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관점에서 보는 시댁...

Rest In Peace2011.08.16
조회108,304

이런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게 어설퍼 제목도 이상하게 달았네요

 

전 재미삼아 톡을 자주 봅니다.

보면 참 저와는 다른 세계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되더군요..

저는 그냥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톡에 나오는 글들을 보면

상당히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대다수의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요..

그냥 이상한 시댁들도 많고 시댁의 “시”자만 들어도 알러지를 일으키시는 분들을 위해

지극히 정상적인 시댁들도 많다고 알려드리고 싶어 어줍지 않은 필력으로 글을 남깁니다.

 

 

1. 동생녀석 결혼하기 전 이집트로 장기 출장(9개월정도)을 갔었더랬죠..

당시 동생녀석 여친이였던 지금의 제수씨는 서울로 유학을 와서 대학 졸업후 직장잡고 홀로 자취를 하고 있었죠..

회사생활에 바쁘고, 주말에 친구들 안보고, 혼자 좁은 집에 있으면 왠지 외롭잖아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종종 제수씨 불러서, 닭볶음탕(이건 제가하죠)도 해주고, 파스타도 해주고, 피자도 시켜먹고, 탕수육도 해주고, 집밥도 해주고 남은 음식이랑 소소한 반찬 챙겨주고, 영화도 보러다니고 했죠

가끔 동생이 저한테 얘기하지만, 그땐 정말 고마웠다고..형이랑 형수가 자기 처 많이 챙겨줬다고..

재밌는 건  와이프와 제수씨는 둘이 나이차가 좀 있습니다. 7살 차이고, 스타일이 틀린데, 둘이 서로 잘 챙기고 친하게 지내요…서로한테 진심으로 잘하면 그런건가 봐요

 

 

2. 3년전 친동생 결혼할 때 제수씨 예물 다 고르고 난 뒤

어머니 왈 “큰애야 너 이중에 갖고 싶은거 뭐 있니?”

와이프 괜찮다고 “저 결혼할 때 어머니가 많이 해주셨자나요”

“그래도 그땐 내가 너희들 예물 고를 때 못 왔었잖니..하나 골라봐”

(참고로 저희 예물 고를 때 어머니(시골에 계심)가 올라오시지 못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랑 와이프의 협의하에 어머니 못올라오시게 했죠 저희 둘이 고른다고..

다이아세트대신 스왈로브스키에서 큐빅 세트로 사고, 다이아세트와의 차액만큼은 저희 저금했습니다.

물론 티가 나는 진주세트와, 순금 목걸이등은 부모님께 보여드려야 하니 진짜로 했고요)

와이프 왈 “그러면 저기 목걸이 하나 해주세요” 와이프가 고른 목걸이는 얇은 14k 목걸이..아마 10만원 정도 했던 것 같네요

어머니 왈 “더 가지고 싶은건 없어? 이런 기회 별로 없다. 더 골라봐”

와이프 왈 “저 이거 넘 이뻐서 이거면 충분해요” 이러며 좋아하고, 제수씨도 “형님 더 고르세요..기회에요” 이러고

대부분 이런 상황은 판에서 보면 한통속이 된 저희부부와 어머니가 제수씨 예물 하는거 방해(?)하는 분위기인데…말이죠

 

3. 저희는 결혼하고 2년정도는 아기 갖는 걸 미뤄뒀었죠..

그러다 아이를 가지려고 준비를 했는데 8개월정도 소식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제수씨가 먼저 임신을 했어요..솔직히 약간은 샘도 나고, 애기 늦게 가진다고 해놓고서 먼저 덜썩 가져버리니 부럽기도 하고..

와이프도 심적으로 하루이틀 정도 흔들리긴 했죠.. 그러고 나선 진심으로 둘이 애기 가진 거 축하해줬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제 애기가 없어도 귀여운 조카가 생기는데.. 맘을 좋게 써야죠

동생내외도 저희한테 미안해 하고.. 허긴 미안할게 뭐가 있습니까? 축복 받을일인데요 둘 다 착하긴해요..

본가에서도 두분이 첫 손주를 보시는데도 저희 있을 땐 티내서 좋아하시지도 않고

그러다가 3개월뒤 와이프가 임신을 하게 되었죠..

부모님은 너희 둘이 맘을 좋게 써서 애기가 금방 생겼다고 좋아하시고, 동생내외도 많이 축하해주고..

지금은 조카녀석은 9월에 돌이고, 울 아들녀석도 12월에 돌이네요..

아..어머니가 약간은 섭섭해하십니다. 아들 둘만 키웠는데, 손주도 둘다 아들이라고.. ㅎㅎ

 

4. 명절때면 톡에 글들이 많이 올라오죠..

저희 명절 모습은 톡에 올라오는 것과는 좀 상반되죠..

아들녀석 둘다 서울에 있어서, 고향집까지는 차 안막히면 2시간 정도 걸리죠..

어찌되었건 저흰 대부분 명절 연휴 첫날새벽이나, 그 전날 내려갑니다. 차 안막힐 때 가려고 습관이 그렇게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외아들이라 차례손님이 없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안계시고 하니, 명절이라고 해야 부모님, 저희부부, 동생네 부부 이렇게 6명이네요

대부분 차례음식은 어머니가 하십니다. 추석에 송편은 미리 빚어놓으시고, 설에 떡국에 들어갈 만두도 다 만들어 놓으시죠

전날 도착했을 때는 며느리 둘이서 얘기도 하며 도와주고, 저도 같이 음식하는거 도와줍니다.

반면 새벽에 시골집 도착할 때면 6시 전후해서 도착하는데, 어머니는 피곤하니까 얼른 들어가서 자라고 합니다..

오느라고 고생했다고.. (실질적으로 운전한 건 저랑 동생인데 말이죠)

그럴때면 전 와이프 재우고, 아침에 어머니랑 같이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전 만들고 부침개 만들고 합니다.

한 2~3시간 음식 준비가 어느정도 끝나면 그때 들어가서 잡니다. 동생녀석은 음식을 잘 안해봐서 그냥 자죠.

그러다가 와이프가 깨서 “어머니 음식 다하셨어요?” 이러고 물으면

“니네 남편이 도와줘서 금방했어, 더 자지.. 왜 일찍 일어났어?” “조금 있다가 밥해줄께 밥먹자” 이러십니다.

명절 당일에는 두 며느리가 일찍 일어나서 탕국이며, 떡국등 당일 아침에 만드는 음식 도와드려요..

저랑 동생은 이상하게 명절 당일에는 차례 지낼 때 즈음 해서 일어납니다.. 허허

여차 저차 차례를 지내고 나면 어머니는 분주해지십니다. 애들 보낼 음식 싸시느라..

아버지도 차 막히기 전에 얼른 처가댁 가라면서 어머니께 빠트린거 없이 얼른 음식 싸라고 명령(?)하시죠..

그렇게 명절에 늦어도 10시전에는 처가댁으로 출발을 하죠.. 전 서울로, 동생은 대전으로..

 

5. 아버지가 약주를 좋아하십니다.

평소에는 과묵한 분이신데, 약주만 드시면 며느리들이랑 그렇게 얘기를 많이 하세요

며느리 없을 때는 약주를 드셔도 그리 말씀이 많지 않으신데 말이죠..

술 드시고 말씀하시면 지난 명절 때 했던 얘기 또하고 막 그러자나요.. 큰놈(저)이 어렸을 땐 어쩌고 저쩌고

와이프랑 제수씨 둘다 몇번 들었던 얘기인데도, 맞장구 치면서 “그랬어요? 몰랐네요” 막 이럽니다.

며느리들이 좋아서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주 하는 얘기. 우리 며느리들덕에 팔불출 다 되었다고..

지인 모임에 나가시면 며느리들 자랑을 그렇게 하신다네요..

진짜.. 착하고 이쁜 며느리들이 들어와서 가족이 화목하다고 하시면서

명품 며느리들이라고 하십니다. 아버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6. 가끔 제 생일이나 와이프 생일, 결혼기념일에는 아침 일찍 어머니가 전화하십니다.

돈 10만원 넣었다고, 둘이 맛있는 거 사먹고,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30대 중반인데, 여전히 두분에겐 그냥 어린 아들일뿐이것 같습니다.

자주는 못가지만, 한달에 한번은 고향집을 가자고 와이프가 결혼전부터 이야기 했었고
그럴려고 많이 노력하죠.. 매번 내려갈때면 와이프는 부모님 드릴 주전부리나 선물을 사가지고 갑니다.

아버지는 백화점 육포를 참 좋아하세요. 겉으론 내색을 안하시죠. 좋아하신다고 저희에게 말씀하시면 저희가 매번 사갈까봐

비싼거 사오지 마라, 너희들 오는 것만도 당신은 기쁘다 하십니다.

그러시면서 아깝다고 아껴드십니다. 며칠전 휴가때 고향에 다녀왔는데, 지난 번 사다 드린

백화점 과자(개별포장된 화과자 같은것들요)가 냉동실에 있더군요.. 아껴드신다고..

서울로 올라올때면 부모님께 얼마안되지만 용돈드리고 나면, 또 한짐 싸주시죠

드시라고 사다드린 것까지 몇 개 나눠서 싸주십니다. 그것 땜에 가끔 싸워요 ㅎㅎ

두분 드시라고, 저흰 올라가서 따로 사먹는다고…

그러시면서 와이프한테 올라갈 때 기름넣으라고 10만원 정도 쥐어주십니다.

그러고보면 저한테 한번도 안주시네요.. 와이프한테만 주시지..

 

 

몇가지 에피소드를 정리해보았지만, 전 나름 저희 가족들 모두 참 행복하고 잘 지낸다고 생각합니다.

판에 워낙 이상한 시댁얘기들이 많아서 그렇지..

실제로 결혼하면 충분히 좋은 시댁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으실거에요

 

단… 결혼 전 남편될 사람의 됨됨이는 확인하셔야 겠죠..

그 남편될 사람의 됨됨이가 좋으면 그런 아들을 낳아 기르신 부모님들의 영향이 많죠..

 

저도 훌륭한 됨됨이는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 “조금 손해보고 살아도 된다” 라는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습니다.

일례로  중고등학교때 제 실수가 아닌 친구들의 실수로 안경을 꽤나 부러트렸지만,

집에가서 혼이 난적은 없었고, 어린맘에 친구한테 물어내라고 하고 싶었지만(저희집이 지금도 잘 사는 집은 아니지만, 그때도 두분다 열심히 사셨거든요)

안경 부러진채 집에가면 다친데는 없느냐, 친구는 괜찮느냐 하시며, 새로 안경 맞춰주시곤 했죠.

 

 

뻘글이긴 하지만 그냥 흔적을 남겨보자고 적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휴가를 보내고 출근한 저에게 와이프가 문자를 보냈네요

“휴가기간동안 자기덕분에 편안했고, 행복했어 고마워^^ XX(아들녀석)랑 자기랑 즐겁게 노는 거 보니까 마음이 뿌듯했어”

 

글을 적다보니(글의 내용에는 다 표현되지 않았지만).. 경제적으로는 유복스럽지 않지만 참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풍족한 삶을 영위하게 만들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날 항상 믿어주는 울 예쁜 색시에게 감사하고, 별로 대화는 없지만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우애를 과시하는 동생녀석에게 감사하고, 못난 아주버니지만 항상 고마워해주는 상냥한 제수님에게 감사하네요..

아참.. 아들녀석 사랑해.. 조카님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