 쫓아온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일부러 복도 쪽을 내다 보고 싶지는 않았어. 복도 끝에 누군가 서있는 실루엣이 보이기라도 한다면 왠지 다시는 실습실에 못올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그리고 문을 닫자마자 혹시나싶어 바닥에 엎어져서 자고있던 동기들의 숫자를 세었지. 1, 2, 3, 4, 5.. 6.. ..어? 싶어서 순간 문을 다시 열뻔 했지만.. ...나까지 세야 일곱이었어. ㅋ 그 화장실 세번째 칸 안에 있던게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우리 중 하나는 아니라는게 확실했어. 결국, 그날 밤에는 컴퓨터 테이블에 등을 기댄채로 바닥에 쭈그려 앉아 애꿎은 실습실 문만 째려보며 밤을 지새웠더랬지. 영상 작업은 그날 아침에 수업을 띵겨먹은 후에야 겨우겨우 완성할수 있었어. 그리고 다음날 아침 , 동기들이 일어나자 마자 나는 이 이야기를 들려줬고 다같이 우르르 화장실로 달려갔더랬지. 나는 몇시간 전의 공포가 채 가시지 않아서 먼저 화장실 문틈으로 안을 힐끔 들여다봤고, .. 내 눈에 보인 세번째 칸은 다른 칸들과 똑같이 문이 살짝 열려있었어. 동기들은 나에게, "그냥 다른 사람이 안에 있었던거 아니야?" 라고 했고, 나 역시도 "..아..그랬나?ㅋㅋ" 했다가 이내 "..새벽 3시에?" 라고 되물었더랬지. 계속해서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에, 건물에서 나서는 길에 경비아저씨께, "저..4층에 우리 말고도 밤샘한 애들 있었어요?" 라고 물어봤지만.. 경비실 재실자명록에는 우리 일곱명의 이름밖에 없었고. 역시나 그때까지도 같은 층의 강의실은 모두 잠겨져 있었고. 녹음실과 사진동아리방도 그날 아침에서야 열린 참이었더랬지. 그리고 1년쯤 뒤에 나는 실습실에서 밤샘작업을 해야하는 후배들에게 그 경험담을 이야기해 줬더랬지 ㅋ 물론 효과는 만빵이었고 ㅋㅋ (다음날 후배들 전원이 다크써클ㅋㅋ) 그런데 그건 아직도 궁금해. 그날 밤 거기에 있었던건 대체 뭐였을까?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ㅋㅋ 이 판에 싸제낀 글의 숫자가 늘어나다보니깐기록하는 글의 특성상본의아니게 개인적인 얘기를 너무 과다하게 노출시킨것 같아.이대로 조금만 더 갔다간판에 상주할지도 모르는 필자의 친구 몇놈이 냄새를 맡아버릴지도 모르겠어. 글을 계속 쓰고 싶기는 한데,괜히 꼬리밟혀서 이상한놈 취급 받는건 그닥 내키지않으니깐.. 앞으로 쓰게될 글에는피치못하게 지명이랑 사람이름, 숫자등은 임의로 각색을 좀 해야될것 같아. 보는분들이 이해해주기를 부탁해. 열한번째 글을 맞아, 앞으로는 꼬박꼬박 답글에다가 리플 달아 놓겠음. 다들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래. 또 기분나쁜일 생기면 글싸러 올게 ㅋ 132
▶ 귀신같은거 절대 안보이는 남자. 11
에잇.
11이라는 숫자 달기도 애매해서
맘에는 안들지만
그냥 쓰던 제목 그대로 가기로 했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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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니영 친구들.
아무도 찾지않았지만
그런거 상관않고 꿋꿋하게 돌아온 아베말이야.
아. 오늘도 몇가지 잡설 먼저 투척하고 시작할게.
첫째, 필자는 이 판에 글쓰시는 몇몇 '특별한 분들'과는 다르게
귀신같은건 볼줄도 모르고, 본적도 없고, 보고싶지도않은 그냥 겁많고 평범한 사람이야.
둘째, 이 글은 별 의미는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일 뿐이지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겸사겸사 심심찮은 오락거리가 되어드릴수도 있겠다 싶어서
소중한 포도알을 포기하고 굳이 여기에다가 기록하는거야 ㅋㅋ.
셋째, "믿어달라"는게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니까, 읽어보시고 석연치않다 싶으신 분들은 그냥
자작으로치부하고 웃어넘겨주셔도 괜찮아.
그러면
열 한번째 이야기를 시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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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번째 기억. 잠겨있는.
그때가 아마.. 2004년 5월 이었을거야.
당시 필자는, 대학에 갓 들어간 풋풋한 새내기 대학생이었더랬지.
이제 막 힘든 재수생 생활을 청산하고 정상적인 인간의 범주로 돌아왔던 터라
눈에 보이는 모든게 아름다웠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게 행복했던 무렵이었어.
물론,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어려서부터 시트콤을 보며 키워왔던 '대학생활의 환상'을 몸소 체험하기위해,
동아리부터 찾아 들어갔더랬지.
동아리를 고른 기준은 당연히, 취미와 적성이었어.
그래서 같은 과 최고 퀸카선배가 속해있던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게되었지.
그 동아리는 학교 축제 기간에 직접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는것을 연례행사로 하고있었는데,
물론 나 때도 예외는 아니었지.
거의 매일같이 열심히 각본쓰고, 배우구해다가 찍고, 편집하기에 바빴더랬어.
맹세코, 그 여자선배한테 잘보이기 위해서는 아니였지.
5월 초순이었나.. 축제를 몇 주 앞둔 날이었을꺼야.
형편없는 실력이었지만, 그래도 직접 제작한 영화를 상영한다는 기쁨에
동기랑 선배들이랑 같이 신나게 밤낮없이 찍고 편집하던 때였지.
그냥 집에있는 개인 컴퓨터 같은걸로 편집하고 했다면 참 편했겠지만
아무래도 명목이 공동작업이다 보니깐,
'함께 만든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는거잖아?
그래서 어쩔수 없이 학교 영상실습실에서,
모두 모여있을때에나 편집을 할 수있었더랬어.
뭐. 나야, 어차피 그때는 '학점'이라는게 뭔지도 제대로 몰랐고,
대학생활이라는게 가끔 출석일수만 채워주고 시험만 제때제때 보러가면 되는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별 문제 없었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그렇지 않더라고.
수능 대충 찍어서 뽀록으로 대학온게 아닌
똑똑한 아이들은 1학년때부터 참.. 열심히 하더라?
..뭐. 그랬으니깐 그치들은 진작 다들 좋은데 취업한거겠지만. 제기랄.
아무튼, 그렇게 바쁜척 하던 친구들이랑 다같이 모여서
작업할 시간을 맞춘다는게 생각처럼 녹록한 일이 아니였더랬어.
주말에 어쩌다 한번씩 모이는 걸로는,
도무지 '상영일' 전에 편집을 끝내기가 힘든 상황이였지.
그리고 상영일을 이틀 앞두고
동아리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지.
그것은 바로 밤샘편집
당시 필자가 다니던 학교의 영상 실습실은,
제3 연구동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위치에 있었는데,
더욱이 그 건물 맨 위의 4층에 있었던 탓에 여러모로 오르내리기도 불편했더랬지.
문제는,
같은 층에 비싼 장비들이 가득한 녹음 스튜디오, 사진동아리 인화실 등이 모여 있던 탓에
도난사건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재실하는 학생들은 경비실에 모두가 각자의 학생증을 맡겨놓고,
'밤에는 복도 양 끝의 문을 잠가놓는다' 는 것이었지.
물론 경비아저씨께 사정얘기도 해봤지만
..얄짤없더군.
그렇다고 편집을 포기할수야 있나.
결국 필자 이하, 영화동아리 신입생 7마리(여자3/남자4)는
하룻밤동안 제3 연구동 4층에 유배를당해야했지.
뭐.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니깐, 우리만 그랬던건 아니더라구.
거의 매년 반복되어왔던 짓이라,
특유의 야식주문 스킬[4층 창문에서 밧줄바구니를 이용해서 건내받기]도 전래되고있었고.
아무튼 그랬더랬지.
그런데 말이지.
이 인정머리없는 경비아저씨께서, 그것도 많이 배려해주신거라며
건물내의 전원을, 실습실과 화장실만 딱 남겨두고 몽땅 내려버리셨던 거야.
그 건물의 구조는 대충 이래.
그 건물은 각 층별로 홀수층은 남자 화장실, 짝수층은 여자화징실.
요렇게 나뉘어져있는데다가, 실습실이 있는 4층은 하필이면 여자화장실이였고.
[그런 경우에는 어쩔수없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긴 했지만]
심지어 실습실과 화장실의 거리는, 중간에 깜깜한 복도를 끼고 무지무지 먼 곳에 떨어져있던 탓에
필자는 그 날 밤 화장실에 갈 생각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더랬지.
전에도 몇 번 말했었지만, 나는 진짜
생긴거랑 성격이랑 완전 반대거든.
익명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생긴건 무식하게 생겼는데 겁은 쳐많아.
불꺼진 한밤중의 복도 같은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었더랬어.
그래도 동아리 친구들 앞에서 그런 모양빠지는 모습은 절대
보여줄순 없으니, 저녁먹고 일찌감치 화장실에 한번 다녀왔었더랬지.
아.. 그런데 이게 무슨 빌어쳐먹을 시츄에이션인지
평소엔 후배들한테 전혀 신경도 안쓰던 선배하나가
복도 양끝의 문이 잠기기 직전에 와서
밤새 수고하라면서 피자 3판이랑 탄산음료 2병을 턱 놓고 가시는거야.
..내가.. 또.. 피자는.. 정말 좋아라하거든.
판에다 이렇게 글싸러 오는것도 꽤 좋아라하긴하지만,
'글싸러갈래 피자먹을래' 하면 고민할것도 없이 바로 피자를 고르지 ㅋㅋ
'한밤중의 학교화장실은 절대 가지 않겠다'는 목적으로
필사적으로 참고있었던 식욕을 결국 참아내지못하고
새벽 2시 쯤 됐을때였나,
같이 밤샘하던 친구들이 먹다 남긴 피자 몇조각을 걸신들린듯이 먹어치웠지.
콜라 패트 반병정도랑 같이..
그리고 다시
한.. 새벽 3시가 되어갈때쯤 이였을꺼야.
작업하고있던 영상은 이제 슬슬 끝이 보이고 있었고..
남은 부분은 이미 충분히 스텝들 간의 의견공유가 끝난 부분이었어서,
여자애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근처 책상밑으로 기어들어가 숙면의 늪에 빠져 있었고..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서 같이 작업하던 친구한테
"잠깐 눈이라도 붙여라"고 하고
결국 혼자 마무리를하고 있었더랬지.
아..
하필 그 타이밍에 뱃속에서 신호가 오는거야..
그래도
'빌어먹을.. 다들 잘만 쳐먹더니, 왜 나만..' 요런 생각을 하며
꾸욱 참고, 꿋꿋이 마우스질을 하고 있었더랬지.
..배가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어.
근데 왜 하필이면 그 순간에, 몇 일 전 선배한테 들었던 괴담이 생각나는건지..
"몇 년전에 취업이 안되는걸 비관한 사진동아리 여자애 하나가 실습실이 있는 그 층의 화장실에서 손목을 그었다" 는 그런 이야기였어.
뭐. 기껏해야 신입생들을 놀리려고 그럴싸하게 지어낸말이라고 생각은했었지만.
..왠지 그 순간만큼은 도저히 안되겠더라고.
방금 잠든 친구 얼굴을 슬쩍 봤지만,
이 나이에 혼자 화장실가기 무섭다고 자고있는 놈을 깨울수는 없잖아?
일단 실습실 문을 살짝 열고, 복도끝 화장실을 빼꼼 내다봤지.
한밤의 학교 복도는 상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어.
실습실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래도 복도끝 창문에 저녁노을이라도 비추고 있었지만,
지금 내눈에 보이는건
복도 끝으로 추정되는 벽 아래쪽에 박혀있는 녹색빛의 비상구 안내등이랑
화장실 옆에서 희미한 빛과 함께 웅웅-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 자판기 뿐.
..하지만 배설에 대한 욕구는 결국 공포를 뛰어넘고야 말았지.
아무리 분위기가 무섭다고 해도 뭐
멀쩡한 학교 화장실이 딱히 흉가같은 곳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화장실을 몇 미터 남겨두지도 않은위치에서
ㄸ느님을 싸버릴수는 없잖아?
고민끝에 필자는, 애들 자는데 모기들어갈까봐
친절하게 문까지 닫아놓고,
싸이 횽님의 챔피언을 흥얼거리며
어두운 복도에 들어섰지.
그리고 복도 저 끝에 보이는 푸른색 비상구 안내등만 바라보며
숨소리도 내지않고 복도를 걸었지.
차라리 복도 끝 쪽에 도달했을때에는 조금 나았어.
창가쪽에선 그럭저럭 바깥의 가로등 불빛같은것도 보였고.
그 위치에서는, 오히려 실습실이 있는 복도 반대편이 더 어둡게 보였더랬지.
아무튼 나는,
가능하면 아래층의 남자화장실로 가고 싶어서
혹시나 하며 계단 쪽 철문을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바깥쪽에서 단단히 남겨 있었어.
결국 어쩔수없이 눈앞의 화장실 문을 열었어.
선배가 말해줬던 괴담이 계속 머리속에서 맴돌고 있긴 했지만,
'빨리 볼일 보고 나와야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더랬지.
역시 사람한테 가장 큰 공포를 주는건 상상력이라니까? ㅋㅋ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간 화장실은
생각보다 조명도 밝고 깨끗했어.
뭐. 4층의 실습실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다 강의실이었고.
오래된 건물이기는 했어도,
화장실만큼은 깔끔하게 리모델링도 되어있었고
그럭저럭 관리가 잘 되고있는듯 했지.
아무튼, 그때 나는
화장실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첫번째 칸으로 들어갔더랬어.
..아..... 이게 바로 천국..
역시 사람은 먹는 만큼 싸야한다는걸 깨달았지.
그 순간만큼은 괴담이고 뭐고 전혀 생각나지 않더군.
다만 볼일을 다 보고 벽에 걸려있던 휴지를 드르륵 잡아 빼는데..
..퐁.
하고.. 어디선가..
높은 곳에서 물떨어지는 소리 같은게 들리는거야.
그냥 뭐. 화장실이니깐
'물소리 정도야 이상할것없지'라고 생각했지.
그대로 잠깐 앉아있어봤지만,
'역시 잘못 들었나' 하고
일어나서 물을 내리려고 할 때쯤 이었어.
..퐁.
분명 아까와 같은 소리였지.
확실히 변기물에 ㄸ떨어지는 소리 같은건 아니였어.
누군가 화장실 천장에 매달려서 볼일을 보는게 아니라면 말이지.
이런저런 장애에도, 나는 일단 청력 자체는 그닥 나쁘지않았던터라,
소리의 위치도 대충은 알 수 있었어.
아까 들렸을때에는 불확실했지만
첫번째 칸에 앉아있던 내 오른쪽으로 다다음 칸 정도에서 들린것 같았어.
다만, 그 소리가 마치 화장실이 아닌,
동굴 같은데서 들리는것 처럼 느껴져 어딘지모르게 비현실적으로 들리긴 했지.
어째서인지 늘상 들리던 환청이랑 같은건지 아닌지는 구별하기가 힘들었어.
문제는, 그 순간
ㄸ느님과 함께 싸버렸다고 생각했던,
선배한테 들었던 그 괴담이 다시 생각나는거야.
그때 머리속에 떠올랐던 이미지는 정말 최악이었어.
내 옆옆 칸에,
손목에 상처가 난채로 변기에 기대앉아 있는 여자.
그 손목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이,
바닥에 고여있는 핏물웅덩이위로 떨어지고 있다.
대충 이런 이미지 였지.
아무튼, 나는 변기의 물을 내리고 밖으로 나왔지.
힘차게 울려퍼지는 물소리 전주에 힘입어
머리속에서 잠깐 멈춰뒀던
싸이의 챔피언 가사를 다시 재생시키며
세면대 쪽으로 향했어.
그리고 변기의 물내려 가는 소리가 멎을까
재빨리 세면대의 물을 세게 틀어놓고
손을 씻었지.
불현듯 닥친 공포감에 거울도 제대로 볼 수 없었어.
그리고 세면대의 물을 탁 잠그는데
아..
하필이면 그 순간에 변기 물 채우는 소리까지 뚝 끊겼던거야.
그대로 밖으로 걸어 나가면 될걸.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요한 정적에
나도모르게 뒤를 한번 돌아보게됐지.
인간의 본능이라는게 참..
하필이면 그 시선이,
아까 내가 있던 그 옆 옆 칸에 딱 고정되는거야.
..그 세번째 칸은..
..문이 닫혀있었어.
방금 내가 나온 칸이랑 나머지 칸은 모두 문이 조금씩은 열려있었는데 말이지.
순간적으로 흠칫!하긴 했지만
그 닫혀있는 문 밑으로
내가 상상했던 핏물 웅덩이 따위는 보이지 않아서 살짝쿵 안심했더랬지.
근데, 새벽에 정신이 없었을 시간이었어서 그랬는지..
그냥 나가면 되는걸, 무슨놈의 호기심이었는지
결국 말해버렸어.
"거기 누구 있어?" 라고..
'..나랑 같이 밤샘하던 동기 중 한명이 먼저 화장실에 있었나?'
뭐. 은연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었나봐.
..그런데 닫혀있던 그 문 뒤에선
아무런 대답이 없더라고.
난 지금도 그렇지만 일단, 막연한 공포 그런건 정말 싫었어.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바깥의 깜깜한 복도보다 차라리 밝고 쾌적한 이 화장실이 낫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이 성스러운 안식의 공간에 그런 심적불안정 요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확실히 해두고 싶었어.
결국..
세면대 쪽에서 쪼그려 앉아 세번째 칸 문의 아래쪽을 보았지.
바닥과 문 틈 사이엔 대략 7cm 정도 되는 틈이 있었지만
사람의 발 같은건 보이지 않았어.
지금 생각해보니깐,
되려 뭔가가 보였다면 더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안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나는,
세번째 칸으로 다가갔지.
그리고 문에 손을 대고 살짝 밀어보려했어.
그런데
문쪽으로 내밀던 내 손에
짧은 순간,
서늘한 한기 같은게 느껴지는거야.
그.. 왜.. 냉장고 문을 막 열고 그 안에 손을 집어넣을때의 느낌같은거 있잖아.
내밀던 손을 잠깐 멈췄었지만, 곧 문에 손이 닿았고,
살짝 힘을 줘서 밀어보았지.
덜컥-.
잠금쇠가 부딪히는 소리.
..문은 안쪽으로부터 잠겨져있었어.
그리고 정확히 왜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순간
'아. 안에 혹시 여자애라도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었나봐.
나도모르게
"아 미안"
이라고 내뱉고, 발길을 휙 돌리는데
이번엔 확실히 그 칸 안에서
..퐁.
하는 소리가
마치 내 말에 대답하는것 처럼 들리는거야.
그 순간 난 제자리에 멈춰서서
전신에 돋은 소름에, 닭이 되버리는줄 알았어.
..
달렸지.
깜깜한 복도를 미친 닭처럼.
한밤중의 제3 연구동 4층 복도엔
내 발자국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어.
또.. 그 자판기 웅웅 거리는 소리는 왜그리 크던지.
어쨌든 나는 재빨리 실습실로 뛰어들어가
문을 탁 닫고, 잠금쇠를 걸어버렸지.
딱히 '뭔가가 쫓아온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일부러 복도 쪽을 내다 보고 싶지는 않았어.
복도 끝에 누군가 서있는 실루엣이 보이기라도 한다면
왠지 다시는 실습실에 못올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그리고 문을 닫자마자 혹시나싶어
바닥에 엎어져서 자고있던 동기들의 숫자를 세었지.
1, 2, 3, 4,
5..
6..
..어?
싶어서 순간 문을 다시 열뻔 했지만..
...나까지 세야 일곱이었어. ㅋ
그 화장실 세번째 칸 안에 있던게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우리 중 하나는 아니라는게 확실했어.
결국, 그날 밤에는 컴퓨터 테이블에 등을 기댄채로 바닥에 쭈그려 앉아
애꿎은 실습실 문만 째려보며 밤을 지새웠더랬지.
영상 작업은 그날 아침에 수업을 띵겨먹은 후에야
겨우겨우 완성할수 있었어.
그리고 다음날 아침 ,
동기들이 일어나자 마자 나는 이 이야기를 들려줬고
다같이 우르르 화장실로 달려갔더랬지.
나는 몇시간 전의 공포가 채 가시지 않아서
먼저 화장실 문틈으로 안을 힐끔 들여다봤고,
..
내 눈에 보인 세번째 칸은
다른 칸들과 똑같이 문이 살짝 열려있었어.
동기들은 나에게,
"그냥 다른 사람이 안에 있었던거 아니야?" 라고 했고,
나 역시도
"..아..그랬나?ㅋㅋ" 했다가
이내
"..새벽 3시에?" 라고 되물었더랬지.
계속해서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에,
건물에서 나서는 길에 경비아저씨께,
"저..4층에 우리 말고도 밤샘한 애들 있었어요?" 라고 물어봤지만..
경비실 재실자명록에는 우리 일곱명의 이름밖에 없었고.
역시나 그때까지도 같은 층의 강의실은 모두 잠겨져 있었고.
녹음실과 사진동아리방도 그날 아침에서야 열린 참이었더랬지.
그리고 1년쯤 뒤에
나는
실습실에서 밤샘작업을 해야하는 후배들에게
그 경험담을 이야기해 줬더랬지 ㅋ
물론 효과는 만빵이었고 ㅋㅋ (다음날 후배들 전원이 다크써클ㅋㅋ)
그런데
그건 아직도 궁금해.
그날 밤 거기에 있었던건 대체 뭐였을까?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ㅋㅋ
이 판에 싸제낀 글의 숫자가 늘어나다보니깐
기록하는 글의 특성상
본의아니게 개인적인 얘기를 너무 과다하게 노출시킨것 같아.
이대로 조금만 더 갔다간
판에 상주할지도 모르는 필자의 친구 몇놈이 냄새를 맡아버릴지도 모르겠어.
글을 계속 쓰고 싶기는 한데,
괜히 꼬리밟혀서 이상한놈 취급 받는건 그닥 내키지않으니깐..
앞으로 쓰게될 글에는
피치못하게 지명이랑 사람이름, 숫자등은
임의로 각색을 좀 해야될것 같아.
보는분들이 이해해주기를 부탁해.
열한번째 글을 맞아,
앞으로는 꼬박꼬박 답글에다가 리플 달아 놓겠음.
다들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래.
또 기분나쁜일 생기면 글싸러 올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