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집앞에 바래다준 모르는 남자분찾아요!!

부니기2008.08.01
조회439,573

일이 새벽 세시쯤 끝나고..동대문 갔다가 전에 찍어둔 원피스 낼름사고

택시를 탔습니다.

아파트 정문에 내려서 가려다가 맥주가 급땡겨서 후문쪽 편의점 앞에서

택시를 세웠죠..

삿포로 실버컵하나 들고 울 아파트쪽으로 올라가는데..

사람하나 없이 캄캄 절벽이더군요..(후밍)

어쩜 가로등하나 빛나질 않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가야하나..한참 두리번거리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올라가려는데 멀리 뒤쪽에 남자가 옵니다..

괜히 무서웠죠..아니 괜히가 아니라 요즘 같은 삭막한 세상에 새벽 네시

거기다 사람하나 없는 캄캄 절벽..누구든 무서웠으리..

그렇다고 뛰는 것도 웃기고 해서 가슴은 쿵쾅쿵쾅 뛰는데 태연한 척 걸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오던 남자가 마구 뛰어옵니다 (헐) ..

순간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멎을뻔했는데 뛰어오던 남자가 이내 내 앞에

헥헥 거리며 섰습니다..

'저..저..기요..그러니까요..어...음..어디로 가세요..?어...음...^-----^'

말투는 굉장히 어수룩하고 표정은 상당히 해맑았습니다....(ㅡㅡ;)

처음에는 일본사람인 줄 알았죠..

'어..그러니까...제가..뭐..아까 택시에서 내리실 때..부터 봤는데..

어...어느쪽으로 가세요...저도 같이 걸을게요..'

하더군요..

전 '뭐야..무서워..' 아직까지 경계심이 가시지 않아 멍때리고 그 남자보며 서있는데 그 남자가 앞장서서 가더군요.

'이쪽으로 가나요?..아 ....혼자 가시길래..아..그러니까..어...이쪽으로 가면 되는 거죠.?^----^;'

전 또 얼떨결에 슬금 따라올라갔습니다.

제가 계속 경계태세를 보이는게 눈에 보였는지 멀치감찌 앞장서서 저를 안내합니다 ㅡㅡ

그때까지도 저는 저 해맑은 웃음뒤에 뭔가 꿍꿍이가 있으리 하고 의뭉심을 품었습니다..

아파트 후문입구에 다다르자 가로등 빛도 보이고 경비아저씨도 보였죠..

계속 멍때리며 따라 걷다가

'근데 그쪽도 여기사세요?'

전 행여나 그 남자도 혼자가기 무서워 내옆에 붙었나 싶어 물었습니다.

'아니요~저는 약수동사는데 첫차기다리고 있었어요..헤헤'

'그런데 여기는 왜 ?'

'아...혼자 가시길래..어둡잖아요..위험한데..^^;;'

집앞에 다왔길래..멀찌감치 떨어져서

'아..저 다왔어요..'

하고 여전한 경계태세로 말을 날렸습니다..

'아...네...그럼 저는 이만...^^;;'

해맑고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웃더니 이내 뒤돌아 가버리더군요..

어..전 또 가만히 멍때리고 그 남자가 가버린 길을 바라보았습니다.

집앞에 다다를때까지도 전 의심하고 있었는데..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참..기분이 묘했지만서도..서서히 고마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정말 고마운 사람이었네..

남자로서 맘에 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맘에 들었죠..

그냥 보낸 것이 아쉬워..다음에 우연히라도 만나게 된다면 밥이라도 사드리고 싶다하고 생각했습니다...

온갖 범죄가 난무하는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아직 우리나라 살만해 하고 느끼게 해준 그 남자분!!

제가 맛난것사드릴게요

약수동 첫차기다리시던 남자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