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와 저, 누가 이상한건가요

익명2011.07.03
조회291

 

23살 여대생입니다

그동안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일들과 분노를 억제할 길이 없어서 이렇게 판으로라도 풀어놓으려 해요

그냥 하소연이다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태도는 항상 비상식적이며 불합리해서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항상 엄마가 제게 하던 말대로 이상한 건 저인줄 알았지만,

나이가 먹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상한 건 저보다는 엄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최근에 있었던 몇 가지 일화들을 먼저 들려드릴게요

 

 

 

몇 달 전 저랑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너무 슬프고 마음 아파서 몇일동안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네요

물론 우리집에도 자주 놀러오던 친구라 엄마도 아는 친구였구요

 

친구의 발인을 마치고 집에 있는데 엄마랑 동생이 말싸움을 하대요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조용히 쉬고 싶은데 말싸움을 하니까 저도 짜증이 나서 엄마에게 짜증을 냈습니다

그러더니 엄마한테 짜증낸다고 온 집안이 뒤집어져라 화를 내고 쌍욕을 하대요

 

얼마나 슬프고 힘드냐고 위로해주는건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때에는 짜증을 내든 뭘하든, '얼마나 힘들어서 그러겠느냐'고 이해해주길 바랐는데

역시 우리엄마는 그런 사람이 아니더군요

 

온갖 쌍욕에 화내는걸 듣다보니까 안그래도 미치겠는거 정말 미치겠어서

자리에 주저앉아 울면서 소리지르고 발작 일으켰습니다

 

저 그러는거 잠자코 보고있다가 그러대요

'쑈하고있네'

 

 

'이지랄하는이유가뭔데?'

 

정말 몰라서 묻는건가 싶어서 또 울면서 소리질렀습니다

나 오늘 친구 발인 갔다왔는데 좀 이해해줘야 되는거 아니냐고, 가만히좀 냅두면 안되냐고,

그렇게 옆에서 사람 신경 건들고 쌍욕하고 화내고 해야 되겠냐고

 

그러니까 하는 말이 가관이네요

 

'니 친구 뒤진건 뒤진거고 왜 엄마한테 짜증내고 지랄인데'

 

 

남이여도 저렇게는 말 못할겁니다

저 말 듣는 순간 그 동안 어떻게든 쌓아오려했던 가족간의 정이고 신뢰고 뭐고 다 무너져내리대요

그 길로 집 뛰쳐나가서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들어오니까 코골면서 자고 있는데 그거 보니까 진짜 소름끼치대요

 

그리고 다음날에 밖에 나가있는데 동생한테 문자오더군요

'엄마가 삼겹살 먹으라고 일찍 오래~'

 

 

사람 마음을 그렇게 찢어놓고 먹을걸로 되나요?

어이없어서 밤 늦게서야 들어갔더니 자기말 무시했다고 또 욕하대요

 

 

 

 

 

 

 

 

이건 어제 일이에요

 

제가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땀을 정말 심하게 많이 흘립니다

우리나라 사람중 0.1%에 불과하다는 다한증이구요 그 중에서도 증세가 심한 편입니다

일반사람들 땀 많이 흘리는거하곤 차원이 다르구요, 여름겨울 가릴 거 없이 온몸이 푹 젖어요

무한도전의 싸이보다 더 심하다고 보시면 되요 

 

당연히 일상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있고,

왜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하나 싶어서 억울한 마음에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엄마는 제가 땀 얘기 꺼낼때마다, '뭐 그런 일로 유난떠냐'는 식으로 말하네요

속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 딴에는 걱정하고 신경쓰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어제 다한증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약을 알게 됬습니다

다한증으로 힘들어하는 카페에서 몇시간동안 그 약에 대해 알아보다보니 희망이 조금이나마 생기더군요

그래서 곧바로 엄마한테 달려가서 말했습니다

 

'이러이러한 약이 있는데, 나 이거 병원에 가서 처방받아 오겠다고'

 

쳐다보지도 않고 툭 내뱉대요

 

'니 알아서 해'

 

순간 벙쪘습니다

또 뭐 그깟 땀좀 많이 흘리는거 가지고 약 타령이냐고 생각했겠죠

저한테는 살기 싫을 정도로 괴로운 일이 엄마한테는 '별거 아닌 일'이 되버렸다는게

너무 억울하고 화가나서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다가 방에 들어와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서 화난 상태로 있는걸 보고 또 쌍욕하대요

저썅년이 아침부터 사람 짜증나게 하고 지랄이라고

 

심지어 제가 왜 화났는지도 모르더라구요

이젠 대꾸할 맘도 안나고 그저 웃음만 나네요

병원이고 약이고 다한증이고 뭐고, 제 괴로움에 함께 공감할것이라 기대했던 제가 바보죠

엄마한텐 본인 일 아니면 딸의 일도 뭐든지 '별거 아닌 일' 밖에 안되니까요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네요

 

 

제 동생은 초경 이후 20살이 넘도록 월경을 거의 안합니다 지금도 몇년 째 안하고 있구요 

걱정되서 엄마한테 병원가봐야 하는거 아니냐고 말했더니,

뭐 그런걸 가지고 병원가냐고, 알아서 하겠지 하고 마네요

 

제 동생이 그것 때문인지 피부도 굉장히 안좋습니다

여자애인데도 얼굴이 온통 여드름에 여드름 자국에 정말 심각했습니다

동생은 동생대로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으면, 본인 얼굴 보기 싫으니까 세수할 때 화장실 불을 끄고 세수하더라구요

언니로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엄마한테 동생 피부과좀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쌍욕을 하대요

뭐 그런걸가지고 피부과냐고, 지금 너네가 꾸밀때냐고, 나중에 알아서 다 괜찮아 진다고

20살이랑 23살이 꾸밀때가 아니면 언제가 꾸밀때인가요

그 소리 했더니 또 쌍욕 얻어먹었습니다

결국엔 제가 용돈 모아서 동생 피부과 보내줬고, 나중에는 그래도 다행히 엄마돈으로 몇번 보내주시더라구요

 

저희 자매는 엄마한테 옷 사달라 한 적도 한번 없습니다

안사주니까요

고등학생 시절에 옷 사달라는 소리 꺼냈다가 쌍욕 먹었습니다

옷장 가득 널린게 옷인데 뭔 옷을 또 사냐구요

네 널리긴 했죠. 초등학교,중학교 때 입던 옷들, 집에서 입는 옷들, 어디서 얻어왔는데 이건 도저히 입을 수 있는게 아닌 옷들, 이젠 유행이 지나서 못 입는 옷들.

 

사춘기 시절의 여자 아이한테는 그런 이유들이 중요한 이유인데, 엄마 입장에서는 별 시덥잖은 이유로 핑계대는걸로밖에 안보였나봐요

결국 동생이랑 용돈 모아서 카라티 하나 사고 그걸로 고등학교 3년 버텼네요

동생 수학여행 갈때는 제 친구들한테 옷 빌려다줬구요

그나마 대학생되니까 아르바이트해서 옷 사긴 하는데, 저희 돈으로 옷사는것도 욕하대요

옷장 가득 널린게 옷인데 옷을 그렇게 많이 사냐고

옷장 안에 있는 옷들이 무슨 옷들인지 위에도 썼죠? 이젠 대꾸할 가치도 못느낍니다

 

 

이외에도

 

고등학교때 손가락이 공에 맞아 몇배로 퉁퉁 부어서 보여줬더니

쳐다보지도 않고 후시딘 바르라고 한것,

 

척추측만증 때문에 허리랑 등이 너무 아파서 의자에 앉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병원은 커녕 컴퓨터 때문에 그렇다고 오히려 혼난것,

이미 제 허리랑 등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겠지요

 

아침에 부부싸움하고나서 저희 자매 학교 못가게 한것,

온 집안이 깨진 유리 조각과 집안 살림 깨진것들과 엄마의 욕설로 범벅이 되있는데  

학교도 못가게하고 집에서 있는 하루라는 시간동안 죽고싶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는지,

하루는 둘이 싸우고 엄마가 집안의 모든 방문을 식칼로 난도질해둔걸 봤던 것도,

그 모든것들이 성인이 된 지금에도 얼마나 큰 상처랑 트라우마로 남아있는지 엄마는 절대 이해못하겠죠

 

열살이 채 넘은 무렵에는,

부모님이 동생과 저를 얼마나 차별을 했는지 그 어린나이에

'오늘은 꼭 죽어야지' '목을 매달까 옥상에서 뛰어내릴까' 이런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네요

물론 이런 생각했던 것들은 꿈에도 모르겠죠 관심도 없었을테니까

 

 

도대체 얼마나 큰 일을 겪어야 그제서야 '별 거' 인 일로 인정해 줄건지 모르겠네요

자살시도라도 해봐야할까봐요

 

 

 

 

그래도 이런 환경에서 전 나름대로 제 몫 다하며 살아왔습니다

자랑할만한 딸은 아니지만 욕먹을 딸도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구요

 

하지만 엄마 눈에는 또 그게 아닌가봐요

조금만 화가나면 얼마나 저를 개같은 년이라고 짐승 같은 년이라고 가족도 아니라고

남이어도 저렇게 못할거라고 대갈통을 깨부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건지 알고 싶다고

그렇게 쌍욕을 해대는데 전 도대체 제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건지 모르겠네요

 

설거지 안했다고, 방 청소 안했다고, 엄마 기분 좋을 때 짜증냈다고, 엄마 기분 나쁠 때 귀찮게 했다고,

그 쌍욕들을 하는데 그게 그렇게 개같은 짓이고 짐승같은 짓인가요?

 

더 슬픈건 어렸을때는 그 말 들으면서

'아 그래 내가 미친년이구나 내가 이상한 년이구나 왜 나같은게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덕분에 그게 지금도 영향을 미쳐서 자존감이고 뭐고 제게는 없네요

 

하지만 지금와서보니 확실한건 제가 그렇게 미친년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물론 지금도 아니구요

엄마눈에는 아니겠지만요

 

 

 

 

 

더욱 웃긴건 엄마는 자신을 '대단하고 이상적이고 완벽한 어머니' 인줄 안다는 거에요

네, 지금 판에 쓴것만으로도 굉장히 대단하신 어머니 맞지요

 

이렇게 생각하니 모든게 맞아 떨어지대요

 

왜 내가 겪는 괴로움은 다 별거 아닌 일들이고,

나는 뭘해도 못난딸 개같은딸 짐승같은 딸인건지.

 

본인은 '대단하고 이상적이고 완벽한 어머니' 이니까 그런 거겠지요

 

 

 

 

그래도 가족으로서 희망 버리지 않고 어떻게든 그 끈 놓지 않으려 했는데

이젠 도저히 못해먹겠네요 기대고 뭐고 다 물거품 되버린지 오래입니다 그냥 빨리 독립해야겠어요

 

 

이 모든 걸 엄마하고 얘기하고 싶어도 말이 통하질 않네요

지금까지 몇번 시도했지만, 그렇게 해서 털어놓은 내 분노와 괴로움도 엄마한테는 항상 '별거 아닌 일' 밖에 안됬습니다

온갖 궤변과 본인의 생각만을 늘어놓으시는데 벽과 얘기하는것 같아요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사실은 내가 이상한게 아닌가,

내가 미친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엄마는 나를 비정상으로 보고 나는 엄마를 비정상으로 보니까

둘 중 하나는 분명 비정상이 맞는거겠죠

과연 누구일까요

도대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포기 말고는 또 뭐가 있을까요

 

 

 

 

 

 

+ 믿기진 않겠지만 평상시엔 정말 유쾌하고 가정적인 엄마 맞습니다 집안도 화목한편이구요

저희 가족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고 잘 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한번씩 확 돌면 저러니, 도대체 뭐가 진짜 저희 엄마인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화난것도 또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요 하지만 분명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할거구요

저도 이 집구석을 어떻게 해야될지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