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명함을 만들어드렸습니다.

사랑합니다.2011.06.30
조회128

톡 가끔 보는 이십대 입니다.

 

저는 지금 혼자 경기도에서 자취를 하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 떠나온지 6개월 밖에 안됐는데

온 몸과 마음이 병들어

결국 다시 엄마가 계시는 집으로 내려갑니다.

 

나이를 이렇게나 처 먹고도 혼자 내 몸, 내 정신 하나 감당 못하는 못난 딸이라 너무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어쩌면 정말 아는 사람한테 속아서(?) 시작하게 된 객지 생활에

얻은 것보다는 잃은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늘 울다 찌그러져서 잠든게 벌써 6개월.

왜 나는 이것 밖에 안되는 건지 너무 내 자신이 못나 보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게 된 것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웹디자인 입니다.

전문적으로 배운것도 아니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지만 이 일이 몹시 좋습니다.

하나하나 알아가는게 즐겁고 행복합니다.

 

걱정하실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 아프다고 힘들다고 말도 못하고 끙끙거리다

집으로 가면 안되겠냐고 물어본게 20여일 전 입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서 날 바라보던 엄마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못날 딸 끝까지 믿어주는 우리 엄마가 너무 고맙습니다.

 

우리 여섯남매 키우면서 온갖 안 해본일 없이 힘들게 사신 엄마입니다.

이제 겨우 50.

무릎의 연골이 다 닳아 서 있는것 조차 힘드신 우리 엄마는 시장에서 반찬을 만들어 파십니다.

조금이라도 더 힘이 있을 때, 내 힘으로 걸을 수 있을 때

자식들 뒷바라지 조금이라도 더 해야한다며 힘든 몸으로 하루종일 김치를 담그시고 장어를 손질하시고 반찬을 만들어 저희의 용돈을 마련하시고 생활비를 마련하십니다.

 

집에가면 늘 엄마를 많이 도와줘야겠다 생각하지만 그게 또 마음처럼 쉬운게 아니라

늘 엄마한테 투정만 부리고 맙니다.

 

일을 그만두면서 엄마의 명함을 만들어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딸이 명색에 디자이넌데. 부족한 실력이지만

엄마 명함 하나 쯤은 직접 제 손으로 만들어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나 짓고 작은 가게나 하면서 살던 아줌마가 생전 자기 이름 석자 들어간 명함한번 가질 일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여섯남매의 엄마로,

한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자 멋진 아내로, 큰 며느리로 열심히 살아온 우리 엄마는

충분히 그 어느 누구보다 성공한 사람입니다.

 

힘든 가족사야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만 우리 집의 기구한 가족사를 말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울한 이야기는 그만 할려구요.

모든것을 잃었지만 우리는 분명 다시 시작하고 있고 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고생하는 우리 엄마, 아빠, 언니, 동생들.

해가 뜨기 전의 새벽이 가장 깜깜하다고 합니다.

곧 뜰 해를 기다리며 우리 가족은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합니다.

 

어제는 제 스물여섯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엄마아빠께 이렇게 예쁘게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더 멋지게 열심히 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정말이지 더 훌륭히 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부모님.

엄마의 명함을 만들어드렸습니다.

 

 

 

 

 

 

 

 

저희 엄마 음식솜씨 좋으십니다.

보성 놀러가시는 분들 장어탕 드시고 가세요! 짱

 

 

 

 엄마의 명함을 만들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