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어디까지 가봤니? '몰바니아로 떠나는 여행'

이민아20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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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깨나 했다는 당신, 더 이상 갈 데가 없다고? 그럼 당연히 몰바니아도 가봤을 것이다. 아니 동유럽의 꽃이라는 몰바니아를 모른다고! 흠, 할 수 없다. 몰바니아라는 나라 자체를 모른다면 '여행의 로망' 같은 게 도대체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마치 미국을 소개하는 것처럼 아주 기본적인 얘기부터 해야겠다. 이 글은 배낭 여행의 바이블 '론리 플래닛'을 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읽으면 된다. 단, 몰바니아로의 여행을 진지하게 (조금 전부터) 고려하고 있다면 시간 낭비가 될지도 모르니 얼른 다른 기사를 클릭해 주시길.
글/ sunny side up(edesigner@chol.com)



동유럽의 숨겨진 보석, 몰바니아 공화국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구상에 더 이상 정복할 곳이 없는 여행자들의 마지막 도전지. 아직까지 우리에겐 좀 낯설지만 동유럽의 숨겨진 보석이라 일컬어지는 몰바니아 공화국을 두고 하는 얘기다.그도 그럴 것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사이, 체르노빌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위치한 이 나라는 유럽이 통합되면서 마침내 노련한 배낭 여행자들에 의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의 여행자들은 ‘실수로’ 도착해 내친 김에 여행을 하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방인에게 친절하면서도 비호의적인 몰바니아 사람들은 여행자들에게 도전과 영감, 혼돈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몰바니아의 문화와 지형은 유네스코가 ‘세계의 단조 로운 장소’로 지정할 만큼 놀랍다.

설탕 당근 최대 생산국으로 백일해 바이러스의 탄생지이며,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상실한 나라, 몰바니아! 여기선 웅장한 신고전주의 건축물이나 예술과 문화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 르네상스 문화가 꽃핀 적이 있긴 하다. 

몰바니아의 르네상스 시기는 1503년 11월에서 12월까지 3주 정도로 보고 있다. 언어는 너무 어려워 배우는데 최소한 16년은 걸리니 아예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유창하게 구사하기는커녕 발음하기조차 힘든 언어인데다, 종종 삼중 부정이 쓰여서 상당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이 물을 마셔도 되나요?’는 ‘이 물이 못 마시는 물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아닌가요?’ 라고 해야 한다. 그러니 차라리 꼭 필요한 단어나 몇 개 외우는 편이 낫다. ‘즐라브츠카(안녕하세요)’ ‘브로브라(고맙습니다)’ 등등.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구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나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외식을 좋아하는 몰바니아 사람들은 가끔씩 독일이나 프랑스로 식사하러 가곤 한다. 그러나 몰바니아에 온 이상 전통 음식인 홀스플랍이라는 절인 고기는 꼭 먹어보고 가야 한다. 하지만 콧수염을 기른 웨이터에게는 특별 요금을 내야 하는 일이 있으니 주의할 것. 어딜 가든 몰바니아에서는 ‘스틀론코 부시부시’라는 이름을 듣 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선도적인 지도자의 이름을 딴 도로, 다리, 동상, 심지어는 전염병까지 있으니까.

1930년대 총리를 지내며 몰바니아를 근대 국가로 끌어올린 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알파벳을 33자로 축소, 바퀴의 재도입, 주말 최대 근무 시간을 18시간에서 16시간으로 축소, 트랙터를 대중 교통 수단으로 도입한 것 등이 있다. 몰바니아 최고 팝스타 올자는 열정적인 라틴 음악에 이성적인 정치 연설 형식을 결합한 새로운 음악 장르를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관광객들은 주로 수도 루텐블라흐를 들른 뒤 휴양지 스베트랑지나 루블로바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스키를 좋아한다면 남부 몰바니아의 알프스를 찾는 것이 좋겠다. 이곳의 중심지인 스베트랑지는 온천 휴양지인데, 강변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할츠! 조르반!(도둑이야)” 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곧잘 들을 수 있다. 이제는 몰바니아 역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가 없다. 맥도날드와 미드의 광풍 역시 몰바니아를 비켜가지 못했고, 이제는 편지보다 느리다는 게 좀 문제지만 이메일도 보낼 수 있다. 몰바니아의 변화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은 “더 나빠지기 전에 서둘러 다녀오라”고 권한다.

어, 뭔가 이상하다고?  미안하다. 벌써 눈치챘겠지만 몰바니아는 지구에 없는 나라다.  지금까지 ‘읽어 준’ 것은 상상의 나라 몰바니아로 떠나는 여행 가이드 <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 (원제 몰바니아- 근대 치의학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나라)>였다. 







워킹독, 가짜 여행의 본좌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론리 플래닛을 패러디한 <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는 호주의 문화 창작집단 ‘워킹독’이 2003년에 펴낸 가짜 여행 안내서다. 길 떠나는 사람은 매년 늘고 있지만 실제 장소를 즐기기보다는 그 장소에 대한 정보 읽기에 더 열중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어 유머로 풍자했다. 한마디로 가짜 여행의 본좌들이 모여 쓴 책이다. 그러나 어찌나 인기가 좋았는지 호주 콴타스 항공은 이 책의 내용을 30분짜리 비디오를 제작해 국제선에서 상영하기도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얘기도 있다. 몰바니아 편의 인기에 힘입어 후속작으로 붐파트붐파가 수도인 동남 아시아의 숨겨진 진주 <파익탄-배낭 메고 걸리는 일사병> <산 솜브레로-카니발, 칵테일, 그리고 뒤통수를 후려치는 나라>를 내놓기도 했다.


몸과 마음을 ‘정화’해 보고자 사람들은 길을 떠난다. 그러나 때로는 그 여행길이 ‘고생길’로 변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어쩌면 여행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여행을 준비하고 설레어 하다가 트렁크를 끌고 공항 라운지에 앉아 있는 그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짜 여행서 혹은 진짜 여행서를 뒤적이고 있는 순간이 더 행복하다는 1인도 있을 수 있겠다. 참고로 <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에 나오는 사진은 저자들이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찍은 것들이라고. 그래서 필자 역시 세계 각지까지는 아니고,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 찍었던 사진을 (책에 나온) 몰바니아 풍경인양 슬쩍 섞었다. 어차피 진짜 몰바니아 사진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인증할 수 없으니까!

출처 - 삼성카드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