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발빠르지가 못한 편이다. 남들이 나를 보면, 소위 요즘 말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일 것 같다고 말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지 않다. 되려 레잇 어답더(late adopter)경향이 강하다. 이는 워낙 귀차니즘이 강한 내 성격에서 비롯한 것일수도 있고, 모험보다는 비교적 검증되어있고 확실한 것을 추구하는 내 성격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겠다. 문화생활에서도 예외는 아닌데, 그래서 나는 오늘에서야 그 유명한 인도영화 중 하나인, "내 이름은 칸"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 작품이 개봉된 지는 1년도 넘었는데, 이 영화는 내가 인터넷에서 또 다른 유명 인도영화인 "세 얼간이" 와 "슬럼독 밀리어네어"라는 작품들을 통해서 인도영화에 대한 관심, 재조명, 그리고 나아가서는 그들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까지 갖게된 그 시점부터, 이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유명한 영화였다. 이미 두 작품들을 통해서 인도 영화 특유의 스토리 전개상의 스피디함, 구성상의 극적인 요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뭔지 모를 짠한 감동, 그리고 비참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산전수전을 통해 결국엔 우뚝 서고야 마는 주인공의 스토리는, 이 작품을 굳이 보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봐야지, 봐야지 하며 미루던 이 영화를 오늘에서야 보게되었다. 역시나, 내 예측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고, 인터넷에 소개된 간단한 줄거리에서 "자폐증(아스퍼거 장애)을 가진 주인공이……(이하 생략)"하는 것만 봐도, 이렇게 열악한 조건을 가진 주인공이 결국에는 이 모든 역경을 딛고 또 무언가 해내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결국 그는 해냈다.
이 영화에서 전해주는 메세지는 사실 여러가지다. 리즈반 칸(주인공, 이슬람교)이 자신과 종교가 다른 여성인 만다라(칸의 부인, 힌두교)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게 되는 것에서는 종교를 뛰어 넘는 사랑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고, 자신과는 피가 섞이지 않은 아들 샘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준 모습이나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라는 구절을 읊조리는 모습에서는, 과연 조건 없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사탕과 칼을 쥔 얼굴 없는 두 사람을 그려놓고, "이 둘 중 누가 이슬람교인이고, 누가 힌두교인인 것 같으냐?" 라고 묻는 어머니의 물음에, "알 수 없어요."라고 대답하는 칸에게 "그렇지. 알 수 없단다.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데,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란다." 라고 가르치시던 칸의 어머니를 통해서, 편견이라는 것의 불합리함에 대해 우리 스스로 자문하고 되돌아보게 해준다. 각 장면, 각 대사 하나하나는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것들은 많은 강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었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정도로 진부하지만 정작 아주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서 묵고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이것으로 압축된다. 바로, "My name is Khan. And I'm not terrorist." 라고 외치는 칸을 통해, 나는 그저 칸 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며, 나의 종교가 이슬람인 것과 테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뿐, 그 판단에 있어서는 그 어떠한 종교적, 인종적 선입관도 개입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극적인 요소를 마련하기 위해 주인공이 아스퍼거 장애와 천재적 지적능력을 가진 인물로 설정되었고, 그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었던 만다라가 그와는 종교가 완전히 대비된 점. 또한 그들이 결혼하자 돌연히 9.11 테러가 벌어졌고, 이로 인해 아들 샘이 단지 이름이 칸 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즉 인종 차별로 인해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맞게되고, "대통령을 만나고 오면 돌아와라" 는 다소 엉뚱한 만다라와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결국 칸이 대통령을 만나는 것으로 줄거리의 동선이 짜여진 점은, 인도 영화 특유의 전개상의 스피디함과 극적인 부분을 보여준다. 혹자는 이러한 전개상의 허점과, 이를 통해 억지 감동을 주려한 것이 아니냐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2시간 남짓되는 영화를 통해 한 인간과 주변 인물, 그리고 그 사회 문화와 시대상까지 조명해야하는 영화라는 매체로서의 한계를 고려해보면 결코 논리상의 비약은 없었기에 그 부분은 비판할 수 있는 소지가 될 수 없다고 본다. 또한 이 작품은 그러한 작은 요소들 하나 하나가 모여서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굳건히 지지한다.
이러한 극적인 줄거리를 통해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미국에 대한 절대적 반감도, 이슬람에 대한 절대적 옹호도 아닐 것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는 그저 "그 자체" 로 평가될 수 있을 뿐, 그것을 둘러싼 껍데기와 수식어들로는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알맹이가 아닐까. 편견에 사로잡히면 결국에는 진실도 진실이 아닌 것이 되고, 몰상식이 상식으로 탈바꿈하며, 우리는 그렇게 잘못된 것들을 되려 맞다고 우기면서 그릇된 삶, - 칸이 말했던 것을 대용하자면 - 나쁜 사람이 되어 "나쁜 삶" 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끝까지 "옳은 것" 을 고집했던 칸은 작게는 그 자신을 지켜냈고, 그의 아내와의 사랑을 지켜냈으며, 크게는 미국인들의 이슬람인들에 대한 그릇된 시각과 선입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만약 그가 아들을 잃은 억울함과 아내와의 갈등속에서 끝까지 "옳은 것"을 고수하지 않았더라면, 복수와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다른 이슬람교도인들처럼 되려 테러리스트가 되었더라면, 그것은 그저 제 2의 테러, 또 다른 비극만을 낳았을 것이다.
표현하지 않았어도 칸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토록 외친 것이 아닐까.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My name is Khan. And I'm not a terrorist."
칸은 자신의 민족인 또 다른 이슬람교도인들이 테러를 계획하고 있을 때, 그들을 만류하고 비판하며, 결국에는 미국에 고발을 한다. 이를 통해 이 영화는 결코 단순히 미국인들로부터 불합리한 핍박을 받고 있는 이슬람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분별해야 하는지를 강렬하게 전하고자 했음을 깨닫게 했다. 테러는 테러이고 이슬람은 이슬람일 뿐이지, 이슬람이 곧 테러가 아님을, 테러를 계획한다면 이슬람인도 "나쁜 사람" 임을 피해갈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쩌면 무슬림으로서 그 동안의 미국에 대한 누적된 적대감을 영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표출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라고 짐작했었는데, 그런 내 생각이 민망할 정도로 이 영화는 미국의 입장도, 이슬람의 입장도 아닌 아주 공정한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논점을 풀어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더욱 감동스럽다. 어느 한 편의 입장을 선택해서 내 얘기좀 들어보라고 주구절절 읊조리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라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굳이 칸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도, 샘이 죽지 않았더라도, 그와 아내의 사랑이 그다지 뜨겁지 않았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당연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가 무시하고 간과하고 있는 가치에 대해, 그리고 우리들의 그릇됨에 대한 덤덤한 호소를 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좋은 행동" 에서만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 칸.
거짓을 모르고 오롯이 진실만을 말하는 그의 투박한 말투와 행동들이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잔잔하게 요동을 친다. 인도 영화는 보고 나서도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들이 이상하게 뇌리에 생생하게 오래 남는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대부분 한 인간의 일생을 조명하듯 담담하면서도 극적으로 풀어내던 이 전의 인도영화에 비해서, 이 작품은 그를 뛰어넘어 보다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가치와 인간 본성에 기초한 오류를 지적하고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는 것에 있어서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급하게 쓴다고 썼는데 벌써 새벽 4시이고 쓸말은 많고 생각은 정리되지 않아 머릿 속이 복잡하지만, 오늘은 이만 줄여야겠다.
어쨌든, 이 작품은, "편견과 오만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것을 덤덤히 호소한 한 편의 걸작" 이라고 표현하면, - 부족한 본인의 글솜씨와 표현력의 한계로 인하여 실제 내가 느낀 것 그보다는 부족한 듯 싶지만 -그래도 가장 가깝게 표현한 한 마디가 될 것 같다.
조금 많이 뒤늦은 리뷰, "내 이름은 칸"
# 내 이름은 칸
나는 원래 발빠르지가 못한 편이다. 남들이 나를 보면, 소위 요즘 말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일 것 같다고 말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지 않다. 되려 레잇 어답더(late adopter)경향이 강하다. 이는 워낙 귀차니즘이 강한 내 성격에서 비롯한 것일수도 있고, 모험보다는 비교적 검증되어있고 확실한 것을 추구하는 내 성격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겠다. 문화생활에서도 예외는 아닌데, 그래서 나는 오늘에서야 그 유명한 인도영화 중 하나인, "내 이름은 칸"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 작품이 개봉된 지는 1년도 넘었는데, 이 영화는 내가 인터넷에서 또 다른 유명 인도영화인 "세 얼간이" 와 "슬럼독 밀리어네어"라는 작품들을 통해서 인도영화에 대한 관심, 재조명, 그리고 나아가서는 그들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까지 갖게된 그 시점부터, 이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유명한 영화였다. 이미 두 작품들을 통해서 인도 영화 특유의 스토리 전개상의 스피디함, 구성상의 극적인 요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뭔지 모를 짠한 감동, 그리고 비참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산전수전을 통해 결국엔 우뚝 서고야 마는 주인공의 스토리는, 이 작품을 굳이 보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봐야지, 봐야지 하며 미루던 이 영화를 오늘에서야 보게되었다. 역시나, 내 예측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고, 인터넷에 소개된 간단한 줄거리에서 "자폐증(아스퍼거 장애)을 가진 주인공이……(이하 생략)"하는 것만 봐도, 이렇게 열악한 조건을 가진 주인공이 결국에는 이 모든 역경을 딛고 또 무언가 해내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결국 그는 해냈다.
이 영화에서 전해주는 메세지는 사실 여러가지다. 리즈반 칸(주인공, 이슬람교)이 자신과 종교가 다른 여성인 만다라(칸의 부인, 힌두교)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게 되는 것에서는 종교를 뛰어 넘는 사랑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고, 자신과는 피가 섞이지 않은 아들 샘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준 모습이나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라는 구절을 읊조리는 모습에서는, 과연 조건 없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사탕과 칼을 쥔 얼굴 없는 두 사람을 그려놓고, "이 둘 중 누가 이슬람교인이고, 누가 힌두교인인 것 같으냐?" 라고 묻는 어머니의 물음에, "알 수 없어요."라고 대답하는 칸에게 "그렇지. 알 수 없단다.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데,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란다." 라고 가르치시던 칸의 어머니를 통해서, 편견이라는 것의 불합리함에 대해 우리 스스로 자문하고 되돌아보게 해준다. 각 장면, 각 대사 하나하나는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것들은 많은 강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었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정도로 진부하지만 정작 아주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서 묵고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이것으로 압축된다. 바로, "My name is Khan. And I'm not terrorist." 라고 외치는 칸을 통해, 나는 그저 칸 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며, 나의 종교가 이슬람인 것과 테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뿐, 그 판단에 있어서는 그 어떠한 종교적, 인종적 선입관도 개입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극적인 요소를 마련하기 위해 주인공이 아스퍼거 장애와 천재적 지적능력을 가진 인물로 설정되었고, 그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었던 만다라가 그와는 종교가 완전히 대비된 점. 또한 그들이 결혼하자 돌연히 9.11 테러가 벌어졌고, 이로 인해 아들 샘이 단지 이름이 칸 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즉 인종 차별로 인해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맞게되고, "대통령을 만나고 오면 돌아와라" 는 다소 엉뚱한 만다라와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결국 칸이 대통령을 만나는 것으로 줄거리의 동선이 짜여진 점은, 인도 영화 특유의 전개상의 스피디함과 극적인 부분을 보여준다. 혹자는 이러한 전개상의 허점과, 이를 통해 억지 감동을 주려한 것이 아니냐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2시간 남짓되는 영화를 통해 한 인간과 주변 인물, 그리고 그 사회 문화와 시대상까지 조명해야하는 영화라는 매체로서의 한계를 고려해보면 결코 논리상의 비약은 없었기에 그 부분은 비판할 수 있는 소지가 될 수 없다고 본다. 또한 이 작품은 그러한 작은 요소들 하나 하나가 모여서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굳건히 지지한다.
이러한 극적인 줄거리를 통해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미국에 대한 절대적 반감도, 이슬람에 대한 절대적 옹호도 아닐 것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는 그저 "그 자체" 로 평가될 수 있을 뿐, 그것을 둘러싼 껍데기와 수식어들로는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알맹이가 아닐까. 편견에 사로잡히면 결국에는 진실도 진실이 아닌 것이 되고, 몰상식이 상식으로 탈바꿈하며, 우리는 그렇게 잘못된 것들을 되려 맞다고 우기면서 그릇된 삶, - 칸이 말했던 것을 대용하자면 - 나쁜 사람이 되어 "나쁜 삶" 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끝까지 "옳은 것" 을 고집했던 칸은 작게는 그 자신을 지켜냈고, 그의 아내와의 사랑을 지켜냈으며, 크게는 미국인들의 이슬람인들에 대한 그릇된 시각과 선입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만약 그가 아들을 잃은 억울함과 아내와의 갈등속에서 끝까지 "옳은 것"을 고수하지 않았더라면, 복수와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다른 이슬람교도인들처럼 되려 테러리스트가 되었더라면, 그것은 그저 제 2의 테러, 또 다른 비극만을 낳았을 것이다.
표현하지 않았어도 칸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토록 외친 것이 아닐까.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My name is Khan. And I'm not a terrorist."
칸은 자신의 민족인 또 다른 이슬람교도인들이 테러를 계획하고 있을 때, 그들을 만류하고 비판하며, 결국에는 미국에 고발을 한다. 이를 통해 이 영화는 결코 단순히 미국인들로부터 불합리한 핍박을 받고 있는 이슬람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분별해야 하는지를 강렬하게 전하고자 했음을 깨닫게 했다. 테러는 테러이고 이슬람은 이슬람일 뿐이지, 이슬람이 곧 테러가 아님을, 테러를 계획한다면 이슬람인도 "나쁜 사람" 임을 피해갈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쩌면 무슬림으로서 그 동안의 미국에 대한 누적된 적대감을 영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표출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라고 짐작했었는데, 그런 내 생각이 민망할 정도로 이 영화는 미국의 입장도, 이슬람의 입장도 아닌 아주 공정한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논점을 풀어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더욱 감동스럽다. 어느 한 편의 입장을 선택해서 내 얘기좀 들어보라고 주구절절 읊조리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라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굳이 칸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도, 샘이 죽지 않았더라도, 그와 아내의 사랑이 그다지 뜨겁지 않았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당연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가 무시하고 간과하고 있는 가치에 대해, 그리고 우리들의 그릇됨에 대한 덤덤한 호소를 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좋은 행동" 에서만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 칸.
거짓을 모르고 오롯이 진실만을 말하는 그의 투박한 말투와 행동들이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잔잔하게 요동을 친다. 인도 영화는 보고 나서도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들이 이상하게 뇌리에 생생하게 오래 남는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대부분 한 인간의 일생을 조명하듯 담담하면서도 극적으로 풀어내던 이 전의 인도영화에 비해서, 이 작품은 그를 뛰어넘어 보다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가치와 인간 본성에 기초한 오류를 지적하고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는 것에 있어서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급하게 쓴다고 썼는데 벌써 새벽 4시이고 쓸말은 많고 생각은 정리되지 않아 머릿 속이 복잡하지만, 오늘은 이만 줄여야겠다.
어쨌든, 이 작품은, "편견과 오만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것을 덤덤히 호소한 한 편의 걸작" 이라고 표현하면, - 부족한 본인의 글솜씨와 표현력의 한계로 인하여 실제 내가 느낀 것 그보다는 부족한 듯 싶지만 -그래도 가장 가깝게 표현한 한 마디가 될 것 같다.
Written by Lucky_g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