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페스티벌의 진수를 만나다 -3-

코파카바나2011.08.10
조회27

 

-어느 히피의 여정,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

 

 

 

유목민들에게 초원은 단순한 대지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넓은 들판에서 자라난 풀은 생계를 이어줄 가축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굴곡 없는 평탄한 땅은 사람에게 고된 이동의 노고를 잠시나마 잊게 할 휴식처가 되어 줍니다.

 

 

이처럼 초원을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유목민들은 넓은 대지에서 의식주를 제공받고,

평생 동안 그 생명의 끈을 이어가기 위해 또 다른 목초지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아갑니다.

유목민들에게는 대지의 품이 생명이자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죠.

 

 

현대사회에서는 유목민의 발자취를 찾기 어렵게 되었지만 지금도 우리에겐

넓은 들판에서 생명과 삶을 부여 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이자 음악 페스티벌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글래스톤베리’는

드넓은 벌판을 발판 삼아 그 열정과 기조를 펼치는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휴농기를 맞는 농장주의 배려로 그 넓은 들판에서 음악과 자유에 몸부림 칠 수 있게 된 것이죠.
글래스톤베리에 모여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생명과도 같은 그들의 열정을 찾고 삶을 지탱해 주는 에너지를 나눕니다.
마치 대지가 삶이자 생명인 유목민들처럼 말입니다.

 

 

Blacab 형님의 지산 락페스티벌 이야기들을 잘 읽어 보셨는지요.
국내에 지산밸리 락페스티벌이 있다면 해외에는 페스티벌의 진수, 글래스톤베리가 있습니다.
오늘은 바르셀로나의 소나르 페스티벌에 이어서

영국의 가장 큰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에 대해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래스톤베리에서는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영국 각지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마련해 둡니다.
물론 티켓은 따로 사야하지만요.
우리나라로 치면 고속버스인 이 버스를 ‘코치’라고 부르는데요.
저 역시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코치를 타고 글래스톤베리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지인들을 만나기로 했던 터라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지인들을 볼 생각에 굉장히 설렜죠.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니 사람들은 하나 둘 잠에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흥분의 시간들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 두는 시기인 것이었죠.
 

 

약 네 시간 후 제 눈앞에 펼쳐진 글래스톤베리의 모습은

마치 양식과 생명을 나눠줄 신성한 대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유목민들이 초목이 우거진 들판을 대할 때처럼요.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엄청난 인파가 들어서 있었는데요.
빽빽하게 늘어선 개성 있는 텐트들을 보니 글래스톤베리에 온 것이 정말 실감나는 것 같았습니다.
 


3일 동안 열리는 글래스톤베리는 쟁쟁한 해외 뮤지션들이 총 출동하는 최대의 음악축제입니다.
첫날의 가장 큰 헤드라이너는 U2였는데요.


아홉 개의 스테이지 중에서 메인 스테이지라 할 수 있는 피라미드 스테이지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헤드라이너의 공연을 기대하며 열기를 피워가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캠핑장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는데요.
먼저 도착해있던 지인들을 부둥켜안고 지금의 흥분에 대해 쉴새 없이 이야기하며 회포를 풀었죠.
 


곧 리허설을 시작하는 악기 연주 소리가 들려왔는데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일행들은 빛의 속도로 텐트를 치기 시작하더라구요.
저 역시 서둘러 자리를 잡고 텐트를 마무리 하고 나니 어느 새 벌써 진흙 투성이 되어있었습니다.


비가 끊이지 않는 영국이다 보니 원래 농장이었던 글래스톤베리의 땅은 언제나 질퍽거리는데요.
그런 데서조차 영국, 글래스톤베리에 왔다는 걸 실감하며 마냥 들뜨더군요.
캠핑을 위한 완벽한 준비를 끝내놓고서 본격적으로 글래스톤베리를 즐기기 전에 다비도프 하나를 꺼냈습니다.
이런 순간에 다비도프가 빠질 수는 없었죠.
글래스톤베리의 대지 위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담배를 피워 물던 그 순간은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아홉 개의 스테이지로 이루어진 글래스톤베리는 스테이지 마다 다양한 장르로 구분 되어지는데요.
어쿠스틱 스테이지, 댄스 스테이지, DJ스테이지, 7, 80년 대의 펑키를 즐길 수 있는 스테이지까지

규모만큼이나 다양성에 있어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무대와 공연이 그 수만 해도 엄청나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잘 세워오지 않으면

허둥지둥 하다가 고대하던 뮤지션의 공연을 놓쳐버리기 일쑤입니다.
저 역시 그 동안의 경험을 발판 삼아 철저히 준비를 해갔지만 놓치는 무대는 늘 생기기 마련이더라구요.
 


글래스톤베리의 무대들은 하나하나 이야기하면 며칠 밤을 지새워도 끝이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U2의 무대를 전해드리죠.
올해 글래스톤베리가 더욱 화제가 되었던 이유가 바로 U2때문인데요.


이들은 페스티벌에 안 서기로 유명한 밴드라

올 글래스톤베리에 U2가 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전 무대였던 Morrissey가 다들 U2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까 빨리 내려가겠다고 말 할 정도였으니까요.


U2의 공연 때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비 때문에 무대를 포기한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바로 U2니까 말이죠.
 


관객들은 U2의 무대를 엄청난 떼창으로 화답했습니다.

떼창은 무대의 노래를 관객들이 다함께 따라 부르는 것을 말하죠.
그들의 대표곡인 ‘With Or With Out You’와 ‘One’을 부를 때에는 쏟아지는 폭우마저

그 기세에 눌릴 정도로 열광적인 환호와 떼창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페스티벌 무대에 선 U2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공연을 할 때마다 늘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U2는 이날도 다르지 않았는데요.
공연 내내 무대 뒤 화면에서는 현재 우리 삶의 이면을 날카롭게 찌르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바로 페스티벌의 기조와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스티벌은 그 유래와 역사에서부터 단순히 먹고, 놀고, 즐기는 현장이 아닌
세상에 던지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광장과도 같으니까요.
 


사람들은 페스티벌의 현장에서 뜨거운 감동과 내면의 열정을 통해

자신이 품고 있었던 의문과 고찰들을 일순간에 쏟아냅니다.
그것이 눈과 귀로 닿지 못할지언정 그 순간 속의 사람들은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한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낸 글래스톤베리는 가장 명징한 메시지의 집합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래스톤베리가 가진 이야기들은 무궁무진 한데요.
본격적인 이야기들은 다음 번 포스트에서 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저의 포스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페스티벌의 메시지를 전달받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영화 '아저씨', '고지전' 포스터 디자이너 '빛나는' 박시영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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