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JQ201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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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면 우리가 만난지 1년이 되는날. 이미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얘기지

5살이나 어린 나 만나면서 당연히도 이것저것 안맞는게 많았을테지만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고.. 지나간 시간 생각해보면 이것밖에 기억나지 않아서 참 속상해

그래도 이젠 알아 지금까지 싸웠던랑 다르게 이번엔 우리 진짜 끝난거라는거

며칠전에 우리 헤어진날 사실 너무나 뻔히 눈에 보이던 결과여서 난 아무말도 못했어

저번처럼 울지도 않았고 이유를 따지지도 않았고

그저 내가 그동안 바래왔던거처럼 집에 데려다달라고 말하면서 문득 실감했어

그동안 힘들게, 겨우겨우 끌고가던 우리 이제 정말 끝나는거구나

같은 버스에 처음으로 따로 앉아서 가는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

마지막까지 솔직하지 못한 것 때문에 날 화나게 하는 모습이 밉기도 했고

끝까지 화내면서 나한테 나쁜말 하는것도 싫었어

그래 솔직히 얘기하자면 사실 예전부터 나 다 알고있었어

어쩌다 싸이 비밀번호도 알게됐고

그러면서 나랑 한 약속을 안지켰을때 둘러대던 얘기가 전부 다 사실이 아닌 변명이었던것도..

그래도 어느순간부터 더이상 싸우고싶지 않은맘에 모른척 넘어가고 참고 참았어

전처럼 하나하나 따지게되면 그때부터 또 시작될테니까.

난 화를 내다가 속상해서 울고 오빠는 변명을 늘어놓다가 결국 화를 내고

뻔한 스토리가 계속 되는게 싫었어

그래서 나혼자 자꾸 참다보니까 이유없는 투정이 늘어났겠지

오빤 계속 이유를 모르고 나는 계속 투정을 부리고 둘다 짜증이나고 서로 지치고 힘들고..

그러다가 오빠를 더이상 믿지 못하게 되고 사소한 일도 또 싸움이 되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모르게 빨리 그만두고싶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던거 같아

몇주전부터 다시 맘을 다잡아보려고 해도 달라지는게 없더라

나를 화나게하는 오빠한테 화가나고 내가 화난 이유를 알지 못하는 오빠한테 또 화가나고

오빠는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나한테 화가나고

요즘들어 예전의 나처럼 내가 화가난 이유를 하나하나 차근히 알려주지 않았던건

이제 우리한테 더이상 답이 없다고 생각해서야 같은얘기 자꾸 반복하는것도 질리고

오빠 표정에서 이제 그런건 궁금하지 않다는게 느껴졌거든

이렇게 헤어지고 나니까 이번엔 이상하게 슬프지가 않더라

갑작스러운 이별이 아니라 일찍부터 준비해온 것처럼 덤덤했어

저번에 헤어졌을때처럼 울지도 않았고 밥도 잘먹었고 잠도 잘잤어

친구들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통화했고 오빠 연락을 기다리지도 않았어

그래도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생각나더라

우리가 그동안 싸우고 아팠던게 생각나는게 아니라

다음주에 뭘 하기로 했고 나중에 어떤 맛있는걸 먹으러 가기로 했는지

다음달엔. 또 그 다음달엔. 내년엔 어딜 가기로 했는지 이상하게 그런게 자꾸 생각나더라구

그냥 궁금했어 오빠도 그걸 알고는 있는지

나도 처음엔 헤어져서 좋은점만 생각하고는 잘했다고 느꼈는데

또 포기하고 가야할것들이 떠오르니까 기분이 이상해지더라구

오빤 어떨지 모르겠는데 난 홀가분하고 후련한것도 있지만 아쉬운것도 많아

300일때 주려고 쓴 편지도 그리고 1주년 기념일때 주려고 사둔 선물도 아직 못줬고

놀이공원 회원권 산것도 한번밖에 못갔고 문화카드 신청한것도 한번밖에 사용못했고

필름카메라로 사진찍어서 맡긴것도 아직 확인 못했고 도시락싸서 소풍가기로한것도 못갔네

그래도 우리 헤어졌으니까 이제 오빤 휴일에 집에서 하루종일 쉬어도 되고

일일이 연락해줄 필요없이 늦게까지 친구들 만나서 놀아도 되고 귀찮은 수염 매일같이 안깎아도 되고 클럽갈때 내눈치 안봐도 되고 나 술마실때 데릴러 안와도 되고 운동하라는 잔소리 안들어도 되고

다 좋은일들 뿐이네

그동안 모지라다고 엄청 구박하고 내맘 몰라준다고 미워하고 화냈지만

나한테 맞춰주고 잘해주려고 많이 노력했다는거 다 알아

나때문에 어찌해야될지 모르고 고생한 일 많았었다는것도

내가 지금까지 한번도 고맙다고 얘기하고 표현한적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고마웠어

제일 속상한건 우리 처음 시작할때 아무 문제도 없었다면 아니면 내가 그일 그냥 모르고 넘어갔더라면

우리가 만나는동안 내가 오빨 조금더 믿어줬을텐데 하는거..

그게 자꾸 잊혀지지 않아서 오빠가 나한테 보여준 진심을 계속 의심했던게 조금 후회돼

그래도 어쩔수 없었던거니까..  오빠도 내가 그거 잊어버리고 오빠 믿게 해주려고 많이 노력했잖아

나 다 알고있어

 

그냥 이 글 보게된다면 이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마지막에 오빠가 나한테 모진말 하면서 갔어도 그때 했던말 다 진심이었어도 나 오빠 안미워

비록 1년도 다 못채우고 우리 그만두게됐지만 그동안 오빤 나한테 충분히 할만큼 했어

이제와서 솔직히 말하지만 내가 못나서 그랬어

그냥 그때 일 다 잊어버리고 오빠가 하는만큼 받아주고 믿어주면 우리 달라졌을수도 있을텐데

내가 그렇게 못해서 나한테 노력하는 오빠 모습까지 다 미워했어

그리고 요즘들어 내가 다 알고있는 사실까지 숨기면서 거짓말하는 모습 보니까

지금까지 오빠가 한 행동이 전부다 거짓말이라고 생각되서 더 그랬어

그리고 오빠한테 믿음이 생기고 믿고있을때도 있었지만 일부러 안그런척했어

내가 그런다는거 알면 나 편하게 생각해서 또 거짓말하고 속일꺼 같아서

이거 보면 아차 싶을지도 몰라 내가 지금까지 그일 맘속에 묻어두고 있었다는거 전혀 몰랐을테니까

우리 이번엔 싸우면서 헤어지지 않기로 해서 계속 연락하고 있지만

이제 미워하는 마음 없이 그냥 서로 지켜보면서 그렇게 지내자

매일 들으면서도 지금까지 한번도 얘기한적 없었지만

사랑해줘서 고마워 나도 너무너무 사랑했어

 

 

 

우리 기억속에 아무것도 없을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어

그대가 나를 믿는 만큼 나도 그대를 온전히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