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분들 새벽에도 정말 조심하셔야해요.

이겨내야죠2011.07.24
조회513

우선 글을 읽으시기 전에

 

"그러게 여자가 어두울때 돌아다니면 안된다" 식의 댓글은 사절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안녕하세요.23살 여대앞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여대생입니다.

 

이걸 톡으로 쓸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재차 조심할 것을 강조하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종로쪽의 어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침반 수업을 듣고 있고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어서 주로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곤 합니다.

 

그날 따라 눈이 일찍떠지더라구요. 새벽 4시경.

 

해가 뜨려면 한두시간이나 남긴 했지만, 24시로 운영하는 카페나 페스트 푸드 점이 더러 있기에

 

부지런히 나가서 복습을 할 생각으로 4시 40분경,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집을 나서면서 참 이상한 기분이 들더군요.

 

왠지 조금더 있다 나갈까 싶었지만 기왕 나온 거, 2분 거리에 버스정류장이 있으니 서두르자는

 

생각에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하늘은 해 뜰 준비를 하려 시퍼렇게 변해 있었고

 

항상 자주 나서던 골목이기에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집앞의 4차선 대로를 건너 골목이라기엔 꽤 넓은 길을 지나면 바로 6차선 대로(버스정류장)이 나오고

 

또 항상 다니는 길이라 어떠한 예측도 하지 못했습니다.

 

4차선 대로를 건너고 나니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큰 슈퍼 앞에

 

자주 보던 오토바이 한대가 시동이 켜진 채 세워져 있더군요. 왠지 시간상 추측으로 신문 배달을 하는 오토바이가 아닐까 하고 지나치는 그 순간

 

누군가 뒤에서 저를 덥석 안았습니다. 안았다기보단 덥쳤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 같습니다.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있었는데 음악을 튼 상태는 아니었습니다만, 정말 그 괴한은 발소리 조차 내지 않고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 상태로 앞으로 고꾸라졌고 넘어지면서 무릎과 팔뚝이 땅에 쓸리게 되었습니다. 무릎에선

 

피가 줄줄 나고 있는데도 아픈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렸고

 

상황을 인식한 그 즉시 발악을 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괴한은 몸 여기저기를 만지며 추행하고 저를 뒤집어서 자기 밑에 앉혔습니다. 어떠한 반항도 소용이 없더군요.

 

괴한은 헬멧을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왔는지도 알 수 없었고

 

헬멧사이로 입만 보였는데,  웃고 있었습니다. 징그럽게 웃고 있었어요. 바지 춤에 손을 갖다 대는 순간

 

제 비명소리를 듣고 4차선 도로를 지나던 차량이 제가 눕혀진 골목으로 진입했습니다.

 

몇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 큰 골목에서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눕혀놓고 무슨 짓을 하려고 했었던 것인지.

 

만약 아무리 소리를 질렀어도 그 차량 처럼 제 목소리를 듣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면

 

저는 지금쯤 어떻게 되어있을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순간이었죠.

 

당시 옷차림은 반바지, 기본 티셔츠위에 가디건을 입고 센달을 신고 있었습니다.

 

제가 어떤 자극적인 차림이었다면 몰라도 정말 표적으로써 그 어떠한 자극도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자극이었다면 그 시간에 혼자 돌아다닌 '여자'라는 것이었겠죠.

 

그 괴한은 좁은 골목 사이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번호판이라던지 인상착의를

 

자세히 봐뒀어야 하는것인데 어떠한 순발력도 저를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다리가 풀려 깔려뭉개져 있던 상태에서 일어설수가 없었거든요.

 

온라인이나 메스컴에서 그런류의 사건들을 접할 때 마다

 

나는 어떠어떠하게 대처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곤 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머리속이 하얘지고 눈앞이 캄캄해질 뿐이었습니다.

 

제 목소리를 듣고 골목으로 진입한 차량의 남자분께서 차에서 내려 저를 일으켜주셨습니다.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신다고 했지만 그 당시에는 남자옆에 있을 수가 없었기에

 

그분이 제 보폭에 맞춰 버스정류장 앞까지 같이 제 옆으로 차를 천천히 몰아 주셔서 대로로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그 골목을 지나치는 것도 무서웠고  일단은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야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버스에 앉으니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서 정신을 차리니 제가 시청까지 가 있더군요..

 

시청에서 내려 정신을 가다듬고 경찰서로 전화를 했습니다.

 

경찰은 곧장 제가 사는 지역의 관할 경찰서로 연결을 시켜주었습니다만

 

정말 서글프게도

 

"얼굴을 못봤고 인상착의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없으니 잡는걸 기대하지는 말아라"

 

"앞으로 이런일이 또 생기거든 이 번호로 전화해라"

 

는 어이없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오후에 다시 연락을 준다고 했지만 결국 여태껏 전화는 없네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저는 집밖을 잘 나가질 않습니다. 해가 중천에 뜬 낮에도 뒤에서 남자가 스치고 지나가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여자든 남자든 아는 사람이어도 갑자기 말을 걸어오면 까무라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도 무서워서 못타고 어딜가도 콜택시를 타고 다닙니다만, 그 마저도 안전하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물론 남자분들도 어떠한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다는 것 잘 압니다만

 

여성분들. 정말 새벽에 조심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그 괴한이 신문배달부 인것 같습니다. 경찰에 전화를 해서 말해봤지만

 

시큰둥한 반응만 보이네요. 신고를 한 이후의 변화는 낮에 순찰을 도는 경찰이 있다는 것 뿐입니다.

 

종종 새벽에 창문을 열어 그새끼가 또 돌아다니진 않을까 하고 밖을 내다보는데, 제가

사건이 있었던 그 시각에는 경찰차고 경찰이고 없네요.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마지막에 그 경찰분이 그러시더군요. " 아무튼 무슨 별일은 없으셨던 거잖아요"

 

꼭 무슨일이 생겨야 움직이실 건가요.

 

 

밤공기와 밤산책을 즐기던 풍류가가 단숨에 사람이 무서워 집밖에는 나서지도 못하게 되었는데,

 

이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주변사람들은 니 잘못아니니 자책하지 마라. 그시간에 나간 니 잘못이 아니라 그 새끼가 살아있다는게 잘못이다 라고 얘기하지만

 

 

자꾸만

 

 

그때 삼십분만 더 늦게 나갔더라면,

 

한시간만 더 늦게 나갔더라면,

 

뒤를 돌아볼 수 있었더라면

 

이라는 생각뿐입니다. 자꾸만 서글퍼지고 억울해지고 수치스러워집니다.

 

 

저도 최악의 상황이 아니었던건 정말 신께 감사드릴 일이지만

 

아직도 몸에 익혀져버린 두려움은 어쩔 수가 없네요.

 

 

 

부모님께선 많이 편찮으시고 또 3시간 이상 되는 거리에 사셔서

 

차마 말씀을 못드리고 있습니다.

 

씩씩하게 이겨내려고는 하는데

 

잠들때마다 힘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