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2

아치201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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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작정 원고지를 눈앞에 펼쳐놓았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사실 내게도 아주 요긴한 재주가 하나 있다. 딱히 여자를 필요로 하지 않고도 손가락 하나만 가지고도 가히 절정에 이르는 바로 그것인데, 나는 이제 그것의 배설물을 원고지에 마구 뿌려댈 태세다.


  배설물은 단지 배설물이 아니다. 각각의 그것들은 낮선 원고지 위에서 그들의 위치를 찾기 위한 경주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종착역에서 틀을 잡아, 하나의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거듭난다. 그 짧은 순간, 척추에서 시작한 그 무언가가 꼬챙이처럼 솟아올라 뇌리를 관통한다. 난 마치 간질 환자처럼 발작한다.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처연함이란......,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단지 원고지의 행간을 통해 감지해 낼 수 있을까?


  윤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에 나오는 대목이다.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나는 이런 부끄러운 짓을 노총각 수음하듯이 날마다 해대고 있다.



 가자,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