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나의 두 번째 파리

네델201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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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라는 곳-

 

파리는  베트남 생활의 트라우마에서 나를 꺼내 준 도시다.

언제고 다시 꼭 한번 가겠노라고 다짐했었는데 3년 반이란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난 그 다짐을 실행으로 옮기게 되었다.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기차안

본디 목적지는 몽생미쉘이나 지난 번 파리에 9시가 되도록 깜깜해지지 않아 놓친 야경을 꼭 보겠노라며

중간에 꾸역꾸역 파리 일정을 끼워 넣었다.

 

역시나 텅텅빈 객차 안을 전세 내놓고 오늘 일정을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연다.

빽빽하게 짜여졌던 일정의 막바지로 다가가고 있고 어느새 배낭의 짐은 처음 아일랜드를 떠나올 때와 내용물이 많이 바뀌어져 있다.

세벌의 옷을 버리고 책도 이미 갈기갈기 분리되어 앞으로 남은 일정만이 남아 있다.

 

기차에서 서빙된 조식 비슷한 거.

프랑스 빵! 이미 질릴 만도 한 빵쪼가리가 왜 이렇게 쌉싸름한 커피와 잘 어울리는지

몇년치 빵을 몇개월 동안 해치운 것 같다.

 

-로댕 미술관-

 

프랑스에서 너무 가보고 싶었으나 8일이란 짧은 일정 때문에 지나쳐버렸던 로댕뮤지엄

고등학교 시절, 카미유 클로델에 관한 영화를 보고 조각에 잠시 심취했던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미술책에서 보았던 그 생각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순간

마치 TV 에 나오는 유명인을 거리에서 본 것 마냥

가까이서 보고 멀리서도 보고 뒤돌아 가면서도 보고 사진도 찍어본다.

 

이 생각하는 사람이 처음 탄생한 '지옥의 문'이란 거대한 작품을 한참 바라본다.

누구나 알만한 로댕의 엄청 유명한 작품들의 집합체 같은 이작품....

오르세 미술관에도 있었는데 그때는 참 하루종일 있었는데도 다른 그림들을 보느라

이 작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브론즈 작품이라 서울의 로댕갤러리에도 소장되어 있다는데,

예전에 네이버캐스트에서 소개된 로댕의 작품이야기가 엄청 도움이 된다.

영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보다 사전에 공부하고 간 지식들이 훨씬 도움이 되니 공부란 것은

여러모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그걸 조금 늦게 깨달아서 탈이지만 ㅎㅎ

로댕의 지옥의 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친절한 네이버케스트 참조: http://navercast.naver.com/art/western/3351

 

눈이 내리고 난 후 맑아진 날씨 덕에 로댕의 정원은 녹은 눈으로 질퍽한 흙투성이지만

햇살은 참으로도 낭만적이다.

 

한산한 로댕의 정원을 몇몇 사람들하고만 공유하며, 아침 산책을 한다.

가난한 여행자~그 따윈 잊어버리자.

파란 하늘, 하얀구름, 그리고 그것을 반영시킨 정원의 연못, 벤치, 나무, 알싸한 겨울의 찬 공기, 텀블러에 담아온 따뜻한 커피

지금 이 글을 포스팅 하고 있는 여름에 내가 너무 그리워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가볍게 따뜻한 브로컬리 스프와

슬라이스된 바게뜨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프랑스의 초콜렛이 박혀 있는 팽 오 쇼콜라 (말 그대로 초콜렛빵)

개인적으로 초콜렛도 좋아하고 빵도 좋아하지만 초콜렛 빵은 싫어하는 초코 아이스크림도 싫어하고

암튼 초콜렛이 어디에 섞인 것은 싫어하는 나이지만

아아아..이건 너무 맛있잖아~

큼지막한 볼에 나온 이 스프를 바닥까지 보이게 다 헤치우고 다 보지 못한 작품 다시 감상하기

 

뜬금 없는 이야기지만 내가 지금 이 힘든 시기에도 살아갈 수 있는 건 불교의 윤회사상 덕분이다.

다음 생에에는 멋진 예술가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고

쭉쭉빵빵한 외모로 태어나 사람들을 사로잡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상상을 한다.

파리란 곳은 그 상상의 깊이를 더하게 만드는 곳이다.

문득 이 로댕뮤지엄에서 브런치 먹으면서 생각한 게 불교의 윤회설이라니ㅎㅎ

생각의 늪에 빠지는 이 불치병....

이 여행이 주는 불치병을 어찌할꼬?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나갔건만 미술관을 한참이나 둘러보고 나오니

에펠을 오르러 가겠다고 계획해놓은 시간이 된다.

 

-밤의 에펠-

 

벌써 뉘엿 뉘엿 지고 있는 파리의 오후,

예전 같았으면 해가 지고 있으면 무서워 숙소로 발길을 돌렸을 테지만,

어느 새 나는 아무 연고지도 없는 유럽이란 대륙에서 밤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용기가 늘었다.

서른을 넘긴 나이가 주는  용기와 배짱 그리고 넉살

그 세월이 주는 선물에 감사한다. 강"긍""정" 님 납신다.

 

이번에는 에펠을 꼭 오르리라.

비수기라 그런지 에펠을 오르기 위해 기다리는 줄이 나름 참아줄만 하다.

연인들, 친구들, 가족들 사이의 일행 사이로 조금은 외롭게 에벨을 오를 준비를 하는 나,

그래도 이렇게 외로움을 달래줄 카메라가 있어 얼마나 좋은 지 모른다.

구름을 뚫고 에펠을 뚫고 나의 오래된 카메라 렌즈를 뚫고 들어온 태양이 어찌나 강렬한지

이 사진을 찍고 한동안은 앞이 깜깜하더라

 

그리고 오른 에펠!

거대한 에펠의 그림자가 도시를 뒤덮고 있다.

건물들을 지나, 강을 건너 몇 블록은 더 지나야 에펠의 그림자가 끝이 난다.

저 거대한 에펠의 어딘가에 순간 내가 있었다.

 

누군가는 에펠에 오른 자신의 모습을 남기기에 바쁘고,

 

누군가는 이 낭만적인 곳에서 사랑을 나눈다.

 

지는 순간까지도 강열하게 빛을 발산하는 파리의 해 앞에 부서지는 센강과 유유자적 떠가는 유람선

그리고 무슨 목적일지 모르지만 종일 떠 있는 열기구 하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시의 해넘이가 아닐 수 없다.

 

에펠에서 바라본 파리의 동서남북을 찍기 위해 참으로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멀리 사이요궁에서 바라본 에펠이 조명쇼!

그래 난 이걸 보기 위해 한참을 이곳에서 기다렸던 것이다.

낮의 에펠, 밤의 에펠..뭐니뭐니 해도 에펠은 밤의 에펠이다.

화장실에 갔다 그냥 나온 기분이었던 3년도 넘게 묵은 체증이 이 한 순간으로 달아나는 순간이다.

 

-퐁피두센터-

다음날, 꽤 쌀쌀한 날씨 종일 어디 안에서 버텨야 겠다고 생각한 날

개인적으로는 인상파와 자연주의를 좋아하고 현대 미술에는 조금은 어려워하는 데다

이미 미술사조라면, 영국의 미술관이란 미술관, 파리의 미술관은 이곳저곳 누비고 다닌지라

퐁피두에서 이리 오래 머무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참 이 파리란 곳! 사람을 자꾸 그 곳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충만한 도시다.

이 날 나는 이곳에서 보았던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 예술적인 파리를 발견하게 된다.

 

마치 스타트랙에 나올 것 같은 터널, 햇볕이 밀려들어 사람들은 이곳에서 때 아닌 일광욕 중이다.

아무 무늬도 없는 이 터널의 바닥도 빛과 구조물이 만들어낸 그럴싸한 그림자 덕분에 아름다운 곡선 무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터널 어디에선가 바라본 퐁피두 센터 주변의 모습

한산한 광장, 여행객과 파리지앵의 모습이 뒤섞여 바쁘게 움직이는 개미 같이 보이는 사람들

쌀쌀하여 아무도 앉아있지 않지만 파리에 빼놓을 수 없는 노천카페의 테이블과 의자들

그리고 건물의 다락에 난 낮은 창문이 낭만파리를 느끼게 해준다.

 

아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학생들이 뒤섞여 분주한 퐁피두 센터 안

한참을 이 두 꼬마에게 꽂혀 바라보기를 한참

누나와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 두명이 창밖을 바라보다 서로 열띠게 얘기를 하더니

이내 곧 서로 한참을 각자 생각에 잠긴다.

그 조그만 얼굴에 입으로 불어를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놈의 정확한 배꼽시계 덕분에

퐁피두 센터에서 한참을 앉아 샌드위치와 차를 마시며 바라본다.

그렇게 한창 요기를 하고 있는 동안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8명의 친구들

이고등학생 혹은 대학 초년생으로 보이는 이들의 스케치북 안에

이 복잡한 퐁피두 내부의 얽히고 섥힌 파이프들이 그려지고 있다.

누군가는 열심히 연필을 깍고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려 헤드폰을 고쳐 쓰고

누군가는 이미 스케치북에 집중해 머리가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이미 루브르, 오르세에서 수업을 하고 있던 유치원생들,

유명예술품을 보고 데셍을 하던 파리의 학생들을 부러워한 지 오래라

이 풍경이 그리 낯설진 않았지만 건물자체를 그리고 있는 이 아이들

예술의 도시는 그냥 대충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또 다시 지는 해와 마주한다. 제법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다.

 

해가 완전히 지려면 아직 남았는데 눈썹달이 나와있다.

 

화려한 조명쇼도 아니건만,

건물의 내부가 훤히 보이는 이 퐁피두 센터에서 새어나온 각양각생의 불빛들로

건물이 무슨 하나의 보석을 박아놓은 장식품 같다.

 

관광객과 시민들이 뒤섞여 있던 퐁피두, 어찌 보면 이 곳 파리 사람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곳이였지 싶다.

그 중에도 어린 아이들과 학생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공간

오늘도 내일도 이 곳은 프랑스 곳곳의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겠지?

 

나는 이미 6년 7개월이란 시절을 꽉 막힌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안

너무나도 계산적이고 감성이 매말라 있다고 늘 스스로를 자책하고 살았다.

그리고 벌써 이 여행에서 돌아와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현실과 감성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허우적대느라

그 어떠한 결정도 하지 못하고 애꿎은 두뇌에 들어가지도 않는 영어문장을 쑤셔넣고 있기 바쁘다.

 

바로 옆 책장에는 아직도 대학시절의 파리 컬렉션북에서 스크랩 해놓은 파일들이 남아 있다.

개인의 감성을 깨우치고, 자신이 소망하던 일을 자극해서 우뇌를 흔들어주는 도시  파리에서의 여행을 다시 뒤돌아보며

아직은 미래의 나에 대해 고민해도 되는 시간이라 생각해본다.

 

혹자는 서른두살에는 꿈을 꿔선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는 그런 소리는 귀에 담지도 말라고 한다.

완전 쿨한 엄마 짱!

나에게 이렇게 응원을 주는 이들을 위해 난 꼭 잘 되야지~

 

2007년의 파리에서의 8일 나의 첫번째 파리

 그리고 2011년의 4일 두번째 찾은 파리

그리고 someday~

너무 짧은 이 일정을 달래러 나는 또 파리를 찾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