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에 쓸 용기가 없어서

J2011.08.01
조회211

그를 다시 안 지 벌써 다섯 달이나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남자였고

행복해 보였는데

얼마 안 가서 이별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서로 아는 것도 많이 없었던지라

막연한 위로와 화제를 돌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그 후로 조금씩 가까워졌나 봅니다

바빴던 시기라 연락이 닿고 꽤 지나서야 얼굴을 볼 수 있었고 그 후로 몇 번 더 만났습니다

어릴 때 같은 학교에 다녔던

단순히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반가운 친구였는데

언제부턴가 언제나 친구로서만이 아닌 말도 했고

나를 잠깐씩 멈추어 있게 하곤 했습니다

직설적이지 않고 조금은 돌려 말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이 사람은 그런 나와 대화를 할 줄 알더군요

정말 다른 부류의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만한 말을 이해하고 답하는 그를 보면서 차이가 커 보이는 외면 속에는 나와 유달리 비슷한 영혼을 가진 남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이가 많이 진전한 것은 아닙니다

다섯 달 동안 만난 것도 며칠 전을 포함해 네 번밖에 되지 않고 내가 그의 삶에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상 스케줄에도 나타나지 않을 만큼 미미한 크기입니다

사실은 나도 조심스러워해온 것 같습니다

지금 나의 처지와 신분도 그렇고 함께 하고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를 만나 관계를 쌓는 일에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열심을 쏟을 일이 따로 있고, 당장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다른 누군가를 품어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의문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성이 안 된다고 단호한 확언을 하게 했던 건 그의 가슴에 남아 있는 그 사람의 흔적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의 흔적이 있는 가슴에 자리잡는 일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자신도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대로라면 단연 그를 마음에 심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도 그 결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내 머리와 이성은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내 가슴에게도 물어봅니다 그를 좋아하냐고

그러면 내 가슴은 머뭇거립니다 많이 수줍은 듯한 느낌을 가집니다

이번에는 사랑하냐고 물어봅니다

자신 없게 아니라고 고개를 젓습니다

결국 내가 진단을 내려 줍니다 그를 좋아할 수도 있었고 좋아하고도 싶었지만 내가 스스로 허락을 해 주지 않았다고

마음껏 좋아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없었고 더더욱 사랑할 수는 없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 끈을 풀어주지 않습니다

현명한 처사가 아닐 겁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가슴 속의 누군가에 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면 언제나 떠오르는 한 사람이 그인 것은 분명합니다

마음껏 사랑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 머리가 아는 모든 남자들 중에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이성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 사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