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헤어지고 슬퍼하고 있는 여자애들, 필독해줘

유리배201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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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스무살 때 첫사랑 오빠가 있었어.

 일이 있어서 집에라도 일찍 가려고 하면 강의실 앞을 막아서면  못가게 졸라대고

 엠티 같은 데 가면 술 취해서 내게 시집오라고 막 우기고

 집에 있으면 밤에 전화걸어서 너 보고 싶은데 어쩌냐고 막 우는 소리하던, 그런 철없는 예비역 오빠였어.

 

 난 오빠를 좋아하게 되었고, 내 삶은 오빠와 관련된 모든 것들로 채워지게 되었지.

 오빠가 내가 제티(초코우유) 먹는 걸 귀여워하니까, 나는 그런 음식 너무 달아 못 먹는데도

 오빠에게 귀여워 보이려고 늘 하루에 한개씩 제티를 먹어대는 식으로 말이야. -_-;;

 나에겐 첫사랑이었고, 사랑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삶에서 너무 엄청난 격정이잖아,

 격랑처럼 오빠에게 빠져들어선 빠져나오지 못했어.

 실은, 나는 재수를 하려고 그 대학에 들어갔었는데, 반수니 재수니 뭐 그런 건 동화책 속에서나

 나오는 그런 말이 되어버렸지. 오빠와 함께 있다면, 어느 섬마을에 단 둘이 단칸방에 살면서

 오빠 러닝셔츠나 빨면서 살아도 행복할 것 같은, 순수한 시절이었어.

 

 그런데 일은, 1학기 기말고사 때 터졌어. 사실, 나도 느끼곤 있었지.

 뭔가 날 피하고 조금은 연락이 뜸해진 오빠를. 그치만 난 내가 더 잘하고 내가 더 배려하면 된다고

 믿고 싶던 중이었거든. 그런데 말이야, 오빠가 나를 불러( 그것도 내 단짝 친구에게 시켜서)

 캠퍼스 어두컴컴한 바위 위에 앉히더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널 후배 이상으로 생각하지 못하겠다"

 는 식으로 못을 박더라고.

 

 그날이 (십년 전 기억이지만-) 생생하게 기억나. 그날은 기말고사 전날이라 모두들 밤을 새고

 공부를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나 혼자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가슴께에 손을 두고,

 여기가, 여기가, 너무 아프다고 오열했어. 

 

 난 분명 스무 살인데, 사랑을 하고보니, 당신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가 되어있더라고

 갑자기 엄마 손을 놓친 아이 같은,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 그런 고통.

 알지?

 

 그렇게 어떻게 2학기를 보냈는지 모르겠어.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그 오빠가 그렇게

 잘해준 여자애들이 나 말고 2명이나 더 있었더라고, 이른바 새내기 킬러라는, 뭐 그런 식으로

 여자애들한테 인기도 많고, 또 그만큼 냉정하고 그런 사람이었던 거야.

 몇달씩 좋아하다가 선을 긋고 뭐 그런 식으로 말이야.

 

 그러다가 2학기가 되자, 날 좋아한다는 동기 녀석이 나타났어.

 날마다 우리집 앞에 와서 날 기다리다가 함께 학교를 가곤 했지.

 하지만 너희가 알다시피, 내 맘에 들지 않는 남자는, 아무리 나에게 잘해줘도, 처음엔 별로잖아.

 

 오빠는 나에게 자꾸 여지를 남기고 연락을 했고, 어느날은 우리집에 와서 나를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때 자기를 좋아하는 내 동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뭐 이상한 변명 같은 것을 하면서

 날 혼란스럽게 했어. 나쁜 남자라는 것을 잘 알았지만, 끊을 수 없고 고통스러운나날이

 지속되었지만, 난 결코 오빠가 요구하는 스킨쉽을 허락하지 않았고,

 오빠와의 관계를 (너무 아프지만) 단호히 끊기로 했어. 한 6개월을 폐인 생활이 지속된 후였어.

 

 그리고 난 날 좋아하는 동기 녀석의 심성에 감동하여 그와 사귀기 시작했지.

 그렇게 우리는 1년을, 2년을 사귀게 되었지

 오빠처럼 재미있지도 않고, 여자를 감동시킬 말 같은 것도 못했지만

 성실하고 나만 보고 착한 아이였어.

 

 내가 오빠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쩔쩔 매는 동안, 오빠를 좋아하던 내 동기와 비밀리에 사귀고 있었던

 것 같아. 나는 그 애와 친하지 않아서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그렇게 세월이 흘렀어.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나는 십년동안 그 아이랑 사귀게 되었고, 결혼까지하게되었어!!

 그동안 그 아이는 대기업에 취직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연봉도 높고 뛰어난 스펙으로  회사에서

 인정받는 내 훌륭한 남편이 되었고, 나 역시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직 여성이 되어 있어.

 

 오빠는 (같은 과이기 때문에 소문이 다 들리니-) 나이만 먹고 변변한 직장도 없이

 아직도 공부중이라는 핑계로 사람노릇을 못하고 있지. 복잡한 여자관계에 얽히고 설키느라

 공부에 몰두할 시간이나 있었겠니?

 

 내 동기는 오빠와 깊은 관계까지 갔었다고, 오빠가!! 동기의 예비 신랑에게 까발리는 바람에

 파혼을 당하게 되었다고 해.

 

 애들아, 나는 말이야.

 그 오빠가 나를 안 좋아해준 것 지금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해.

 그 오빠가 나를 좋아해버렸더라면, 나를 사랑해버렸더라면,

 내가 내 삶의 구원 같은 이 착한 남자를 그냥 동기로 남겨두었을 거고, 남에게 양보해야겠지.

 우리 남편은 아직도 나를 신생아라고 부르면서 아끼고 보살펴준단다, 여자로서 사랑받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충만한지.

 

 애들아, 지금은 헤어지고 슬프지?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지?

 아침에 일어나면 심장이 무겁고 눈물만 흐르지? 하지만 언니를 봐봐.

 그런 못된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차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나도 너희만했을 때 남자때문에 고통받았던 생생한 기억 때문에, 여기 있는 글들이

 참, 마음이 아팠어. 하지만, 절대 그들에게 끌려다니지마, 현명하게 굴고

 절대 매달리지 마. 자존심을 내세우란 말이 아니야.

 극단적으로 1초도 못참고 매달리고, 몸으로라도 사랑받으려고 하고,

 오는 연락을 끊지 못하고 바보처럼 굴지 말고-

 

 심호흡을 하고 그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줘

 그리고 나이가 많은, 너희의 주위 언니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해.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랜 세월이 흐르면,

 내 마음 아팠던 결별이, 더 거대한 내 삶의 궤적에서, 이뤄진 구원이자 행운이라고 느껴지는

 때가 올 수 있어.

 

 눈물을 닦고, 심장이 아린 것을, 추스리고, 찬물로 세수를 하고.

 그리고 세월을 보내렴. 그럼, 다시 이뤄질 사랑은 이뤄지고, 놀라운 사랑이 다시 찾아오기도

 하고 그렇단다. 더이상 마음 다치지 말고,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