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잘해준 여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다는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헤어진다음날2011.07.17
조회7,712

어제 지방에 계시는 외할머니께 전화를 받았다는 어머니.

사귄지 1년 조금 넘었을 때 할머니의 병세로

그 여자와 함께 지방에 갔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할머니에게 너무 잘해줬던 그 여자.

그 여자가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했었나 봅니다.

조금 있으면 78번째 생신을 맞이 하시는 할머니께서

이번에 부모님과 제가 가면서 그 여자도 데리고 오라고 말씀하셨나 봅니다.

손자 며느리라고 하시면서 보고 싶다고 하셨답니다..

어머니께서 제게 그렇게 전해주시는데 그 때서 깨달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걔 만한 여자도 없다는 걸 어제서야 알았습니다.

 

처음에 그냥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다 끝난 마당에 지가 뭐라고 할머니한테 전화까지 해서 안부를 물어?

무서운 여자네, 어떻게 번호를 알고 전화를 했지?

어쩌려고 끝난 마당에 이러는 거지?

....괜히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 여자에 대해 점점 안 좋게 생각 하게 됐습니다.

 

장마로 고생하시는 자신의 외할머니와 통화를 하다가

저희 외할머니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번호는 어떻게 알고 전화했대? 어머니께 물어보니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지난 번 왔을 때 할머니께 번화를 물어 봤다고 합니다.

지난 날 함께 병문안으로 지방에 갔을 때,

제가 자리를 비웠을 때 할머니께 번호를 물어 봤다고..

멀어서 자주 올 순 없어도 자주 안부 전화 하겠다고 말하면서...

 

이 얘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제대로 한 소리 들었습니다.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놓쳤다면서

그렇게 착한 여자 놓친거 후회하지 않냐면서.

.....네, 저 지금 후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후회합니다.

 

나에게 받기 보다 주기를 좋아했던 그 여자.

너무 착해서 답답함을 느꼈던 그 여자.

결국 답답하다 못해 무료함에 헤어지자 했고

이별의 힘듬/아픔 따위 없이 제 딴에는 나름대로 잘 지냈습니다.

 

하지만 2년 동안 사귀면서 그 여자에게 익숙해져버린 건지

다른 이성 친구들을 만나면 불편한 일들이 생기면서

 

걔는 안 그랬는데 얜 왜 이러지?

걔라면 이렇게 안 했을텐데..

걔라면 저렇게 생각없이 행동 하진 않았을텐데..

걔는 이렇게 해줬는데 쟨 왜 저래? 등등..

 

저도 모르게 그 여자와 다른 이성 친구들을 비교를 해가고 있었습니다.

날 배려 해주는 너무 착한 그 여자의 행동들에 무료함을 느껴

더 이상 사랑이란 감정이 없다고 생각해서 헤어지자고 했는데..

 

이별 통보를 한 지 10일째....

저 벌써 후회 하고 있나 봅니다.

정말 그 여자에게 익숙해졌나 봅니다.

그래서 다른 이성들과 있으면서 그 이성들의 말과 행동들을 보고 있자면

아니다 싶은건 괜히 그 여자가 생각나면서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고치기 어려운 생활습관.

가족들에게까지 그런 습관은 누구 닮았냐며 종종 들어왔던 잔소리.

요즘엔 통 안 그런다면서 고치려고 노력한 것 같다며 칭찬 듣는 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여자가 옆에서 요리조리 말을 해주며

나의 잘못된 행동들을 짚어 줬던게 생각납니다.

기분 나쁘게 무작정 그렇게 하지마. 왜 그래? 그런 식이 아닌

기분 나쁘지 않게 조근조근 설명해주며 하지 말길 권유 하는 그 여자.

저의 잘못된 습관들에 대한 행동을 지적해주며 고쳐주려 할 때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내가 생각해도 화날만한, 짜증낼 만한 행동들인데

한번도 화, 짜증 내지 않고 나를 고쳐주려 했던 그 여자...

 

저 정말 후회하고 있습니다.

전 답답해서가 아닌 2년동안 아무탈 없이 사귀면서

너무 편해져 버린 탓에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렸나 봅니다.

그 여자가 답답했던 게 아니고 연애 생활이 심심했던 것도 아닌

그냥 이미 편해져 버렸기 때문이었던 같습니다.

사랑하는 감정이 없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제 멋대로 착각하고 착각해서 학교에서 그렇게 이별통보를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지난 번 톡 쓰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느라 오늘에서야 확인했습니다.

수 많은 댓글들...그 중, 강의 전에 통보 한 걸로 질타를 주신 댓글.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날, 이별 통보 후 저는 강의가 없었고

그 여자는 전공 강의가 있었습니다.

이별 통보를 한 것도 지금 후회 하고 있지만

하려거든 하루 강의 일정이 끝난 다음에 해도 되지 않았을까...

나 때문에 강의 제대로 듣지 못했으면 어쩌나 싶은게..

이제와서 이렇게 미안해 합니다..

 

염치 없이 붙잡을 수도 없겠지요.

매달리는 여자 싫다고 했던 제가

역으로 그 여자에게 가 매달리면 정말 염치 없는 거겠죠..

 

후회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는 친구들.

그리고 형 누나들.

쓴 소리 한 마디씩 하네요.

게다가 제가 이렇게 후회할 줄 알았다면서..

 

정말 제가 복에 겨웠나 봅니다.

그 여자 만한 여자 없는데......

정말 남자들은 헤어지면 다른 전 여자친구들에 비해

자신에게 잘해준 여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다는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지난번에 쓴 얘기.....

이런 여자 입니다.... 미안하다고 헤어지자는 말 이젠 쉽게 꺼내지 않겠다고

말을 붙여 보면 다시 절 받아 줄까요?..

http://pann.nate.com/talk/31199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