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페이지] 4. 장마

일몰201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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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여름장마가 계속해서 내리던 어느날 저녁,

 

세상은 참 아름다웠다.

 

가슴한가득 밀려드는 맑은공기와

 

검은밤과 대비되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과 차량 불빛들

 

때묻지 않고 바래지 않은 색들이 검은색 도화지에 촘촘히 박혀져 있는 모습이였달까..

 

 

그녀와 나는 비가오면 항상가는 막걸리집으로 향했다.

 

처음 그녀와 단둘이 술자리를 하며 즐거웠던곳이기도 했고,

 

조용하고 따스한 느낌의 그곳이 참 좋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속에 있던 많은 말들을 했던날

 

주인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했던

 

"두분이 참 많이 닮았네요"

 

그냥 하는 소리임에도

 

그 한마디에 우리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참 많이도 쑥스러워도 했었다.

 

 

술을 먹고 나왔을땐 잠시 그쳤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도 없었고, 그날은 왠지 비를 맞아도 기분이 좋을거 같았지만

 

빗속으로 뛰어들순 없었다.

 

그녀도 있었으니까.

 

 

내리는 비를 보며, 고민하고 있는 내옆으로  장난끼 섞인 그녀의 얼굴이 쑥 다가왔다.

 

발그레 홍조가 오른 얼굴로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뭐해"

 

그리고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내손을 이끌고 빗속으로 뛰어나갔다.

 

 

행복했다. 빗속을 뛰어다니며 정말 행복했다.

 

나와 같이 이런짓을 서슴없이 할수 있고, 같이 웃을수 있고, 같이 행복해 할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게 참 행복했다.

 

 

한참을 뛰어 다니다. 그녀와 비를 피해 건물입구로 갔다.

 

헉헉 거리며 가쁜 숨을 내쉬다가

 

내가 미친놈 같기도 하고, 왠지 바보같아 웃음이 나와서

 

옆에서 같이 헐떡이는 그녀를 보니

 

비에 홀딱젖은 강아지꼴로 나를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젖은 머리를 따라 한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과

 

더 하얗게 된 얼굴

 

새파랗게 질린 입술

 

색색 거리는 숨소리 

 

젖은 옷으로 보이는 그녀의 실루엣까지..

 

 

 

그녀를 안아줄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첫 키스를 했다.

 

 

 

잠시후,

 

서로 어색하게 입술을 떼며, 내 품안에서

 

조그맣게 입술을 오물거리며

 

빗방울 냄새가 난다 했다.

 

 

"그래... 나도.."

 

 

 

 

 

 

 

 

 

택시를 타고 가는길..

 

뒷자석에서 나에게 기대어 잠든 널 끌어안은채

 

택시 창가에 마치 눈물처럼 흘러내리던 빗방울을 바라보다,

 

예전 봄비가 내렸던 그날이 떠올랐다.

 

확신에 찼던 사랑의 감정.

 

 

 

잠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그녀에게 물었다.

 

"너도 사랑맞지?"

 

 

 

그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