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어설픈 스노우보더의 알프스 스노우보딩 체험기-인터라켄

네델201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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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다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여행은 모험이고 도전이지 않나?

남들은 유럽의 가장 높은 봉우리 "융프라우요흐"를 보기 위해 인터라켄을 찾는다고 했지만

나는 유럽의 지붕에서 신라면을 먹는 대신 스노우보딩을 택했다.

 

어김없이 꼼꼼한 사전 준비 따위는 없었다. 인터라켄에 도착해서 tourist office 를 찾아

스노우보딩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다음날 역에서 티켓을 구입한다.

남들은 오색찬란 그럴싸한 보드복에 본인의 장비를 들고 가고 있었지만 나는 장비도 하나도 없고 

순간 먹먹해져 오는 것이 다시 또 한 번 패닉 상태에 빠진 나!

오늘 탈 수 있기는 한 건가? 나 자신을 의심하며 나는 뙈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원망해본다.

 

산 전체에 엄청나게 다양한 코스의 슬로프가 마련되어 있어 당췌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워낙 여러곳에 렌탈샾이 있고 수준별로 코스가 맵에 잘 나와 있어 투어리스트 오피스 직원은

뭘 그리 고민하냐? 며 First, Grindelwald, Murren 기타등등 추천해 주었지만 

각자 어디로 갈지 목표가 분명해 플래폼에서 자신이 탈 산악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쪼르라드는 나...

 

결국 탐색전이 시작됐다.

 제대로 갖춘 스노우보더 한명과 친구로 보이는 장비 없이 옷만 입고 있는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들 발견

"분명히 아저씨가 친구 데리고 왔겠고 저 장비 없는 아저씨는 렌트할 게 분명해!" 라고 생각한 나는

가서 혹시 내가 장비들을 모두 빌려야 하고 이곳에서의 스노우보딩은 처음인데 혹시 추천해줄만한 곳이 있냐 물었더니

그 잘 탈 것 같아보이는 아저씨 A 가 내 친구 B도 너랑 상황이 같으니 자신이 알려준다며 따라오란다.

미국에서 매년 원정 스노우보딩을 오는 아저씨 A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역시 혼자 지도보고 헤매는것 보다 물어보는 게 장땡이다!

 

 

산알열차 안~ 스노우보드, 스키를 즐기는 사람보다 더 많아보이는 썰매를 즐기는 사람들

이미 디센티스에서 저 슬레이드의 엄청난 속도감과 위력에 놀란 나는

저것을 들고 가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렌탈샾~ Intersport 라고 곳곳에 위치해 있는 Rent Network

고글을 제외한 모든 장비를 대여할 수 있고 그 규모가 엄청나다.

규모에 놀라기 전 그 아저씨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풀 셋트 대여 시작!

 

대여샾에 들어가면 이렇게 형광색으로 가이드라인이 되어 있다. 

사진이 장비를 모두 반납하고 찍은 것들이라 다시 안쪽으로 들어갈 순 없었지만

라인을 쭉 따라가면 컴퓨터 4-5대가 놓여있고 스스로 체크인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체크인이래봤자 간단히 본인의 이름과 성별 나이 국적 스키를 탈지 스노우보드를 탈지 선택하는 정도?

 

이렇게 체크인을 하고 나면 발 사이즈에 맞게 부츠를 봐주고!~

장비들은 아주 깔끔하고 정돈도 잘 되어 있고, 딱 내 것만큼은 아니지만 편하고 쓸만했다.

 

헬멧이 대여가 안되나 하면 걱정했는데 다행히 헬멧도 대여가 되고~

근데 지금 봐서 발견한 건데 헬멧이고 부츠고 저렇게 그냥 구분없이 한 곳에다 걸어놓은 건 뭐지?

아마도 한번 나갔다온 제품들이 다시 Rack 에 정돈되기 이전 단계인 듯한데

이렇게 부츠 끼웠던 곳에 헬멧이 들어가고 막 그랬던 건가? TT

 

우쨌든 보드까지 키에 맞춰 대여하고 혹여나 다치면 남은 일정에 문제가 되니 손목보호대까지 철저히 준비한다. 

대여는 크게 어렵지 않고 찾아가기만 하면 직원들이 자세히 안내를 해준다.

우리나라에서 장비를 대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스템이다.

 

드디어 어기적 어기적 샾을 나와 슬로프 맵이 있는 곳으로 이동~

여기서부터는 혹시나 하고 가지고 간 똑딱이가 제 몫을 했다.

못담을 줄 알았던 슬로프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Easy 하다는 파란색으로 표시된 슬로프를 찾아..

 지도를 한참 들여다 보았건만 이렇게 산에 오르고 나면 어찌나 아찔하던지~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이렇게 몰카도 찍어보고

 

멀어지는 Wengen 의 모습을 담아본다. 여기까진 좋았다.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블루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저씨가 추천해준 곳은

오르막 내리막이 많아 오르막을 오르려면 내리막에서 어느 정도 가속도를 붙여줘야 하는 그런 코스~

몇 해를 배웠지만 몇번의 부상으로 속도에 있어서 두려움이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 어느곳보다 Hard 한 코스였다.

차라리 경사가 더 심해도 지속적인 내리막이면 어느정도 내려갈만한데...아아 정말 도전이다.

근데 왜 하필 안전요원도 없고 안전 네트도 없고 친인척 하나 없는 이 곳 스위스에서

난 이런 도전을 하고 있을까?

 

처음에는 강원도에서 타는 것 마냥 슬슬타다

언덕앞에서 다시 속도가 주는 바람에 다시 보드를 들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들이 반복이 된다.

그러다 내가 보드 들고 트레킹 하러 온 것도 아니란 생각에

미친 척 속도를 내본다. 꺄~~~~~~~~~!!!

소리를 질러대며 나아가고 그리고 언덕을 오르는데 성공하고

가끔은 부웅 날라 허벅지까지 온는 눈 속에 파묻히고,

 안전네트 하나 없는 슬로프에서 참 아찔한 순간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이 알프스의 한자락에서 보드란 걸 타보나 싶어 잘 한 일이다 확신을 가져본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넘어져 스노우보드를 끌고 눈밭을 빠져나오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잠시 언덕위에 멈춰 헤메기도 하고

엄청난 속도에 혼자 비명을 지르기도 하며

처음 스노우보딩을 배울 때 마냥 낑낑대기도 했지만

이날 찍은 사진의 표정은 내가 얼마나 이곳에서 짜릿한 희열을 느꼈는지를 말해준다.

 

이 사진을 찍는 데 아까 나에게 렌탈샾을 추천해준 아저씨가 지나간다.

아저씨 A 선수 아냐? 선수...날라다닌다.

아저씨....쉬운 곳이라며요!!!엉엉

 

이날 무사히 산을 내려온 나를 보고 대여샆직원들도 기특한 듯이 나를 쳐다보더라~ㅎ

그래 난 해 낸거야!!!음하하하

 

2011.01.06 -융프라우요흐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바라보는 산...어제 다녀온 산!!!

그리고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안개 그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한다.

그러나 오랜만의 스노우보딩으로 인한 근육통!

 

운동으로 뭉친 몸은 운동으로 풀어야 한단 생각에 아침을 먹고 산책길에 오른다!

그러나..아...어제 긴장을 너무 해서 그런가? 정말 몸이 천근 만근이다.

 

 근처에 수영장과 스파를 같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다기에

산책을 하다 말고 지도에 있는 그 곳을 무작정 찾아간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스파가 남녀혼탕이란다. 어머머...!!!!

아무리 내가 나이가 들었고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여행지에 있다 하지만

차마 고건 못들어가겠더라. 그래서 수영만 하기로 결정!

저기 사진에 왼쪽에 큰 유리창으로 된 곳이 실내 수영장이다.

 

다행히 수영복과 수건을 대여할 수 있었는데 수영복과 수건 대여에 12 sfr~

생각해 보면 이요금도 엄청 비싼 건데

전날 장비 대여에 산악열차까지 거진 150sfr 를 써서 그런가 괜히 거저 즐기는 기분도 들고

암튼 물에 들어가서 이 뭉친 근육?살? 들을 풀어줄 생각에 완전 Relaxed..

 

깔끔한 탈의실과 샤워실 내부~

역시나 사람들 없이 한산한 모습!

 

쉬엄쉬엄 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몸을 녹이고 그렇게 2시간을 수영장에서 보낸 후

이번에는 반대편 호수를 따라 동네 구경을 한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디든지 아름다운 산~ 

 

인터라켄에서 1박만 하고 간다면 절대 볼 수 없는

주민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이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본다.

어느새 근육통도 사라진 것 같다.

 

한겨울 인터라켄의 해는 이렇게 중천에 떠있어도 금새 산 뒤로 넘어가 자취를 감춘다.

기차에서 바라본 인터라켄 그 마지막 풍경

 

아름다운 자연 경관, 융프라우 요흐에서의 라면, 호수의 유람선 이것만이 인터라켄의 모습은 아니다.

 

산, 호수, 쨍하고 밝게 비추는 해

그리고 그 산 위로 보기좋게 고꾸라지는 초보 스노우보더 네델이 보인다.

 

2011.01.05-08 in Interlaken, Switzer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