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았다 -3

이근형2011.08.22
조회50

1편 바로가기  http://pann.nate.com/talk/312545398

 

2편 바로가기 http://pann.nate.com/talk/312556083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들은대로. 보급량은 이틀치가 전부야."

 

 "그럼 이틀 후에는 어떡합니까?"

 

 민수가 물었다.

 

 윤두식 중령은 시선을 밑으로 향한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네에게 주어진 공격시간은..... 이틀이 전부야."

 

 민수는 입을 벌렸으나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실패라는 가정 자체가 없는 작전이야. 이번이 마지막 공격이 될테니까. 내 부하들을 사지로 내몬다고 나를 비난해도 어쩔 수 없네... 이번 작전이 성공만 한다면 자네의 죄목은 깨끗이 사라지게 될거야."

 

 민수는 눈을 감았다.

 

 "예. 알겠습니다. 어차피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군인의 자세 아니겠습니까."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걷다가 멈추며 말했다.

 

 "작전 개시까지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 안에 모든 보급품을 조달해 주십시오."

 

 말을 마친 민수가 문을 열고 나갔다.

 

 "미안하네..."

 

 윤중령이 작은 말로 중얼거렸으나, 민수는 듣지 못했다.

 

======================================================================================

[같은 날, 전투소대 막사]

 

 "뭐야 이거. 완전 곰탱이구만? 도대체 너같은 녀석이 어떻게 뽑힌거야?"

 

 최영민 상병이 이등병을 보고 눈쌀을 찌푸렸다.

 

 "너 총은 쏴 봤냐?"

 

 "군인인데 총도 안 쏴봤겠습니까?"

 

 이등병이 영민에게 대들었다.

 

 "이자식이 근데!"

 

영민이 이등병의 멱살을 잡았다.

 

 마침 막사로 들어오던 이근형 하사가 둘의 모습을 보고 달려왔다.

 

 "뭐하는 짓이야!"

 

 "쳇!"

 

 영민이 이등병의 멱살을 놓고 뒤로 돌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등병은 옷을 추스르며 영민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잠깐 나와봐."

 

 이근형 하사가 이등병을 불렀다.

 

 근형은 외진곳으로 이등병을 이끌더니 이윽고 돌아서서 말했다.

 

 "이름이 뭐지?"

 

 "이병 백두산입니다."

 

 "이야. 이름한번 멋지네. 아까는 왜 그런거야?"

 

 근형이 묻자 두산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최영민 상병이 분대원 체력측정을 한다고 하면서 말뚝박기를 시키는게 아닙니까. 근데 제가 균형감각이 좀 없어서 계속 올라 타다 넘어졌더니 저런겁니다."

 

 "최상병도 참..."

 

 "선임하사님도 제가 뽑힌게 불만이십니까?"

 

 "뜬금없이 그게 무슨소리야?"

 

 "사실 전 무엇하나 잘하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소대에서 구박을 받는 편입니다. 근데 이번에 베티고지 탈환이라는 중요한 작전이 있다길래 자원해서 온겁니다. 이 곳에 오려면 꼭 무언가 잘하는게 있어야 하는 겁니까?"

 

 근형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바보같은 소리야? 무언가 잘하는게 있으면 총알이 비껴간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건 적을 앞에 두고도 겁내지 않는 용기야. 내가 보기엔 백이병은 아주 훌륭한 군인인데?"

 

 두산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해맑게 웃었다.

 

 "최상병이 좀 직설적이라서 그래. 그러니까 너가 이해해라."

 

 "솔직히 자신없습니다. 최영민상병이 분대장이니 계속 마주칠거고, 그러면 마찰도 계속 일어날텐데."

 

 두산이 자신없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근형이 두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임하사님! 소대장님께서 모두 모이시랍니다!"

 

 "알았어!!  두산아 가자."

 

 "예."

 

 

 민수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소대원들을 둘러보았다.

 

 "좋지 않은 소식이다. 식량을 포함한 모든 보급품은 이틀치가 전부야."

 

 민수의 말에 소대가 술렁거렸다.

 

 "공격이 이틀을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철수합니까?"

 

 2분대 오종은 일병이 물었다.

 

 

 

 "철수는 없다. 이틀이 넘어가면 굶어가면서 싸우게 되겠지."

 

 "아니, 밥도 안주면서 20명으로 거길 뺏으라는 겁니까? 이런 무모한 작전이 어딨습니까?"

 

 최영민 상병이 거칠게 반발했다.

 

 "상부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다."

 

 민수가 한숨을 쉬었다.

 

 "모두 잘들어. 애초에 이 작전은 실패라는 가정이 없다. 성공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야. 성공하면 우리는 영웅이 되는거고, 실패하면 장렬히 전사하게 되겠지. 하지만 우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연대 최고의 팀이다. 못할건 없어."

 

 민수의 말이 끝나자 엄숙한 분위기가 소대 전체를 뒤덮었다.

 

 민수는 비장한 표정으로 소대를 둘러보았다.

 

 "우린 군인이고, 또한 남자다. 해내면 되는거야."

 

 "그래 까짓거 해보자고! 죽기밖에 더하겠어? 안 그렇습니까, 분대장님?"

 

 1분대 안준수 일병이 영민에게 물었다.

 

 "... 준수야. 입 다물어라. 그 말이 더 무섭다."

 

 "예..."

 

 준수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자자, 기운들 내자고. 우린 정예팀이니까."

 

 소대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