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못들어봤을 무서운이야기<5>

할로20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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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끼 - 사소한 미신

 


 

 












따르르릉_
탁!!
나는 손을 뻗어 열심히 울리는 알람시계를 더듬거려 꺼버렸다.

"아함~"

오늘은 아침부터 강의 있는 날이라서 늦으면 안되는데.
시계는 8시 정각에서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었다.
딱 십분이야.. 십분만 자고 일어나자.. 딱.. 십분..







"으아아아악~~"

10분만 자고 일어나자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는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곯아 떨어졌고 어느순간 번쩍 눈을 떠 시계부터 찾았다.
9시 십오분.. 죽..었다.
나는 절망스러운 기분으로 벌떡 일어나 세면장으로 직행했다.
망할.. 아까 그냥 일어나 버릴걸..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옷을 아무렇게나 꿰입고
신발을 허둥지둥 신고 날 듯이 아파트를 나섰다.
며칠전에 눈이 온게 아직 덜 녹아서 길이 조금 미끄럽긴 했지만
넘어지든 말든 신경 안쓰고 마구 달려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아..앗!!"

나는 큰 길가에서 잠시 넘어질 듯 휘청거렸다.
지나가던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있었으면 아마 개쪽을 당했으리라.

"뭐야?"

눈이 얇게 얼어있는 길 중앙에는 보기에도 약간 커 보이는 돌멩이가 있었다.
황급히 달리던 내 발에 채여 약간 움직인 것 같아 보였다.

"큰 길 중앙에 이런게 왜 있담.. 나.. 참.."

착하디 착한 청년인 나는 돌멩이를 들어 길 옆의 화단으로 던져버렸다.
그러고 지하철 쪽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때 앞쪽 골목에서 얼굴을 모자로 가린 사람이 서성대는 것이 보였다.
내가 지나치자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었기에 나는 이상스런 느낌을 떨치며
지각이라는 걸 생각하고 마구 뛰었다.








 

 


강의 시간에 늦은 나는 그 왕조잘쟁이 교수에서 10분쯤 지지배배를
듣고 나서야 겨우 자리로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야.. 한동준. 아침부터 즐거움을 선사해줘서 고맙다"

"그래. 고마우면 오늘 점심이나 사. 으이구.. 아침부터 쪽팔림의 연속이라니.."

내 옆자리에 앉은 태훈이라는 녀석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계속해서 킥킥대며 웃다가 결국 교수에게 한 소리 듣고 말았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태훈이는 정말로 점심을 사준다며 학생 식당으로 날 데려갔다.

"왠일이냐.. 너같은 빈대가 쏠때두 있구."

"체. 나라고 맨날 빈댄줄 아셔? 왜 이러시나.. 어제 용돈 받았어. 히히"

나는 태훈과 볶음밥을 시켜먹으며 이번 레포트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야.. 한동준.. 그만 좀 긁어라.."

"응?"

"밥먹는데 더럽게시리.."

그러고 보니 나는 태훈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또는 밥을 퍼 먹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왼쪽 눈 주변을 쉴새없이 긁어대고 있었다.

"에? 왜 이러지?"

그러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벅벅벅..

"그만해. 너 눈 벌겋게 됐어."

"나도 그만두고 싶단 말이야. 근데 너무 간지러워. ..내가 언제부터 이랬지?"

"그러고보니 너 아까 강의 들어올 때부터 조금씩 긁었던 것 같던데.."

"뭐?"

강의 들어올 때부터? 그럼 3시간 동안.. 긁었단 말인가..
근데 왜 나는 전혀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동안에도 나의 손은 쉴새없이 눈 주변을 긁어대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눈이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눈이 간지럽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니 긁지 않으면 견딜수 없을 정도가 되버렸다.
벅벅벅벅..
쉴새없이 눈을 긁어대던 나는 손끝에 진득한 액체가 묻어나자
깜짝 놀라 손을 땠다.
이런.. 세상에..
얼마나 긁어놨던지 닳아있는 손톱밑으로 피가 젖어들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욕실로 들어가 세면대 거울에 왼쪽 눈을 비춰보았다.

"헉.. 맙소사.."

왼쪽눈은 아예 부어서 보이지도 않고 눈 주변 약 5cm정도는 벌겋게 부었있었다.
더군다나 손톱에 마구 긁혀서 피까지 맺혀있어 내가봐도 흉측스러웠다.

"뭣 때문에 이런거지? 다래낀가.. 잘 안씻고 다녀서 그런가?"

좀 씻고 다닐걸..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 것 같았다.
내일은 오후 강의만 있으니 아침 일찍 병원엘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씻고 잠을 청했다.








 



따르르릉_
어렴풋이 눈을 뜬 나는 병원엘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알람시계를 눌러 끄며 하품을 하고 일어섰다.

"응?"

욕실로 향하던 나는 욕실문에 부딪혀 쿵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아야야.. 잠이 덜깬건가?"

엉거주춤 일어나 욕실안으로 들어간 나는 거울을 보고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어제 미친듯이 긁어댄 왼쪽눈이 마치 거대한 살덩어리에
찌푸려진 것처럼 부어서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눈 한쪽이 보이지 않으니 원근감도 없어져서 나는
몇번의 헛손질 끝에 양치질을 하고 몇번이나 문에 부딪히고
한 끝에야 겨우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울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배가 고팠으나 식칼로 손가락을 썰어버릴 것 같아 그냥 다시 잠이나 청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질 무렵이였다.
강의 빼먹는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눈이 말도 못할 정도로 쓰리고 아팠다.
눈에 자잘한 모래알이 수십개가 박혀있는 것처럼 ..
쿡쿡 쑤시고 여하튼 뭐라 형용할 수 없을만큼 아팠다.

"아.. 젠장.. 이번엔 또 뭐야.."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을 호소하던 나는 핸드폰을 꺼내
오른쪽 눈에 바싹 가져다대고 태훈의 번호를 눌렀다.
다행히 태훈이 받았고 나는 신음을 내뱉아가며
태훈에게 빨리 좀 와달라고 말했다.
태훈은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장난스레 농담을 내뱉았고 나는 화가 나서 홧김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동준.. 문열어."

탕탕탕탕!!
아파트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엉금엉금 기어나갔다.
태훈이었다.

"..동준아. 많이 아파? 헉.."

녀석은 집으로 들어서며 내게 말을 붙이다가 내 눈을 보고는
할말을 잃어버린 듯 했다.

"야.. 도..동준아.. 너 눈이.."

"알고있어. 나 지금.. 아파서 미치겠단 말이야."

"병원엔 가봤어?"

"아파서 움직이기도 귀찮고 원근감도 없어서 길에 함부로 못 나가."

"..바.밥은? 먹었어?"

"아니.. 아 잘됐다. 너 밥 좀 해라. 나 지금 배고파 죽겠거든.
저쪽 냉장고 안에 보면.. 아아아악!!"

태훈이에게 막 이것저것 가르쳐 주려던 나는 다시금 고통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질러댔다.
이제는 쿡쿡 쑤시다 못해 눈알이 빠져버릴 것 같은 압박까지 느껴졌다.

"동준아!!"

태훈이 녀석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곧 태훈이 119를 부르는게 보였고 .. 그 이후로는 까마득했다.






 






눈을 뜨자 이제는 아예 왼쪽눈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왼쪽눈은 더 이상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
다만 눈 아래가 조금 묵직하고 약간의 압박감이 있을 뿐이다.

"으음.. 태훈아.."

내가 눈을 뜨며 태훈을 찾자 인기척이 들리며 태훈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동준아.. 정신이 좀 드냐?"

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그가 헉하고 놀라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게 보였다.

"..왜.. 그래?"

"너..너.. 누.. 눈이.."

파리하게 질린 채 입술까지 덜덜 떨어가며 그 녀석이 말까지 더듬어댔다.
곧 태훈은 비틀비틀 거리며 병실밖을 뛰어나갔다.
나는 의아했지만 태훈이 뭣 때문에 그러는지 알 수 없어
근처에 있는 손거울을 집어 들었다.

"..허.. 허억.. 누..눈이 왜이래.."

눈동자가 없었다.
쉴새 없이 긁어댔던 왼쪽눈은 붓기가 빠졌는지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지만

깜빡깜빡거리는 그 속에는 허여멀거하고 붉으스름한 살덩어리만 보였을 뿐
하얗고 까만 눈동자는 어디에도 사라지도 없었다.
눈이라고 겨우 표시되는 것은 속눈썹이 매달린 껌뻑거리는 눈꺼풀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는 비정상적으로 불룩하게 마치 눈동자가
아래로 쏠려버린 것처럼 살이 팽창해 있었다.

"아아악!! 왜 이래.. 누.눈..이 어디로 간거야.."

이 망할 다래끼가 엄청나게 커지는 바람에 눈동자를 아래로 밀어낸 것이 분명했다.
덕분에 볼까지 쳐져버린 눈동자는 안면근육을 씰룩일때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터트려야 해.."

고교시절에 친했던 친구 녀석이 다래끼가 생기자 수술을 받아
터트려버렸다며 그 뒤로는 생기지 않더라는 말을 상기해 낸 나는
손에 꽂혀 있던 링거 바늘을 뽑아냈다.
한 손에는 손거울을 다른 한손에는 링거바늘을 든 나는
거리감을 조절하며 조심스레 눈안에 들어있는 다래끼에 바늘을 겨냥했다.
그 순간 병실문이 열리며 태훈과 몇몇 의사 간호사들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나는 힘껏 바늘을 찔러 넣었다.

"으아아아악!!"

원근감이 없던 나는 눈구멍 아래로 쳐져버린 왼쪽 눈동자에
링거 바늘을 쑤셔박고 말았다.








 



왼쪽눈은 실명되었다.
아니 아예 터트려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현대 의학으로는 그 거대한 다래끼를 제거할 수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왜 생겨났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침대에 누워 한쪽 눈만으로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며
찬찬히 기억을 더듬던 나는 다래끼가 왜 생겼는지 알게 되었다.
며칠전에 길에서 내가 찼던 돌.
예전부터 다래끼를 나으려면 속눈썹을 뽑아 돌 아래 숨겨놓으면
그 돌을 차는 사람이 다래끼를 가지고 간다는 미신이 있지 않던가..
나 역시 그것처럼 하기로 했다.
오른쪽 눈이 슬슬 간지러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빨리 실행에 옮겨야 했다.




 

 

 

 



몇번을 넘어져가며 아파트 앞 길에 돌을 놔두고 온지 만 하루가 지났다.
딩동..

"태훈이냐?"

"응. 아.. 날씨 춥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태훈의 손이 녀석의 오른쪽 눈을 쉴새 없이 긁어대고 있다.







 

 

 

 

 

 

 

 

 

 

 

 

 

 

 

 

 

 

 

『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글 퍼가실 때에는 적월매혹 이라는 제 필명과

제 홈피 주소를 함께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

 

 

 

 

 

 

 

 

 

 

 

 

 

 

 

 

written by_赤月魅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