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향을 말하자면, 바람직한 기사란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쓰더라도 쓰여지는 과정에 있어서는 최대한 냉정함을 가지고 쓰여진 기사가 되겠습니다만, 그러한 제 취향으로 보자면 이 기사는 상당히 감정적인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쓰여진 기사라고 할 수 있겠죠...
뭐,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내용은... 고려대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 127여 명이 작성한 문건에서도 동일한 의혹이 발견되고 있고, 다른 신문의 기사들에서도 동일한 내용이 기제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기사의 내용 자체는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에 대한 제 미학(...)에는 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 자체는 사실에 근접하는 것으로 보이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요...
물론 저는 늦기야 늦겠지만 판결 자체는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 그러니까 가해자들에게 유죄 및 징역판결이 나오고 출교처분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뭐,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지요...
하지만 설사 결과 자체가 제가 예상하는 방향대로 나온다고 해도 사법 당국의 판결 이전에 학교에서 학칙 운운하면서 늦장 대응을 하는 점은 제 시점에서도 충분히 불만족스럽게 보이는군요. 아마도 여기에서 가해자들의 부모가 누구냐라는 문제가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 패소가 분명한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까지 대형 로펌들이 개입해야만 하는 것인가-라는 의혹은 여기에서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법조계에 있는 부모 입장에서는 패소할 재판이라면 한 번의 패소가 미래에 큰 지장을 가져올 사람들보다는 한 번의 패소 정도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는 유명 변호사들이 맡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한 명이 모두 맡아서 패소하기보다는 여럿이 맡아서 패소하는 게 낫다는, 동업자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여기에서 오래된 관념, 즉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혹시 가해자들이 그냥 이겨버리는 거 아냐?'라는 점이지요. 사회와 법치주의와 권력기관에 대한 오래된 불신. '저들은 천인공노할 죄악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잘 먹고 잘 살 거다.'라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역시 이야기의 초점은 가해자들의 신분이 의대생이였다는 점에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만일 가해자들이 다른 전공의 학생들, 예를 들어 경영이나 경제, 공학, 심지어 철학과(...)학생이었다면, 생각보다 반응은 이처럼 열렬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역시 이들이 의대생들이었다는 점이 되는 것이죠.
'왜 의대생이라는 점이 문제냐?'라고 물으신다면, 저로써는 '농담이시죠?'라도 답변해드리고 싶습니다. 상식적으로, 사람의 신체를 다루는 직업을 업으로 하려는 사람들이 사람의 신체를 농락한다면, 그것은 상식적인 직업윤리나 사회 내적 상호신뢰 구축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글의 요점은 '왜 가해자들이 사법처벌을 받아야만 하는가'가 아니라 '왜 가해자들이 신속하게 출교처분을 받아야만 하는가'에 맞추어져 있으며, 그 이유가 '그들이 의대생이기 때문이다'라고 하겠습니다.
의학은 코스의 명의 히포크라테스의 시대로부터 태동하여 근대에 크게 변혁을 이루고, 현대에 이르러 정밀한 학문으로써 다시 한 번 크게 도약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의학은 하나의 기술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도 수 많은 기술자들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인류의 후생복지에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오래된 전문직종이고, 앞으로도 계속 번영할 전문직종일 것입니다.
하지만 단지 의학이 지닌 학문적 탁월함만으로는 의사라는 전문직이 3000여 년 전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적인 존경과 인정을 받아온 배경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원인은 전문기술로서의 측면이 아니라 바로 의사라는 업을 지닌 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아마도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일 것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Oath of Hippocrates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의 위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 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출처: 대한의사협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아직까지도 세계 각국의 의과대학에서 관례처럼 통용되는 것을 보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단순히 한 직종의 미신적인 전통이 아니라 지난 세월 의사라는 전문직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적인 존경과 인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고대에 실제로 행해진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이것과는 내용과 구조가 약간 다릅니다. 현재 시행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현대에 와서 수정된 제네바 선언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고대의 선서는 일단 의술의 신과 그 외 다른 신들 앞에서 엄숙히 선서함을 언명한 뒤, 선서의 말미에는 맹세를 저버릴 경우 자신에게 저주가 내릴 것임을 운운하는 등, 굉장히 심각한 내용입니다.
여기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그 이름과는 달리 히포크라테스 본인과 본인의 직계 존속들이 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이 선서가 원래는 히포크라테스 집안의 의학 전문기술에 대한 독점적 권위와 경제적 안정성의 확보를 위해 기안된 것이라는 현대의 흥미로운 연구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여기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는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라고 요약되어 있는 내용 중 "나는 어떤 집에 들어가든지 환자를 돕기 위해 들어갈 것이며, 모든 고의적인 비행과 상해를 삼가고, 특히 노예든 자유민이든 여자들이나 남자들의 신체를 욕보이지 않겠습니다."입니다. (우석대 반덕진 교수의 번역으로는 "성적인 접촉을 삼가하겠습니다"라고 하여 원문의 정확한 의미를 살리고 있습니다.)
기원전부터 시작된 의료사의 기나긴 세월 동안 자신의 성적 욕망이나 호기심을 절제하지 못한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원래 의사라는 전문직이 사람의 신체를 다루는 이상, 다른 직종에 비해 성적인 접촉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 히포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이 의술과 탁월한 도덕성으로 존경과 명성을 얻었던 고대에도 그러한 일들이 있었다는 기록이 지금도 남아있죠.
하지만 지금 남겨져 있는 자료들은 당시의 의사들이 그러한 행위를 얼마나 경멸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그리스인 의사라고 할지라도, 그가 탁월한 의술로 명성을 얻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신체를 욕보인 일로 인해 비참한 결말을 맞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그래야만 한다고 말입니다.
물론 상당히 파렴치한 말로 들릴 것을 감수하기만 한다면,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신체를 욕보이는 행위에 대한 금지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대해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동급생과 "놀다가" 일어난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통용될 수 없다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해자들이 현직 의사도 아니고, 수련의도 아니며, 단지 의학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에 불과하다는 사항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주장입니다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르니 짚고 넘어갈만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먼저,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아니므로 사건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반론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뭐, 심하게 요약하자면 '환자만 아니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가해자들에게 '의료행위와 의료행위가 아닌 상황을 철저하게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있느냐'는 점이 문제가 될 것 같군요. 만일 약간이라도 분별력이 흐려질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철저하게 배척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어디까지나 비 의료행위가 의료행위로 연장될 수 있는 개연성에 바탕을 둔 것이니 만일 가해자가 이 사건을 통하여 이성이든 동성이든간에 사람의 신체를 보고 성적 접촉에 대해 트라우마에 가까운 거부감을 느낀다거나 한다면 상관 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뉘우침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반론은 미래의 후인들을 위해서 원천적으로 봉쇄되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뭐, 의사도 한 명의 사람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 의사에게 사람의 신체를 보고 성적 욕망을 품는 것조차 금하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욕망을 실천하는 사람과 욕망을 절제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아직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반론을 돌아보겠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세계 각국의 의과대학 졸업생이 선서하고 있습니다. 전문의로 인정 받거나 수련의가 되기 위해 들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의학 수료의 과정에서 선서한다는 점을 보면,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은 의사가 되는 조건이 아니라 현대 의과대학에서 의술, 아니 의학을 공부하는 자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가해자들이 단지 의학을 배우는 학생에 불과하다는 반론에 대해서, 그들이 그냥 학생이 아니라 "의학을 배우는" 학생이기 때문에 당연히 신속한 제명과 퇴출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는 자질과 관계된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말하자면, 이들의 두뇌가 특출나서 의학지식을 모조리 암기하고 있다고 한들, 이들에게는 의학적 소양, 다른 재능은 모르겠지만, 의학을 배울 재능은 결여된 것입니다.
또한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는 항목과 관련하여, 이들은 수 천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는 한국의 의사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그리고 과거와 미래의 의사들을 모두 모욕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앞에서 한 말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약간의 사족을 덧붙이자면, 가해자들이 전도유망하다든가 심하게 개심하였다든가 하는 점은 이 문제에서는 배제하고 넘어가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공은 어디까지나 공이고 죄는 어디까지나 죄로써 다루어져야 할 것이고, 개심한다는 빌미로 후인들에게 동일한 유형의 행위를 범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에 대해서는 엄중하고 신속하게 결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해자들의 부모들이 사회적 위치가 있는 인물들이면 그러한 인물들일수록 더욱 단호하게 일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제 예상되는 반론까지 포함하여 주목할 만한 점은 대부분 언급된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사건의 전모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해서 뭐라 언급할 자격이 없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사건에는 제가 모르는 부분, 그것도 결정적인 부분이 더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껏해야 인터넷이나 신문기사를 통해 사건에 대해 접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또한 저는 의학에 몸을 담고 있는 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사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 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사실 의학을 배우는 자들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가지는 의미는 제가 이해한 바와 다를 수 있습니다. 기껏해야 의료행위를 소재로 한 영상물이나 작품을 한 두편 정도 감상한 적 외에 제가 의료에 대해 아는 바는 거의 전무하다고 보아도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잡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제가 이 사회의 구성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적 사건에 대한 제 자신의 미련한 의견이나마 피력하고자 함이며, 의료행위가 단순히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 즉 사회적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도 이 사회에 명예라는 것이 살아있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의사라는 전문직은 분명히 사회적 명예와 인정을 받아 마땅한 업종일 것입니다. 그에 마땅한 경제적 보상을 받아야 할 직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의사가 경제적 보상을 받기 때문에 명예로운 것이 아니라, 의사가 명예롭기 때문에 궁핍하지 않기 위하여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의사라는 전문직에게 더욱 명예로운 것이 될 것이며, 그것을 통해 이 사회에 명예라는 것이 살아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그리고 감히 의술과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술에 명예가 있기를 바라는 자로써, 이번 일에 대하여 고려대학교에 대해 특례적인 조치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성추행 의대생
일단 기사가 썩 괜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점이 아쉽군요...
제 취향을 말하자면, 바람직한 기사란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쓰더라도 쓰여지는 과정에 있어서는 최대한 냉정함을 가지고 쓰여진 기사가 되겠습니다만, 그러한 제 취향으로 보자면 이 기사는 상당히 감정적인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쓰여진 기사라고 할 수 있겠죠...
뭐,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내용은... 고려대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 127여 명이 작성한 문건에서도 동일한 의혹이 발견되고 있고, 다른 신문의 기사들에서도 동일한 내용이 기제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기사의 내용 자체는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에 대한 제 미학(...)에는 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 자체는 사실에 근접하는 것으로 보이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요...
물론 저는 늦기야 늦겠지만 판결 자체는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 그러니까 가해자들에게 유죄 및 징역판결이 나오고 출교처분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뭐,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지요...
하지만 설사 결과 자체가 제가 예상하는 방향대로 나온다고 해도 사법 당국의 판결 이전에 학교에서 학칙 운운하면서 늦장 대응을 하는 점은 제 시점에서도 충분히 불만족스럽게 보이는군요. 아마도 여기에서 가해자들의 부모가 누구냐라는 문제가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 패소가 분명한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까지 대형 로펌들이 개입해야만 하는 것인가-라는 의혹은 여기에서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법조계에 있는 부모 입장에서는 패소할 재판이라면 한 번의 패소가 미래에 큰 지장을 가져올 사람들보다는 한 번의 패소 정도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는 유명 변호사들이 맡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한 명이 모두 맡아서 패소하기보다는 여럿이 맡아서 패소하는 게 낫다는, 동업자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여기에서 오래된 관념, 즉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혹시 가해자들이 그냥 이겨버리는 거 아냐?'라는 점이지요. 사회와 법치주의와 권력기관에 대한 오래된 불신. '저들은 천인공노할 죄악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잘 먹고 잘 살 거다.'라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역시 이야기의 초점은 가해자들의 신분이 의대생이였다는 점에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만일 가해자들이 다른 전공의 학생들, 예를 들어 경영이나 경제, 공학, 심지어 철학과(...)학생이었다면, 생각보다 반응은 이처럼 열렬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역시 이들이 의대생들이었다는 점이 되는 것이죠.
'왜 의대생이라는 점이 문제냐?'라고 물으신다면, 저로써는 '농담이시죠?'라도 답변해드리고 싶습니다. 상식적으로, 사람의 신체를 다루는 직업을 업으로 하려는 사람들이 사람의 신체를 농락한다면, 그것은 상식적인 직업윤리나 사회 내적 상호신뢰 구축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글의 요점은 '왜 가해자들이 사법처벌을 받아야만 하는가'가 아니라 '왜 가해자들이 신속하게 출교처분을 받아야만 하는가'에 맞추어져 있으며, 그 이유가 '그들이 의대생이기 때문이다'라고 하겠습니다.
의학은 코스의 명의 히포크라테스의 시대로부터 태동하여 근대에 크게 변혁을 이루고, 현대에 이르러 정밀한 학문으로써 다시 한 번 크게 도약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의학은 하나의 기술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도 수 많은 기술자들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인류의 후생복지에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오래된 전문직종이고, 앞으로도 계속 번영할 전문직종일 것입니다.
하지만 단지 의학이 지닌 학문적 탁월함만으로는 의사라는 전문직이 3000여 년 전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적인 존경과 인정을 받아온 배경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원인은 전문기술로서의 측면이 아니라 바로 의사라는 업을 지닌 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아마도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일 것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Oath of Hippocrates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의 위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 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출처: 대한의사협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아직까지도 세계 각국의 의과대학에서 관례처럼 통용되는 것을 보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단순히 한 직종의 미신적인 전통이 아니라 지난 세월 의사라는 전문직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적인 존경과 인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고대에 실제로 행해진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이것과는 내용과 구조가 약간 다릅니다. 현재 시행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현대에 와서 수정된 제네바 선언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고대의 선서는 일단 의술의 신과 그 외 다른 신들 앞에서 엄숙히 선서함을 언명한 뒤, 선서의 말미에는 맹세를 저버릴 경우 자신에게 저주가 내릴 것임을 운운하는 등, 굉장히 심각한 내용입니다.
여기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그 이름과는 달리 히포크라테스 본인과 본인의 직계 존속들이 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이 선서가 원래는 히포크라테스 집안의 의학 전문기술에 대한 독점적 권위와 경제적 안정성의 확보를 위해 기안된 것이라는 현대의 흥미로운 연구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여기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는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라고 요약되어 있는 내용 중 "나는 어떤 집에 들어가든지 환자를 돕기 위해 들어갈 것이며, 모든 고의적인 비행과 상해를 삼가고, 특히 노예든 자유민이든 여자들이나 남자들의 신체를 욕보이지 않겠습니다."입니다. (우석대 반덕진 교수의 번역으로는 "성적인 접촉을 삼가하겠습니다"라고 하여 원문의 정확한 의미를 살리고 있습니다.)
기원전부터 시작된 의료사의 기나긴 세월 동안 자신의 성적 욕망이나 호기심을 절제하지 못한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원래 의사라는 전문직이 사람의 신체를 다루는 이상, 다른 직종에 비해 성적인 접촉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 히포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이 의술과 탁월한 도덕성으로 존경과 명성을 얻었던 고대에도 그러한 일들이 있었다는 기록이 지금도 남아있죠.
하지만 지금 남겨져 있는 자료들은 당시의 의사들이 그러한 행위를 얼마나 경멸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그리스인 의사라고 할지라도, 그가 탁월한 의술로 명성을 얻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신체를 욕보인 일로 인해 비참한 결말을 맞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그래야만 한다고 말입니다.
물론 상당히 파렴치한 말로 들릴 것을 감수하기만 한다면,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신체를 욕보이는 행위에 대한 금지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대해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동급생과 "놀다가" 일어난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통용될 수 없다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해자들이 현직 의사도 아니고, 수련의도 아니며, 단지 의학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에 불과하다는 사항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주장입니다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르니 짚고 넘어갈만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먼저,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아니므로 사건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반론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뭐, 심하게 요약하자면 '환자만 아니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가해자들에게 '의료행위와 의료행위가 아닌 상황을 철저하게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있느냐'는 점이 문제가 될 것 같군요. 만일 약간이라도 분별력이 흐려질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철저하게 배척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어디까지나 비 의료행위가 의료행위로 연장될 수 있는 개연성에 바탕을 둔 것이니 만일 가해자가 이 사건을 통하여 이성이든 동성이든간에 사람의 신체를 보고 성적 접촉에 대해 트라우마에 가까운 거부감을 느낀다거나 한다면 상관 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뉘우침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반론은 미래의 후인들을 위해서 원천적으로 봉쇄되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뭐, 의사도 한 명의 사람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 의사에게 사람의 신체를 보고 성적 욕망을 품는 것조차 금하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욕망을 실천하는 사람과 욕망을 절제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아직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반론을 돌아보겠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세계 각국의 의과대학 졸업생이 선서하고 있습니다. 전문의로 인정 받거나 수련의가 되기 위해 들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의학 수료의 과정에서 선서한다는 점을 보면,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은 의사가 되는 조건이 아니라 현대 의과대학에서 의술, 아니 의학을 공부하는 자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가해자들이 단지 의학을 배우는 학생에 불과하다는 반론에 대해서, 그들이 그냥 학생이 아니라 "의학을 배우는" 학생이기 때문에 당연히 신속한 제명과 퇴출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는 자질과 관계된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말하자면, 이들의 두뇌가 특출나서 의학지식을 모조리 암기하고 있다고 한들, 이들에게는 의학적 소양, 다른 재능은 모르겠지만, 의학을 배울 재능은 결여된 것입니다.
또한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는 항목과 관련하여, 이들은 수 천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는 한국의 의사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그리고 과거와 미래의 의사들을 모두 모욕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앞에서 한 말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약간의 사족을 덧붙이자면, 가해자들이 전도유망하다든가 심하게 개심하였다든가 하는 점은 이 문제에서는 배제하고 넘어가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공은 어디까지나 공이고 죄는 어디까지나 죄로써 다루어져야 할 것이고, 개심한다는 빌미로 후인들에게 동일한 유형의 행위를 범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에 대해서는 엄중하고 신속하게 결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해자들의 부모들이 사회적 위치가 있는 인물들이면 그러한 인물들일수록 더욱 단호하게 일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제 예상되는 반론까지 포함하여 주목할 만한 점은 대부분 언급된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사건의 전모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해서 뭐라 언급할 자격이 없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사건에는 제가 모르는 부분, 그것도 결정적인 부분이 더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껏해야 인터넷이나 신문기사를 통해 사건에 대해 접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또한 저는 의학에 몸을 담고 있는 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사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 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사실 의학을 배우는 자들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가지는 의미는 제가 이해한 바와 다를 수 있습니다. 기껏해야 의료행위를 소재로 한 영상물이나 작품을 한 두편 정도 감상한 적 외에 제가 의료에 대해 아는 바는 거의 전무하다고 보아도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잡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제가 이 사회의 구성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적 사건에 대한 제 자신의 미련한 의견이나마 피력하고자 함이며, 의료행위가 단순히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 즉 사회적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도 이 사회에 명예라는 것이 살아있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의사라는 전문직은 분명히 사회적 명예와 인정을 받아 마땅한 업종일 것입니다. 그에 마땅한 경제적 보상을 받아야 할 직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의사가 경제적 보상을 받기 때문에 명예로운 것이 아니라, 의사가 명예롭기 때문에 궁핍하지 않기 위하여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의사라는 전문직에게 더욱 명예로운 것이 될 것이며, 그것을 통해 이 사회에 명예라는 것이 살아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그리고 감히 의술과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술에 명예가 있기를 바라는 자로써, 이번 일에 대하여 고려대학교에 대해 특례적인 조치를 요청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