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친구한테 전화왔던 이야기.

gorgoroth 2011.08.03
조회4,692

예전에 디씨 공포이야기 갤에도 한번 쓴적이 있었는데..

 

지금 쓰고자 하는 글이 어찌보면 상당히 길듯해서 아마 성질 급한 분은 짜증내거나 3줄요약 등등 난리를 치실테지만, 그래도 실화,겪은일을 털어놓을때는 가감없이 최대한 디테일하게 털어놓는게 당연한 것이니까..

그게 싫으신 분은 그냥 이글 읽지마시고 스킵하셔도 되고. 적어도 일부러 시간내서
쓰는 만큼, 나역시 일면식 없는 남에게 글이 길다고 욕 먹고 '스크롤 내린사람 추천' 리플 달리는건 원치 않음.

글이 길어서 짜증나면 그냥 뒤로 가도 됀다고 분명 말씀 드리고, 이제 시작..


본론으로 가기전 이 사건(?)이 일어나기 12년전, 지금 쓸 사건의 원인(?)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부터 적는게 순서가 맞네.

1989년? 1988년? 그정도 였을듯. 정확한 날짜는 기억안나지만, 정확히 무슨날인지는 기억난다.
바로 방학식이 있었던 날. 우리는 국민학교 3학년?혹은 4학년때였을듯.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오전 11시쯤?이면 탐구생활및 기타 방학숙제 알림문등 가정통신문 다 받고 집으로 일찍 갔었지.
하지만, 당시 여러명이서 몰려다니는 우리네 5총사들이 있었고,

그냥 가기도 참 싫었고 방학의 첫날인지라 의기투합하여 수영하러 가기로 했다. 잠수 누가 오래하나 내기도 하고.

학교뒤에 개화산이라고 있고(지금은 그 국민학교앞에 개화역이 있음..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그 뒤로 당시 행주대교 건설현장이 있었지.
모래를 산처럼, 정말로 개화산같은 산처럼 쌓아놓아서 모래산이라 부르고 거기 한강물이 일부 들어와서 큰 연못처럼 웅덩이가 있었고.


민물새우나 붕어도 많았지만, 민물새우는 당시 가양동 미원공장 뒤의 저수지가 더 유명했고, 거긴 정말 흰눈같은 모래산에 강물이 흐르는, 수영을 위한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다섯은 가서 수영도 하고 고물도 줍고; 민물새우도 바가지 줏어서 잡아다 보고도 했지만 역시 우리사이에선 누가 잠수 오래하나가 최고의 인기였다.

얼굴이 벌겋게 타도록 잠수하고 놀고, 방학식이니 오늘은 학교간 날이고 내일부터 방학이다,
즉 오늘 노는건 평일날 놀은거니 하루 번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미친듯이 놀았지.

그리고 오후4~5시가 될 무렵 집으로 다들 향했어.
우리 집은 마곡동이었고 당시 친구들 대다수가 그랬고. 한두명만 상사마을,혹은 치현이라 불리는 현 방화2동 살았을거야.(방화역 부근)

우리는 분명히 다섯이서 놀았어.

그런데 올때에는 네명이었지.

그래도 우리는 떠들고 즐겁게 장난치며 집으로 갔어.
아무도 그 아이가 없다는 것을 몰랐어.

기가막히게도 넷중 그 누구도 돌아가는길에 신나게 장난치고 놀면서 한명이 빈다는것을 몰랐지.

당연히 문제는 밤에 터졌어.. 없어진 그 아이의 어머님이 친구들 집을 다 찾아서 물어본 거야. 우리집에도 오셨고,
그런데 얼마나 어이가 없었냐면 워낙 즐겁게 놀다와서 그런가, 우리가 집에올때 XX이가 있었던가 없었던가 우리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어.

다음날 저수지에서 건졌어.
우리는 각자 부모님에게 죽지 않을만큼 맞았고, 정말로 큰 슬픔을 느꼈어. 지금도 미안하고. 나무 죄송하고...
그리고 그 아이의 가족은 어디로 이사를 갔어. 그래도 어머님은 그쪽 어머니를 시장에서도 우연히 만나고 한동안 가끔 안부를 물으며 잘 보내시드라고.

그 아이의 형제들, 남동생, 여동생과 다 친하게 지냈는데 말이지.


가끔 지금도 어머니도 그 이야기 해. 실명은 밝힐수 없지만, 가명으로 민희, 그애가 참 이뻤는데 잘 살려나..하는식으로 말이지.

그리고 한 10년이나 흘렀지?

당시 군입대를 앞둔 나는 목동5단지의 'LG25시'에서 꽤 오랜기간동안 야간 알바를 하고 있었어.
머리를 길게 묶어서 동여맨 남자가 헤비메탈 음악을 틀어놓고 일했지. 혹여 그당시 그시기에 목동5단지 분이 보신다면 기억하실라나 궁금하네.
편의점 안에 특이하게 빵가게(주인이 제빵사라 새벽마다 빵을 구워 팔았죠.)도 같이 있었고.

각설하고, 야간 편의점 일이 의외로 힘들어. 위치도 그래서 그런가 경찰서도 있고,공원도 있고 대단지라 밤새 손님이 엄청많았고, 매장도 꽤나 큰지라 매대 정리하고 박스 정리하고, 짬밥좀 차면 물건 발주도 넣고 물건 오면 그것도 끼워 넣고 , 청소로 수세미로 퐁퐁물에 바닥 미싱도 하루에 1번은 때리고.

1년정도 했어. 낮에는 밴드연습하고 저녁떈 가끔 공연도 하고 밤에는 옷갈아입고 편의점와서 알바하고.
몸이 축이 안날래야 안날수가 없지. 연습없는날은 집에 들어오면 그대로 쓰러져 기절하듯이 자고.

8시나 9시쯤 집에 도착해서 자면 어머니가 일어나서 알바 나가라고 깨우는데 벌써 밤9시인거야. 10시까지 가야하는데.
그정도로 피곤했어. 그리고 일은 그 피곤한 가운데 일어났지.

당시 안방말고 내 방에도 전화를 두었어;; 당시 다들 슬슬 PCS등 핸폰을 장만할때인데 난 삐삐를 고집했었고.;;

그날은 마침 더운 여름날인데 간만에 비가 좀 습하게 내리는 날이었어. 너무 피곤해서 역시나 집에와서 씻지도 않고 방에 누워 잠을 청했지.
그리고 혼절하듯이 한참 잠이 들어 자는데, 전화가 오는거야.


비몽사몽간에 안방에서 누가 받겠지...했는데 어머님도 동생도 다 나갔나 봐. 계속 전화는 오고.
아 왠만하면 안받으면 그쪽도 끊는데 1분 2분을 내내 울려요.. 미치겠다 하고 받았어.

나:여보세요

그:여보세요 거기 재원이 집이죠?

나:전데요.(좀 화가 난 말투로)

그:야 나 XX이야! 반갑다.

이름은 안쓰고 XX라고 썼는데, 그 물에빠져 죽은 친구다. 농담이 아니야. 낚을려고 이렇게 글을 길게 쓸정도로 한가한 놈 아니다.

그런데, 정말 황당한게 너무 즐겁게 놀면 사람 하나 비는걸 잊을 만큼, 너무 피곤하고 자다가 전화 받으면 그 아이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것도 까먹나 봐.

참고로 장난 전화는 아니다. 그당시 친구들은 그후 서먹해졌고 중학교때 다 갈려서 흩어졌고 이사도 갔으니까. 게다가 내방 얼마전 놓은 전화번호를 알리가 없지. 헤어진 애들이.

하여간 난 반가웠어. 그래서 그아이와 야 오래간만이다~ 잘지냈냐~ 어디사냐~ 등등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러다가 목이 말라서 잠깐,하고는 냉장고에서 당시 천원에 네줄인 야쿠르트 몇개를 마시고 담배까지 피워가며 제정신으로 막 이야기를 했어.

지금 생각하니 내 질문에 별로 답은 안하고 내쪽을 더 이야기 했던거 같네.
다 흘렸던거 같아요. 정말로 지금생각하니...XX야 넌 어디사니? 하면 응~ 너 사는데랑 가까워..등으로.

한참 이야기를 하는데 ,

그: 야 재원아 너무 오래간만이라 반갑다. 술한잔 하고 싶다 나와라.

나: 어...어?

이렇게 대화가 흘렀어. 낮도 낮이려니와, 지금 내 몸상태가 너무 피곤해 죽겠는데 지금 술이라니, 지금 마시면 일 어케하라고...
그런데 보통 10년만에 연락 끊긴 애가 전화오면 피곤이고 뭐고 다 집어치고 튀어나가는게 남자 아닌가. 그런데 너무 피곤했어. 갑자기 짜증이 올라오더라구. 나가기 싫어서. 아니, 상식적으로 튀어나가야 하는데, 10년만인데 말이지.

나: 야, 내가 밤에 일나간다 이야기했잖아...정말 피곤하다...미안하다 진짜..담에 먹자 담에 다같이 먹자.(빨리 끊고 싶은 맘이 생굴뚝처럼 커지고.)

그: 야 정말 실망인데... 너 보고싶어서 일부러 시간내서 아파트단지 까지 왔는데 잠깐 얼굴만 보자 야. (이놈 핸드폰으로 통화하나..하고 생각했지.)

정말 나가기 귀찮더군. 졸려죽겠는데 언제 씻고 옷입고 나가...
계속 미안하다, 그쪽은 실망이다...하고, 결국 미안해..담에보자~~ 다같이보자~ 하고 어거지로 끊었어. 찝찝했지. 그리고 바로 잤고.

밤에 어머니가 일나가라고 깨우더군. 밥먹다가 무심코, 아주 무심코 이야기가 나왔어.

나: 아, 아까 낮에 오래간만에 XX이에게 전화왔었어.

말을 하면서 그때야 뇌가 사고력을 갖추어 가더군. 위의 짧은말을 하면서 음절이 입밖에 나옴과 동시에
그애가 죽었는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

읽는분중 이런 느낌 느껴보신분 있을라나. 심장이 진짜 덜컹, 떨어지는 느낌, 심장이 내려앉는게 무게감으로 가슴속에서 느껴질 정도의 울림.
한참동안 말이 없었지. 어머니도 나도.

어머니가 왠 재수없는 소리냐며 나무라고 난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내가 이상한 꿈을 꿨나보다 하고 옷을 입으러 방으로 왔어.
그리고 보았지.
 
이야기 하면서 마신 요구르트와 담배.

담배꽁초도 두개나 요구르트 병에 박혀있고.
아무렴. 암만 피곤하기로서니 20분을 혼자 전화기를 들고 담배 두까치 피우고 요구르트 마셔가며 주절댔을까.

나가는 뒤로 어머님이 XX이 엄마에게 전화나 해본다고,(두분 친하셨어. 같은 공장도 다니셨거든. 양쪽 형제들도 말한대로 친하고...)
오래간만에 연락해본다고 하시더군. 나는 그냥 나왔지. 본능이, 가슴이,머리가 느꼈어.
유치할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가 우릴 떠난지 10년째겠거니..뻔하지, 그날이 오늘이겠지 생각했거든.
맞았지.

그 후의 10년은 아직까지는 제생각엔 별일이 없이 지나갔어.
귀신이야기 특히 실제로 체험한 이야기를 하면 그 귀신이 몸 뒤에 와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 많은데
갑자기 뒤가 싸하네.

 

괜히, 그때 전화받고 나갔더라면 어땠나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고, 그냥 보고싶어서 찾아왔을까..생각하고 싶다.

 XX야, 미안하고, 정말 미안하다.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너희 어머님도 늘 건강하시길 바라고
동생 정X이,민X 모두 건강히 잘살고 있겠지? 우리 정말 친했었는데, 정말 미안하다.

난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고 , 니가 살지 못한 삶을 대신하는건 아니어도 남은 몫만큼 난 열심히 살고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