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우, 프로축구스타에서 낙지 음식점 사장으로...

대모달201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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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2011-09-09]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천랑성)'.


199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축구스타 이관우의 별명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눈부신 플레이를 펼쳤던 그는 데뷔부터 주목받던 축구스타다.
그는 최문식, 윤정환, 고종수로 이어지는 '천재 미드필더'의 계보를 잇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넓은 시야와 환상적인 패스, 그리고 센스 있는 슈팅 감각까지...이관우의 재능은 다재다능했다. 잘생긴 외모 덕에 수많은 소녀팬들을 끌고 다녔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축구판에서 이슈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관우는 화려했던 선수시절을 뒤로 하고 현재 낙지전문 음식점 사장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선수시절 늘 따라다녔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그를 만났다.
-축구선수에서 낙지 음식점 사장님으로의 변신은 의외다
부상으로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원래 낙지 음식점은 은퇴 후 생각했던 두 번째 아이템이였다. 물론 첫 번째는 당연히 축구 관련 일이였다. 그러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은퇴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첫 번째 계획이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낙지 음식점 개업을 먼저 시작한 것 뿐이다. 나도 먹고 살아야 했다.(웃음)
-그렇다면 축구관련 일은 어떤 것이었나?
축구선수가 은퇴를 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마땅히 할 것이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 지도자 수업을 받는다던가, 유소년 축구교실을 연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은퇴는 했지만 축구판에서 영영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물론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비록 지금은 음식점을 운영중이지만 때가 되면 축구 관련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계획도 천천히 세우고 있다.
-갑작스런 은퇴에 많은 팬들이 놀라고 슬퍼했다.
수원과 계약기간이 1년이 남았지만 오랜시간 지속된 부상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수원이 조건 없이 계약을 풀어줬다. 자유의 몸이 됐지만 이렇게 쉽게 은퇴를 하기 싫었다. 나를 응원해주고 기다려준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였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른 팀에 가서라도 다시 축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른팀이 친정팀 대전이 아니였나?
맞다. 대전에서도 나를 원했고 계약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도 나눴다. 수원과 비교해서 연봉 등 계약조건에서 열약했다. 거의 무급 수준이였지만 경기에만 뛸 수 있다면 액수는 중요치 않았다. 돈보다 명예가 중요했다. 계약과 관련해 어느정도 합의점을 찾았고 선수등록마감 이틀 전인 2월 26일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위해 대전에 내려갔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계약 철회였다. 허무했다.
-해외 진출이나 다른 팀으로의 이적도 생각해봤을 법한데?
나에겐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하는 해외 진출을 애시당초 생각도 안했다. 물론 다른 몇몇 K리그 팀들이 영입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모두 거절했다. 내가 뛸 수 있는 팀은 오직 수원과 대전뿐이다. 이 두 팀 말고 다른 팀에서 뛴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은퇴를 했지만 미련이 많이 남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지만 가족들이 많이 아쉬워했다. 나는 좀 더 뛸 수 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자의반 타의 반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선수생활을 하며 꼭 300경기 출전과 함께 40-40 클럽(골과 도움 각각 40개 이상 기록)에 가입하고 싶었다.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게 제일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몸 상태는 좋다. 부상에서도 회복했고 체력적으로 문제도 없다. 20분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다만 경기를 뛰어본지 오래된 터라 감각이 많이 둔해졌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 같아선 도움 2~3개는 충분히 기록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웃음)
-별도로 운동을 하고 있나?
가끔씩 늦은 밤에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 나가 드리블이나 슈팅 연습을 하곤 한다. 그것 말고는 없다.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숱한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거절하고 있다.(웃음) 이유는 단순하다.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 커질 것 같아서다. 이제서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마음이 흔들릴까봐...그게 두렵다.
-낙지전문 음식점을 차린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006년 대전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뒤 클럽하우스 근처 낙지 체인점 음식점을 찾았는데 그 맛에 홀딱 반했다. 나중에 꼭 낙지집 사장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그 때 사장님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렇게 가게를 차릴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
개업 후 많은 팬들이 가게를 찾아주셨다. 처음엔 내가 음식점을 개업했다고 하니깐 모두들 반신반의 하더라. “정말 이관우의 낙지집이 맞냐”는 전화도 정말 많이 받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깐 팬들도 이젠 축구선수가 아닌 ‘낙지집 사장 이관우’로 봐주시는 것 같다. 지금도 많은 팬분들이 잊지 않고 가게를 찾아주신다.
-장사는 잘되나? 스포츠 재벌 되겠다.

이제 시작한지 갓 3개월이 지났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친한 동료들과 팬들이 많이 찾아주시는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솔직히 "축구밖에 모르는 내가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돈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돈보다는 사람이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음식점 개업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게됐고 그분들이 나의 재산이 됐다. 마음만큼은 부자 못지 않다.

-앞으로 계획은?
일단 사업에 열중할 계획이다. 선수생활 할 때는 몰랐는데 직접 가게를 차리고 나니깐 할 것이 너무 많다. 장 보는 것부터 음식 맛 체크까지 매일매일이 바쁘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축구관련 일을 시작할 생각이다. 아마도 지도자 수업보다는 유소년 선수 육성이 될 것 같다.
〈아시아투데이 황보현 기자〉