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남, 혼자유럽, 28th, JUN

최재민2011.07.09
조회1,256

안녕하세요. 스물셋 서울남자입니다.

 

유럽에 가야겠다는 급작스런 생각, 결심, 그리고 4개월 간의 일과 준비로

6월 17일부터 30일까지 2주 간 다녀온 저의 유럽여행을 소개할께요.

 

본래는 개인홈페이지의 소장용으로 작성하기 시작했다가,

직접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분들의 후기를 읽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것이 떠올라

혹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대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다려주시는 분들도 조금씩 생겨서 더 즐겁게 글을 쓰고있어요:)

 

원글의 특성상 높임말을 쓰지 않은 걸 이해해주세요.

 

이번 글은 6월 2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의 여정입니다.

 

처음 보시는 분들은 위쪽의 '이어지는 글'들을 차례로 읽고오시면 더 좋아요.

현재 이 글과 이어진 글들을 제외하고 앞쪽에 10화가 더 있습니다.

그 글들에 관한 링크는 현재 '이어지는 글'의 1화에 걸어두었으니 참고해주세요.

 

자, 그럼 손 꼭 잡고 잘 따라오시기 바라요:)

 

 

 

 

 

 

 

--------------------------------------------------------------------------------------

 

 

 

 

 

 

 

오늘은 마지막 도시간 이동을 하는 날이야.

바로 바르셀로나 일정을 마무리하고 마드리드로 넘어가는 날이지. 마드리드는 유럽에서의 여정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게될 곳이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워.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꿈을 꾸고있는 것만 같은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든든히 챙겨먹고 바르셀로나의 상징이라고 불리우는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를 보러가기로 해.

 

 

지하철 2호선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역에서 내리면 바로 만날 수 있어.

 

도착하니 사진으로 보던 그 모습이 아니라, 머리에 붕대를 감고 공사가 한창이였어.

 

 

가로 150m.

 

 

총 높이 170m.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해. 생전의 가우디가 직접 40년 이상을 이 성당의 설계와 건축에 바쳤음에도 결국 완성하지 못 한 채 눈을 감았고, 이 후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공사가 재개됐대.

 

이토록 오랜세월이 건축에 소요됐지만, 그 규모가 워낙 크고 가우디양식의 섬세한 특징때문에 아직도 언제쯤 완공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새삼 종교를 떼어놓고는 유럽을 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그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 건축을 상상할 수 있었겠나.

 

이제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기차시간이 다 됐어.

바르셀로나에 첫 발을 디뎠던 산츠(Sants)역으로, 다시.

 

 

로비에서 탑승구가 열리길 기다리고있는데, 다정한 부자가 함께 무술을 단련하고 있었어.

 

 

아니, 자세히보니 이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태권도잖아!

 

 

약 15년 전 노란띠였던 화려한 경력의 내가 봤을 때, 저건 '태극 일장'인데말이야.

 

바르셀로나의 태권도는 런던의 레스토랑에서 슈퍼쥬니어의 쏘리쏘리를 들었을 때보다 훨씬 큰 감명을 줬어. 한국의 문화가 참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 속에 퍼져있구나.

 

 

스페인은 적은 인구(약 4,000만 명)에 비해 국토면적(50만 6,030㎢, 남한의 약 5배)이 넓기 때문인지 개발되지 않은 땅이 굉장히 많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렇게 마드리드까지 기차로 황무지를 계속 달리더라.

 

 

내가 도착한 곳은 마드리드의 아토차(Atocha)역.

 

 

벌써부터 마드리드의 냄새가 나는구나. 킁킁.

 

먼저 예약해놓은 호스텔을 찾아 체크인해서 짐을 풀어야겠어. 그리고 역사상 세계최고의 축구클럽, 레알마드리드(Real Madrid)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Santiago Bernabeu)에 가보는거야.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쿵쾅...

 

내가 예약한 호스텔은 마드리드의 중심지 솔(Sol)광장 주변에 위치해있어. 항상 그랬듯이 초행자에게 가장 편리한 지하철을 타고 출발!

 

 

솔역을 나와서 기분좋게 사진부터 찰칵 찍고!

 

본격적으로 호스텔을 찾아 헤매이기 위해서 가방에서 지도를 꺼내려는데,

 

...

 

가방 가운데 쟈크가 열려있네... 아하! 아까 아토차역에서 지하철 타기 전에 티켓팅하면서 내가 지갑을 넣고 안 잠궜나보다. 그 사이 나와 부딪힌 사람이라던가, 말을 건 사람도 없고, 뒤에서 인기척이 전혀 없었으니 그 경우밖엔 없어. 그렇게 마음을 추스리고 뒤적뒤적 지갑을 찾아보는데, 그래도 없어? 여권은 그대로 있는데.

 

내 지갑, 분명히 가방 안 어딘가에 있는데 내가 못 찾는거야. 음, 지갑 안에는 한화로 달러가 15만원, 유로가 8만원, 그리고 나의 체크카드, 주민등록증, 친구들과의 소중한 사진들도 있지만 걱정할 거 없어~ 나는 소매치기같은 걸 당한게 아니라 아직 못 찾는거니까~

 

그래, 여기서 이러지 말고 다시 솔역으로 내려가 앉아서 천천히 가방을 전부 열어 찾아보자. 아이고 땀은 왜 나지. 너무 더워서 그런가보다. 역시 스페인은 더워.

 

...

 

결국 가방을 다 뒤엎고 난리를 쳐도 내 지갑은 없었어.

 

내가 말로만 듣던 그 유럽 한복판에서 여행자를 노리는 소매치기를 당했구나.

 

아마도, 소매치기는 아토차역에서 내가 티켓팅한 후에 지갑을 가방에 넣는 걸 확인했을꺼야. 또 내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와중에 평소에 사람들을 향하고 서있던 것과는 달리 벽을 보고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는데, 그 때 내가 지갑을 넣은 가방의 가운데 쟈크만 열어서 휙. 손으로 빼갔겠지. 훌렁 가방을 열고 눈으로 구경했다면 그 옆에 있던 여권까지 가져갔을꺼야. 나는... 그 이후로 가방을 열고 칠푼이처럼 다니면서 신나게 사진도 찍고 했겠지.

 

그런데 정말 난 전혀 아무것도 느끼지 못 했단말야.

마드리드 소매치기의 실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나는 상황판단이 되고나서, 단 1분도 실의에 빠져있지 않았어.

지금 내가 가야하는 곳은 어디!

 

경! 찰! 서!

 

물어물어서 경찰서를 찾아갔어. 들어간 경찰서에서 나의 상황을 설명했더니 여기가 아니라고만 하는거야. 내가 스페인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쪽에서 영어나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길래 서로 온갖 바디랭귀지를 사용해서 결국 소통에 성공했어.

 

그리고 받아낸 관할 경찰서에 관한 정보.

 

 

 

이걸로 어떻게 찾아가!

앞으론 경찰시험에 미술실기과목도 추가해야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약도였어.

 

하지만 나는 길찾기의 도사니까, 물어물어 가면 찾을 수 있겠지하는 굳은 믿음이. 지금까지 쭉 그랬으니까.

 

평소보다 훨씬 자주,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스페인에는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다른 유럽권 나라에 비해 굉장히 적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이번에 길을 물어본 사람은 도로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청소부 누나와 아저씨인데, 그 중 길을 알고있던 아저씨가 차에서 뒤적뒤적거려 꺼낸 종이에 그려준 약도.

 

 

처음에 약도를 그려준 경찰이 그리워질 줄이야.

이외에도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어찌어찌 관할 경찰서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었어.

 

제가 무사히 경찰서를 찾을 수 있도록 성심껏 도움을 주신 스페인 시민여러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경찰서에서 지갑분실신고를 하고, 한국의 친구에게 전화해 지갑 안에 있던 카드를 정지시켰어. 주스페인 대한민국영사관에서는 한인민박을 소개시켜줘서 출국할 때까지 그 곳에 머무르기로 했고.

 

이런 상황에서도 셔터를 누르는 나도 참.

이 또한 여행의 한 부분이라고 이미 마음의 정리를 했기때문이지 않을까.

 

 

나를 담당해서 많은 도움을 준 경찰아저씨.

내 달아오른 코와 촛점없는 눈을 좀 봐.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으면.

 

경찰서 입구까지 배웅을 받고, 소개받은 한인민박으로 출발!

경찰아저씨가 써준 확인서로 지하철은 공짜로 탈 수 있었어.

 

어두워진 하늘 아래 지친 몸으로 4호선 에스페란자(Esperanza)역에 도착하니, 민박집 사장님이 나와계시네. 나의 구세주, 마치 천사처럼 후광이 막 비치더라니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Esperanza가 희망이라는 뜻이래. 어쩌면 여행 중에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내가 결국 찾게되는 곳이 그런 뜻을 담고 있는 곳이라니.

 

게다가! 이 민박집의 이름이 레알마드리드라는거야!

결국 오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가겠다는 계획은 지키지 못 했지만 민박이라도 레알마드리드라니까... 왠지 위로가 되는구나.

 

참, 미묘하다.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 영사관에 방문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사정을 이해해주시고 민박외상에, 늦은 시간 빵과 아메리카노까지 내어주신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정신없던 하루가 져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