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요~ 오늘도 덥군요... 오늘도 재미나게 봐주세요 ---------------------------------------------------------------------------- 류동욱 작가님글 미숙에게는 오늘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적어도 그녀 앞에 서 있는 사내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돈 내놔!."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사내는 8월 한여름인데도 두꺼운 항공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돈 내놓으라니까?!." 두 번째로 말을 할 때는 손금에 때가 잔뜩 낀 왼손바닥을 미숙 앞으로 쑥 내밀어 보였다. 목소리는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듯 그저 단조로운 음성이었다. 미숙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는 두 시간 전쯤 그녀의 자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계단 을 통해 이곳 만화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시간제' 라는 말만 짧게 내뱉고는 책장에서 만화책을 대충 몇 권 뽑아 맨 구석 자리로 가서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무심히 텔레비전의 드라마를 보고 있던 미숙은 그가 어느 샌가 일어나서 그녀 앞에 섰을 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돈 받을 생각을 했지 돈 내놓으라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와 그녀 사이네는 신간만화를 꽂아놓은 책장이 누워 있었는데 그가 내민 손은 그 책장 위를 가로 질러 까딱하면 그녀의 코끝을 건드릴 위치에서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그는 두 번째 말을 한 뒤로 더 이상 채촉함 없이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짧은 머리카락의 긴 얼굴 그리고 면도를 하다 말았는지 지저분한 턱수염의 그는 표정만 봐서는 자기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남자가 그렇게 침묵하는 동안 미숙은 어떻게 대답하고 대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그의 얼굴만 처다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더니 그 손으로 점퍼의 속주머니를뒤진 다음 양손으로 바깥쪽 주머니를 뒤지고 바지 주머니 위까지 툭툭 두드리고는 말했다. " 없네." "예?" 남자는 아무 대꾸도 없이 다시 한 번 점퍼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빼고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없어. 안 갖고 왔어." "뭘요?" "칼 , 칼!을 안들고 왔어 잠깐만 기다려. 금방 올 테니까" 그리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올라가 곧 시야에서 사려졌다. 자기도 모르게 일어섰던 미숙은 그대로 멍하니 남자가 올라간 계단 쪽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만화방을 둘러보았다. 방금 전 일어났던 일이 정말 실제로 일어났는지 의심이 들 만큼 만화방 안의 모습은 한가로웠다. 왼쪽 구석 중간, 오른쪽 구선 에 각각 한 명씩 남자 셋만 있었고 만화책을 열심히 보느라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별 미친 사람 다 보겠네."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렸지만 속에서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서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강도다.!!!!!!' 미숙은 다시 계단 쪽을 주시했다.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 위 천장이 낮아 미숙의 눈에 보이는 계단은 맨아래 서너 계단 밖에 없었다. 그녀는 옆의 텔리비전 소리 때문에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할까 봐 텔레비전을 끄고는 계단 쪽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책장 옆을 지나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계단 바로 앞에서 멈춰 몸을 약간 숙인 다음 목을 길게 빼고 계단 끝에 있는 철제 출입문을 보았다. 미숙이 계단을 올라가려고 하는데 그녀 바로 뒤 만화방 중간에 앉은 남자가 만화책을 계속 보면서 말햇다. "아줌마, 나가지 마요, 나가면 죽어요." "예?!" 미숙은 계단 위에 올렸던 한 발을 다시 뒤로 빼며 남자를 돌아보았다. 추리닝 바지에 국방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30대 초중반의 젊은 남자였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오근 해서 미숙은 남자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아까 그놈 바로 여기 앞에 사는데 금방 올 거예요, 올라갔다간 마주치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놈 굉장히 위험한 놈인데..." 남자는 말을 마치며 만화책에서 미숙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는 조금 전 그 사내가 하던 말을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다시 만화책 쪽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괜히 밖에 나갔다가 마주치면 안좋으니까 여기 있다가 다시 오면 돈 몇 푼 줘서 보내 버려요." 남자는 사내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이었다. 미숙은 나가야 할지 남자 말대로 그래도 있어야 할지 그 자리에 서서 망설였다. 남자말을 들으니 밖에 나가자마자 바로 칼을 든 사내랑 부닥칠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시간이면 낮에도 인적이 뜸한 만화방 앞 골목은 쥐새끼 한 마리도 없을 것이다. 차라리 남자들이 있는 이 곳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숙은 갑자기 오금이 저렸다. 계단 위를 다시 한 번 보고는 전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로 전화기를 붙잡고 112를 눌렀다. 여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112 신고 센터 입니다." "강도가 든 것 같아요. 지금 빨리 와주세요." "위치가 어떻게 되시죠?" "네, 북가좌동에 있는 행운만화방이에요." "주소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서대문구 북가좌동 375-2번지고 지하에 있어요, 간판에 행운만화방이라고 크게 쓰여 있고요. 지금 빠리 와주세요, 강도가 곧 온댔거든요." "신고하시는 분 성함은요?" "박미숙이에요." "네, 가장 가까운 순찰차에 지금 연락했으니 5분 안에 도착할 겁니다. 그런데 강도가 곧 온다고 하셧나요?" "예. 칼을 가지러 간다고 했어요." "그럼 일단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셔서 경찰관이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그게.... 대피할 만한 데가 없어요, 아무튼 빨리 와주세요." "네 , 지금 가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그리고 여경은 다른 신고 전화가 대기하고 있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미숙은 어쨌든 경찰에 알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만화방 안 남자들 은 강도가 들었다는 신고 전화를 뻔히 들었을 텐데도 계속 만화책만 넘기고 있었다. 특히 왼쪽 구석 소파에 깊숙이 앉아 있는 남자는 만화가 얼마나 재밌는지 한참 전부터 1분이 멀다 하고 폭소까지 터트렸다. 탁자에 만화책이 양쪽으로 수북 쌓여 있는 걸로 보아 낮에 미숙의 남편이 혼자 있을 때 들어온 사람 같았다. 아무튼 미숙에게는 지금의 1분이 한 시간처럼 더디게 흘러갔다. 경찰보다 칼을 든 강도가 먼저 저 계단으로 내려온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녀는 남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원래 밤에는 남편이 만화방을 지키곤 했는데. 오늘 저녁엔 누구를 만난다며 급히 나갔던 것이다. 전화벨이 울려도 남편은 받지 않았다. 미숙은 수화기를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다시 남편의 번호를 눌렀지만 전화기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나편은 밤에 나갈 때마다 항상 그래 왔듯이 막창집 같은 곳에서 고주망태가 되어 가지고는 아무나 붙잡고 마누라 흉을 보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을 게 뻔했다. 어차피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기에 미숙은 남편에게 연락하는 것을 완전히 단념했다. 그나마 만화방 손님들이 몇 명이라도 있는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강도가 칼을 들고 자기를 찔러도 여기 있는 남자들은 신경도 안 쓸 거라는 생각이 고개를 쳐들었다. 미숙은 다시 밖으로 뛰쳐나갈까 하다가 조금 전에 들었단 남자 말이 생각나서 그만두기로 했다. 어떤지 그 남자만큼은 믿음이 갔다. 미숙은 일부러 다른 손님들도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그 남자를 향해 말했다. " 아까 그 사람 아세요?" 중간에 앉은 남자는 자기한테 한 말인지도 모르는 듯 얼굴도 들지 않았다. 미숙은 조금 더 목소리를 높였다. "아까 그남자 아시냐구요?" 오른편 끝에 앚아 있는 곱습머리 남자가 대신 고개를 돌렸다. 차림새나 생김새가 그래도 여기 있는 남자들 중 가장 멀쩡해 보였다. "아줌마, 그 새끼 그냥 똘아이에요." "아세요?" "그 새끼 그냥 동네 양아치니까 신경 쓸 필요 전혀 없어요." 손님들은 안 듣는 것 같아도 다 듣고 있는 모양이었다. 미숙은 그 점에 마음이 조금 더 놓였다. 위급한 상황이 되면 만화방 청년들이 완전히 모른 척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 것이다. "그 남자가 칼을 들고 다시 온다고 했거든요. 들으셧죠?" 곱슬 머리는 그 말에 당치도 않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이때 그는 이미 소파에서 일어나 미숙 앞으로 몇 걸음 다고온 상태였다. "그 새끼 정신이 좀 오락가락하는 놈인데 원래 그렇게 헛소리를 잘하거든요. 나이는 엄청 처먹은 거 같은데.." "다시 안 올까요?" "지금쯤 집에서 발도 안 씻고 엎어져 자고 있을걸요." 미숙은 괜히 112에 신고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중간에 앉은 추리님 바지의 남자가 만화책을 탁 소리 나게 테이블에 내려 놓더니 상체를 돌려 소파 등방이에 기댄 채 미숙을 향해 말했다. "그놈 아마 조금 있으면 올 거예요 , 아줌마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곱슬머리가 추리닝을 째려 봤다. 미숙은 잠시 진정됐던 가슴이 다시 뛰는 것을 느꼇다. "그럼 지금 어떡해요?" 그때 왼쪽 구석의 남자가 또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곱슬머리가 그쪽을 흘겨보며 들릴 듯 말듯 쌍욕을 뱉었다. 추리닝은 미숙의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하더니 얼굴을 약간 찌푸린 채 말했다. "그냥 경찰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지금 도망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아까 말했듯이 그놈 요 앞에 살거든. 거기서 아줌마가 나오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르지...... ." "예?! 왜요?!!" 남자의 말은 어느새 반말조르 바뀌어져 있었다. "왜긴 왜야. 그냥 아줌마를 찍었나 보네. 말했잖아요. 그놈 굉장히 위험한 놈이라고 한마디로 예측불허야 저 아저씨 말대로 정신이 좀 혜까닥했다고 해야 하나? 아줌마는 그놈 처음 봤어요? 여기 자주 오는 데......" "예 , 여기 만화방 인수한 지가 3개월 정도 밖에 안돼서......" 미숙은 오른편의 곱슬머리한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곱슬머리가 이상황이 별거 아니라는 말을 한번 더 해주기를 애원하고 있었다.. 곱슬머리도 자기 의견이 추리닝에게 무시되었다는 데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는지 조금 전보다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에이 , 제가 알기로는 그놈 그냥 바보에요. 그냥 개 찌질이 이 더운날 점퍼 입고 다니는 것 봤죠?" "항상 흉기를 가지고 다니니까 숨기려고 그러는거지.." 추리닝의 말에 곱슬머리가 발끈했다. "아저씨가 걔 친구라도 되요? 왜 괜히 아줌마 겁주고 그래요?!!!" "알지도 못하면 그냥 만화책이나 봐." "어이 형씨 ,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지금 처음 봣는데?." "뭐!!!!?" 곱슬머리가 주먹을 말아쥐었고 금방이라도 둘이 붙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추리닝 의 강렬한 눈빛에 기가 눌렸는지 곱슬머리는 그냥 혼잣말로 욕을 하면서 그를 외면했을 뿐 그 이상 더 나가지 않았다. 미숙은 시계를 보았다. 112에 신고한지 10분밖에 안 지났는데도 ,....... 한 시간은 넘게기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오늘도 추천 과 댓글 해주시는거 알죠?? 이번 이야기는 총 2편 입니다 261
◆◇ 공포- 만화방 남자들 ◆◇
안녕요~
오늘도 덥군요...
오늘도 재미나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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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욱 작가님글
미숙에게는 오늘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적어도 그녀 앞에 서 있는 사내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돈 내놔!."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사내는 8월 한여름인데도 두꺼운 항공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돈 내놓으라니까?!."
두 번째로 말을 할 때는 손금에 때가 잔뜩 낀 왼손바닥을 미숙 앞으로 쑥 내밀어
보였다. 목소리는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듯 그저 단조로운 음성이었다.
미숙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는 두 시간 전쯤 그녀의 자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계단
을 통해 이곳 만화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시간제' 라는 말만 짧게 내뱉고는
책장에서 만화책을 대충 몇 권 뽑아 맨 구석 자리로 가서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무심히 텔레비전의 드라마를 보고 있던 미숙은 그가 어느 샌가 일어나서 그녀 앞에
섰을 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돈 받을 생각을 했지 돈 내놓으라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와 그녀 사이네는 신간만화를 꽂아놓은 책장이 누워 있었는데 그가
내민 손은 그 책장 위를 가로 질러 까딱하면 그녀의 코끝을 건드릴 위치에서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그는 두 번째 말을 한 뒤로 더 이상 채촉함 없이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짧은 머리카락의 긴 얼굴 그리고 면도를 하다 말았는지 지저분한 턱수염의
그는 표정만 봐서는 자기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남자가 그렇게
침묵하는 동안 미숙은 어떻게 대답하고 대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그의 얼굴만
처다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더니 그 손으로 점퍼의
속주머니를뒤진 다음 양손으로 바깥쪽 주머니를 뒤지고 바지 주머니 위까지 툭툭
두드리고는 말했다.
" 없네."
"예?"
남자는 아무 대꾸도 없이 다시 한 번 점퍼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빼고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없어. 안 갖고 왔어."
"뭘요?"
"칼 , 칼!을 안들고 왔어 잠깐만 기다려. 금방 올 테니까"
그리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올라가 곧 시야에서 사려졌다.
자기도 모르게 일어섰던 미숙은 그대로 멍하니 남자가 올라간 계단 쪽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만화방을 둘러보았다. 방금 전 일어났던 일이 정말 실제로
일어났는지 의심이 들 만큼 만화방 안의 모습은 한가로웠다. 왼쪽 구석 중간,
오른쪽 구선 에 각각 한 명씩 남자 셋만 있었고 만화책을 열심히 보느라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별 미친 사람 다 보겠네."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렸지만 속에서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서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강도다.!!!!!!'
미숙은 다시 계단 쪽을 주시했다.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 위 천장이 낮아 미숙의
눈에 보이는 계단은 맨아래 서너 계단 밖에 없었다. 그녀는 옆의 텔리비전 소리
때문에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할까 봐 텔레비전을 끄고는 계단 쪽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책장 옆을 지나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계단 바로 앞에서
멈춰 몸을 약간 숙인 다음 목을 길게 빼고 계단 끝에 있는 철제 출입문을 보았다.
미숙이 계단을 올라가려고 하는데 그녀 바로 뒤 만화방 중간에 앉은 남자가
만화책을 계속 보면서 말햇다.
"아줌마, 나가지 마요, 나가면 죽어요."
"예?!"
미숙은 계단 위에 올렸던 한 발을 다시 뒤로 빼며 남자를 돌아보았다.
추리닝 바지에 국방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30대 초중반의 젊은 남자였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오근 해서 미숙은 남자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아까 그놈 바로 여기 앞에 사는데 금방 올 거예요, 올라갔다간 마주치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놈 굉장히 위험한 놈인데..."
남자는 말을 마치며 만화책에서 미숙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는 조금 전
그 사내가 하던 말을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다시 만화책 쪽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괜히 밖에 나갔다가 마주치면 안좋으니까 여기 있다가 다시 오면
돈 몇 푼 줘서 보내 버려요."
남자는 사내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이었다. 미숙은 나가야 할지 남자 말대로
그래도 있어야 할지 그 자리에 서서 망설였다. 남자말을 들으니 밖에 나가자마자
바로 칼을 든 사내랑 부닥칠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시간이면 낮에도 인적이
뜸한 만화방 앞 골목은 쥐새끼 한 마리도 없을 것이다. 차라리 남자들이 있는
이 곳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숙은 갑자기 오금이 저렸다.
계단 위를 다시 한 번 보고는 전 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로 전화기를 붙잡고 112를 눌렀다. 여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112 신고 센터 입니다."
"강도가 든 것 같아요. 지금 빨리 와주세요."
"위치가 어떻게 되시죠?"
"네, 북가좌동에 있는 행운만화방이에요."
"주소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서대문구 북가좌동 375-2번지고 지하에 있어요, 간판에 행운만화방이라고 크게
쓰여 있고요. 지금 빠리 와주세요, 강도가 곧 온댔거든요."
"신고하시는 분 성함은요?"
"박미숙이에요."
"네, 가장 가까운 순찰차에 지금 연락했으니 5분 안에 도착할 겁니다. 그런데
강도가 곧 온다고 하셧나요?"
"예. 칼을 가지러 간다고 했어요."
"그럼 일단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셔서 경찰관이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그게.... 대피할 만한 데가 없어요, 아무튼 빨리 와주세요."
"네 , 지금 가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그리고 여경은 다른 신고 전화가 대기하고 있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미숙은 어쨌든 경찰에 알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만화방 안 남자들
은 강도가 들었다는 신고 전화를 뻔히 들었을 텐데도 계속 만화책만 넘기고 있었다.
특히 왼쪽 구석 소파에 깊숙이 앉아 있는 남자는 만화가 얼마나 재밌는지 한참
전부터 1분이 멀다 하고 폭소까지 터트렸다. 탁자에 만화책이 양쪽으로 수북 쌓여
있는 걸로 보아 낮에 미숙의 남편이 혼자 있을 때 들어온 사람 같았다.
아무튼 미숙에게는 지금의 1분이 한 시간처럼 더디게 흘러갔다. 경찰보다 칼을 든
강도가 먼저 저 계단으로 내려온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녀는 남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원래 밤에는 남편이 만화방을 지키곤 했는데.
오늘 저녁엔 누구를 만난다며 급히 나갔던 것이다. 전화벨이 울려도 남편은
받지 않았다. 미숙은 수화기를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다시 남편의 번호를
눌렀지만 전화기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나편은 밤에 나갈 때마다 항상 그래
왔듯이 막창집 같은 곳에서 고주망태가 되어 가지고는 아무나 붙잡고 마누라 흉을
보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을 게 뻔했다. 어차피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기에 미숙은 남편에게 연락하는 것을 완전히 단념했다.
그나마 만화방 손님들이 몇 명이라도 있는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강도가 칼을 들고 자기를 찔러도 여기 있는 남자들은 신경도 안 쓸 거라는 생각이
고개를 쳐들었다. 미숙은 다시 밖으로 뛰쳐나갈까 하다가 조금 전에 들었단 남자
말이 생각나서 그만두기로 했다. 어떤지 그 남자만큼은 믿음이 갔다. 미숙은
일부러 다른 손님들도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그 남자를 향해 말했다.
" 아까 그 사람 아세요?"
중간에 앉은 남자는 자기한테 한 말인지도 모르는 듯 얼굴도 들지 않았다.
미숙은 조금 더 목소리를 높였다.
"아까 그남자 아시냐구요?"
오른편 끝에 앚아 있는 곱습머리 남자가 대신 고개를 돌렸다. 차림새나 생김새가
그래도 여기 있는 남자들 중 가장 멀쩡해 보였다.
"아줌마, 그 새끼 그냥 똘아이에요."
"아세요?"
"그 새끼 그냥 동네 양아치니까 신경 쓸 필요 전혀 없어요."
손님들은 안 듣는 것 같아도 다 듣고 있는 모양이었다. 미숙은 그 점에 마음이
조금 더 놓였다. 위급한 상황이 되면 만화방 청년들이 완전히 모른 척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 것이다.
"그 남자가 칼을 들고 다시 온다고 했거든요. 들으셧죠?"
곱슬 머리는 그 말에 당치도 않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이때 그는 이미 소파에서
일어나 미숙 앞으로 몇 걸음 다고온 상태였다.
"그 새끼 정신이 좀 오락가락하는 놈인데 원래 그렇게 헛소리를 잘하거든요.
나이는 엄청 처먹은 거 같은데.."
"다시 안 올까요?"
"지금쯤 집에서 발도 안 씻고 엎어져 자고 있을걸요."
미숙은 괜히 112에 신고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중간에 앉은 추리님 바지의
남자가 만화책을 탁 소리 나게 테이블에 내려 놓더니 상체를 돌려 소파 등방이에
기댄 채 미숙을 향해 말했다.
"그놈 아마 조금 있으면 올 거예요 , 아줌마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곱슬머리가 추리닝을 째려 봤다. 미숙은 잠시 진정됐던 가슴이 다시 뛰는 것을 느꼇다.
"그럼 지금 어떡해요?"
그때 왼쪽 구석의 남자가 또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곱슬머리가 그쪽을 흘겨보며
들릴 듯 말듯 쌍욕을 뱉었다. 추리닝은 미숙의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하더니 얼굴을
약간 찌푸린 채 말했다.
"그냥 경찰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지금 도망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아까 말했듯이 그놈 요 앞에 살거든. 거기서 아줌마가 나오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르지...... ."
"예?! 왜요?!!"
남자의 말은 어느새 반말조르 바뀌어져 있었다.
"왜긴 왜야. 그냥 아줌마를 찍었나 보네. 말했잖아요. 그놈 굉장히 위험한 놈이라고
한마디로 예측불허야 저 아저씨 말대로 정신이 좀 혜까닥했다고 해야 하나?
아줌마는 그놈 처음 봤어요? 여기 자주 오는 데......"
"예 , 여기 만화방 인수한 지가 3개월 정도 밖에 안돼서......"
미숙은 오른편의 곱슬머리한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곱슬머리가 이상황이
별거 아니라는 말을 한번 더 해주기를 애원하고 있었다.. 곱슬머리도 자기 의견이
추리닝에게 무시되었다는 데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는지 조금 전보다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에이 , 제가 알기로는 그놈 그냥 바보에요.
그냥 개 찌질이 이 더운날 점퍼 입고 다니는 것 봤죠?"
"항상 흉기를 가지고 다니니까 숨기려고 그러는거지.."
추리닝의 말에 곱슬머리가 발끈했다.
"아저씨가 걔 친구라도 되요? 왜 괜히 아줌마 겁주고 그래요?!!!"
"알지도 못하면 그냥 만화책이나 봐."
"어이 형씨 ,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지금 처음 봣는데?."
"뭐!!!!?"
곱슬머리가 주먹을 말아쥐었고 금방이라도 둘이 붙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추리닝
의 강렬한 눈빛에 기가 눌렸는지 곱슬머리는 그냥 혼잣말로 욕을 하면서 그를
외면했을 뿐 그 이상 더 나가지 않았다.
미숙은 시계를 보았다.
112에 신고한지 10분밖에 안 지났는데도 ,.......
한 시간은 넘게기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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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추천 과 댓글 해주시는거 알죠??
이번 이야기는 총 2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