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世界化, Globalisation)는 20세기 후반 세계 경제의 키워드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비약적 발달로 인해 세계 경제 지도에는 이제 국경선이 그 의미를 잃었다. 한국에 살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구경하기가 이젠 힘들어진 세상이다.
이런 세계화 현상은 스포츠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국내 축구보다 유럽 축구의 인기가 훨씬 높다. 참여라는 관점에서는 여전히 축구가 인기종목이지만 '관전' 측면에서는 유럽 축구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이달 3일 있었던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 나섰던 국가대표팀 선발 11명 중 6명이 해외 취업자였다. 이젠 아시아, 유럽, 남미 등의 지리적 개념으론 세계 프로스포츠 시장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지동원의 사례는 한국 축구의 세계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양제철고를 졸업한 지 1년반밖에 안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유럽의 3개 구단이 달려들었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PSV에인트호번은 둘째치고 선덜랜드의 관심은 대단히 흥미롭다. 과거 한국 축구와 전혀 연을 맺은 적이 없는데도 갑자기 나타나 영입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아무리 아시안컵에서 활약했다고 해도 과거에는 흔히 경험할 수 없던 상황이다. 한국 선수들도 유럽 축구 스카우팅 네트워크의 방대한 탐지 범위 안에 포함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유럽 축구시장 편입(세계화)이 마냥 반갑기만 하지는 않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 세계화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전남은 지동원에게 걸었던 바이아웃 금액 때문에 좌충우돌했다. 국내 언론과의 연락 두절이란 희한한 대응으로 전남은 이른바 "무능력하다"라는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무능력'이라기보다 세계와의 조우에 대한 준비가 미비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에게 프리미어리그 구단이 영입 제안을 보낼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이번 건이 모든 K리그 구단에도 좋은 참고사례가 되었다. K리그 구단도 이제 인재 관리 체제를 유럽식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 유럽과 한국의 축구 노동시장이 크로스-오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은 단지 첫 번째로 나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물론 우리 것을 버리고 당장 내일부터 유럽 것을 선택할 순 없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로컬 룰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양쪽의 교집합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한국의 청소년 체육은 여전히 학원 스포츠를 기본으로 한다. 초중고를 거쳐 대학교에 진학한 뒤 프로구단에 입문하는 선수들이 아직도 고졸 프로 직행 선수들보다 훨씬 많다. 분명한 점은 시장의 유럽화 현상에 따라 후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청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학교 중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계기도 결국 클럽제도의 확대였다. 축구 시장의 무게중심이 미국식 학원 스포츠에서 유럽식 클럽제로 옮겨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다.
올림픽 대표팀의 입지 변화도 재미있다. 한국에서 올림픽 대표팀은 월드컵 대표팀 다음가는 국민적 관심 대상이다. 오늘날까지 뿌리깊게 남아있는 군사정권 스포츠 정책(스포츠의 국위선양 도구화)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병역특혜까지 보태져 국내 축구계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했었다. 선수 차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홍명보호의 편의를 봐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이유도 결국 그런 인식의 뿌리였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세계화 앞에서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선수 차출을 놓고 국내에서는 일어났던 불협화음을 깔끔하게 정리한 것은 다름아닌 세계화 현상이었다. 구자철과 김보경의 소속팀(볼프스부르크, 세레소 오사카)이 글로벌 규정(FIFA)을 근거로 두 선수의 차출을 거부했다. 국내 축구계는 올림픽 지상주의라는 '우리만의 세상' 안에 갇혀 티격태격하다가 정작 따라야 할 세계화 시장의 공통 질서를 망각한 것이다. 남의 떡을 놓고 자기들끼리 쓸데없이 다퉈 결국 서로 감정만 상했다.
그렇다고 한국 축구 시장이 아직까지 '우물 안 개구리'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한국 축구의 유럽화를 경험하고 있다. 학원 축구는 이미 리그제로 전환되었다. K리그도 승강제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손흥민, 남태희처럼 아예 유럽에서 프로 데뷔해 대표팀으로 역수입되는 케이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국 현지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코스를 밟고 있는 '유럽형' 지도자 후보들도 있다. 지금껏 미국과 일본만 바라보던 한국 축구의 진행방향은 점차 유럽 쪽으로 방향타를 돌리고 있다.
한국 축구는 더 이상 '로컬 마켓'이 아니다. 고등학교 유망주들조차 에이전트가 붙어있고 유럽 스카우트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을 위한 소속팀의 희생이 암묵적으로 용인되었던 구시대의 잔재도 이젠 세계화의 흐름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역사와 전통은 지키되 시장 경쟁력은 키워나가야지만 축구 발전도 가능하다.
세계 축구 주류로 편입하려는 한국
[스포탈코리아 2011-06-22]
세계화(世界化, Globalisation)는 20세기 후반 세계 경제의 키워드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비약적 발달로 인해 세계 경제 지도에는 이제 국경선이 그 의미를 잃었다. 한국에 살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구경하기가 이젠 힘들어진 세상이다.
이런 세계화 현상은 스포츠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국내 축구보다 유럽 축구의 인기가 훨씬 높다. 참여라는 관점에서는 여전히 축구가 인기종목이지만 '관전' 측면에서는 유럽 축구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이달 3일 있었던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 나섰던 국가대표팀 선발 11명 중 6명이 해외 취업자였다. 이젠 아시아, 유럽, 남미 등의 지리적 개념으론 세계 프로스포츠 시장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지동원의 사례는 한국 축구의 세계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양제철고를 졸업한 지 1년반밖에 안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유럽의 3개 구단이 달려들었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PSV에인트호번은 둘째치고 선덜랜드의 관심은 대단히 흥미롭다. 과거 한국 축구와 전혀 연을 맺은 적이 없는데도 갑자기 나타나 영입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아무리 아시안컵에서 활약했다고 해도 과거에는 흔히 경험할 수 없던 상황이다. 한국 선수들도 유럽 축구 스카우팅 네트워크의 방대한 탐지 범위 안에 포함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유럽 축구시장 편입(세계화)이 마냥 반갑기만 하지는 않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 세계화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전남은 지동원에게 걸었던 바이아웃 금액 때문에 좌충우돌했다. 국내 언론과의 연락 두절이란 희한한 대응으로 전남은 이른바 "무능력하다"라는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무능력'이라기보다 세계와의 조우에 대한 준비가 미비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에게 프리미어리그 구단이 영입 제안을 보낼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이번 건이 모든 K리그 구단에도 좋은 참고사례가 되었다. K리그 구단도 이제 인재 관리 체제를 유럽식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 유럽과 한국의 축구 노동시장이 크로스-오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은 단지 첫 번째로 나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물론 우리 것을 버리고 당장 내일부터 유럽 것을 선택할 순 없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로컬 룰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양쪽의 교집합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한국의 청소년 체육은 여전히 학원 스포츠를 기본으로 한다. 초중고를 거쳐 대학교에 진학한 뒤 프로구단에 입문하는 선수들이 아직도 고졸 프로 직행 선수들보다 훨씬 많다. 분명한 점은 시장의 유럽화 현상에 따라 후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청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학교 중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계기도 결국 클럽제도의 확대였다. 축구 시장의 무게중심이 미국식 학원 스포츠에서 유럽식 클럽제로 옮겨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다.
올림픽 대표팀의 입지 변화도 재미있다. 한국에서 올림픽 대표팀은 월드컵 대표팀 다음가는 국민적 관심 대상이다. 오늘날까지 뿌리깊게 남아있는 군사정권 스포츠 정책(스포츠의 국위선양 도구화)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병역특혜까지 보태져 국내 축구계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했었다. 선수 차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홍명보호의 편의를 봐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이유도 결국 그런 인식의 뿌리였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세계화 앞에서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선수 차출을 놓고 국내에서는 일어났던 불협화음을 깔끔하게 정리한 것은 다름아닌 세계화 현상이었다. 구자철과 김보경의 소속팀(볼프스부르크, 세레소 오사카)이 글로벌 규정(FIFA)을 근거로 두 선수의 차출을 거부했다. 국내 축구계는 올림픽 지상주의라는 '우리만의 세상' 안에 갇혀 티격태격하다가 정작 따라야 할 세계화 시장의 공통 질서를 망각한 것이다. 남의 떡을 놓고 자기들끼리 쓸데없이 다퉈 결국 서로 감정만 상했다.
그렇다고 한국 축구 시장이 아직까지 '우물 안 개구리'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한국 축구의 유럽화를 경험하고 있다. 학원 축구는 이미 리그제로 전환되었다. K리그도 승강제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손흥민, 남태희처럼 아예 유럽에서 프로 데뷔해 대표팀으로 역수입되는 케이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국 현지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코스를 밟고 있는 '유럽형' 지도자 후보들도 있다. 지금껏 미국과 일본만 바라보던 한국 축구의 진행방향은 점차 유럽 쪽으로 방향타를 돌리고 있다.
한국 축구는 더 이상 '로컬 마켓'이 아니다. 고등학교 유망주들조차 에이전트가 붙어있고 유럽 스카우트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을 위한 소속팀의 희생이 암묵적으로 용인되었던 구시대의 잔재도 이젠 세계화의 흐름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역사와 전통은 지키되 시장 경쟁력은 키워나가야지만 축구 발전도 가능하다.
〈스포탈코리아 홍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